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86화 (86/409)

00086 한 자리에 모인 왕들  =========================================================================

< 한 자리에 모인 왕들 (1) >

“하하! 이게 누구야, 우리 은혜를 다 갚아도 모자를 서주헌 이사님과 홀튼가의 여신님이 아니신가.”

판도라의 파티장.

백색 수트의 에드워드는 파티장에서 주헌을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터트려댔다. 아무래도 키이라가 사라지고 나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그인 것이 틀림없었다.

키이라가 사라지자 CIA의 추적도 느슨해진 것이다.

사실 지금 미국 내에서 키이라는 완전히 대역죄인이 되어 있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야 키이라를 지지하니 어쩌니 하기도 했지만, 전세계적으로 맹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은 빨리 이 치부를 덮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것이다.

[미국은 유물 관련건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지겠다.]

[TSOF 해체 명령.]

에드워드 건도 키이라가 대통령을 통해 의뢰한 건이었기 때문에, CIA는 일에서 손을 떼버렸다. 미국 대통령이 키이라와 관련된 건은 모두 손을 떼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물론 그렇게 일이 잘 풀리기 까지는 홀튼가의 힘이 매우 컸다. 홀튼가의 인맥 중에는 미국 정계에 침투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노숙자 신세는 면하게 된 에드워드의 표정은 밝을 수 밖에.

“이게 다 자네 덕분이야!”

주헌은 자신에게 악의없는 아부를 하는 에드워드를 보며 킥 웃었다.

“사업을 해야 하는데 계속 도망자로 살게 되면 쓰나.”

주헌은 싱긋 웃었고, 유재하는 그런 주헌이 무섭다는 듯 몸을 떨었다.

왜?

주헌의 옆에 있던 자신은 조금만 머리를 굴려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에드워드가 키이라의 음모에 휘말렸었고, 주헌이 거기서 구해준 것 같지만 글쎄.

‘영감...당신 단장님의 술수에 넘어간 거야....’

새로운 노예의 등장에 유재하는 눈물을 훔쳤다.

애초에 유물을 복제해서 에드워드를 함정에 넣은 것은 자신들이 아니었나.

아니나 다를까.

홀튼가 얻기, 방해꾼인 TSOF의 해체, 그리고 에드워드의 충성.

삼박자를 위해 키이라를 몰아넣고 처리했던 주헌은 계획대로라는 듯 악마처럼 낄낄 웃었다.

‘유물과 관련해서 에드워드보다 잘 팔 수 있는 놈은 없지.’

실제로 에드워드를 손에 넣은 주헌은 비즈니스 계약(이라고 쓰고 함무라비 이면계약이라고 읽는)을 맺고 회사 하나를 세우기로 했다.

홀튼가의 적극적인 투자와 에드워드의 영업력을 기반으로 한 기업.

첫 시작은 불로초를 기반으로 한 제약회사였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유물유통거래를 책임지게 될 글로벌 기업이 되리라.

‘유물의 시대에서 유물유통은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다.’

단순히 돈문제가 아니었다.

유물은 유용한 도구지만, 동시에 지배의 수단이 된다.

유물은 수 많은 사업의 대체제가 되었고, 의료품, 생활 필수품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리고 독식자들은 유물시장을 완전히 제압해 멋대로 휘둘렀다.

그 꼴을 보기 싫으니 일찌감치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 잡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디 재주 좀 부려봐라, 재물왕. 잘하면 뼈다귀는 꼬박 꼬박 던져주지.’

그리고 주헌은 임원진에 이름을 넣었지만, 사업과 관련해서는 에드워드에게 대부분 일임했다.

어차피 모든 일에는 적재적소가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파산왕, 사기왕, 재물왕을 손에 넣은 주헌이 입맛을 다실 때였다.

“확실히 우리 이사님은 꽤 시선을 받는 군.”

아무래도 여기저기서 주헌을 응시하는 시선을 느낀 건지, 에드워드가 낄낄 웃었다. 그 말에 유재하는 쯧 혀를 찼다.

“단장님만요? 나는요?”

“미안. 자네따위는 묻혀서 하나도 안 보여.”

“뭐라고요?!”

그랬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여자들대로 주헌에게 관심을 가졌고,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아이린과 함께 있는 주헌을 부러워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아이린의 시선은 주헌을 향했다.

180cm 가 넘는 장신에 다지기 시작한 몸, 호감가는 외모, 20대 초라고 보기 힘든 어른스러운 분위기와 노련함. 주헌은 파티장 여성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내심 신경이 쓰일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파산의 유물이 주인의 무의식적인 감정의 변화에 반응합니다.]

“응?”

문득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순간!

“엄마야! 내 드레스가!”

“꺄악! 내 스타킹!”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와인을 비싼 드레스에 쏟는 둥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졌다.

다들 작은 사고라고 생각하겠지만, 주헌은 확실히 알았다.

파산의 유물이 무의식적으로 발동한 것이다.

물론 주헌이야 주변에서 드레스나 가방, 스타킹 따위가 찢겨 나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좀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왜?’

이 때였다.

“네가 서주헌이냐?”

뜻 밖의 인물이 주헌을 찾아왔다.

* * *

주헌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웬 잘생긴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호쾌하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오스틴 록펠러라고 한다. 네가 TKBM의 회장을 상대했다는 서주헌이지?”

오스틴은 눈을 곱게 접으며 웃었다. 그리고 이 파티에 인재영업을 위해 찾아왔던 그는 주헌에게 아주 큰 볼 일이 있었다.

'권 회장과 키이라를 물 먹였다는 놈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고.'

강한 유물 사용자인 그는 본능적으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쓸만하면 내 부하로 삼아주지. 영광으로 알라고.'

반면 사람들은 그의 등장에 술렁거렸다.

“아, 나 저 사람 알아. 미남 상속자로 TV에 나온 적 있어!”

“이번에 히트친 영화도 찍었잖아. 베스트 셀러 음반이랑 책도 냈고.”

“세상에, 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

사람들은 너도 나도 오스틴 록펠러를 알아보았다. 심지어 옆에 있던 유재하나 에드워드까지 알아볼 정도니 말은 다한 셈이었다.

“와, 저 사람이 쓴 책 짱 좋아하는데!”

너도 나도 사인을 받아야 겠다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를 본 기자들도 화제거리라며 카메라를 들고 우르르 달려왔다.

“오스틴이 누구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지?”

“먼저 악수를 청하다니!”

그러나 주헌 만큼은 오스틴의 악수도 받지 않고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무안해진 오스틴이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실물을 보고 너무 놀라서 생각이 굳어버렸나?”

오스틴은 그럴 수도 있다며 웃으면서 만년필을 꺼냈다.

그건 유물이었다.

기능은 간단했다. 상대에게 존경심과 팬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유물. 그걸 꺼낸 록펠러는 흑심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서주헌 이 건방진 놈. 일단 내 포로부터 되라.'

실제로 이걸로 자신에게 넘어온 경제, 정계, 경찰 인맥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심지어 판도라 소속의 유물 사용자들 조차도.

그러나 시커먼 꿍꿍이를 품은 록펠러는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손을 내밀었다.

“아무거나 줘봐. 사인이라도 해줄테니.”

“와, 부러워! 단장님! 저도 사인 좀 받아줘요!”

'자, 넘어와라.'

하지만 그 때였다.

콰직!

빼앗긴 오스틴의 만년필이 사정없이 부서졌다. 주헌의 짓이었다. 그 모습에 오스틴도, 구경꾼들도 기겁해서 비명을 질렀다.

“꺄악! 저 수제 만년필 분명 오스틴의 애용품 아니야?”

“분명 잡지에서 수억짜리라고 했는데....! ”

그러나 태연하게 그 수억짜리를 망가트린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 새끼가 뭔 수작이야.”

“뭐, 뭐?”

“니놈이 뭐해 먹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주헌은 아프다며 엉엉 우는 만년필을 내던지며 사납게 입꼬리를 올렸다.

“유물로 헛짓 하면 죽여버린다.”

“!”

그러자 사람들이 술렁였다.

“유, 유물이라니 무슨!”

“유물의 기운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놀란 건 유재하, 에드워드, 아이린도 마찬가지였고, 정작 유물이라는 걸 들킨 오스틴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자식.’

완벽하게 위장을 시켰고, 오라의 기운도 없앴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러나 주헌은 웃었다.

물론 록펠러는 완벽하게 유물의 기운을 숨기고 있었다. 주헌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단지.

'상대가 나빴다.'

옆에 있던 유재하는 그리 생각하며 미간을 짚었다.

왜?

주헌은 왕가슴 앞에서도 유물에게 정신이 팔릴 정도로 유물 덕후였다.

주헌조차도 오라는 느끼지 못했지만 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0.0000001g 정도의 무게 차이가 나는 듯한 느낌의.

그리고 오스틴은 그것만으로 상대의 물건을 박살내는 되먹지 못한 상대를 만난 것일 뿐.

동시에 주헌은 딱걸렸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정도급의 실력자면 신급 유물 소지자다.’

실제로 과시하는 건지, 신급 유물의 냄새도 풀풀 나고 있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이상하다. 기억에 전혀 없는 얼굴인데.’

이정도급 유물을 소지한 유물 사용자면 주헌이 기억을 못할 리가 없었다. 신급 유물 소지자면 대부분이 왕급이거나, 아무리 못해도 꾼급이니까.

실제로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날고 기는 놈들은 주헌에게 익숙한 놈들이었다.

특히 왕급 중엔 이를 갈만한 원수도 있었고, 유쾌한 놈도 있었고, 과거 몸을 섞었던 여자도 있었다.

그런데 오스틴 록펠러라고?

‘그 잘난 록펠러 가문 중에 남자 유물 사용자는 한 명도 없었다.’

여자 사용자 쪽이라면 좀 잘 아는 녀석이 있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미묘하긴 하지만 곧 그러려니했다.

자신의 기억에 없는 유물 사용자라면 여러가지 이유로 초반에 아웃 되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유물 사용자야 아웃되는 이유도 다양했고 말이다.

어느쪽이든 초반에 아웃당한 거라면 자신의 상대는 아니라는 의미겠지만.

'어쨌든 먹이가 굴러 들어왔군.'

주헌은 마침 잘 됐다는 듯 손가락을 까닥 거리며 도발했다.

“덤벼라. 진짜 유물 사용법을 알려주마.”

“뭐야?”

그리고 씩씩 거리는 그를 보면서 주헌은 느긋하게 웃었다.

'네놈의 유물은 잘 가져가주지.'

그렇게 주헌이 슬쩍 화랑의 검을 뽑아 들려고 할 때였다.

“하하. 고아원을 지원해주고 계시다니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는 군요.”

“아닙니다.”

어?

터져나오는 큰 목소리에 주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소란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들린 곳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잠깐. 이 목소리는!’

주헌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것도 그럴 법한게 주헌의 기억대로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꼭 당신의 사업에 힘이 되고 싶군요. 회장님도 좋게 받아들이실테고요.”

거기엔 권 회장과 리처드가 있었다.

그리고 주헌의 시선에 따라 그 둘을 본 유재하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유재하에겐  둘이 죽여도 시원치 않은 원수들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 개새끼들이 여긴 왜...!”

하지만 사실 둘은 그렇다 쳤다.

권 회장도 퇴원했겠다, 판도라 소속인 그 둘이 이 곳에 있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단지 문제가 되는 건 그 둘이 대화하고 있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좋게 봐주시니 영광입니다.”

권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는 독일인은 바로.

‘율리안 뮐러!’

자신이 권 회장의 오른 팔이었다면, 제갈공명의 유물을 소유한 저 놈은 권회장의 왼팔로 불리는 놈이었다.

권 회장을 사황의 자리까지 끌어 올린 것은 자신의 공도 있었지만, 저 놈의 공도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그만큼 주헌이 인정하는 몇 안되는 놈 중 하나다. 성격이 좀 안맞았을 뿐, 여러모로 인정할 만한 사내였다.

그러나 그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에 주헌은 다급해졌다.

‘저 놈이 지금 권 회장과 친해지는 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

저놈이 권회장에게 붙는 순간, 권회장은 자신조차 버거워질정도로 날개를 달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주헌은 드물게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봐, 유물 사용법을 알려준다고 지껄여놓고 어딜 가는 거냐?”

도발당한 오스틴이 이것보라는 듯 주헌을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귀찮아진 주헌이 재빨리 부하들을 불렀다.

“이봐. 판도라 기관에 가서 이 새끼 끌고 가라고 해라.”

"네? 아니 끌고가라고 해도 어떻게...."

하지만 당황해하며 고민하던 아이린이 곧바로 외쳤다.

“어....어....아저씨! 여기 성추행범 있어요!”

"뭐?!"

동시에 판도라 경호원들이 급하게 달려와 오스틴을 붙잡았다. 오스틴은 황당해했지만, 미소를 짓는 주헌은 그를 개무시하며 자리를 떴다.

이 놈의 유물도 탐나긴 하지만, 율리안 뮐러와 비교하라고 하면 우선순위가 확 달라졌다.

그리고 졸지에 누명을 쓴 오스틴이 황당해서 소리를 쳤다.

“야! 이자식, 어디가!”

“꺼져라. 성추행범. 지금 네 놈 따위를 상대 할 때가 아니다.”

“뭐, 뭐라고? 아씨, 야! 나 아무짓도 안했다고! 이거 놓고 말하라고! 야! 거기서!”

주헌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 작품 후기 ============================

(16. 9.15 일 일부수정)

흐엉 ;ㅅ; 나 암짓도 안했는데 억울행!!!!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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