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68화 (68/409)

00068 상대를 잘못 만났다  =========================================================================

< 상대를 잘못 만났다 (1) >

아이린의 유물을 시험해보자고?

눈치 빠른 유재하는 주헌이 이제부터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설마 파산의 능력으로 놈들을 조지자는 말을 하자는 건 아니겠죠.”

“그래. 잘 아네."

주헌의 미소에 유재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런 말을 하긴 해도 주헌은 <유물관리기구> 자체는 있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유물의 거래, 등급, 사용자 관리, 일반인들 보호, 유물 법등 국가가 다 못할 일을 전담할 전문기구는 필요했으니까.

다만.

‘지금의 판도라는 안 된다.’

그 구성원이 지나치게 문제였다. 놈들 때문에 법개정이 거지 같이 되어서 자신이 유물을 못 쓰게 되는 것도 곤란했고.

“그런 이유로 당신의 협력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주헌의 말에 아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력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주헌이야 은인이었고, 뉴스의 내용만 봐도 이대로라면 자신 역시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협력할 이유야 충분하지만.

“하지만 주헌씨. 전 유물을 아직 잘 사용하지 못하는데요…!”

그 말에 주헌은 입 꼬리를 올렸다.

“괜찮습니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요.”

물론 SS급 유물을 다루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다. 하지만 등급이 높든 낮든, 기본적인 사용방법은 똑같은 법.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태연하게 말했다.

“유물을 다루는 방법엔 지배력, 친화력, 적합력이 있지만… 적합력은 쓸모없고, 친화력은 개 먹이로나 줘버려요. 그러니 지금부터 날 따라 해요. 지배력을 쓰는 겁니다.”

주헌은 아이린의 왼손을 깍지 끼듯 잡았다. 혹시나 미다스의 유물이 폭주할까봐 여차하면 자신이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다만 그 손놀림이 제법 능숙하고 야릇하게 느껴져서 아이린이 당황한 듯 움찔했다.

“아, 저기.”

그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주헌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 따라 외쳐요.”

“아, 네!”

그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주헌은 미소를 지었다.

“자. 처음엔 ‘유물 따위가 어디서!’

“유, 유물 따위가 어디서!”

“더 크게!”

“유, 유물 따위가 어디서!”

“아직 목소리가 작습니다!”

“유, 유물 따위가 어디서!”

“좋아요. 다음. 내 말에 굴복해라 유물!”

“내, 내말에 굴복해라 유물!”

유재하는 그걸 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뭔가 야매처럼 보이는 건 착각이겠지?

* * *

“공항에서 유물 사용자 총 14명을 붙잡았습니다!”

“보고 드립니다! 유물 소지자들이 저항했지만, 무사히 진압 했습니다!”

계속되는 보고에 판도라 소속의 대령, 모건은 웃음을 흘렸다.

“좋다. 이걸로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지켰다.”

공항을 점거한 그들은 판도라의 출발을 알리는 거룩한 첫 번째 명령을 받았다.

바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유물의 회수 및, 유물 사용자들의 처벌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본보기였다.

인간은 공포로 지배해야 한다고, 유물을 가진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함으로서 유물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뽑아버리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물의 존재 자체를 무서워하고,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뇌리에 박아 두는 것.

'이걸로 판도라는 순항을 하게 될 것이다.'

판도라의 영향력은 세상에 깊숙이 파고 들 것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겁을 줘 유물은 탐나는 도구가 아니라, 재앙으로서 인식 시키려 했다. 판도라가 유물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의문도 품지 않게 하려는 계략이었다.

그러니 시민들을 위한다?

‘엿이나 먹으라지.’

합법적으로 회수한 유물은 관리 명목으로 판도라 의원들과 후원가들, 그리고 회원국에게 돌아갈 것이었다. 그리고 판도라에 소속된 자신들도 유물을 쓰면서 고액의 연봉도 받게 되겠지.

그랬기에 그들은 공항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최선을 다해 외쳤다.

“유물은 인간을 위협하는 재앙이며,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 입니다! 유물을 회수하는데 협조를 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은 가만히 있으세요. 판도라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때 무전을 통해 새로운 정보가 들려왔다.

[보고 드립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유물의 기척이 또 감지되었습니다! 총 세 명입니다.]

그들은 광역 탐지 유물을 활용해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탐색 유물들이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쓰고 있는 것이 형사 관련 유물이다.

[장발장을 놓친 자베르의 경찰수첩 (B급-희귀급) 소모성 유물]

[런던 경시청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수사일지 (A급 - 희귀급) 소모성 유물)]

[선녀를 찾는 나무꾼의 눈썰미 (B급 - 희귀급) 소모성 유물)]

물론 그 세 유물을 제외하고도 조사단이 가져온 유물의 수는 수십 개가 넘어갔다.

곧 어렵지 않게 유물 소지자들을 체포한 모건은 가소롭다는 듯 읊조렸다.

“정말 유물을 숨기고 있는 놈들이 많군. 우리 판도라가 없었으면 어찌 될 뻔했나.”

“맞습니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시민을 지켜야죠.”

뭐, 실제로는 시민의 안전보다 유물의 떡밥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그들이었지만 말이다.

이때였다.

[저 보고 드립니다! 탐지된 세 명의 유물 중 하나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뭐야?”

[한 명은 예술계통 복원 유물, 또 한 명은 잡동사니와 검계열 유물... 무엇보다 나머지 한 명이 부와 관련된 유물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모건은 입 꼬리를 올렸다.

다른 건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단지.

‘부와 관련된 유물이면 특상품이다.'

판도라에서도 높은 점수를 매겨주는 유물들이 있었다. 당연히 나라들과 거부들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유물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데, 재산과의 유물도 그 중 하나.

모건은 원래도 제법 뛰어난 유물 지배력으로 대령의 자리에 오른 사내였다. 그리고 더 높은 자리에 욕심을 품고 있는 그는 이걸로 점수좀 딸 수 있겠다며 내심 즐거워졌다.

'놈들을 제거하고 유물을 빼앗는다.'

“위치는 어디지?”

[4번 게이트 근처 입니다!]

무전으로 위치가 전해지자, 모건은 군인들을 이동시켰다.

'이건 승진이 걸린 문제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들은 마침 내 세 명의 젊은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170중반 쯤 되어 보이는 갈색머리 놈은 순하게 생겼지만, 180초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놈은 입을 잘못 놀리면 한 대 맞을 것 같이 생겼다. 그리고 늘씬한 여자 쪽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미녀였다.

모건은 그들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확실한 건 저놈들 중 하나가 부의 유물을 가졌다는 거군.’

그들은 자신 있게 총을 겨누며 주헌 일행을 포위했다. 애초에 이들은 유물 사용자들과 대항하기 위해 그야 말로 피나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모두 유물사용자였고, 유물 사용자들을 제압할 뛰어난 힘이 있었다. 실제로 공항에 있던 유물사용자들이 모두 그의 손에 잡혀가고 말이다.

“움직이지 마라!”

쉰 명 정도 되는 군인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자,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유재하 역시 양손을 들면서 몸을 떨었다.

그 상황에서 떨지 않는 것은 오로지 주헌뿐일 것이다.

실제로 무장군인들을 향해 주헌은 같잖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뭐야. 우리를 잡아보시려고?”

판도라 소속 군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얌전히 유물을 내려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로 취급, 사살한다.”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니들이 무슨 권리로?”

“이게 자기 상황을 전혀 모르나 보군. 이건 국제 법에 의거한 행동이다. 합법적인 거라고!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건가!”

“너희들이 들고 있는 건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험물이다! 당장 물건을 내려놓아라.”

“모든 건 시민들을 위해서다.”

“너희들의 취조는 그 다음이다.”

그러자 참고 있던 유재하가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비웃음을 터트렸다.

“이 병신...아니 이봐요. 하시는 말씀 다 알겠거든요? 시민들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것도 알겠는데, 저 여성분은 유물이 몸에 착 달라 붙어 있어서 내려놓을 수도 없거든요? 뭘 내려놓으라는 겁니까?”

나름 빠져나갈 구멍이라고 말했으나 판도라측은 무르지 않았다.

“그런 경우라면 판도라 격리 시설로 이동한다. 검사결과에 따라 완전 격리되든, 판도라 시설 내부에서 표준 사용법을 익히든 하게 된다. 모든 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길게 말하고 있지만, 어쨌든 판도라 시설로 강제수용 당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시설에 끌려가면 아이린은 판도라를 위해 그 힘을 쓰게 되겠지.

결국 저놈들의 행동 의미를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세 명은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판도라 군인들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자, 알았으면 여자는 따라오고, 나머지는 유물을 내놓…”

그 순간 주헌이 코웃음을 쳤다.

“꺼져라.”

“!”

순간 떨어진 말에 군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했나.”

“꺼지라고 했다. 죽기 싫으면.”

“이놈이 어디서 개소리를!”

“경고의 단계는 지났다. 쏴라!”

곧 발포 명령이 떨어지고 이들이 총을 쏘았다. 하지만 이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쾅! 쾅! 쾅!

“으악!”

순식간에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들이 쏘려고 했던 무기들이 도리어 폭발하면서 군인들이 쓰러진 것이다. 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갑자기 무기가!”

하지만 상황 판단이 바른 모건은 재빨리 외쳤다.

“무기로 진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빨리 2단계를 실행한다!”

곧 그들은 판도라에서 지급받은 다양한 유물을 꺼내들었다. 소모성 유물이기에 1차적으로 진압할 수 없을 때 나오는 강경책이었다.

하지만.

“이게 감히 누굴 잡겠다고?”

주헌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판도라 군인들은 확실히 개개인이 뛰어난 유물 사용자다. 수 많은 유물 사용자들이 저 놈들의 손에 잡혀가는 일도 수두룩했다. 지금도 잡혀간 놈들이 꽤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주헌은 그 유물 사용자들 중에서도 악명 높은 유물 사용자였다. 전 세계에 수배 되었을 정도로 쫓기고 위협 받는 게 일상.

새삼 이런 놈들에게 붙잡힐 정도로 무르게 살진 않았다.

‘보나마나 리처드나 키이라 놈들이 내 유물을 빼앗으려고 수작을 벌이는 것 같은데.’

주헌은 그들을 도리어 위협했다.

“충고한다. 괜히 아까운 유물 소비 하지 말고 거둬라. 안 그러면 니들 다친다.”

“신경쓰지마라! 사용해라!”

곧 대령의 소리에 맞춰 다양한 기능을 가진 유물들이 크아앙 포효하면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유물 사용자와 대항하기 위한 것인 만큼, 하나같이 그저 그런 시시한 유물들도 아니었다.

[#(@$*#$(@(*!]

[@#$($()!]

인간이다, 죽여라!

신난다! 죽이자! 죽이자!

하지만.

“분명히 충고 했을 텐데.”

곧 주헌은 아이린을 힐끗 보았다. 그걸 신호로 아이린은 재빨리 강력한 미다스의 손을 발동 시켰다.

미다스의 영역 중, 황금의 영역이 아닌 파산의 영역!

곧 엄청난 섬광과 함께 재앙의 흉조가 공항 전체에 작렬했다.

쾅!

그리고 그것이 유물들의 제삿날이었는지도 모른다.

============================ 작품 후기 ============================

아이고 이놈아 나오자 마자 퇴장각이라니 꾸에에에엑 ;ㅅ;

(+ 뒷부분에서 독자분들이 느끼실 카타르시스가 부족한 것 같아 계속 수정을 하다보니 ㅠ.ㅠ 어흐으윽 계속 늦게 되네요. 빨리 쓰지 못하게 되는 절 꾸짖어 주세요 으어어엉 ㅠ.ㅠ

P.S 지난 번 딱지이벤트에 당첨 되셨으나 아직 수령하지 않으신 분들

dedjon95, wndqhrskrk, junho613, kjk7720, pachad , kok , jang813915, drskin, ddd500

sally2985, tnddls64, vermouths, dun7623, mn0920, sy870613, dkwngud209, ooo8876, blbl9250, fuend_, papers, hashallo1, beak104, sjk1019, tdo97097, suya31212, gucvgucv

, ptoo123, yhlee918님

딱지 수령해주세요 어흐윽 ㅠ.ㅠ 허공에 날아갑니다 어흐윽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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