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79화 (79/409)

00079 꺼져라, 내가 먼저 찜했다  =========================================================================

< 꺼져라, 내가 먼저 찜했다 (2) >

키이라 클라크.

과거에는 그녀가 약해진 틈을 타서 운좋게 죽일 수 있었지만, 굉장히 강하고 골치아픈 여자였다. 그리고 이대로 그녀를 내버려두면 또 다시 골치 아픈 사황 중 하나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러니 골치아픈 건 미리 미리 탈락시켜야지.’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 뿐인가?

‘사황의 자리 중 하나는 내거다.’

그 미래의 자리 하나를 빼앗아가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놈들은 이번에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불로초를 중간에서 빼앗아가기 위해 오승우 일행을 노리는 것이었다.

'하여간 남의 것을 노리다니 벌 받을 놈들.'

누가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헌은 오승우 일행을 안심 시켰다.

“어쨌든 알았다. 일단 내가 말한대로 숨어 다니고 있어. 곧 갈테니.”

[빠, 빨리 오십시오! 형님!]

“알았다.”

그렇게 전화가 끊기자 유재하가 주헌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들은 이미 오승우의 전화를 받자마자 택시에 올라탄 후였다. 그리고 앞자리에 앉은 유재하는 재빨리 주헌에게 물었다.

“뭐래요, 미친 놈들이 또 시비래요?”

그러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불로초에 대한 이야기가 키이라에게 새어들어간 것 같다. 지금도 농부들을 쫓고 있는 모양이지.”

그 말에 아이린과 유재하는 정말 황당해했다.

“아니 불로초의 존재는 권회장 때문에 알았다고 쳐요. 그런데 지금은 무슨 수로 농부들을 쫓고 있는 거래요? 키이라한테서 지도 유물은 다 빼앗았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추적을 하는 거지?”

“어떻게긴. <판도라 시스템>일거다.”

“판도라 시스템?”

“그래, 판도라에는 판도라의 두뇌라 할 수 있는 특별한 유물이 있어.”

판도라에 들어온 모든 유물들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강한 오라를 가진 유물을 탐지하는 신급 유물.

훗날 유물들의 모든 랭크관리, 유물 사용자들의 관리, 무덤의 관리 등 판도라의 주요 시스템을 담당하게 되는 두뇌형 유물이었다.

“어떤 위인의 유물인지, 하다못해 어떤 신급의 유물인지도 몰라.”

다만 주헌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그런 유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키이라는 지금 그걸 활용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걸 쓰려면 판도라에 거액을 기부해야 할텐데, 그 여자도 꽤나 급했나보군.’

“어쨌든 농부놈들은 저급 사용자라 오라를 감추는게 어려워. 덕분에 바로 추적 당하는 거야.”

불로초는 그래보여도 신급 유물이었다.

분명 지금도 엄청난 오라를 뿜어대고 있을 것이었고, 즉 판도라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유물이 신나게 추적하고 있을 거란 이야기였다.

“뭐, 그래봐야 농부들이 있는 곳까지는 공항에서 30분도 안 걸릴 거다. 금방 도착할 수 있어.”

그런데 그 말에 유재하가 시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그 30분은 지났는데 말이죠.”

그렇다.

그들이 전화를 받자마자 택시에 탄 지 어연 50분 째.

택시는 시내에 도착하기는 커녕, 시내 쪽으로 진입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부글 부글 끓어오르던 유재하가 운전기사에게 영어로 따졌다.

“아이씨 아저씨! 아까는 20분이면 된다며! 왜 50분 째 시내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건데!”

그러자 털보숭이 택시 기사도 할 말은 많다는 듯 툴툴 거렸다.

“아니 막히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

“그럼 얼마나 걸릴 것 같은데요!”

“글쎄....? 가끔 이렇게 막힐 때가 있어서. 뭐 어쩌겠수, 댁들이 운이 나쁜 거지. 그래도 뚫리는 데 1시간은 안 걸릴 거요.”

뭐라고, 1시간?

이번엔 주헌도 짜증이 밀려 올라왔는지 한 마디 했다.

“1호야. 유물 내놔라. 뚫어버리게.”

“.......도심에서 유물폭탄테러는 안됩니다.”

“그럼 니가 뚫어봐.”

“.........”

결국 주헌은 한숨을 쉬었다.

“뭐 할 수 없지. 이렇게 되면 나도 그 방법을...”

그럴 때였다.

쾅!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엄청난 충돌소리가 울려퍼졌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주헌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여기저기에서 엔진이 터지고 도로 표지판이 뚝 떨어지는 둥, 사고들이 발생한 것이다.

“으악! 5중 충돌이야!”

“아이 미친! 내 자동차!”

“으아악! 누가 졸았냐!”

그걸 보면서 주헌은 새하얗게 질렸다.

이건 설마.

아니나 다를까, 이상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의.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유물이 격렬한 반응을 보입니다.]

[유물의 오라가 격렬하게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와 동시에,

쾅! 쾅! 쾅! 쾅!

아주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으악! 신호가 왜 저 따위야!”

“야! 미친 새끼야! 빨간 불에 뭐하는 거야!”

“뭐? 여긴 파란불이었다고!”

“무슨 소리야! 여긴 신호등이 아예 사라졌다고!”

“으악! 내 자동차 할부금!”

“아이고! 12 중 충돌이라니!”

“아니야! 30중 충돌이야!”

얼씨구야.

다친 사람은 나오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사방이 경적소리로 가득찼고, 차가 부딪치고 터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아찔하게 들려왔다.

쾅! 쾅!

이쯤 되자 택시 기사가 당황하면서 욕을 외쳐댔다.

“fuck!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유재하와 주헌 만큼은 단 한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

바로 아이린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이린은 생각에 잠겨 파르르 손을 떨고 있었다.

기껏 부모님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는데, 불로초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졌던 것이리라.

그리고 유재하와 주헌은 그녀를 난처하게 보았다.

‘역시 재앙신...’

지금은 그나마 유물을 지배하게 돼서 그렇지, 결코 잊으면 안됐다.

아이린은 과거 독식자들을 공포로 몰아넣던 파멸신이다.

결국 바로 옆을 지나던 택시에서 ‘택시요금이 무슨 3천만원이야! 미쳤어!’ 하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서야 주헌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이린의 손을 꽉 잡았다.

택시비로 몇 천만원을 지불하는 사태는 사양이었다.

“이봐요.”

아이린은 깜짝 놀라 주헌을 보았다.

“그 힘은 아껴둬요.”

“네?”

그녀가 의아해하자 주헌은 대답 대신 바깥을 가리켰다.

그리고 밖을 본 아이린은 기절할 뻔했다.

아무래도 유물과 깊게 동화되면서 주변에서 의식이 멀어진 것이리라.

“세상에, 제가 또……! 빨리 경찰이라도 불러야!”

아이린이 허둥지둥 핸드폰을 들자 주헌이 막았다.

“아서요. 지금 댁이 부르면 그 전화를 받은 경찰들은 전부 파산할 겁니다.”

이에 아이린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곧 택시 기사가 짓궂게 끼어들었다.

“와씨, 사고까지 나서 완전 움직이지도 못하겠네. 손님들 집에는 내일 들어가게 생겼수다. 밤새 포커나 같이 안할라우?”

“.......!”

이쯤 되자 아이린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 주헌이 킥킥 웃었다.

“아, 그렇게 걱정 말아요. 교통정리를 꼭 경찰들이 해야하나.”

“네?”

그리고 그의 말이 황당하다고 느낀 건지, 앞에 있던 택시기사가 폭소를 터트렸다.

“그럼 교통정리를 댁들이 해요? 완전 미쳤네, 이걸 다? 하하하!”

“진짜 할 건데?”

“하하하, 그래그래 해보쇼!”

그러나 그 상황에서 유재하만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아저씨. 그렇게 말하면 이 인간 진짜 한다니까.’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생긋 웃으며 기차표 하나를 흔들어 보였다.

[외로운 신의 초대장 (SS급 - 신급 / 소모성 유물)]

그건 예전에 권 회장에게 빼앗았던 유물.

카미카쿠시(행방불명)였다.

* * *

“아이씨, 형님은 언제 오신다냐. 미치고 환장하겠구만!”

한 편 오승우 일행은 주변을 살피면서 진땀을 빼고 있었다. 바로 미친 놈의 미군 놈들을 따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저 양키놈들은 왜 우리한테 저 지랄이래요!”

“쉿!”

오승우는 재빨리 동생의 입을 틀어막으며 공공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잠시 후, 오승우 일행을 쫓던 TSOF 들이 화장실 앞까지 와서 씩씩 거렸다.

“하씨, 그 미꾸라지 같은 놈들! 멀리 못 갔을 거다! 찾아!”

“놈들은 강한 유물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알 수 있다! 판도라 본부에서는 뭐라고 하나!”

“네! 이 근방 50m 범위라고 합니다!”

“좋아! 찾아!”

그렇게 그들은 우르르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그제야 오승우 일행은 슬쩍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정작 화장실에 들어가려던 시민들은 움찔했다.

그도 그럴 법한게 오승우 일행은 여자 화장실에서 나온 것이다. 뭔 변태 같은 짓이냐고 할 수 있지만 그럴 이유가 있었다.

‘수녀가....남자?’

그렇다. 근처 수도원을 턴 그들은 수녀로 둔갑해서 놈들의 눈을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뿐인가?

때로는 택배기사로, 또 때로는 노숙자로, 때로는 중국 관광객으로, 그러다가 하수구나 다리, 심지어 화장실 천장에 숨으며 잘도 도망다니고 있었다.

워낙에 빚쟁이들한테 쫓겨본 세월이 길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겨우 숨을 돌린 그들이 이를 갈았다.

“어우씨, 저것들은 왜 자꾸 안 판다니까 자꾸 머니머니 지랄을 하는 건지 원.”

“나한테는 눈 찢으면서 원숭이 새끼라고 했다고.”

사실 공항에서부터 따라오던 그들은 계속 자신들에게 '얼마면 그걸 팔겠느냐'고 물어왔었다. 그리고 솔직히 가방끈이 짧아서 영어를 전부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이것 하나는 잘 알 것 같았다.

이것들이 자신들을 어지간히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하여간 젠틀한 척 하지만 돈이나 먹고 떨어지라며 비웃는 꼴이 어찌나 열 받던지.

“아오, 적어도 주헌이는 그렇게 사람을 비웃지는 않는다고.”

그래서 오승우 일행이 주헌을 계속해서 따르는 건지도 몰랐다. 실제로 주헌은 불로초를 열심히 키우는 오승우 일행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그에 합당한 대우도 해주었다.

남들이 보기엔 풀떼기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둥, 우스꽝 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주헌은 자신들이 설령 돈계산을 하다가 실수를 하고, 무식함을 티내도 전혀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생각해주었고, 항상 자신들의 자존심을 잘 챙겨주었다.

‘그러니 받은 만큼 일단 기대에 부응해 주고 싶다.’

때문에 그들은 주헌의 것을 탐내는 놈들에게 이를 갈았다.

“그런데 저저 미친 놈들은 말이야. 어디 아시아 한 번도 안 가본거 티내냐? 동양인이 무슨 돈만 밝히는 줄 알아. 돈돈돈돈, 싫다니까 아주 지랄을 해요.”

“아무튼 저 바보들이 우릴 발견하기 전에 빨리 다른 곳으로 튀죠.”

“그래, 안전한 곳에 가서 형님을 기다리자."

“어디 한 번 좆 되보라지.”

곧 그들이 수녀복 베일로 얼굴을 가리며 총총 걸음을 재촉할 때였다.

“freeze!(꼼짝마!)”

뒤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기겁한 농부 일행은 반사적으로 양손을 들며 고개를 돌렸다.

설마 그새 TSOF 놈들이 쫓아온 건가?

하지만 뜻 밖에도 이들을 쫓아온 것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뉴욕 경찰이었다.

“꼼짝마라! 여장을 하고 여자화장실에서 숨어 있었다지!”

“몰래카메라 설치 미수범으로 체포한다!”

“가지고 있는 물건도 모두 내놔! 품에 껴안고 있는 검은 봉투는 카메라인가!”

그 말에 오승우 일행은 기겁을 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노! 노노! 오해에요, 오해라고요! 미스언더스탠딩!”

“헛소리!”

“아 진짜 아니라니까! 아이고, 주헌 형님!”

곧 경찰들이 오승우 일행의 손에 수갑을 채울 때였다.

“찾았다!”

“!”

문득 들린 목소리에 오승우 일행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의 낯익은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렸다.

============================ 작품 후기 ============================

이..이목소리는?!

+ 오늘은 좀 늦게 올라가게 되었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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