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3 불로초를 찾아 떠난 남자 <3권 마침> =========================================================================
< 불로초를 찾아 떠난 남자 (2) >
“여, 영감!”
그렇다.
노숙자는 다름 아닌 에드워드 였던 것이다.
주헌에게 지도 유물을 가져오라며 의뢰를 했고, 결국엔 주헌의 수작에 넘어가 졸지에 가짜 유물을 팔게 된 그 중개상인 말이다!
“미친, 에드워드 영감이 왜 여기에 있어요!”
아니 무엇보다 에드워드의 현재 모습이 더 충격적이었다. 에드워드는 제법 잘나가는 무기 상인이었던 만큼 꽤나 부자였다.
항상 비싸고 화려한 흰색 수트를 입고 있었고, 소지한 부동산만 몇 개 인지 유재하가 들은 것만 수 천만 달러가 넘어갔다.
그런데 그런 노인이 왜 이런 상거지가!
하지만 주헌 일행을 알아본 그는 바로 멱살 부터 잡았다.
“야이, 망할 놈아! 너 때문에 내가, 내가 어떤 꼴을…………!”
광분하던 에드워드는 기어이 울부짖었다. 어지간히도 서러웠던 모양이었다.
물론 정작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조금은 미안했던 건지, 웃겼던 건지 웃어버렸다. 아니 물론 이놈을 조련하기 위해 일부러 궁지에 몰리게 만든 것도 있긴 하지만.
'이건 생각이상 인걸.'
“이 꼴이 되어 있는 걸 보니 키이라가 어지간히도 귀찮게 했나보지?”
“이게 귀찮은 수준이냐! 어?”
에드워드는 술병을 집어 던질 기세로 서럽게 욕설을 했다.
“젠장, 이 빌어먹을 놈아!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네놈이 판 물건 때문에 난 쫄딱 망했어! 키이라 명령을 받은 CIA가 날 이 꼴로 만들었다고!”
주헌은 알만 하다면서 하하 웃었다.
“키이라가 기어이 칼을 뽑아 들었나 보군?”
“그래 이놈아! 그 여자가 그동안 눈 감아주던 불법행위들로 물고 늘어졌다고! 재산도 유물도 압수 당하고, 지금도 쫓기고 있어! 인터폴에 수배서가 돌고 FBI놈들까지 쫓아오고 있다고! 알아?”
어이쿠야, 그것 참 심한 꼴을 당하고 있군.
“뭐, 그래봐야 자업자득이지. 불법으로 무기를 팔던 건 사실이잖아. 그동안 그 인맥으로 살아 남은 거면서.”
“뭐가 어쩌고 저째!”
이렇게 만든게 누구인데!
“젠장, 이걸로 미국하고 잘해보려고 했던 내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어. 기껏 투자받아서 새로운 사업을 해보나 했더니 다 망했다고!”
그의 분노에 주헌은 이 때다 싶었는지 슬쩍 미끼를 던졌다.
“그럼 내가 살길을 마련해줄까?”
그러나 에드워드는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자네하고 엮여서 또 무슨 피를 보라고?”
에드워드가 여기 총만 있었으면 머리를 뚫어버렸을 것이라고 하자 주헌은 쿨하게 돌아섰다.
“그럼 맘대로 하든가. 어디보자 내가 CIA 요원 번호를 알고 있는데……”
동시에 에드워드가 주헌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아이고! 잘못했네! 내가 뭘 하면 되나!”
참 태세 전환이 빠른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에드워드는 분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우스운 것이리라.
'도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야.'
천하의 미래의 재물왕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도 웃겼지만, 주헌은 본론에 들어갔다.
“간단해. 어떤 정보가 알고 싶은 것 뿐이다.”
“정보?”
“동남동녀(童男童女), 그러니까 어린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을 긁어 모으는 유물이지. 그것의 존재를 알고 있나?”
“!”
곧 에드워드의 표정이 변했다.
그걸 귀신같이 캐치한 주헌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짐작가는 구석이 있나보군?”
* * *
‘이 놈은 서복의 유물에 대해 알고 있다.’
그건 사실이었다.
원래 불로초를 가지고 있던 권 회장은 에드워드를 통해서 서복의 유물을 얻어냈다고 하지 않았나.
“그 유물은 어디에 있지?”
그러나 에드워드는 딴청을 피웠다.
“동남동녀의 유물? 무슨 소리야? 난 모르겠는데?”
이에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어디 CIA 번호가...”
“키이라야, 키이라! 그 빌어먹을 여자한테 팔았다고! 젠장!”
그러나 그 대답에 주헌은 내심 당황했다. 비비안에게서 들었었던 키이라의 유물 중에는 서복의 유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다. 서복의 유물이 있었으면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주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거짓말 하지마라. 그 여자는 그 유물을 안가지고 있을텐데.”
“믿기 싫음 말고! 그 여자가 어디에 팔았나보지 뭐!”
“누구한테 팔았는지도 아나?”
“알게 뭐냐! 이 바보야!”
에드워드는 시치미를 뚝 뗐지만 주헌은 귀신같이 눈치채곤 웃었다.
'이자식, 역시 알고 있군.'
권 회장의 밑에 있을 때 부터 친하게 지내던 양반인데 표정 하나 제대로 못 읽을까.
'아무래도 슬슬 채찍은 안 통할 타이밍이군.'
애초에 에드워드를 조련해 사업에 써먹으려고 했던 주헌의 사탕발림이 시작되었다.
“날 도우면 그깟 미국 따위에 굽신거리지 않아도 떼돈을 벌게 해주지.”
“!”
에드워드의 눈빛이 변하자 주헌은 그럼 그렇지, 하고 흡족하게 웃었다.
“나한테 좋은 약 하나가 있다.”
“……좋은 약?”
“그래, 세상에 둘도 없을 약이지. 앞으로 엄청난 수요가 생길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주헌은 씨익 웃었다.
불로초는 얼마든지 개량해서 팔 수 있었다. 효과는 시중에 있는 약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불로초는 개량만 하면 엄청난 돈줄이 된다.’
물론 예전의 독식자놈들처럼 백신으로 협박을 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이건 다른 독식자들에게 권력이 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자 기반 중 하나이기도 했다.
백신으로 개량한 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게 배포하고, 기호상품으로 개량한 쪽은 돈줄로 삼는다.
'그럼 그 사람들도 피해를 받지 않을 거다.'
주헌은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에드워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기인가. 아니면 정말 신뢰성 있는 말인가.'
괜히 이 바닥에 오래있던 베테랑이 아닌 터라, 그는 신중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애당초 주헌에게서 돈 냄새를 맡고 접근 했던 건 자신이 아니었던가.
'이놈이 앞으로 뭔가 저지를 놈인 건 확실하다.'
그 뿐인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지 간에 지금 상황 보다는 나으리라.
“듣자하니 의료유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효능은 확실한 거겠지?”
“물론. 그냥 달여서 먹어도 최강의 정력제로 써먹을 수 있다지. 당신 같은 노인조차도 20대로 돌릴 정도로.”
눈빛이 변한 에드워드는 어째서인지 굉장히 집중했다.
“진짜로? 그게 가능한가?”
“왜. 당신한테도 필요한가보지?”
“커흠!”
웃던 주헌은 뛰어난 조련사처럼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 유물을 정제하게 되면 로열티로만 돈방석에 앉게 될 다양한 약이 탄생하지.”
“그런 걸 정말 가지고 있다고?”
“그래, 하지만 그걸 각성시키려면 필요한 유물이 있어서 말이야. 그걸 좀 찾고 있어서.”
“아까 말한 동남동녀(童男童女)의 유물이 그거란 소리군.”
결국 고민하던 에드워드는 이렇게 말했다.
“키이라가 그 유물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알고는 있네."
"어디지?"
"아프리카."
"아프리카?"
주헌은 뜻 밖의 장소에 황당해했다.
아니 미국이 왜 또 그런 곳에.
그러나 일단 주헌에게 매달려보기로 한 에드워드는 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무래도 키이라가 아프리카의 무덤에서 그걸로 뭔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그런데?"
"이게 좀 수상한게, 미국 대통령 몰래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같네. 무엇보다 무덤과 관련된 일에 TSOF를 쓰지 않는 다는 건..."
그 말에 눈치빠른 주헌이 씨익 웃었다.
“즉. 세상에 걸리면 곤란한 만한 일을 하고 있단 거군.”
"바로 그거네."
도대체 어린 소년 소녀들을 끌어모으는 서복의 유물로 뭔 불법 적인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헌은 내심 웃었다.
키이라는 계속 거슬리긴 했지만, 사회적 위치상 완전히 끌어내릴 수 없던 여자였다.
하지만 어쩐지 여기서 좋은 냄새가 났다.
건드리기 힘든 사황을 단숨에 나락으로 보낼 수 있을 법한 꿀 같은 냄새가.
‘이거 잘하면 전쟁왕부터 미리 아웃시킬 수 있겠는 걸.’
주헌의 미소가 제법 사악했다.
* * *
아프리카의 가나.
그곳까지 순식간에 날아온 주헌은 50M 앞에 있는 가게를 보았다.
거긴 뜻 밖에도 도박장이었다.
물론 이곳이 치안이 좋은 지대가 아니기에 저 도박장도 제대로 된 곳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곳을 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서복의 유물을 사용하고 있는 놈들이 저기에 있다고 했다.'
목적은 모르겠지만 키이라가 비밀리에 유물을 위탁한 놈들 말이다.
주헌은 발걸음을 옮기며 함께온 일행에게 말했다.
“당신 둘은 일단 밖에 있어요. 안에 들어가봤자 좋은 꼴도 못 볼 거 같으니.”
“아...!”
옆에 있던 것은 아이린과 그녀를 호위하는 여자 경호원이었다. 그녀는 주헌에게 전용기를 빌려주고, 서복의 유물을 얻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주헌과 함께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린은 위험한 곳으로 가려는 주헌에게 말했다.
“저기, 주헌씨. 조심하세요!”
그러자 주헌은 픽 웃었다. 부모의 상태에 괴로운 때 인데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느낀 것일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숨어 있어요.”
“!”
그러자 순간 아이린은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주헌은 유재하와 함께 시끄러운 도박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룰렛 게임, 블랙잭 등 사람들이 모여 하는 도박 게임이 주로 보였다. 평수는 그리 넓지 않았고, 내부도 촌구석 동네라 허름했다.
주헌은 그들 중에서 누군가를 찾았다.
그렇게 얼마 쯤 주변을 살폈을 까.
‘저놈들이 서복의 유물을 가졌다는 놈들이군.’
한 스무명 정도 되는 무리일까. 흑인과 백인이 섞여 있었는데, 구석에서 포커를 하고 있는 놈들에게서 유물의 냄새가 풀풀 나고 있었다.
‘확실히 착한 놈들로는 안 보이는 군.’
심지어 그들은 게임 상대에게 총까지 쏘며 묵사발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괜히 무법지대가 아닌 듯 분위기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하하! 졌으니까 전재산 다 내놔!”
“이 새끼 지갑부터 장기까지 다 털라고!”
덕분에 협상준비를 했던 유재하는 몸을 바들 바들 떨었다.
'미친, 저런 놈들한테 지금 유물 협상을 하자고?‘
“단장님, 저놈들이랑 협상하기 쉬울까요?”
돈이야 주헌이 시키는 대로 충분히 가져오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때였다.
주헌이 갑자기 그들에게 겁도 없이 다가가는 것이었다. 유재하는 당황했다.
“잠..! 단장님!”
그리고 놈들이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의 지갑에까지 손을 대려고 할 때였다.
“끄아악!”
지갑을 훔치려던 흑인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지갑을 가져가려고 했더니 주헌이 난데 없이 손가락을 비틀어 부러트려 버린 것이다.
결국 동료의 손가락이 부러지자 다른 동료들이 기겁해서 외쳤다.
"뭐야, 이 새끼는!"
하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놈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내 용건은 하나다.”
“뭐?”
“내놔라, 유물.”
주헌은 뻔뻔하게 웃었다.
처음부터 협상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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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취왕의 타이틀을 알게 되었습니다.txt
+ 지난 편 유재하의 태클의 경우에는 초고 버전과 내용이 좀 달라지면서 대사를 채워넣다가 생겨버린 제 실수입니다. 상황과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다소 수정했습니다.
오늘은 좀 늦어졌네요 ㅠ.ㅠ 흑흑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