00088 한 자리에 모인 왕들 =========================================================================
< 한 자리에 모인 왕들 (3) >
“모르겠는데 난.”
그 말에 리처드와 권 회장은 제 귀를 의심했다.
“잠깐 뭐라고?”
“모르겠다고 난!”
시치미를 뚝 떼는 그 모습에 리처드와 권회장은 이 놈이 왜 이러나 싶었다. 아니 에드워드는 자신들의 긴밀한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자신들이 지금 뭘 바라고 있는지 모르지도 않을 거면서!
‘이놈은 또 무슨 변덕질이야.’
결국 그가 주헌에게 넘어간 것도 모른채, 리처드가 이를 갈며 말했다.
“에드워드, 그런 식으로 나오면 파트너쉽은 없었던 걸로 하겠어.”
그 말에 에드워드는 가소롭다는 듯 소리 높여 웃었다.
“뭐? 파트너쉽? 이 얼간이들이 지금 뭐라는 거야!”
“에드워드!”
“헹! 애초에 내가 키이라한테 쫓겨서 노숙자 생활 할 때 도와달라니까 둘다 연락을 씹을 땐 언제고?”
“........!”
에드워드는 삐쳐도 단단히 삐친 듯이 오리입을 내밀었다.
“지들 필요할 땐 형제니 뭐니 지껄이더니, 정작 사람이 어려워지니까 입을 싹 닫아? 꺼져! 니들하곤 같이 일 안해!”
“에드워드!”
"그에 비하면 이쪽 젊은이는 내가 어려울 때 재기하도록 도와줬지.”
에드워드가 낄낄 웃으며 주헌을 바라보자 권회장과 리처드는 파르르 손을 떨었다.
“에드워드....! 암상인이랑 치기어린 꼬마주제에 지금 어디서 설치는 거냐!”
“어허, 폰팔이 주제에 지금 어디서 설치는 거냐. 고얀 것들.”
“뭐라고?”
“네 놈은 미래에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는 기업인들에게 그딴 식으로 굴고 다니냐는 거다.”
"뭐? 기업인?"
“왜? 너만 회사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냐?”
에드워드의 말에 리처드와 권 회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것도 당연한게 에드워드는 법을 어기고 온갖 일을 해온 암상인이었다.
그런데 뭐?
“장난해? 고작 브로커 주제에 기업인? 그리고 저 꼬마가?”
그들이 황당하다는 듯 주헌을 보자 주헌은 킥 비웃었다.
“그레이브 코퍼레이션이라고 들어봤나?”
“........!”
곧 그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들어본 적은 있다.
최근 갑자기 무섭게 각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유망한 기업들을 아주 좋은 조건에 흡수하고 있는 미친놈이 있다는 것을. 조건이 너무 좋아 너도 나도 컨텍 받길 원하거나 제휴를 맺고 싶어하는 기업도 많았다. 그리고 그 놈은 각 시장을 꽉 쥐고 있는 바이어들을 매수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각 시장에 침입하고 있다고.
뭔 짓을 하려는 지는 몰라도, 그 놈이 그레이브 코퍼레이션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는 말은 은밀하면서도 유명한 소문이었다.
그런데 왜 그걸.
“설마 그 미친 놈이 너였냐?”
그러자 주헌이 도발하듯 웃었다.
“머지않아 TKBM 도 사들일 수 있게 되면 좋겠군?”
저 건방진 놈이!
아무래도 저 놈이 에드워드와 손을 잡고 기업을 세워 꿍꿍이를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암상인과 빽도 없는 놈들이다.
뭔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허, 둘이 뭔 짓을 꾸미고 있는지 몰라도 네 깟놈 하나 짓 밟는 게 힘들 것 같나?”
“해보시던가? 니들이 그래봤자 홀튼가를 짓밟으려는 꼴이 될텐데.”
“뭐, 뭐야?”
“그레이브 코퍼레이션의 투자자는 홀튼가거든. 꽤나 신경써서 지켜보고 있으니 덤비다가 박살 나지나 말라고.”
“.....!”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들의 얼굴이 기어이 무너졌다.
홀튼가의 재력을 모르는 그들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재력 뿐일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인맥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빌어먹을. 왜 하필이면!’
결국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주헌은 사실 불로초를 활용한 작은 사업아이템을 만들려고 했을 뿐이었다. 물론 문외한인 부분이라 노동력과 연구인력, 유통망을 뚫는게 좀 어려울거 같다고 그 점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그쪽 분야는 홀튼가도 문외한이었는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에잇. 까짓거 제약 회사들을 통으로 사서 부려먹자. 그리고.’
‘보따리 장사도 멋지지만, 은인이지 않나. 보답겸 선물을 주겠네.’
그러더니 홀튼가는 주헌이 바라는 유물 관련 사업의 큰 기반을 뚝딱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무섭게 수면 위에 드러나기 시작한 그레이브 코퍼레이션.
주헌은 그 회사의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한 실질적 주인이었다. 에드워드는 거기에 대외적인 대표로 고용했을 뿐이다.
곧 에드워드는 낄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TKBM 도 듣자하니 무덤 관련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어디 얼마나 잘 할 수 있지 보자고.”
“에드워드!”
“과연 내 정보망 없이 니들이 그 사업을 얼마나 잘 이끌어갈지는 모르겠다만 말이야.”
“저 배신자가!”
그들은 이를 갈았다.
에드워드가 이런식으로 나올줄은 미처 몰랐다.
그럴 때였다.
“홀튼가도 무덤관련일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게 사실이라는 거군요.”
“전해! 유물의 회의적이던 사람들까지 마음이 바뀐 거야!”
기자들은 좋은 떡밥이라면서 받아 적었다.
세상은 유물을 두고 사업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거부들 같은 큰 손들이 움직이면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돈의 단위가 달라지니까.
그리고 기자들이 침을 튀기며 권회장과 리처드를 물고 뜯기 시작했다.
“그럼 회장님! 교수님! 표절건과 정신지배건은 사실이라는 겁니까?”
“얼마전 키이라 중장의 사건에서도 그랬듯이 <정신지배> 능력은 굉장히 심각한 능력인데요!”
“사실이라면 회장님도 지탄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일 텐데...!”
그러자 권 회장은 짜증이 난 듯이 소리쳤다.
“그러니까 사실이 아니라고!”
그럴 때 안 되겠다 싶었는지 리처드가 웃으면서 율리안에게 다가갔다.
“여긴 좀 시끄러우니 다른 곳으로 가서 계속 이야기를 하지.”
“그래. 잡음이 너무 많군.”
하지만 율리안은 딱 잘라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딱 잘라 내뱉는 그의 말에 리처드와 권 회장은 황당해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잡음이 많은 건 여기가 아니라 두 분이신 것 같습니다.”
“!”
율리안은 한치의 미련도 없이 뒤돌아섰다.
“오늘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죠.”
“뭐, 뭐라고?!”
그의 태도에 황당한 건 리처드와 권회장 뿐이었다.
“이봐, 지금 저 놈들의 말을 믿는 건가? 생각보다 귀가 얇은 친구군 그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끝내면 피해보는 건 자네야!”
윤시우도 따라 외쳤다.
“구두계약이라도 이건 일방적인 계약파기라고!”
그러나 율리안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고소를 하든 뭐하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냥 계약할 생각이 사라진 것 뿐입니다.”
“기다려! 계약 조건을 더 좋게 해줄테니!”
“필요없습니다.”
“허!”
그 모습에 주헌은 여전히 협박도 아부도 안 통하는 괴상한 철벽이라며 낄낄 웃었다.
그런데 이 때였다.
그들에게서 떠나나 싶었던 율리안이 슬쩍 주헌을 응시했다. 사실 율리안은 갑자기 나타난 주헌이 꽤나 신경이 쓰였다.
표절건도 그렇고, 정신지배건도 그렇고. 그정도로 자신있게 말하는 걸 보면 자신처럼 분석계의 유물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어지간히도 뻔뻔한 사기꾼이던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주헌...서주헌이라고 했나.’
꽤 강한 지배력을 가졌다.
그리고 또 확실한 건 그가 다른 유물사용자들과는 좀 달라보인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흉악한 유물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 같군. 형태는 까마귀?’
제갈공명의 유물 덕분에 그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그랬기에 그는 주헌에게 관심을 가졌다.
“너 이름이 뭐지?”
그러나 주헌은 가볍게 비웃었다.
“그런 건 알아서 알아봐라.”
“...........”
참 뭐하는 놈인가 싶었다. 그리고 오히려 주헌은 율리안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너 동생이 하나 있지?”
“!”
율리안은 깜짝 놀랐다.
그 반응에 주헌은 미소를 지었다.
“어디에 있는지 내가 알려줄까?”
주헌은 제갈공명과 손을 잡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러 가지로 성격이 안 맞았으니까.
하지만 놈이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도 원치 않았다. 적의 밑에 들어가게 될 경우 주헌은 그를 제거해야만 했으니까.
‘그러니 가장 좋은 건 나한테 유물을 넘기는 것이다.’
“네가 동생을 찾고 있는 건 알고 있다. 위치를 알려주지. ”
‘그 대신 제갈공명의 유물을 넘겨라.’
주헌은 씨익 웃었다.
동생이 제갈공명의 약점이라는 걸 잘 알았다. 놈은 동생을 찾기 위해 유물을 사용하게 된 것이었고, 과거에도 그렇게 놈은 권 회장의 밑에 들어가게 된 거니까.
동생을 위해서라면 가진 유물도 내놓을 아주 착하고 바람직한 오빠란 것도 안다.
물론 동생을 찾아준다 해놓고 부려먹기만 한 권회장과 똑같은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확실하게 비즈니스 거래를 할 생각이었다.
‘자 그러니 낚여라.’
하지만.
뜻 밖에도 들려온 말은 한숨 섞인 한마디 였다.
“제의는 고맙지만 이미 소용없다.”
“?”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몰라도 동생은 이미 찾았어.”
“!”
“그리고.”
율리안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동생은 한 달 전, 내 눈앞에서 죽었다.”
그러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동생을 찾은 걸로도 모자라서 이미 죽었다고?’
“그거 진짜 동생이었나?”
“진짜였다. 어쨌든 생각해주니 고맙군.”
그 말을 하고 율리안은 주헌에게서 떠나갔다. 곧 그가 멀어지자 주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율리안은 이 당시에 동생을 찾지 못해 권 회장에게 낚여 들어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동생이 죽다니.
‘죽긴 뭘 죽어. 연예인 하던 걸 내가 찾아서 네 앞에 대령해 줬는데.’
그게 대충 10년 후. 그러니 동생의 존재는 10년 뒤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설마...’
아무래도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때였다.
“사람을 방해하는 고약한 취미를 가진 것 같군.”
기자들에게 맹공격을 당하다가 겨우 뿌리치고 나온 권 회장이 주헌을 향해 이를 갈고 있었던 것이다.
“감히 사람을 모함하다니.”
그러자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왜? 틀린 말은 아니잖아. 영감.”
그러자 빡치긴 빡쳤는지, 권 회장이 강력한 지배력을 실었다.
쿵!
정복의 유물이 발동된 것이다.
“잘 말했다. 그럼 어디 한 번 해볼까. 내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나 없나!”
그럴 때였다.
스산한 오라가 폐쇄되어 있던 파티장을 장악했고, 내부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러더니 주헌과 유재하, 에드워드를 쏘아보는 것이었다.
주헌은 웃음을 흘렸다.
‘나왔구나, 정복자의 지배.’
그런데 바로 그럴 때였다.
“잠시만요! TKBM 회장님! 그 놈은 제가 좀 손봐야 겠습니다!”
뜻 밖에도 오스틴 록펠러가 나타난 것이다. 그를 보고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풀려났냐? 성추행범?”
“성추행범이 아니니까 당연하지! 이 빌어먹을!”
주헌은 놈 따위야 크게 신경 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주헌이 천연덕스럽게 탈출 유물을 쓰려는 순간.
쿠웅!
[주의. 세상을 이분하는 강력한 오라가 당신을 위협합니다.]
오스틴 록펠러는 이를 갈면서 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 자식. 너도 내 포교 활동에 동참해줘야 겠다!”
[조로아스터의 아베스타 (경전) - (SS급- 신급 / 귀속성)]
크리스찬, 불교, 이슬람의 모태가 되었다고 하는 조로아스터교. 쉽게 말해 종교계의 유물이다. 그리고 그 유물은 강력한 오라를 내 뿜었다.
그런데 그걸 본 주헌이 눈을 반짝였다.
왜?
‘이상하다. 저건 <포교왕>이 가지고 있던 건데.’
유물 사용자의 정점에 선 15인의 왕중의 왕 사황.
그 중 포교왕.
저건 교주로 유명했던 이슬람권의 그 남자가 가지고 있던 사황 유물인데.
근데 그걸 왜 쟤가 가지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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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9. 15 후반부 일부수정)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