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4 잘가라, 첫번째 탈락자 =========================================================================
< 잘가라, 첫 번째 탈락자 (4) >
곧 눈부신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 빛과 함께 키이라의 모습이 변했고, TSOF의 표정도 변했다.
“!”
그리고 빛이 터진 순간 TSOF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아니 그도 그럴 법한 것이 눈 앞에는 절대로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광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키, 키이...”
분명히 벌레가 있던 곳에 엎드려 있는 사람이 있었다.
흐트러진 검은색 긴 머리에 피투성이로 변한 알몸.
저건 분명....!
“키이라 중장님!”
그렇다.
자신들이 신나게 총으로 구멍을 뚫은 상대는 다름 아닌 키이라였던 것이다. 알몸 상태의 키이라는 쿨럭 쿨럭 피를 토하면서 부하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버러지들이...!”
“중장님!”
부하들은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젠장,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그러나 독이 바짝 오른 키이라는 괘씸한 부하들을 향해 이를 갈았다.
“상관도 못 알아보는 멍청한 것들...!”
“그, 그게 아니라!”
“닥쳐라! 너희들은 전부 사형이다!”
하지만 이어서 터지는 웃음소리에 키이라는 고개를 돌려야 했다.
“경치가 좋네, 장군님.”
“!”
주헌이 계단 위에서 웃음을 터트린 것이었다. 변신이 풀린 탓에 알몸이 되어버린 키이라의 몸매는 훌륭했다.
그 뿐인가?
[주인이 심각한 부상을 입어 지배력이 흔들립니다.]
[전쟁의 유물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주헌은 그걸 보면서 흡족하게 웃었고, 키이라는 분노에 차 이를 갈았다.
“서주헌, 이 개자식!”
그래도 괜히 왕급은 아닌 듯, 키이라의 압도적인 지배력이 주헌을 위협하고 들었다. 하지만 주헌은 날카롭게 웃었다.
“조금 더 감상하고 싶지만 이제 니들한테는 볼 일 없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강력한 오라가 터져나왔다. 유재하가 들고 있던 고흐의 미완성 그림 유물을 발동 시킨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미완성 그림(?) (S급(?) - 영웅전설급(?) / 소모성)
-사용 가능 횟수 (7/10)
빈센트 반 고흐는 본래 반드시 그림을 완성하는 화가였고, 마지막 유작으로 추정되는 나무뿌리는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반 고흐가 자살이냐 타살이냐는 분분하지만 어쨌거나 재탄생한 유물은 스스로를 완성 시키고자 온갖 것을 빨아 들였다.
그리고 그 유물이 지금 발동 되었다!
쿵!
“으아아악!”
“이 놈이!”
그림은 무시무시하게 TSOF를 빨아 들여댔다. 여왕개미를 지키러 왔던 일개미들이란 일개미들은 모조리 그림에 빨려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나무 뿌리 그림 위에는 새로운 그림이 채워졌다. 키이라를 구하러 왔던 TSOF 가 고흐의 그림체로 변해 캔버스에 채워진 것이다.
무사히 발동 된 유물을 보며 주헌은 웃었다.
“이제 네 차례다.”
하지만 부하들이 빨려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키이라는 비웃었다.
“멍청하긴! 그건 원래 우리가 사용하던 유물이다. 그 그림에 빨려 들어간다 한 들 빠져 나올 방법도 모를 것 같....!”
“닥치고 들어가라.”
“으아아악!”
결국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 키이라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 역시 알몸의 형태로 캔버스 위에 나타나고 말았다.
그리고 전원 그림에 들어가자마자 주헌은 재빨리 유재하를 바라보았다.
키이라의 말대로 그림에 놈들을 처넣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1호. 발동 시켜라.”
“맡겨주시죠.”
곧 유재하가 원래 가지고 있던 유물을 꺼내 들었다. 얼핏보기엔 평범한 유화용 붓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유물을 발동 시키자 붓 끝에 자동으로 물감이 맺혔고, 곧바로 고흐의 그림에 덧칠을 했다.
고흐의 터치감을 살려 최대한 열심히 촉수 괴물을 그려 넣은 것이다.
물론 평소에 뭘 보는 건지, 붉은색 촉수 괴물의 묘사는 상당히 리얼했다.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으아아악!”
“끄아아악!”
그림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곧 그림에 그려져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바뀌었다.
그냥 서 있던 TSOF와 키이라가 촉수 괴물에게 붙잡혀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실제로도 이들은 그림 속에서 괴물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고 있을 것이고 말이다.
“끄아아악! 이거 놔!”
“이거 놔라! 웅읍! 나가면 제일 먼저 너부터 죽여버릴테다!”
그리고 주헌은 그림의 광경을 보면서 감탄했다.
“잘 그렸는데? 다들 엄청 괴로워하고 있겠군.”
칭찬을 받자 유재하는 입이 찢어졌다.
“헤헤, 제가 한 그림 하잖습니까. 더 콱콱 조여 볼까요?”
“그래, 너만 믿는다.”
주헌이 칭찬하자 주헌의 옆을 기웃 거리던 동아줄이 질투하듯 흥분했다.
[#$*&*!]
나도 잘 묶을 수 있는데! 나도 잘 묶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동아줄은 유재하나 그림 속 촉수를 라이벌로 의식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동아줄이 삐죽 거리거나 말거나 주헌은 그림 속에서 괴로워하는 TSOF 에게 말했다.
“자. 너희 TSOF 의 군사정보를 불어라. 그럼 그림에서 꺼내주지.”
물론 그림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네놈의 말에 따를 거 같냐!”
“꺼져라! 죽여버릴테다! 이 변태야!”
“장군님을 능욕하고 들다니!”
“1호야.”
“옙.”
유재하는 태연하게 표면 묘사에 들어갔다. 그렸던 촉수에 끈적 끈적한 액체를 그려넣기 시작한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으아아아악! 뭐야 미끌 미끌해!”
“기..기분이!”
“흐윽!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마안!”
“가지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이걸 줄테니까! 흐, 흐앙! 살려줘!”
부하들의 외침에 키이라가 이를 갈았다.
“이 머저리 같은 것들! 적의 협박에 넘어가다니!”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들은 뭐든지 하고자 했다.
이 때 그림에 새로운 오브젝트가 생겨났다. TSOF 가 떨어트린 건지, 그림 속에 USB 같은 검은 물체가 새로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주헌은 그 물체에 손을 올리며 지배력을 실었다.
그러자 거친 터치로 그려진 USB는 그림 밖으로 나오면서 실제 물건으로 변했다.
틀림없이 TSOF 가 들고 있는 미군의 유물정보와 사령부의 인사정보 등이 담겨 있는 정보이리라.
그리고 재빨리 노트북을 가져온 주헌은 USB를 연결해 내용물을 확인했다. 하지만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칫, 암호가 걸려있군.’
“1호. 암호도 불게해.”
“들었냐! 불으라고 하신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재하는 밧줄과 채찍, 깃털까지 쥔 고문관을 그려넣었다. 그리고 고문관이 나타나자 마자 그림에서는 또 다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이고! 그만해라 이놈아!”
“으, 으하하하! 아, 암호는...!”
괴로움에 못 이긴 부하들이 암호를 말하려고 하자 키이라가 욕설을 흘렸다.
“이것들이 정말 미국을 팔려고 하나! 우, 우웁!”
“암호는 Veni, vidi, vici!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곧 암호를 입력해 넣던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됐다.”
그 말에 그림 속 군인들은 필사적으로 주헌에게 매달렸다.
“그럼 이제 우리를 꺼내줘라!”
“제발!”
“끄아아악!”
그 말에 유재하는 어떻게 할거냐는 듯, 슬쩍 주헌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그려 넣은 유화물감을 거둬내느냐 마느냐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얘네 살려줘요?”
그러나 주헌은 웃었다.
“돌았나?”
주헌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그림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더니 까무러칠 만한 행동을 하고 말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림을 난로에 집어 넣은 것이다!
“끄아아악!”
주헌은 유물과 함께 놈들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려는 것이었다. 이 유물은 형체가 사라질 때 안에 갇힌 것들도 함께 사라지는 구조였으니까.
'키이라의 유물은 강하지만 리스크가 구려서 쓸모없다.'
비슷한 효과를 내는 유물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난로속에 들어간 그림은 유물로 만들어낸 불길에 의해 순식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아악!”
“으아악! 살려줘!”
그림은 불타오르고 그림 내부의 군인들은 비명을 질렀다. 키이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괴로운 듯 울부짖으면서 씩씩 거렸다.
“서주헌 이 자식! 가만 안두겠다!”
그러나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잘가라, 사황. 네 자리는 내가 차지해주마.”
곧 그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키이라와 TSOF 역시도.
* * *
[키이라 클라크 중장 행방불명, 생사불명]
[키이라 직속 TSOF 핵심인력 전원 행방불명, 미국무덤발굴단 TSOF 붕괴되나.]
[TSOF 유물 정보 하루밤 사이에 사라져.]
주헌은 그 기사를 보며 낄낄낄 웃고 있었다.
이것으로 초반부터 큰 세력을 자랑하는 미국 발굴단을 한 꺼번에 처리했다. 놈들이야 그림과 함께 소멸했을 수도 있었고, 그것도 아니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세계를 떠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운이 좋으면 수천년 후에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방해꾼은 사라졌다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주헌에게는 충분했다.
게다가 키이라를 보내고 나자 좋은 타이틀도 하나 얻게 되었고 말이다.
[<여신을 취하게 한자>의 칭호를 얻게 되었습니다.]
[파괴 유물에 한정해 적합력이 상승합니다.]
[지배력이 상승합니다.]
[여신계열 유물을 접하게 될 시, 지배력이 일시적으로 더 상승합니다.]
[여신을 상대할 수 있는 유물을 제조할 수 있게 됩니다.]
[상급 유물에 대한 감지 능력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런 주헌의 귀에 남자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으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건 바로 조지 홀튼이었다.
“진짜 이걸 해야 하냐고!”
그렇다. 지금 이들은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었다. 이번 일이 모두 좋게 해결 되고, 지금은 홀튼 가문의 호화 여객선을 타고 휴가를 만끽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지홀튼은 레쉬가드만 입은 채 배의 앞머리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바로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지 홀튼은 파르르 떨면서 외쳤다.
“야, 이씨 아무리 나라도 태평양에 빠지면 죽는다고!”
그러나 홀튼가의 지원을 받아 한가롭게 썬베드에 누워있는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왜? 부모님을 살리는데 성공하면 분명 태평양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한 건 너다. 잊었나?”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사내는 입으로 꺼낸 말을 지키는 거다.”
“아이씨!”
“그리고 전재산도 내놔라.”
“으악!”
“분명 내놓는다고 했다.”
“아오!”
저 태연하게 재산을 빼앗으려는 놈 좀 보라며 조지 홀튼이 비명을 질렀다. 안그래도 아이린이 주헌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눈치챈 그는 분노에 파르르 떨고 있는 중이었다.
“젠장! 아버지, 어머니, 저 놈은 은인이지만 굉장히 위험한 놈입니다! 재산도 딸도 다 가져갈 놈이라고요!”
그러자 보다 못한 유재하가 비싼 고기를 물어뜯으며 조지홀튼에게 다가갔다.
“거참 말 많네. 잔말말고 좀 빠져요.”
그리고 얄밉게 조지를 뱃머리에서 밀어버렸다.
그러나 그 순간!
“에라이, 너도 같이 빠지자! 이 사기꾼아!”
“으악!”
결국 사이좋게 다이빙한 조지홀튼과 유재하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곧 동아줄 유물이 그들을 끌고 올라왔고, 수영복을 입은 아이린과 홀튼 부부가 껄껄 웃으며 나타났다.
불로초의 힘으로 건강을 되찾은 부부는 주헌에게 몹시 감사해했다.
“주헌씨 덕분에 우리 일가는 모두 목숨을 건졌습니다."
비단 목숨만 건졌는가? 불로초의 효과는 상당해서 (?) 특히 아이린의 부친이 밤에 날아다니게 되었다며 굉장히 기뻐했다. 그렇게 홀튼 부부는 주헌을 몹시 마음에 들어했다. 물론 가족들의 생명의 은인이니 당연할지도 몰랐지만.
“뭐든 바라는 게 있으면 말만 하세요. 홀튼가가 전력을 다해 힘이 되어주겠습니다.”
주헌은 그들이 무사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이번 일의 수익에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불로초와 차 사업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사업 쪽은 에드워드에게 일임해놓고 자신은 계속해서 무덤을 털어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럴 때였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나보군.]
누군가가 주헌에게 말을 걸어왔다.
============================ 작품 후기 ============================
흐억 ;ㅅ; 흐억 ;ㅅ;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