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69화 (69/409)

00069 상대를 잘못 만났다  =========================================================================

< 상대를 잘못 만났다 (2) >

쿠웅!

상식을 초월하는 재앙의 오라가 공항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제대로 지배된 유물의 힘은 그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무시무시했다.

물론 가장 집중적인 피해를 입는 건 당연히 판도라의 유물들이었다.

[$#*#&$*#$!]

[#*@&*#@!]

크아앙, 크아아앙.

아니 오랜만에 나와 힘 좀 발휘해 보려고 했건만, 이건 또 뭔 일이야!

그리고 그런 유물들의 고생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주헌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항 전체에 흉포한 파산의 손이 강림했습니다.]

[반경 1km 범위가 파산의 영역으로 강제 변화 했습니다. 모든 재산과 관련된 악재가 닥칩니다.]

[강렬한 흉조의 기운에 적들의 유물들이 무척이나 괴로워합니다.]

[이 재앙 앞에서 살아 있을 수 있는 유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메시지가 떨어지기 무섭게, 판도라 군인들이 들고 있던 유물에만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쩌억, 쩌억.

콰직, 콰직.

결국 재앙의 오라에 이기지 못한 유물들의 몸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쾅!

쾅! 쾅! 쾅!

사정없이 유물들이 산산조각 나며 파괴되고, 또 파괴되고, 모두 파괴되고 말았다. 마치 사방에서 전구가 펑펑 터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덕분에 판도라 군인들은 비명을 질렀다.

“유, 유물이!”

“우리 유물이!”

그들은 아예 가루가 되어버린 유물들을 보며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파괴하려해도 깨지지 않는 귀한 유물들이 어떻게!

그리고 그것 보라면서 주헌이 뻔뻔하게 이죽거렸다.

“거봐, 충고했잖아. 유물을 거두라고.”

“이……!”

“니들도 대단한 놈들이다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저 놈이!”

졸지에 유물을 잃은 군인들은 눈을 부릅뜨고 주헌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주헌은 살벌하게 웃으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놈들이 가진 유물은 전부 <판도라 시스템>이라는 신급 유물에 의해 마킹되어 위치가 추적되고 있을 터. 그런만큼 여기서는 빼앗는게 아니라 모조리 파괴하는게 정답이다.

곧 주헌이 가까워지자 몇 몇 군인들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직 나이 어린 군인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유물에 대한 훈련을 받아왔지만, 이건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수상한 유물을 가지고 있다.'

정체를 모를 적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무기도 유물도 잃은 그들이 주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었다.

“오, 오지마!”

결국 부하 중 하나가 외치자 꼴 사납다는 듯이 모건 대령이 사납게 외쳤다.

“저 얼간이 같으니! 어디서 저딴 테러리스트한테 그 따위 모습을…!”

하지만 모건 대령은 말을 잇지 못했다. 다가온 주헌에게 거칠게 멱살을 잡혔기 때문이다.

“큭!”

주헌은 같잖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테러리스트? 개소리도 똑바로 하셔야지.”

“뭐?”

“유물을 가진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면 니들도 똑같은 테러리스트아닌가?”

그 말에 모건은 울컥해서 외쳤다.

“우릴 네놈들과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 우린 허가 받은 사용자……큭!”

하지만 모건은 말을 하다 말고 피를 울컥 토해냈다.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판도라 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주헌 일행과 일반 시민들은 멀쩡했다.

원인불명의 토혈이었다.

그리고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눈을 번득이면서 말했다.

“판도라에 돌아가 전해라. 죽기 싫으면 그 말도 안되는 법부터 철폐하라고.”

“커, 커헉. 알겠으니……”

“뭐, 이렇게 말해봤자 니 놈들이 들어 처먹을 리도 없지.”

“?!”

곧 주헌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말로 안 통할 놈들은 직접 당해봐야 말귀를 좀 알아 먹더라고.”

“뭐야?”

아니나 다를까, 주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직 깨지지 않은 유물들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아 뜨거워!”

군인들은 엄청난 열기 탓에 유물들을 기어이 내팽개쳐버리고 말았다.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력한 파산의 힘에 견디지 못한 유물이 스스로 파멸합니다.]

[<유물 학살자> 칭호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배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콰앙!

결국 나름대로 급이 높던 유물들도 사정없이 자폭했다.

이에 공항이 파괴된 건 덤이었다.

* * *

[3월 12일 오후 2시 경, 존케네디 국제공항에서 폭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공항이 파괴되었고, 시민들의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시민단체들과 외신은 판도라가 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미치겠군, 정말.”

파리에 있는 판도라 본부의 회의자리.

판도라의 책임자 중 하나인 리처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지금은 판도라가 세상에 나와 좋은 평가를 받고 날개짓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뭐?

“우리가 공항을 파괴해? 기자들 저 입 좀 닥치게 하라고 좀!”

‘공항을 파괴한 건 서주헌 놈이건만!’

하지만 시민들의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단지 판도라가 유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폭발, 피해를 입혔다고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미치거나 말거나, 실제로 언론에서는 이렇게 외쳐대고 있었다.

[美 시민단체, “국제유물관리기구를 자청한다면 당연히 유물을 잘 다룰 수 있어야.”]

[中, “애초에 검증도 안 된 판도라에게 유물을 맡기는 건 어불성설. 국가 회원가입 강요 말 것.”]

[이 상태라면 지지에 대한 생각을 철회 해야…]

시민들은 불안해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시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판도라가 유물관리부실로 공항을 파괴하고 말았다?

“덕분에 판도라 퇴출을 외치는 과격 단체도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판도라가 이상한 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려고 한다고 하는 군요.”

“진실을 밝혀내서 판도라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그 서주헌이란 놈부터 잡아요! 유물이 파괴된 원인도 제대로 알아내야 합니다! 놈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사실 이 상황이야 말로 주헌이 의도한 것이었다.

판도라를 아직 부술 수 없으면, 그 기반이 되는 것부터 하나씩 뒤 흔들기 시작한다.

판도라가 지지를 받지 못해야 이들이 힘을 잃을 것이고, '일반인 유물소지금지'라는 거지같은 법도 없앨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어느정도 판도라의 이미지를 망가트리는 데는 성공했다.

덕분에 리처드는 이를 갈았다.

기껏 순조롭게 유물을 긁어모을 법을 마련했건만, 벌써부터 이렇게 흔들려서야!

'젠장. 서주헌 정도면 다른 신급 유물 사용자들이 상대해야 할 것 같다.'

결국 의원들이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했을 때, 임시 국장인 리처드가 쾅쾅 테이블을 내리쳤다.

“좋습니다. 판도라가 직접 나서서 유물사용자를 잡는 건 보류합시다. 각 국의 의사에 맡기죠. 그리고 서주헌, 유재하, 아이린 홀튼 세 명에게 현상 수배를 걸고 세계의 위험 인물로 지정 하고요.”

그 말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움찔거렸다.

“잠깐만요. 아이린 홀튼이라면… 그 홀튼가아닙니까?”

“그들을 건드려도 되는 겁니까?”

“그래요. 정황상 서주헌 그 사람도 홀튼가와 연관이 있는 것 같고. 수배가 아니라 차라리 뒷거래가 좋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말을 한 사람들은 도리어 바보 취급 당했다.

“알지 못하면 가만히 있기라도 하세요. 우리가 손빨고 있었는 줄 압니까? 이번에도 바로 홀튼가에 연락을 했습니다. 동생과 서주헌의 이야기를 하면서요. 하지만 조지 홀튼이 뭐라고 했는 줄 압니까?”

“뭐라고 했는데요?”

“사탄유물과 함께 뒈지기 싫으면 꺼지라고 하더군요! 도리어 우릴 바보 취급했다고요!”

그 쯤 되니 그들도 할 말을 잃었다.

“참… 그 친구는 여전하군요. 부모쪽은?”

“연락이 안 됩니다. 연락 자체를 거부하는 거겠죠.”

“그러니까 세 명 다 본보기로 처리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야 다른 유물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편해질테니까요.”

“맞아요. 그래봐야 홀튼가는 유물의 힘을 악마로 해석하는 놈들. 사고방식이 중세시대에서 진보 못한 수준이죠.

안그래도 홀튼가에게 당한 게 있는 의원도 있는지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그렇게 그들은 웃었다.

그 행동이 잠든 맹수를 깨우는 행동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한 채.

* * *

“아이고 우린 이제 죽었어요!”

뉴스 기사를 읽던 유재하가 세상이 떠나가랴 통곡을 했다. 그들은 넓은 고급 벤츠에 탄 채 홀트가의 10개 저택 중 하나로 향하는 중이었다.

판도라의 이미지를 깍아내리자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문제는 공항 사건 이후의 기사였다.

[공항 테러사건의 삼인방, 최악의 현상금이 걸리나.]

현상금, 현상금이라니!

“심지어 천만 달러 (약 100억원) 나 걸렸잖아요! 아이고, 세계 흉악범들도 평균이 500만 달러인데 이게 뭐야!”

인터폴에 수배 되기 싫다고 훌쩍거리던 유재하가 기겁할 만 했다.그러나 주헌은 기사를 보고도 콧방귀 하나 뀌지 않았다.

'이렇게 나오겠다는 건가.'

게다가 주헌은 도리어 기분이 잡친 듯 심드렁했다.

아니 현상 수배가 걸린 것도 걸린 거지만.

‘고작 천만 달러?’

이것들이 지금 자기 무시하나?

도굴단의 단장으로서 전에 걸렸던 현상수배금액이 7천만 달러였으니, 천만달러가 한 없이 작아보이는 건 당연하리라.

‘심지어 넌 나보다 현상금이 더 높았다, 이 사기왕아.’

왕급들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말로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래봐야 유재하는 비교적 위험수치가 낮은 편이라 다른 왕급들에 비하면 최하위 급 현상금이었지만.

그리고 주헌이 현상금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이유는 또 있었다.

자신이 있던 때에는 모든 유물 사용자들에게 현상금이 걸렸고, 현상금 자체가 <몸값>으로 인식 되는 경향이 있었다. 덕분에 그걸로 스카웃 되는 경우도 빈번했던 것이다.

그 뿐인가?

어차피 판도라에게 선제공격을 한 것도 그럭저럭 성공했고, 파산의 유물의 위력도 확인해볼 수 있는 결과였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다만 현상금이 벌써부터부터 걸리면 귀찮긴 하다.

'뭐, 역시 홀튼가와 친교를 맺고 처리하는 수 밖에.'

때문에 주헌은 되려 파산왕을 지긋이 응시했다. 아이린은 자신의 중요한 초석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홀튼가만 잡으면 완벽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린은 홀튼가를 꿰기 위한 매개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그 생각에 미친 주헌이 물었다.

“혹시 어디 아픈 곳이나 이상한 점은 없습니까?”

“어? 아니요! 없는데요. 왜요?”

아이린은 주헌을 의식했지만, 주헌은 쿨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됐습니다. 나중에 몸에 변화가 생기면 말해요.”

곧 아이린의 표정을 본 유재하가 주헌을 향해 쯧쯧 혀를 찼다.

'어휴, 저 이 유물 성애자.'

자신이 도와줘야 하나? 그러나 주헌은 다른 곳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바로 리스크다.

하지만 전체 유물 개수의 80%를 담당하는 <소모성 유물>은 보통 리스크가 없었다.

왜?

유물이란 놈들은 인간을 죽이고 싸우고 고통 받는데 신이 나 있는 놈들이었다. 그놈들의 입장에선 누구라도 쉽게 자신들을 써서 더욱더 서로를 죽이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리스크가 있으면 사용하는데 주춤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진입 장벽을 낮춰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게 하려는 것이다. 몸이 깎이더라도 유물들이 추구하는 건, 보다 더 많은 인간들의 괴로움이니까.

즉 소모성 유물은 사용의 횟수에는 제한이 있을지언정, 리스크는 없다.

단 귀속성 유물은 좀 달랐다.

귀속성은 다양한 인간들이 쓰지 못하고 1명의 주인만 따랐다. 그런 놈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즐거움을 느끼겠는가?

대답은 뻔하다.

‘주인 놈을 괴롭히는 거다.’

즉 귀속성 유물은 주인을 괴롭히는 리스크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유물마다 천차만별이라 누구에게는 전혀 리스크가 아닐수가 있고, 또 누구에게는 지옥 같은 리스크일수도 있지만.

그러니.

‘아이린도 분명 리스크가 있을 거다.’

특히 귀속성은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골때리는 리스크가 생기기 마련.

하지만 뭐 매도 일찍 맞아야 덜 아프다고, 어쨌든 유물을 사용하게 해서 그 리스크를 알아내야만 했다. 그래야 주헌도 뭔가 대책을 세워줄테니까.

‘뭐, 판도라를 본격적으로 쳐내기 전에는 알아둬야지.’

그런데 바로 이 때였다.

차가 홀튼가의 주차장에 들어서는 그 순간!

“꺄아악!”

갑자기 옆자리에 있던 아이린이 다급한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란 주헌과 유재하의 두 눈이  황급히 그녀에게 향했다.

“무슨 일이에요!”

바로 아이린의 몸이 빛이 나면서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본 주헌은 내심 급해져서 자리에서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설마 리스크가 지금 온건가!

============================ 작품 후기 ============================

뀨 ;ㅅ;!!!!! 뭐야 설마 갓난아이로 변하는 건 아니게찌!!

(+ 아...아예 기다리지 않으시게 연재 시간을 옮겨야 하나 또르륵. 몇 번 더 도전해보고 안되면 아예 연재시간을 옮겨보는 걸로 하겠습니다ㅠ.ㅠ)

분량이 적으시다고 해서 오늘은 좀......늘렸...ㅇ<-<

오늘도 추코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