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5 불로초를 찾아 떠난 남자 <3권 마침> =========================================================================
< 불로초를 찾아 떠난 남자 (4) >
그런데 그녀를 찾게 된 장소가 문제였다.
‘왜 하필 이런 곳에서.....’
주헌은 황당하다는 듯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아이린을 찾는 건 주헌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미다스의 손은 SS급 유물이기 때문에 매우 강렬한 오라를 뿜어낸다.
유물의 기운에 상당히 민감한 주헌이 그녀를 찾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다만.
‘왜 모텔...?’
확실했다.
여긴 모텔이었다. 선진국에서 보던 형태는 아니지만 확실했다. 결국 골치가 아파진 주헌은 미간을 짚었다.
이거 리스크가 발동했다 싶더니,
‘설마 그런 쪽의 탐욕이 나와버렸나......!’
순간 불길해진 주헌은 황급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으슥하지만 제법 깔끔한 건물 안에 들어가자 흑인 여자가 주헌을 반겼다.
“혼자야?”
그러자 주헌은 영국식 영어로 질문했다.
“여기 금발의 미녀가 안 왔나?”
“아, 왔지. 이 근방에서 소문이 자자한 불량배랑.”
아이고야.
주헌의 반응에 흑인 여자가 흥미롭다는 듯 웃으면서 키를 내밀었다.
“그 예쁜 여자가 애인이야? 304호야.”
주헌은 할 수 없다는 듯 키를 받아들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린인 만큼, 남자라는 생물 자체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건지도 몰랐다.
자신을 자꾸만 끌어안는 것만 봐도 그렇고 말이다.
어쨌든 리스크로 이상한 남자한테 꾀인 거라면 좀 골치 아파졌다. 이상한 것이 들러붙어 유물의 지분을 내놓으라고 할 수도 있는 법인 만큼, 주헌은 재빨리 304호를 열었다.
쾅!
그리고 그 안에는.
“하앙! 아앙! 거기, 아앙! 좋아!”
흑인남자와 백인여자가 뒤엉켜 므흣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만.
‘아이린이 아니잖아....’
그리고 이쁘긴 개뿔, 아이린의 발치에도 따라오지 못했다.
그렇게 안을 확인한 주헌은 쯧 혀를 차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졸지에 안에 있던 두 남녀는 뭐냐면서 덜덜 떨었지만 주헌이 알바가 아니었다.
결국 주헌이 집중하며 파산왕의 유물을 탐지했다. 처음부터 이게 확실했을 거라는 생각도 잠시, 미세하긴 하지만 유물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쪽이다.’
설마 남자가 있는 건 아니겠지.
곧 주헌은 405호의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전자키도 아니니 문이야 망가트리면 그만이다.
쿵!
하지만 다급하게 안에 들어온 주헌은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확실히 아이린이 있긴 있었다.
다만 주헌의 가방을 꼭 끌어 안은 채 침대에서 도로롱 잠이 들어 있는 그녀가.
심지어 어디에서 가져온 건지 모를 유물까지 들고.
‘누가 부의 유물을 가진 여자가 아니랄까봐.’
돈이 될 만한 걸 끌고 오다니.
결국 하하 웃던 주헌이 아이린을 잡아 흔들었다.
“이봐요.”
그러자 아이린이 움찔거리면서 말했다.
“아죠씨, 그러니까 그렇게 부탁해도 앙 댄다니까요. 나 아죠씨 안 따라갈거에욥.”
아이린은 취해 있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주헌은 머리가 아파졌다.
‘아무래도 이번 탐욕 리스크는 술이었나.’
그 오라버니의 성격에 아이린에게 술을 마시게 했을 것 같지는 않고, 평소 억누르고 있던 욕구가 술의 형태로 나온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텔에 들어오게 된 건 술을 마시고 졸리게 되어서?
‘그래도 스스로 방을 잡았다는 점은 칭찬해줘야하는 건가.’
이 때 계속 주헌이 잡아 흔들자 아이린은 어울리지 않게 씩씩 거리며 반대로 누웠다.
“주헌띠가 아무나 따라가지 말라고 해써엽. 그러니까 나 잘거에욥....경찰 아저씨, 변태 아저씨 안녕..자꾸 괴롭히면 파산 시켜 버리겠노라…….”
아니 이 여자가 뭐라고 하는 건지.
헛웃음을 흘리던 주헌이 아이린을 툭툭 치며 말했다.
“여기서 뭐합니까. 그것도 내 가방 끌어안고.”
주헌의 목소리에 아이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
눈 앞의 상대가 주헌이라는 걸 깨달은 듯 했다.
“아, 주헌띠다!”
그러더니 아이린은 활짝 웃으며 주헌에게 쪼르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주헌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자신에게 안겨든 아이린이 입을 맞춰왔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볼에 키스를 해와 단순한 인사인 줄 알았건만, 보드라운 입술이 살며시 입술에 닿은 것이다. 술냄새가 약간 섞이긴 했지만 여자한테서만 나는 기분 좋은 냄새가 품에 안겼다.
그리고 입술을 맞대던 아이린이 수줍게 혀를 섞어왔다. 잠시 당황한 주헌이 멈칫했지만, 한 번 리스크가 발동한 아이린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곧 조용한 방에 제법 끈적한 소리가 작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 까, 아이린이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됐다.”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물론 기습을 당한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기분이야 상당히 좋기는 좋았지만 이 여자가 진짜.
하지만 아이린은 곧 주헌의 품에 안기듯이 잠들었다. 뭔가 웅얼거리듯이 고맙다는 말이 들렸지만, 잘 들리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과 부모를 위해주는 주헌에게 굉장히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리라.
'나참'
결국 리스크 탓이라 여긴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쨌거나 아이린을 찾았겠다, 아이린을 애타게 찾고 있을 경호원을 불러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린은 여기서 재우지 뭐.’
그러나 주헌이 핸드폰으로 경호원을 부르려는 그 순간!
“윽!”
주헌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
잠들어 있던 아이린이 갑자기 손을 뻗어 주헌을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주헌은 쓰러지면서 얼떨결에 침대에 눕게 되었다.
심지어 핸드폰도 놓치고 말았다.
‘칫.’
주헌은 곧 핸드폰을 집어 들려고 했지만,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잠이 들어버린 아이린의 힘은 생각보다 힘이 쌨다.
“...........”
아이린은 주헌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색색 잠들었다. 약간의 술냄새, 향수의 냄새인지 여자의 냄새인지 모를 향긋한 냄새, 보드라운 살결, 피부를 짓누르는 가슴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덕분에 23살의 건강한 뇌는 ‘이것 봐! 여자야, 여자라고!’ 하고 신이 나 있었다.
주헌은 골치가 아파졌다.
‘젠장. 머리 좀 식힐 겸 도박장 좀 털고 올까 했더니.’
뭐, 어쩌겠나.
파산의 유물을 이용하는 자의 업보인 것을.
* * *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키이라 장군님!]
키이라는 영상에 비친 여자의 얼굴에 의아해했다.
언제까지고 계속 될 것 같았던 빌어먹을 갓난아기의 저주도 끝났겠다, 키이라는 주헌을 붙잡을 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아프리카 가나에서 연락이 왔다.
“자네는 분명... 아프리카 쪽의 일을 맡고 있는 메리 윌슨이 아닌가?”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그런데 빠릿빠릿하게 경례를 하던 메리 윌슨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전투가 있었나? 부상을 입은 걸로 보이는 군.”
[아, 실은 괴상한 파우더 유물에 당한 나머지.....전 이 지역에 있던 부두교 사제 덕분에 돌아왔지만, 다른 일원들은 아직 좀비 상태인 상태라...]
좀비? 괴상한 파우더 유물?
‘아, 혹시 권 회장이 가지고 있던 좀비 파우더인가?’
하지만 그건 듣자하니 서주헌이 빼앗아갔다고 했는데 왜 아프리카에?
그리고 그 의문에 답하기라도 하듯, 메리 윌슨은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로 도박장에 난입한 괴상한 동양인 남자 둘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일련의 이야기를 들은 키이라의 얼굴은 단숨에 살벌한 귀신이 되었다.
왜?
메리 윌슨이 말하는 사내가 누구인지 단 번에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 식빵에 낀 누룩곰팡이 같은 놈이.”
말을 들어보니 훤했다.
서주헌 그 놈이다.
그리고 도박장에서 그가 쓴 유물은 아마도 공항에서 썼던 것과 같은 종류이리라.
[저, 그 놈들이 장군님의 무덤에 침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괜찮으십니까? 그 안의 일이 새어나가거나 장군님의 유물을 탐낸다면..]
“신경쓰지마라. 자네도 그 무덤 내부를 봤잖나. 특정한 조건이 없으면 거기까지 도달하지도 못해. 거긴 내가 지배하는 무덤이라 터키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아, 네.]
오히려 키이라는 한가지 사실에 더 집중했다.
바로 주헌이 찾고 있는 유물에 관해서였다.
‘놈은 왜 서복의 유물을 찾고 있는 거지?’
서복은 진시황에게 동남동녀, 금은보화, 심지어 병사들까지 지원 받아 영약을 찾아 떠났지만, 그래봐야 결국엔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다.
소문에 의하면 신선이 되었다고도, 혹은 제주도에서 생을 마감했다고도, 어딘가의 왕이 되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론 지원만 받았을 뿐 약속은 이행하지 못했다.
즉 서복의 유물은 약속만 할 뿐이지, 기약은 하지 않는 이른바 갈취형의 유물.
얼핏 매력적인 유물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유물 자체로는 그닥 쓸모 있는 유물은 아니었다. 리스크가 워낙 거지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런 걸?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눈치빠른 키이라는 곧 어떤 사실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설마 불로초?’
그러고보니 권 회장이 빼앗긴 아몬드나무가 어쩐지 의료유물 같다는 에드워드의 정보가 있지 않았나.
안그래도 그 아몬드 나무를 낙찰 시킨 건 홀튼가의 여식이었다고 말이다.
그 뿐인가?
어째서인지 연락이 안된다고 하는 홀튼가의 부부.
‘의료유물과 연락이 두절 된 홀튼 부부라.’
키이라는 어쩐지 재미있는 건이 떠올랐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하면 홀튼가의 약점을 잡아 아이린 홀튼을 비롯하여 도도한 홀튼가를 이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 * *
“아가씨! 진짜 무슨 일 생기신 줄 알고 걱정했잖아요!”
“아이씨, 둘 다 밤새 연락이 두절 되어서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요!”
아이린의 경호원과 유재하는 서로 주헌과 아이린에게 뭐라고 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둘이 화내는 포인트가 좀 다르긴 하겠지만 어쨌든.
“둘이 밤새 같이 있었다니, 서로 좀 므흣한 일이라도 좀 있었습니까?”
유재하의 능청스러운 말에 경호원이 화를 냈다.
“감히 그런 망말을 입에 담으시다니. 홀튼가에서 고소할 겁니다. 그리고 설마 정말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겠죠!”
경호원이 고압적으로 화를 내자 아이린은 당황해서 그러지 말라고 했고, 주헌은 코웃음을 쳤다.
“술에 취해 몸도 못 가누는 여자를 덮칠만큼 짐승 취미는 없어서.”
동시에 아이린은 시무룩해졌고, 경호원은 명예훼손이라며 씩씩거렸다. 그러나 그걸 보며 남자인 유재하만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아니 이상하지 않나. 여자 클라이언트가 만취해 가까운 곳에서 재웠다? 그리고 밤새 같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물론 주헌이 하는 말은 다 좋다 이거였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니까.
단지.
‘저 말을 하는게 저 사기꾼 인간이라서 영 신빙성은 없는데 말이지.’
그렇게 셋이 각자 다른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봐, 짐꾼들. 시끄럽고, 거의 다왔다.”
렌탈한 지프를 몰던 주헌은 망원경을 꺼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포장지대라 상당히 흔들렸고, 꽤 멀기는 했지만 우거진 아프리카 초원 지대에 분명히 있었다.
‘무덤이다.’
얼핏 보면 자연적으로 생긴 것 같지만 거대한 돌산이 있었다. 하지만 툼글리프가 새겨지고 오라를 뿜는 걸 봐선 틀림없는 무덤이었다.
곧 무덤에 점점 가까워지자 긴급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의, 어린 아이 외에는 접근할 수 없는 고분화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이를 무시할 시 끔찍한 리스크를 받게 됩니다.]
[또한 현 무덤은 전쟁의 유물에 의해 이미 정복되었습니다. 이미 주인이 생긴 유물의 무덤입니다.]
그걸 보며 주헌은 픽 웃었다.
‘키이라 놈이 이미 차지한 무덤인가.’
아무래도 유물을 차지한 후에 무덤 폐쇄를 하지 않은 경우 같았다. 유물을 얻고 나면 무덤 자체는 필요가 없어지고, 도시의 쓰레기로 남아버리게 되니 보통은 클로즈(close)로 완전히 폐쇄해버리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걸 폐쇄하지 않았다는 건.’
저 안에서 비밀리에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 안에는 서복의 유물, 그리고 저 무덤을 형성하고 있는 음식 계열의 유물, 2가지가 있을 터.
곧 메시지가 떠올랐다.
[해당 무덤에 들어가는 건 침입에 해당됩니다.]
[주의. 이곳은 정상적인 무덤의 입구가 아닙니다.]
그걸 보며 주헌은 픽 웃었다.
도굴꾼한테 뭘 새삼.
주헌은 엑셀을 밟았다.
============================ 작품 후기 ============================
그 날밤 일은 통편집.txt
+ 끠이이이, 에어컨이 필요한 날씨네요 ㅠㅠㅠ 부디 몸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욥!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