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2 불로초를 찾아 떠난 남자 <3권 마침> =========================================================================
< 불로초를 찾아 떠난 남자 (1) >
“자, 대답은?”
주헌의 말에 심하게 흔들리는 조지 홀튼이었다. 주헌의 마치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 했다. 부모님을 살려 줄 수 있다니, 그것이 설령 악마의 유혹일지라도 흔들리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덕분에 조지 홀튼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제발 두 분을......!”
하지만 조지 홀튼은 헉 입을 다물었다. 순간적으로 주헌의 계락에 넘어갈 뻔했지만 이성적으로 이게 아니라는 걸 판단한 탓이다.
그는 홀튼가에 접근하는 수 많은 사기꾼들을 봐왔다.
‘이 자식…! 우리한테 빚을 지어두고 원하는 걸 뜯어낼 생각인가!’
때문에 부모를 치료해주겠다는 말에도 그는 금방 승낙하지 못했다.
주헌의 목적이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눌 가치가 없군! 네놈의 도움은 받지 않는다!”
“오빠!”
아이린이 무슨 소리냐는 듯 보았지만 조지 홀튼의 생각은 확고했다.
‘유물은 악마다.’
어느 날 이었을까.
홀튼 부부에게 손님이 왔다. 길가던 상인들이란 그들은 신기한 유물들을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유물을 신기해하던 부부는 유물을 만진 이후부터 불치병을 앓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부는 유물 따위에 관심을 가진 것에 후회 했다. 자녀들에게도 강하게 충고했다.
‘절대로 유물과 가까이 하면 안 된다.’
그것이 홀튼가가 판도라와 유물을 거부하는 이유였다. 동시에 주헌 일행을 극도로 거부하는 이유.
“알았어? 유물들은 다 악마야! 그러니 아이린한테서도 그 악마 같은 유물을 떨어트려놓을 거다. 허튼 짓 하지 말고 썩 꺼져!”
그 말에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놈들의 반응도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만.
“홀튼가의 장남이라는 놈이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나?”
“뭐야?”
“페니실린도 처음엔 해로운 곰팡이였지. 불도 처음엔 그냥 인간들에게 위협적인 재난이었어. 하지만 어떻게 되었지? 결국 인간이 사용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알아들었나?”
“뭐라고?”
곧 주헌은 아이린의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마치 시체가 썩는 듯한 고약한 냄새가 났다.
말기 환자의 전형적인 증세였다.
틀림없이 시중인들도 의사들도 모두 구역질을 하며 이들을 기피했으리라. 만지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역질이 올라올 법도 한데도 주헌은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굉장히 정중하게 물었다.
“부인. 아마 병 때문에 잘 들리지 않으시겠지만, 당신들의 병을 유물로 치료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그 신사적인 말투에 유재하는 정말 경악했다.
‘아니 저 인간이 저렇게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어?’
보나마나 닥치고 자신의 말에 따르라고 하거나, 싫으면 죽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며 저택을 나가버릴 줄 알았는데!
하지만 유재하가 충격을 받고 있는 사이, 아이린의 모친이 입을 뻐끔거렸고 거기에 귀를 기울인 주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조지 홀튼에게 이것 보라며 말했다.
“봐라. 치료해주실 수 있다면 부디 부탁드린단다.”
그 말에 조지 홀튼이 웃기지 말라는 듯 모친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모친은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
'!'
결국 모친의 말을 확인할 길이 사라진 조지 홀튼이 씩씩 거렸다.
“어머니께서 그런 말을 하실 리가 없어! 솔직히 말해라. 유물로 무슨 짓을 한거냐!”
이에 아이린이 급하게 조지에게 외쳤다.
“오빠! 지금은 그냥 주헌씨 말에 따라줘요. 주헌씨 말대로 하면 나쁜 일이 벌어질 리가 없어요! 믿어도 된다고요!”
그러자 조지 홀튼은 닥치라는 듯이 분노를 표했다.
“아이린! 아무것도 모르면 제발 빠져! 젠장, 이게 다 유물 같은 걸 보여준 잡상인들 탓이야! 어머니 아버지도 왜 그런 놈들을 들이셔서...!”
“오빠!”
그리고 불신에 가득찬 오빠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아이린! 알았어? 설령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일이 생기더라도 안 돼. 저런 근본도 모를 유물 사용자들을 믿으면 또……!”
동시에 주헌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뻐억!
“!”
주헌의 발차기가 조지 홀튼의 얼굴에 작렬했다.
“커억!”
조지는 사정없이 울려오는 통각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바로 그 뒤에 이어 더한 충격이 이어졌다. 조지 홀튼이 배를 움켜쥐고 웅크리자 주헌의 팔꿈치가 사정없이 조지 홀튼의 척추에 내리꽂힌 것이다.
뻐억!
마치 도끼로 내려찍는 듯한 충격과 고통이었다.
조지홀튼이 철 없는 소리를 해서 짜증이 났던 건지, 단순히 설득 시키기가 짜증났던건지. 주헌은 사정없이 조지 홀튼을 묵사발을 내버렸다.
덕분에 운동으로 다져진 조지 홀튼의 근육이 다 뭉그러진 두부가 될 판이었다.
그것도 순두부가.
뻐억!
뻐억!
유재하는 ‘아이고, 그럼 그렇지 성격 나온다.’ 라며 눈을 가렸다.
그렇게 몇 번정도 쳐냈을 까.
아주 남아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개 패듯이 쳐내고, 조지 홀튼이 잘못 했다고 말실수라고 외치고 나서야 주헌은 발길질을 멈췄다.
그리고 그런 그가 조지 홀튼에게 내뱉을 말은 하나였다.
“나이를 똥으로 처먹었나?”
“우욱…!”
“네가 어떤 삽질을 하던 관심도 없다. 하지만 네 그 하찮은 생각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걸 모르나.”
시중인들은 황급히 달려와 피투성이가 된 조지 홀튼을 살폈다. 특히 노인 집사는 분노에 파르르 떨면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
“당장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씩씩거리거나 말거나 주헌은 꽤나 빡쳐 있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부모의 병을 보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넌 바보냐?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너희 부모님은 유물 사용자가 고의로 병들게 한 거야. 단순히 유물을 만져서 온 병이 아니라고."
“!”
“설령 그 사실을 모른다고 치지. 하지만 의심 되는 사람들을 당장 조사해보고 악마에게 혼을 팔아서라도 부모를 치료해도 모자를 마당에. 왜 애꿎은 우리를 적으로 돌리지?"
“크윽. 내가 조사를 안해 봤으리라 생각...”
“닥쳐. 다시 찾아라. 다시 말하지. 너희 병을 병들게 한 건 백퍼센트 유물을 들고 찾아왔다는 그 놈들이다. 여기서 잉여짓 하고 있을 거면 그놈들이나 다시 찾으러 가라."
그러자 듣다 못한 집사가 헛소리라며 소리쳤다.
“저 사기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저놈의 말대로라면 주인어른의 30년지기 친구 분이 범인이라는 겁니다! 두 분의 삼촌과도 같은 분께 어디서 그런 망말을!"
그러자 조지가 사납게 외쳤다.
“뭐야? 언제는 잡상인들이라고 했잖아!"
곧 아차 싶었던 집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그, 주인 어른께서 어째서인지 입 다물고 있으라 신신당부를 하셔서."
이에 주헌은 아주 총체적 난국이라며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아무리 주인이 시켰다지만 주인의 목숨과 관련된 건데 그걸 진짜 따르고 있어?"
“그 입 닥쳐라! 당장 경찰에 연락해서 저놈들을...!"
집사는 분노했다. 하지만 조지 홀튼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면서 저지했다.
“너나 닥치고 있어! 말하기에 따라 네 놈이 처분당할테니.”
“도, 도련님!”
결국 뭔가를 생각하던 조지 홀튼은 미심쩍은 듯 주헌을 노려보다가 외쳤다.
“오냐 좋다. 그렇게 잘난 듯이 이야기 하는데, 부모님을 치료해줄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봐. 단 실패하면 둘 다 태평양에 던져버릴 줄 알아라.”
“도련님!”
이에 주헌이 비뚜름하게 비웃었다.
“그럼 성공하면 네가 태평양에서 뛰어내리는 걸로 하고?”
“허, 그래! 얼마든지 그래주지!”
“미리 충고하지만 난 입 밖으로 낸 건 정말 한다.”
그 말에 조지 홀튼은 비웃었다.
“분명 하루면 가능하다고 했지? 그럼 어디 지금 당장 해봐라.”
하지만 주헌은 굉장히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바보냐? 슈퍼컴퓨터도 부팅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막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뭐야?”
“일주일 내로는 돌아오지. 이 똥강아지야. 그러니 넌 범인 물색이나 하고 있어.”
“허, 그래. 할 수 있음 해봐라. 만약 성공하면 우리 가문의 전재산도 넘겨 주지!”
아니 그러니까, 그런 약속은 막하는 게 아니래도?
* * *
“어떻게 한 마디를 안져요, 한마디를.”
설마하니 홀튼가의 장남을 그렇게 복날의 개패듯이 패다니.
속이야 시원했지만 이건 세계적 토픽 감이었던 것이다.
물론 아이린이야 더 때려주셔도 됐다고 했지만 말이다. 아마도 조지 홀튼의 말이 어지간히도 충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유재하가 물었다.
“그래도 홀튼 부부가 그 꼴이 된 거 말입니다. 정말 유물을 들고 찾아왔다는 그 지인의 짓이 맞습니까?”
“확실해. 유물 증후군은 보통 천천히 병들어. 정상적이면 10년 뒤에나 저 증세가 된다. 그러니 보나마나 질병 유물 같은 걸로 고의적으로 병들게 한 경우라는 거지."
뭐 잡상인들의 짓이라 알고 있었으니 조지 홀튼도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어쩌면 아이린의 부모는 놈들에게 정말 협박 당했을지도 모르겠는 걸.'
아무리 그래도 상식적으로 이 사실을 집사에게 숨기고 있으라는 것이 좀 이상했으니까. 어쩌면 범인들은 부부를 병들게 하고 자식들을 빌미로 입을 막았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들에 대해 말하면 자식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뻔한 이유를 들어서.
그런데 그럴 만한 놈이 판도라에 있었나?
신경쓰지 않았었지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불로초 쪽이 먼저다.”
현재 위치는 뉴욕 도시 맨하튼. 유재하는 주헌이 팔자에도 없는 지하철 역에 오자 좀 이상하게 여겼다.
이곳은 불로초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시간도 쪽박한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
하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DOWN 표시에 따라 계단을 쭉쭉 내려갔다. 그러자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답게 쓰레기 악취가 확 밀려올라왔다.
유재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으 냄새, 그런데 단장님, 우리 아까부터 어디에 가는 겁니까?”
“어디에 가긴. 불로초를 업그레이드 시키러."
“!”
그렇다.
사실 지금 당장 홀튼 부부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의 불로초는 각성하지 못한 단순한 정력초 상태였던 것이다. 그걸 진짜 의료유물로서 각성시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유물이 더 필요했다.
바로 서복의 유물이다.
서복은 진시황에게 명령을 받고 불로초를 찾아 떠난 사람이었다. 그리고 수 천 명의 동남동녀 (童男童女)를 데리고 영약을 찾아 떠났다고 했던가.
“그럼 서복의 유물이 여기에 있다는 거네요?”
“눈치 빠르네.”
그런데 지하철 역 플랫폼으로 내려온 그가 발걸음을 옮긴 쪽은 좀 뜻 밖이었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곳은 플랫폼 구석의 의자.
특히 거기서 쭈그리고 누워 있는 노숙자였던 것이다.
노숙자는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더러운 담요를 덮고 있었다. 하루 이틀 이곳에 있던 사람은 절대로 아니리라.
‘으 땀냄새에 술냄새………’
덕분에 유재하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주헌은 처음부터 이 노숙자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유물에 대해 알 것 같지도 않은데.’
설마 삥을 뜯을 건 아닐 거고.
그런데 주헌은 유재하가 경악할 만한 짓을 했다.
쿵!
난데없이 노숙자를 거칠게 발로 밀어 의자에서 떨어트린 것이다! 그걸 본 유재하가 비명을 질렀다.
“자, 잠깐! 미쳤어요? 이 분이 홈리스들 무서운 줄 모르시네!”
그러나 주헌은 픽 웃으면서 보라는 듯이 노인을 툭툭 쳤다.
“이봐, 팔자에도 없는 노숙 생활은 즐겁게 하고 있나?”
“아니 단장님. 그렇게 시비를 거시면…….”
하지만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키는 노숙자의 얼굴에 유재하는 기겁했다.
“어? 당신은!”
============================ 작품 후기 ============================
끄앙 댁이 왜 여기있어!!!;ㅅ;
(8.3 일 수정 되었습니다)
+ 으억 이번주 당첨자는 코멘트에 달아놓겠습니다!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