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6 무덤의 해괴한 도둑들 =========================================================================
< 무덤의 해괴한 도둑들 (1) >
주헌은 엑셀을 밟았다.
부아아앙!
이 무덤은 입구가 훤히 드러난 무덤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그래봐야 입구로 들어가 줄 생각 따위 전혀 없었다.
아니 미쳤다고 함정이 열렬하게 반겨줄 정문으로 들어가겠는가?
도굴꾼이란 본래 없던 입구도 친히 만들어 침입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나 다를까.
엑셀을 밟던 주헌은 옆자리의 유재하게 손을 뻗었다.
“1호야. 아무거나 내놔라.”
그 말에 임시 짐꾼 유재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다, 단장님. 설마.”
“이미 알잖아? 뭘 새삼?”
그 악랄한 미소에 유재하는 훌쩍이며 치약 하나를 바로 쥐어주었다. 보나마나 이 뒤의 일이 예상되지만 뭐 어쩌겠는가. 단장님이 꿇으라면 꿇어야지.
겉보기엔 평범한 치약으로 보이나 그건 바로 유물이었다.
그리고 강하게 밟은 엑셀 덕에 무덤은 바로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뒷자리에 있던 경호원은 부딪친다며 당황했고, 주헌은 픽 웃으며 치약에 지배력을 강하게 길었다.
그러더니 주헌은 치약을 무자비하게 창밖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운동에너지를 타고 졸지에 뒤로 날아간 치약은 비명을 질렀다.
[#$(*$#(!!]
아이고, 인간 놈아, 난 담배꽁초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유물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사라진 치약은 돌산에 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쾅!
그야말로 엄청난 폭발이었다.
주헌의 무덤발굴 스킬과 자폭의 힘이 합쳐져 무덤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렇게 입 냄새 제거 유물은 한줌의 재로 사라졌다.
그리고 빠르게 후진한 주헌은 바로 핸들을 꺾어 구멍으로 직진했다. 무덤의 규모가 상당히 커서 지프 채로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쿵!
안으로 들어가자 제법 넓은 동굴의 형태가 나타나고, 경고 메시지들이 가득 떠오르기 시작했다.
[주의. 500m 전방의 길에 전쟁의 유물 주인이 만들어놓은 함정이 있습니다.]
주헌은 그걸 보며 비웃었다.
애초에 거기로 안 간다, 이 바보야.
[해당 길로 가게 될 시, 유물이 있는 최하 지저층까지는 10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까 그 길로 안 간다고.
'보통 이런 식의 무덤은 샛길이 이쯤에...'
곧 주변을 살피던 주헌은 뭔가를 발견하고는 씨익 웃었다. 그가 발견 한 건 미치지 않고서야 다가갈 일이 없는 낭떠러지였다.
주헌은 그곳에 대범하게 뛰어 들었다.
무덤은 아마도 지저형.
지프는 거대한 암흑 구멍에 삼켜지듯 신나게 곤두박질 쳤다.
거기서부터는 그야 말로 아찔한 죽음의 질주였다.
“으아악!”
차체는 다행히 비탈길에 떨어졌지만 경사가 너무 심해 금방이라도 전복할 것 같았다. 주헌이 신들린 솜씨로 드라이브 테크닉을 보이지 않았으면 진작 사나운 돌부리들에 부딪쳐 대형 사고가 났을 것이다.
이쯤 되자 뒷좌석에서 아이린을 감싸던 경호원이 죽겠다 싶었는지 울먹였다. 주헌이 이번엔 짐꾼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서 따라오긴 했지만, 이 길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지 않나!
“저, 저기요! 이런 질문 죄송한데요!”
“뭡니까.”
남들은 죽을 둥 살 둥 뭔가를 부둥켜안고 있는데, 주헌은 홀로 태연했다. 결국 경호원은 울음을 삼키며 물었다.
“여긴 정상적인 길이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그 말에 동의하듯 메시지창도 떠올랐다.
[주의. 정상적인 입구가 아닙니다.]
[이곳에는 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항의라도 하는 듯한 메시지 창이었다.
마치 이러라고 준 발굴스킬이 아닐 텐데? 라는 뉘앙스가 강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이들을 가볍게 비웃어 주었다.
“정상적인 길? 그딴 거 알게 뭡니까. 뚫으면 그게 다 길이지.”
“뭐, 뭐라고요?”
경호원의 경악에 유재하는 뭘 새삼 그러느냐며 외쳤다.
“길 아닌 거 이제 알았답니까? 이 사람 눈치 없어서 안 되겠네.”
사실 부하1호는 미다스의 무덤에서 이미 주헌의 스타일을 파악한 뒤였다.
“말해두지만 우리 단장님 원래 이러신 분입니다.”
“네?!”
그러자 주헌이 기특하다는 듯이 태연하게 손을 뻗었다.
“1호야. 그렇게 말하는 김에 유물 하나 더.”
“..........”
유재하는 배낭에서 실시간으로 복원 중이던 유물 하나를 골라 던져 주었다. 결국 유물을 받은 주헌은 유물을 자폭 시키며 무덤발굴 스킬을 사용했다.
[$#*#*&!]
콰과광!
또 다시 터지는 엄청난 폭발!
도대체 터져나가는 D급 유물들은 무슨 죄인지 모르겠지만 효과는 매우 좋았다.
쿠웅!
장애물 하나를 뚫고, 기어이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헉...헉..”
얼마나 미끄러져 내려왔을까. 그들은 지프가 멈추자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멀리서 빛이 느껴졌지만 그딴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머, 멈췄다.”
단지 주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니 사실 10시간이 걸려서 도착해야 할 곳을 단 몇 분 만에 떨어졌으니 제정신이 아닐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그러나 주헌은 나머지 인물들이 죽거나 말거나 지프에서 내렸다.
이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해당 장소는 인간이 이미 정복한 무덤이기에 인간의 물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주헌은 핸드폰을 꺼내보았다.
무덤 내부에서도 현대의 물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걸 보니 메시지의 말 대로인 모양이었다.
떨어진 곳은 상당히 넓었다.
그리고
‘짐꾼들을 데리고 온 보람이 있군.’
주헌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 * *
눈앞에는 축구장 여러 개를 합친 듯 한 거대한 차밭이 펼쳐져 있었다.
차밭에는 반딧불 마냥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생물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것들과 넓은 차밭이 어우러져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래도 기호식품이라는 건 차종류였나 보군.’
심지어 차의 종류만 수천가지가 넘는다. 묘목겸 샘플들을 조금씩만 가져가도 꽤 짐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진짜 이런 곳에 애들이 있네요? 수천 명은 되겠는데?”
주헌을 따라온 유재하가 충격적이라는 듯 먼 곳을 살폈다. 흑인 아이들은 모두 15세 미만의 어린 아이로, 낯선 어른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서 찻잎을 따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두 최면에 걸린 상태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가 떠올랐다.
[서복의 유물에 의해 인간들이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유물의 명령에 의해 찻잎을 수확 중입니다.]
메시지는 계속 되었다.
[인신우두(人身牛頭)의 힘이 깃든 찻잎입니다.]
[이 찻잎에는 죽은 자도 일으켜 세우는 힘, 또한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걸 보며 주헌은 웃었다.
인신우두(人身牛頭), 즉 소머리 인간이라.
이곳의 툼글리프를 토대로 머리를 굴리던 주헌은 가볍게 웃었다.
‘누구의 무덤인지 대충 알겠군.’
그렇다.
이곳은 중국 한의학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며, 농업과 의술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도교의 신 <신농>의 유물이 있는 것이다. 분명 소머리를 한 전설적인 황제라고 했던가.
차를 씹음으로서 해독의 효과를 알게 되고, 차를 음료로 삼게 된 것도 신농이 시초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놈도 제법 탐나긴 하지만 일의 우선순위가 있는 법.
“일단 흩어져서 서복의 유물부터 찾는다. 오라 탐지 법은 알려줬지?”
“네! 넓어서 꽤 걸리겠는데요!”
일행이 흩어지고, 주헌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느껴지는 오라의 기운 상, 이 차밭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주헌이 핸드폰을 들고 이리저리 살필 그 순간이었다.
“!”
주헌은 자신을 향해 사납게 달려드는 그림자에 반사적으로 발을 날렸다.
상대는 뜻 밖에도 농사 중이던 아이들이었다.
뻐억!
결국 주헌을 좀비 마냥 물어뜯으려던 아이들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굴렀다. 어쩌면 적이 차밭에 들어오면 공격하도록 유물의 지시가 내려진 건지도 몰랐다.
이어서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크윽, 이 새끼들이!”
부하들 쪽이 공격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들은 짐승 같은 이빨로 유재하의 팔뚝을 잡아 뜯었다.
피가 튀기고 그의 살점이 무자비하게 물어 뜯겨 나갔다. 그리고 이번엔 목을 물어 뜯으려는 순간!
탕, 탕!
“끄악!”
위협용 소형 권총을 꺼낸 주헌이 아이들을 저격했다. 아이들은 총소리에 너무 놀라 도망가거나 넘어졌다.
몇몇 반항적인 아이들이 도리어 주헌을 쏘아보자, 주헌은 도리어 살벌하게 아이들을 노려보면서 읊조렸다.
“죽기 싫으면 꺼져라. 죄다 머리통을 날려버릴테니.”
번득이는 그의 눈빛은 애들이더라도 다시는 걷지도 못할 불구로 만들 용의가 충분했다. 결국 상대가 너무 나쁘다는 걸 본능적으로 파악한 건지, 아이들은 벌벌 떨면서 멀리 멀리 도망갔다.
그 모습에 총을 내린 주헌은 홀로 떨어져 있던 아이린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괜찮습니까?”
“아, 네. 전 괜찮긴 한데....!”
아이린은 오히려 거품을 물고 쓰러진 아이들을 보고 걱정했다. 그녀를 공격하려던 아이들은 파산의 힘에 짓눌려 공격하기도 전에 희귀병을 얻고 쓰러진 것이다.
주헌은 웃었다.
‘역시 파산왕. 걱정할 필요가 없었나.’
기생형 유물인 만큼, 주인에게 위험이 생기면 자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리라.
이 때 유재하가 주헌에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차밭에 가까이 가기만 해도 덤벼드나 본데요? ....저희가 미끼가 될 테니까 단장님이 찾아보실래요?”
그 말에 주헌은 피가 철철 흐르는 유재하의 팔을 보며 비웃었다.
“터프한 척 하는 건 기특한데, 그거 지혈 안하면 진짜 죽는다?”
“으아악!”
“그리고 미끼 따위는 필요없어. 슬슬 나올 거다.”
“나온다고요?”
주헌은 픽 웃었다.
“애들을 지배하고 있는 건 서복의 유물 놈이다. 아이들을 갈취해 재산으로 삼고 있는 거지. 즉 가지고 있는 재산을 빼앗으면 반응이 오지 않겠나?”
“.......재산을 빼앗는 다는 건 설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은 유물의 기운을 감지하고 슬쩍 경계했다.
“아이들을 습격했잖나. 자기 재산에 손을 댔으니 빡쳐서 나올 때가 되었다는 거지.”
서복의 유물은 귀속성 유물.
귀속성 유물을 빼앗기 위해선 주인을 죽이든가, 유물이 주인을 배반하도록 하게 하든가.
2가지 방법 밖에는 없다. 유일하게 빼앗아봤던 좀비 파우더의 경우, 윤시우의 지배력을 극도로 낮춰서 유물이 그를 배신하게 만들었었고 말이다.
어쨌든 서복의 유물과 선농의 유물 모두 키이라의 귀속성 유물일터.
‘뭐, 키이라를 배반하게 하는 방법은 일단 생각 해 왔지만...’
잘 될지 시험은 해봐야겠지만 일단 놈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좀 한참 뒤에 놈이 나타났다.
[#$*(#*(@#*(!]
이 빌어먹을 인간 놈아, 네가 뭔데 내 것에 손을 대려고 하느냐!
차밭에 숨어 있던 서복의 유물이 분개하며 등장했다.
하지만 그걸 보며 주헌은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다.
왔구나, 요놈.
============================ 작품 후기 ============================
올땐 자유지만, 갈 땐 자유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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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dlqj1198, kklolee1988, bono7986, khk4213, sora2821님 딱지 수령 해주세욥!
지난 주 당첨자 cjddlf3, rlaclguddlr 님도 딱지 수령해주시기 바랍니다!
+ 간혹 루즈하다고 느끼신 것 같았던 편들은 꾸준히 잠수 패치들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요즘들어 늘어진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나 보네요...ㅠ.ㅠ 어여 팍팍 진행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 추코 감사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