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0 형님, 우리 협상 좀 해보지? =========================================================================
< 형님, 우리 협상 좀 해보지? (1) >
벌떡 일어선 주헌은 아이린에게 다가갔다. 가슴을 부여 잡은 아이린은 조금 괴로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괜찮아요? 이봐요!”
아이린이 귀속성의 SS급 유물을 쓰는 이상 리스크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주헌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왜?
워낙 기상천외한 리스크들이 많았고, 과거 파산왕 역시 대수롭지 않게 유물을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렇게 몸에 부담 되는 형태의 리스크라고 생각하지는 않은 탓이다.
그런데 설마 유물이 완전체가 되면서 다른 리스크로 바뀐 것인가? 그리고 그게 고통을 주는 식의 리스크?
아니 지금은 그딴 건 아무래야 좋다.
주헌은 혀를 차면서 아이린의 가는 팔을 부여잡았다.
‘할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일단 지배력으로 억누른다.’
물론 그리 되면 자신이 공격을 받게 되긴 하겠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이야 내성이 있어서 버틸 수 있다 쳐도, 아이린은 다르지 않나.
‘아이린은 유물의 공격에 익숙한 여자도 아니다.’
유물도 중요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안전이 우선 중요했다.
그런데 이 때였다.
괴로워하는 것 같았던 아이린이 언제 그랬냐는 양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어?”
그녀가 고개를 든 순간 주헌과 유재하는 동시에 헉 숨을 들이마셨다. 아이린이 갑자기 자신의 옷을 한꺼풀 한꺼풀 벗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 어어?”
심지어 그 행동에서 색기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어째서인지 남자라면 다 넘어갈 매혹을 뿌리고 있었다.
“자, 잠깐!”
결국 이를 보던 유재하가 어쩔 줄 몰라하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이린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하나씩 옷이 흘러내리고 기어이 가슴의 골이 살짝 보였을 때,
쿵!
유재하는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떨어트리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도 그럴 법한게 아이린이 평소의 외모보다 더 예뻐진 것이다.
물론 유물의 농락으로 진짜 예뻐진 건지, 뇌의 착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남자라면 100명중 200명이 이성이 날아갈 정도로, 하물며 여자도 빠져들 정도로 말도 안되게 사람을 유혹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런데 이 때!
쿵!
옷을 반쯤 벗은 아이린이 한술 더 떠 주헌을 밀어 쓰러트리고 말았다.
“!”
이번엔 유물성애자 주헌이라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그녀가 요염하게 주헌의 위에 올라타기 시작했을 때 절정을 이루기 시작했다.
가슴을 훑는 손길이며 한손에 쏙 휘감길 정도의 체구하며, 신경을 마비시키는 여자의 체취하며!
그리고 순식간에 아이린의 긴 금발이 주헌의 얼굴 위에 쏟아졌다.
“헤헤, 주헌씨.”
베시시 웃는 아이린은 주헌의 몸에 점점 몸을 기대왔다.
주헌을 바라보는 아찔한 눈빛은 탐욕적이고 굉장히 고혹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순진하고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갸웃거리는 표정이었다.
최후엔 숨결이 입술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주헌은 그냥 생각하는 것을 때려칠까 싶었다.
심지어 이런 메시지가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주의. 탐욕의 손이 당신의 몸을 탐내고 있습니다.]
분명하다.
이건 리스크였다.
유물의 리스크이니 분명 해가 될 것은 분명했지만, 아이린의 가슴이 몸에 닿자 주헌은 위험하다 싶었다.
그리고 마침 내 달콤한 입술이 맞닿으려는 그 순간!
풀썩.
기절한 아이린이 주헌의 가슴 위로 쓰러졌다.
“?!”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주헌은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린은 마치 큰 곰인형을 끌어안듯이 주헌의 체취를 맡으며 잠이 들어버렸다.
“……….”
덕분에 주헌은 아이린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뭔가 충족이 된 듯 후련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에 정신을 차린 유재하가 한 마디 했다.
“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모른다. 나한테 묻지마라.”
주헌은 미간을 짚었다.
이번만큼은 주헌도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확실한 건 유물의 리스크인데, 무슨 리스크인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단순히 남자를 덮치는 것? 색기를 풍기는 것?
뭔지는 모르겠지만 유재하는 이렇게 툴툴 거릴 뿐이었다.
“……나랑 바꿔주지.”
“………….”
미쳤냐.
그런데 이 때 잠시 기절했던 아이린이 눈을 떴다.
“어?”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이린은 자신이 주헌을 끌어 안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꺄아아악!”
그녀는 황급이 주헌에게서 떨어졌다.
“죄, 죄송해요!”
게다가 어째서인지 울먹이면서 주헌에게 사과를 했다.
“제가 또 실례를!”
그녀는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얼마전에 막 끌어안는 짓 좀 하지 말라는 말을 담아두고 있었기에 더더욱. 결국 또 주헌이 싫어할 짓을 했다고 생각한 아이린은 혼자 훌쩍거렸다.
하지만 그걸 보며 정작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무슨 리스크인데 그러지?’
그리고 이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찔할 정도로 좋았을 황금과 파산의 손 리스크, <탐욕> 부분이 충족 되었습니다.]
얼씨구, 이놈봐라.
하지만 놀리는 듯한 내용은 그러려니 했다. 주헌이 궁금해 하던 아이린의 리스크 정보가 친절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황금의 유물을 사용하면 사용자는 그 반동으로 탐욕쟁이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것을 강하게 탐하게 됩니다. 단 그것을 얻기 위해 사용자는 무슨 행동을 하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의 체취를 강하게 탐했습니다.]
결국 주헌은 탄식했다.
‘아, 그런 거였나.’
쉽게 말해 아이린의 욕망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평소 생각만 했던 것을 몸소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걸 가지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게 된다니?
이거 잘못하면 수치플레이나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선 키이라 뺨 때리는 골 아픈 리스크가 아닌가.
아 물론 왜 자신을 끌어안고 리스크가 충족이 되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심지어…….
‘체취라고?’
아니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저기요.”
“네, 네?”
주헌이 말을 걸자 아이린은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지만, 주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혹시 남자 땀냄새라도 좋아합니까?”
“네?!”
아이린은 당황했다.
“갑자기 무슨…!”
“아닙니다. 무시해요. 이상한 질문을 했네요.”
하지만 주헌은 유재하를 쏘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내가 쟤보다 더 깨끗할텐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린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햇다. 아무래도 자신이 주헌을 끌어 안은 것 때문에 이상한 오해를 산 것 같았다.
그냥 주헌의 냄새가 좋았던 것 뿐인데!
* * *
어쨌든 잠시 헤프닝이 일어나고, 그들이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였다.
“아이씨, 생각해보니 미치겠네.”
유재하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이마를 부여잡고 앓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주헌은 뭘 그러냐는 듯 물었다.
“뭐가?”
“기억 안나세요? 단장님은 안 찍혔지만, 제 얼굴은 찍혀서 신문에 실렸잖아요!”
“허. 그래봐야 현상금 사진도 아니고, 군중 사진에 쪼그맣게 찍힌 거 뿐이잖아.”
하지만 유재하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그게 아니라 저 죽은 걸로 되어 있잖아요! 조지 홀튼이 그 기사 보고 쫓아오면 어떡하냐는 거죠! 지금도 조지 홀튼이 집에 없다고 해서 그나마 따라온건데, 만약 그걸 보고 집에 와 있으면……!”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홀튼가에 가는 건 무덤에 제 발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 역시 안되겠어. 문 열어요! 나 내릴 거야!”
그러자 아이린이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밟고 있어요! 다쳐요!”
“뛰어 내려 죽나, 조지홀튼한테 총살 당하나 어쨌든 둘다 죽는 거잖아!”
“걱정마세요! 오늘 아침에도 오빠는 안 왔다고 했어요. 파리에서 사업 중이거든요. 두 분을 보자고 하신 건 정확히는 부모님이라서!”
“진짜? 진짜죠!”
“네!”
아이린의 확답에 유재하는 악랄하게 웃었다. 홀튼가의 부모야 어차피 자신의 얼굴을 모르니까 알바 아니다.
‘그래. 그 빌어먹을 오빠 놈만 피하면 된다, 오빠 놈만 피하면 돼!’
그랬기에 유재하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전 오늘부터 레오나르도 로스차일드 입니다. 제임스 정, 앨리슨 리, 데이비드, 유재하란사람 아니에요. 알았죠?”
넌 도대체 가명이 몇개냐.
“1호. 넌 딴 생각 품지 말고 가서 싹싹 빌어라. 800억 쯤이야 면죄해줄 지 누가 아냐?”
상관의 충고에 유재하는 화들짝 놀랐다.
“돼, 됐거든요! 조지 홀튼만 피하면 만사 오케이거든요! 뭐하러 내 죄를 내가 밝힙니까?”
어휴, 저러다가 벌 받지.
그리고 차가 멈추고, 이들이 차에서 내렸을 때였다. 차에서 내린 아이린이 뭔가를 보고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어, 어?”
“왜 그래요?”
차고에 있는 포르쉐를 보고 아이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오빠 차가 있어요! 이상하다, 오빠가 집에 왔나?”
“뭐, 뭐라고요?!”
그 말에 호랑이를 피하려고 했던 유재하가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끄아아악! 도대체 조지 홀튼이 왜 여기에 있는 건데!”
* * *
왜긴.
유재하를 조지기 위해서 와 있는 거지.
“너 이새끼, 여기까지 잘도 기어 왔구나.”
눈 앞에는 아이린을 똑 닮은 미남이 있었다. 나이는 32세, 홀튼가의 장남으로 아이린을 끔찍하게 아끼는 오라버니였다.
그리고 지난 번에 유재하에게 산 위조작도 아이린에게 선물하기 위해 나름대로 거금을 들여 그림을 산 것이었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놈이 내 동생한테 줄 선물에 감히 사기를 쳐? 심지어 죽은 척 위장을 해?”
탕탕!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총알은 유재하의 얼굴 옆을 지나가 벽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유재하의 머리를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무언의 협박이리라. 결국 유재하는 납작 엎드려 울부짖었다.
“아이고,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형님!”
하지만.
“누가 니 형님이야! 이 사기꾼 새끼야!”
탕탕탕탕!
“흐아아악!”
하지만 부하가 죽어가거나 말거나 주헌은 느긋하게 차를 대접받고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이야기를 꺼내야 했지만, 그 전에 이 못난 부하놈의 과거문제가 먼저였다.
유재하는 끄아앙 울음을 터트리며 조지 홀튼에게 싹싹 빌었다.
“형님 이러지 마시고. 집안이 박살 나잖아요. 고정 하시라고요!”
“오냐, 집안이 박살나니 다음엔 네 머리에 맞춰주마.”
“으악! 그, 그게 아니라!”
결국 그가 의지할 만한 건 한 명이었다.
“단장님! 살려주세요! 사랑스러운 부하가 죽겠어요!”
“죽어라 그럼.”
“뭐라고! 야 이 망할 단장아!”
결국 또 다시 대저택에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이때 차를 다 비운 주헌이 조지 홀튼을 보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의 교훈: 뿌린대로 걷는다. TXT
(+ 크흡, 주말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저..저는 주말을 이용해 다시 비축을 만들러 보러...ㅜㅜㅜ비축이 쌓이면 정시연재가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흑흑)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