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1 잘가라, 첫번째 탈락자 =========================================================================
< 잘가라, 첫 번째 탈락자 (1) >
핸드폰에는 키이라에 대한 긴급 뉴스가 떠오르고 있었다.
[충격 영상제보, 유물로 흑인 어린이들 정신 지배? 잇따르는 증언들.]
[가나 대통령 사무엘, “현대판 흑인 노예, 미국에 유감. 판도라 탈퇴하겠다.”]
[흑인 과격 단체 “미국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행위.”]
올라오고 있는 뉴스들은 나름 아닌 주헌이 털고 나온 가나의 무덤 건이었다. 주헌이 서복의 유물과 신농의 유물을 들고 나왔던 바로 그 무덤 말이다.
미국 TSOF 사령부 장군이 아프리카 흑인 아이들을 조종해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국제적으로 퍼지고 있었다.
물론 그곳에서 착취 당하던 아이들은 지역의 특성상 흑인의 비율이 높았을 뿐이지, 굳이 흑인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굉장히 편파적인 뉴스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뿐인가?
[가나 흑인 어린이 유괴, 강제 노역의 유력한 배후자로 미국의 키이라 중장 지목.]
[미국 외무부 긴급 기자 회견 발표. “우리는 그녀와 관계가 없다.”]
어떻게 된 것인지 유력한 용의자로 키이라 장국인 지목되고 있는 상황. 그녀와 관계가 깊을 미국 외무부 및 펜타곤에서는 긴급 기자 회견을 벌일 정도였다.
그녀의 행보는 1면을 장식할 정도였는데, 최근 유물과 무덤 문제는 테러사건 만큼이나 비중있게 다뤄지는 만큼 당연할지도 몰랐다.
심지어 인간을 조종하다니!
정말 그런 일이 현대에서 가능하다면 막말로 미쳐서 3차 세계 대전까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엔 미국에서 민감한 인종문제까지 겹쳐 난리도 아니었다.
[“그 누구도 흑인을 탄압하는 자를 장군으로 원하지 않는다.” 키이라 중장 퇴출 운동 진행중.]
[흑인 단체와 KKK단의 충돌. 유물 사용자 난입으로 피해자만 수천여명. 미국 전체가 긴장.]
한국에 뜬 기사가 이정도이니 이미 세계 곳곳이 난리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미국의 처사는 간단했다.
[美 제임스 대통령, 참모진들과 긴급 회의.]
[펜타곤 “키이라 클라크 소환 반대, 인간을 조종하는 자를 들일 수 없다”]
[키이라 클라크에 대해 파면이 결정되나?]
주헌은 잇따르는 소식을 보면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헌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서주헌! 네 놈의 짓이냐!]
뉴스를 접한 건지, 스피커 모드로 들려오는 키이라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무덤을 부숴버린 주헌 밖에 없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씩씩 거리는 그녀를 향해 주헌은 느긋하게 웃었다.
“오, 이제 파면될지도 모르는 장군님. 유명인이 되신 소감은 어떠신가?”
[너 이자식, 무슨 짓을 한거냐.]
“무슨 짓? 그냥 당신이 하던 짓을 세상에 알려준 것 뿐인데 왜?”
그렇다.
주헌은 무덤에서 흑인 아이들을 부리고 있는 걸 보고 바로 이 계획을 세웠었다.
키이라가 사회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위치로 강등 시키기 위해!
‘장군님. 이미 정복한 무덤이라고 방치해둔 게 안일했다.’
물론 자신이었으니까 유일하게 그 무덤을 헤집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지만.
어쨌든 그 무덤 안에서는 현대식 물건을 사용할 수 있었고, 주헌은 그곳에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촬영해 에드워드에게 보낸 것이다.
'에드워드는 주요 언론사와 연줄이 있다.'
물론 이 일을 위해서 돈을 상당히 퍼붓긴 했지만 그 정도는 상관 없었다.
그리고 주헌이 보내온 영상과 살아남은 아이들의 증언, 미군의 무기, 제압한 용병들의 증언까지 합쳐져 멋진 이슈들이 탄생했다.
언론사들이야 요즘 뜨거울 소재에 대해서 그냥 지나칠 리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신급 유물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리를 지켜주기엔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그런만큼 주헌은 웃었다.
‘바보. 인종차별문제가 미국에서 얼마나 시한폭탄 같은 건데 겁도 없이 그걸 건드려.’
그랬기에 주헌은 사실 중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간추려서 뿌렸고, 키이라는 이를 뿌득 갈았다.
'빌어먹을!'
물론 그녀로서는 좀 억울할지 몰랐다. 그 무덤 안에 누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했을 뿐인데 펜타곤은 모르쇠로 반응하고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가 이렇게 내몰린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설마 에드워드 영감을 일부러 보낸 거냐.]
“이제 알았어?”
바로 에드워드였다. 주헌은 더 확실하게 키이라를 보내기 위해 마리앙뚜아네트 유물을 에드워드에게 쥐어주었다.
눈 앞의 상대에 한정해 악의적인 루머를 생성해내고 그것에 날개를 더 달아주는 유물.
에드워드 영감은 도주생활이 힘들다며 주헌에 대한 정보를 팔겠다고 키이라를 찾아갔고, 유물 사용직후 그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결국 주헌의 공작과 합쳐져 키이라는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인기인이 된 키이라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까불지 마라. 겨우 이딴 걸로 내가 무너질 것 같나!]
“그렇다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인생, 원래 별거 아닌 걸로 훅 가는 거야. 그러니까 언론이 좋아할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애초에 키이라는 인종전쟁이라는 이름으로 흑인과 아시아인에게 유물을 갈취하던 전쟁왕이 아닌가.
“늦든 빠르든 어차피 넌 네 업보에 위협당할 운명이었어."
하지만 주헌의 뻔뻔한 말에 키이라는 눈에 핏발이라도 세우듯, 거칠게 외쳤다.
[닥쳐! 홀튼부부가 내 손에 있다는 걸 잊지마라! 당장 불로초를 가지고 와! 그러면 이 건은 용서해주지!]
주헌은 하하 웃었다.
아무래도 이 여자, 불로초를 미국에 가져가 파면을 면할 생각인 것 같았다. 머리를 굴리는 꼴이 가상하기는 하다만.
“꺼져. 들을 가치도 없다.”
[뭐라고? 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 말에 따르지 않으면 홀튼 부부를 당장 죽여버리겠다.]
상당한 위협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어째서인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시든가? 죽이든 말든 난 신경 안 쓰는데.”
[정말 죽인다고 했다! 들었나? 홀튼 부부를 그림에서 꺼내서 죽여라!]
그 수화기 너머 속 외침에 아이린이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주헌은 괜찮다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호, 홀튼 부부가 없습니다! 납치한 그림 속에 존재하지 않아요!]
[뭐야!]
놈들은 당황했고, 주헌은 느긋하게 웃었다.
“어이쿠, 부부가 없다고? 그럼 아무래도 못 죽이겠네?”
[서주헌! 설마 네 놈의 짓이냐!]
“그래. 비법은 안 알려준다. 기업 비밀이니까.”
곧 키이라가 욕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주헌은 그러거나 말거나 전화를 끊어버렸다.
뚝.
그리고 전화가 끊기자 마자 당황한 아이린이 다급하게 주헌을 붙잡았다.
“어떻게 된거죠?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거 아닙니다. 놈들은 헛고생 한 것 뿐이죠.”
그 말에 조지 홀튼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어머니랑 아버지가 놈들의 그림에 빨려 들어가는 걸 분명 봤다. 그 분들은 도대체 누구냐는 거냐...!”
주헌은 픽 웃었다.
누구긴.
* * *
“뭐라고? 복제?!”
“진짜 부모님은 이미 빼돌렸다고요?”
뉴욕 시내를 가르는 리무진 안에서 조지 홀튼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죽기 직전이었지만, 끔찍하게 쓰던 불로초를 눈물로 삼키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참이었다.
그리고 조지홀튼은 아이린과 함께 기겁하고 말았다.
“그럼 난 줄곧 가짜 부모님을 간호하고 있었단 거냐! 그리고 이 사기꾼이 부모님의 가짜를 만들어 낸거고? ”
조지 홀튼은 눈을 부릅뜨고 유재하를 바라보았다.
신나게 위조그림을 팔아먹었던 유재하는 움찔 했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그래. 칭찬해주지? 내 부하놈은 유물로 뭐든 복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림, 유물, 물건, 형태가 있는 거라면 뭐든지. 진짜 살아있는 건 무리지만, 사람인 척하는 복제품을 만드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니지. 그냥 실물과 너무 똑같은 단백질 인형을 만들어냈다고 보면 된다. 유물을 속일 정도로.”
그랬다.
사실 주헌은 혹시나 홀튼 부부가 노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왜?
과거 아이린이 키이라에게 약점을 잡힌 것이 영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키이라의 성격이라면 수가 뒤틀렸을 경우, 부부를 납치해 아이린을 휘두를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주헌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혹시 몰라 유재하에게 명령해뒀을 뿐이었다. 유물을 복제한 게 아니라 그런지 유지되는 기간도 길었고 말이다.
“자, 그 복제 실력으로 부모님도 무사하시니 째째하게 위조그림을 팔았다고 화내지 말자고. 용서해줄거지?”
“크윽!”
이에 유재하는 감동한 듯 주헌을 보면서 속삭였다.
“단장님, 저 이런 복제유물로 사기치면 진짜 잘 칠 것 같지 않아요? 그러면 단장님한테도 유물 빼돌려서 줄 수 있지 않을까?”
새삼 <사기왕>으로서 눈을 뜨려는 그의 모습에 주헌은 큭큭 웃음을 흘렸다. 산하의 부하가 왕급으로 성장해준다면야 주헌이야 환영할 일이다.
“어쨌거나 진짜 부모님들은 뉴욕에 사둔 펜트 하우스에 잘 빼돌려놨다. 우리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그 말에 조지 홀튼은 입을 떡 벌렸다.
“도대체 어떻게 저택에서 두 분씩을 데리고..!”
“불타는 마카오 호텔에서도 빠져나왔는데 그깟 저택쯤이야.”
바로 그 때였다.
홀튼 부부를 치료하기 위해 리무진으로 이동 중이던 이 때.
다급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수상한 그림이 당신을 위협합니다.]
동시에 뭔가 낌새를 눈치챈 주헌이 급하게 외쳤다.
“당장 차 세워!”
그 급한 외침에 차가 급정거를 했고, 주헌은 재빨리 뛰어 내리라고 했다.
“빨리 차에서 내려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주헌이 하는 말이 틀린 적은 없었기에 유재하는 당황하는 이들을 뻥뻥 차서 차에서 내리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차에서 뛰어 내린 순간.
거대한 리무진은 놀랍게도 어디론가로 빨려 들고 말았다.
빨려 들어간 방향은 5층 건물의 옥상 쪽이었다.
거기엔 키이라와 큰 캔버스 그림을 들고 있는 TSOF 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자동차는 그 캔버스에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조지 홀튼은 그 그림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부모님이 빨려 들어갔던 그 그림이야!”
그 말에 캔버스를 바라본 유재하는 황당해했다.
“엥? 저기에요? 저건 고흐의 <나무뿌리> 명화잖아요? 저거 분명히 몇달 전에 미술관에서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그 말에 주헌은 씨익 웃었다.
뻔했다. 함무라비 법전처럼 실제 물건이 유물화가 된 케이스였다.
그리고 그 그림을 가져온 그녀가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이걸로 전원 붙잡아서 내 무죄를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무죄는 무슨. 죄다 사실이면서 무슨 헛소리야? 거참 바빠 죽겠는데 비키지 좀.”
“닥쳐라!”
곧 키이라는 고흐의 그림을 발동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였다.
쾅!
“!”
당장 그걸 들고 꺼지라는 듯,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캔버스가 두동강이 난 것이다. 당황한 키이라가 유물을 살폈고, 주헌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아이린이 있었다.
[사용자의 감정변화에 파산의 유물이 반응합니다.]
[유물이 폭주합니다.]
[파산의 유물이 전쟁의 유물을 파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에 걸 맞게 아이린이 이를 갈았다. 그녀는 키이라를 명백하게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사실 키이라가 밉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부모님을 노리고, 오빠를 다치게 했고, 이번엔 주헌과 자신들까지.
“당신은 여기서 끝장을 봐야 겠네요.”
그걸 보면서 주헌은 웃었다.
“아무래도 나 대신 상대해줄 사람이 생긴 것 같은데, 장군님?”
“뭐야?”
곧 키이라는 주헌을 쫓으려고 했지만 아이린의 힘에 가로 막혀 부하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헌은 동아줄을 불러 조지 홀튼을 꽁꽁 묶었다.
“우웁! 이거 뭐야 이거 풀어! 풀어줘!”
“닥치고 넌 따라와라.”
“야!”
조지 홀튼은 졸지에 동아줄에게 농락 당하며 질질 끌려 갔다. 동아줄은 그저 주헌이 좋은지 ‘주인님 어디로 가면 돼? 어디로 가면 돼?’ 하고 그를 졸졸 따라갔다. 이번엔 주인님이 칭찬해줄까 기대에 부푼 것 같았다.
반면 아이린에게 가로 막힌 키이라는 이를 갈면서 외쳤다.
“서주헌! 당장 이리 안와?!”
“난 바쁜 남자다. 마음은 알겠는데 찾지 마라, 이 집착녀야.”
“야!”
그들은 서둘러 이동했다.
============================ 작품 후기 ============================
끠이이이 주인님 이번엔 칭찬해줘 칭찬해줘 ;ㅅ;!
+ 꽤 빡빡하게 채워넣다보니 오..오전이 지나버렸습니다. ㅠ.ㅠ 연휴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