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1 형님, 우리 협상 좀 해보지? =========================================================================
< 형님, 우리 협상 좀 해보지? (2) >
이때 차를 다 비운 주헌이 조지홀튼을 향해 말했다.
“이제 그 쯤 하시고.”
그러자 조지 홀튼의 부릅뜬 눈이 주헌에게로 돌아갔다.
“닥쳐. 외부인은 빠져라.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동생 생일선물에 저놈이 초를 쳤다.”
주헌은 웃었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저 인간도 상상 이상이군.’
어쨌든 생긴 건 럭비선수 같은 타입이었는데, 성격은 아이린과 남매가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불같았다.
‘심지어 심각한 여동생 팔불출이야.’
실제로 20살인 아이린을 업어서 길렀다고 하는 조지 홀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주헌은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말해도 그 놈은 내 부하거든. 그 이상 괴롭히는 건 상관으로서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서.”
“다, 단장님!”
유재하는 새삼 감동한 듯이 보았다. 저런 인간이더라도 부하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구나 싶었지만 주헌은 뜻 밖에도 이렇게 말했다.
“하려면 사람을 시켜서 태평양에라도 던져야지. 이 이상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민폐라고 생각 안하나?”
“야, 이 뭐라고! 널 믿은 내가 잘못이다!”
실제로 뜻밖이었는지 조지 홀튼도 웃음을 흘렸다.
“태평양? 방금 저 놈의 상관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 하지만 이 이상 기다리는 것도 짜증나니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하는 거다.”
“제안?”
“저 놈은 당신 동생의 저주를 풀어준 사람 중 하나다. 그깟 800억, 동생의 저주를 풀어준 대가로 치면 싸지 않나.”
이에 조지 홀튼은 헛웃음을 흘리며 주헌에게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아이린이 그렇게 말했다고 했지. 네놈들이 아이린의 저주를 풀었다고.”
“알면 알아서 감사를 표해주면 좋겠군.”
하지만 조지 홀튼은 뜻 밖에도 주헌에게 총을 돌렸다.
“저주를 풀어줘? 닥쳐라.”
안그래도 조지는 시중인에게 아이린의 일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아이린이 유물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에 몹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법이 홀튼가의 사람들은 유물을 악마로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동생에게 그딴 정체를 모를 것에 손을 대게 하다니. 부하도 사기꾼이고, 그 상관도 사기꾼 놈들이군. 알았나? 머리에 총 맞기 싫으면 썩 나가라! 동생에게 붙은 유물은 내가 떼어내겠다!”
이에 아이린이 벌떡 일어섰다.
“오빠! 주헌 씨한테 그런 말을 하면 이제 제 얼굴도 안 보겠다는 걸로 간주하겠어요! 주헌씨는 절 구해줬어요!”
그러자 조지는 당황했다.
아이린이 이렇게 나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황하던 것도 잠시, 그는 이를 갈면서 외쳤다.
“아이린! 아직 네가 어려서 뭘 모르는 거야! 유물을 다루는 악마들과는 어울리지 마라!”
주헌은 한숨을 쉬었다.
설득하기도 귀찮은데 그냥 몇 대 패고 시작할까?
애초에 주헌은 이대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왜?
이놈들은 단체로 노예 3...아니 주헌의 소중한 후원가가 되어줘야만 했다.
'앞으로 구상중인 사업에는 이놈들이 딱이다.'
그 뿐인가?
‘판도라를 없애려면 적어도 홀튼가 급은 돼야지.’
애초에 주헌은 판도라를 상대로 피튀기는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눈엣가시처럼 굴 그놈들을 홀튼 가를 이용해 죄다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이 판도라 자체를 박살내면 그만이긴 했지만, 그러기엔 아직 힘도 부족하고 아직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그러니 이놈들이 딱인데.
‘하지만 놈들의 반응이 좀 이상하군.'
이상할 정도로 조지 홀튼은 유물에 대해 악의를 품고 있었다.
이 쯤 되면 증오 급이다.
물론 가톨릭 가문이라 유물을 악마 취급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종교적인 이유로 유물을 꺼려하는 종교단체는 많았으니까.
단지 이정도로 귀가 막힌 인간들은 아닐 텐데 말이다.
결국 좀 이상하다고 느낀 주헌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하고는 말할 가치가 없군. 당신들 부모하고 이야기를 해야 겠으니 좀 꺼지시지.”
그러자 어째서인지 잠시 움찔하던 조지 홀튼이 몸을 떨었다.
“이 건방진 놈이. 손님도 아닌 네놈들한테 부모님을 소개 해줄 것 같나?”
그러나 주헌은 한 마디도 안 졌다.
“홀튼가의 장남은 머리가 없나? 네 놈의 소개는 필요 없다. 우린 애초에 당신 부모의 초대를 받고 온 거라서.”
“이게…진짜! 말했잖아! 부모님은 너희를 만날 생각이 없다고!”
' .....?'
동시에 뭔가를 감지한 듯, 주헌이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 그러시다면 이쪽에서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
주헌이 그리나오자 조지 홀튼은 어째서인지 당황해서는 다급하게 외쳤다.
“알렉스! 이놈들을 빨리 내 쫓아!”
곧 집사가 사람들을 부르자 경호원들 여러 명이 나타나 주헌을 거칠게 잡았다.
“죄송하지만 따라주셔야겠습니다.”
하지만.
“커헉!”
힘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던 그들은 도리어 주헌에게 턱을 얻어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주헌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자식이!”
그러나 뭔가 냄새를 맡은 주헌은 다짜고짜 저택의 방이랑 방은 다 열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납득이 안되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조지 홀튼의 반응이 이상했다. 뭔가 숨기고 있어.'
자신들을 초대한 부모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이상했고 말이다.
결국 주헌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쾅!
쾅!
쾅!
이에 놀란 조지 홀튼이나 아이린, 유재하까지 따라 갔지만 주헌의 몸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었다.
“저 자식이 진짜!”
심지어 수십 명 되는 가정부들과 집사들이 놀라 따라왔지만, 주헌은 너무나도 빨랐다.
쾅!
‘여긴 아니고.’
쾅!
‘여기도 아니다.’
그리고 번개 같은 속도로 문을 열고, 내부를 확인하고 다니던 주헌의 발걸음이 어느 순간 멈췄다.
안쪽 저택에 들어섰을 때, 주헌은 낯익은 냄새를 맡았다.
‘이건.’
코를 찌르는 썩는 냄새.
시체의 냄새는 아니었다.
하지만 피부가 썩어가는 이 냄새와 기분 나쁜 이 기운은 분명히…
곧 주헌이 문제의 방으로 다가가자 시중인들이 기겁해서 외쳤다.
“이봐요! 그 방에서 떨어져요! 정말 신고할 겁니다!”
“한발자국이라도 거기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기어이 뒤따라온 조지 홀튼이 주헌에게 거칠게 달려들었다.
“당장 꺼지라고 했지!”
럭비라도 한 건지, 조지 홀튼은 주헌보다 체격이 좋아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주먹을 날린 것이 무색하게 조지 홀튼은 주헌에게 명치를 얻어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컥!”
조지 홀튼은 애벌레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리면서 기침을 했다. 조지 홀튼은 주헌을 노려보았지만, 주헌은 귀찮다는 듯 태연하게 문 쪽으로 다가갔다.
“이 이상 귀찮게 하면 클라이언트의 가족이라도 안 봐준다.”
“뭐라고!”
동시에 두꺼운 문은 순식간에 열렸다.
벌컥!
그리고 안에는 주헌의 예상대로 침대에 누워 있는 중년의 여성이 있었다.
문제는 그 여성의 상태였다.
‘저건!’
엄청난 악취. 여자의 몸은 전신이 보랏빛으로 변해 피부가 썩어가고 있었고, 마치 좀비와 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옆방에 들어가자 여성과 똑같은 증세의 중년 남성도 있었다.
그 둘은 분명 아이린의 부모이리라.
뒤 이어 아이린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머니! 아버지!”
결국 아이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조지 홀튼은 아차 싶었다. 아무래도 아이린에게는 이 상황을 숨기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픈 부모가 아이린과 주헌을 불렀고, 조지 홀튼은 그들의 만남을 막기 위해 급하게 온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만큼 조지 홀튼이 주헌에게 분노를 표하는 것도 당연했던 것이다.
“당장 썩 나가라고 했지! 유물을 들고 당장 나가!”
하지만 주헌은 오히려 싸늘한 어조로 환자들을 보고 있었다.
“미쳤나?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지?”
“방치라고? 누가 방치를 했다는 거야!”
이 때 뒤늦게 들어온 유재하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는 좀비라도 본 것처럼 기겁하다가 상관에게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뭐야, 뭡니까! 저거! 저 좀비 같은 거 뭐냐고요! 진짜!”
주헌은 쯧 혀를 찼다.
“뭐긴. 유물증후군 (tomb syndrome)이라는 거다.”
“유물 증후군?”
그렇다.
유물의 등장과 함께 세상에 나타난 인류 최악의 불치병, 유물 증후군.
영혼의 뒤바뀜, 히키코모리, 충동조절장애, 자해 같은 심리적 증상부터 시작해서 급성 출혈, 혼수상태, 폐렴, 장기부전 등 질병 증상에 희귀질병까지.
전 인류의 3분의 1이 이 병으로 죽었고, 나머지 3분의 2가 죽을 위험에 처했었다. 주헌 역시 이것 때문에 권 회장의 노예가 되지 않았나.
어쨌든 홀튼가의 부부는 그 병에 걸린 것이다.
단지 좀 이상했다.
‘이 병이 벌써 돌기 시작하다니?’
심지어 상태를 볼 때 이건 말기 증상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이건 자신도 사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좀 곤란했다. 이래서는 홀튼 가와 협력 관계를 맺기 전, 초상부터 치룰 판이 아닌가.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일이 알려질 까 외부인을 극히 꺼리던 조지 홀튼이 씩씩 거렸다.
“애초에 부모님을 이렇게 만든 것도, 갑자기 저택에 찾아온 너희 유물 사용자들이야. 그러니 또 이상한 사기를 치려면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주헌은 여기서 새삼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홀튼 부부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지.’
곧 주헌은 여태껏 궁금해 하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아이린의 과거다.
‘이제야 아이린이 과거에 전쟁왕과 손을 잡았던 이유를 알겠군.’
보나마나 전쟁왕이 협박한 것일 것이다. '부모를 살리고 싶지? 독점중인 상급 의료유물을 줄 테니 협력하라.' 뭐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약점이 잡힌 것일 터. 보아하건데 이정도면 보통의 의료유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니까.
결국 조지 홀튼이 분노에 치를 떨며 주헌을 끌어내려고 할 때, 주헌은 픽 웃었다.
“내가 고쳐줄까?”
“……뭐, 뭐?”
하지만 잠시 멍하게 생각하던 조지 홀튼은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아무런 짓도 안 해봤을 거라 생각 하나? 자칭 유물 사용자들을 불렀었다. 다들 자신만만해 하더니 아무도 못 고쳤어! 결국엔 돈만 먹고 튀었지! 유물 사용자들은 그래봐야 다 사기꾼…”
그러자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사기꾼도 급이 있다. 그딴 야매 놈들과 날 똑같이 취급 마라. 기분 더러우니까.”
“뭐, 뭐야?”
“난 확실하게 고칠 수 있어. 그것도 단 하루면.”
그건 사실이었다.
왜?
주헌에게는 바로 SS급 의료유물, 진시황의 불로초가 있지 않은가. 심지어 의료유물 중 최강 군에 속하는 귀한 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잘알기에 주헌은 픽 웃었다.
“까짓것 유물로 고쳐주지. 클라이언트의 가족이니까. 대신, 그 이후에 제시할 게 있는데.”
주헌은 내심 입 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아이린의 가족이니 모른 척 할 생각은 없었고, 병자를 앞두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본인도 조금 나쁘다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홀튼가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법이 떠올랐다.’
동시에 이 거친 조지 홀튼을 길들일 수 있는 방법도.
그것도 얄팍한 관계가 아닌, 아주 원활하고 확실히 사이좋은 관계로.
때문에 주헌은 조지 홀튼에게 충고했다.
“말해두는데. 이대로 두면 일주일도 못 버티신다.”
“………!”
아니나 다를까 조지 홀튼은 충격을 받았는지 얼어붙고 말았다. 고압적이던 조지는 떨리는 눈으로 주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랬기에 주헌은 호랑이를 조련하듯이 미소를 지었다.
“자,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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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txt
8월입니다! ㅜ.ㅜ 더위 조심하시고 몸 조심하세요! 전 슬금 슬금 딱지를 부쳐보러..!!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