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66화 (66/409)

00066 황금의 손을 지배하는 자  =========================================================================

< 황금의 손을 지배하는 자 (2) >

“이걸로 놈들은 꼼짝 없이 질식사 하겠지.”

키이라는 웃음을 흘렸다.

“요원들에게는 때가 되면 들어가라고 전해라. 죽어 있으면 유물을 빼앗아오고, 살아 있어도 정상적인 꼴은 아닐테니 포박하라고.”

“알겠습니다.”

하지만 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키이라를 걱정했다.

“놈들이야 생매장 당했겠지만, 그래도 굳이 유물을 쓰실 필요가 있으셨을까요. 리스크가 너무……”

그러나 키이라는 대범하게 웃었다.

“출혈은 커도 놈들을 생매장 시킬 수 있으면 그걸로 일단 된거다.”

“그래도 정말 가둘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그녀는 어디서 그딴 말을 꺼내냐는 듯, 비웃었다.

“날 믿어라. 쥐구멍도 남겨놓지 않고 확실히 파괴했다.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으면 정말 바퀴벌레 인거지.”

* * *

그리고 졸지에 바퀴벌레 급이 되어버릴 법한 주헌은 자신의 스킬창을 보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무덤 복원]

그건 유재하에게 복원 시범을 보여주면서 생겨난 새로운 스킬이었다.

그리고 이 생매장 위기에서 그딴 게 신경 쓰이는 이유는 단 하나.

‘이걸 사용하면 막힌 출구를 다시 뚫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무덤 복원 스킬을 응시하자 다음 정보가 떠올랐다.

[현재의 <무덤 복원 (E 랭크)> 로 복원할 수 있는 건 다음과 같습니다.]

- 무덤 장식물 복원 (손재주 D랭크이상)

- 무덤 길 복원 (반경 2m 범위) (손재주 C랭크 이상)

곧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주헌과 다르게 옆에서는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이고, 이대로 우리 다 죽는 건가요! 아이고 아이고!”

그건 막혀버린 벽을 손으로 파고 있던 유재하였다. 무덤이 무너지는 바람에 지금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고작해야 몇 발자국 정도의 넓이.

‘몇 분뒤면 질식해서 죽는다.’

실제로 지금도 숨쉬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다급해졌다.

“젠장, 토끼 같은 마누라와 딸자식도 못 봤는데! 에이씨, 26살 이 꽃다운 나이에 벌써 죽다니!”

“주헌씨, 우리 이대로 갇혀서 죽는 건가요?”

이 상황에서 두렵지 않을 이들이 있겠느냐만은 주헌은 시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으니까 둘 다 그만 징징 거리고.”

그 말에 두 사람은 당황했다.

“징징이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때에도 그렇게 태연할 수가……!”

그러자 주헌이 좀 닥치라는 듯 쯧 혀를 찼다.

“유재하. 분명히 내가 계약서에 명시 해놨지.”

“네?”

“계약기간 동안 고용주는 고용인의 모든 의식주 편의와 안전, 질병의 위험을 책임진다고.”

“분명히 그렇게 쓰여 있긴 했지만…!”

아무리 주헌이라도 이 상황에서 그딴 걸 지킬 수 있나 싶었다. 하지만 주헌은 침착하게 웃으면서 둘을 보았다.

“난 한 번 부하로 삼은 놈들은 절대 죽게 안 내버려둔다."

아니 또 죽게 내버려둘 것 같으냐.

최후의 무덤 일은 아직도 뼈가 아픈 주헌이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도 죽게 안 내버려둬.”

그 말에 햄스터 마냥 파르르 떨던 아이린이나 유재하나 울 것처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 나갈 수 있어요?”

“진짜로?”

주헌은 손을 풀기 시작했다.

“고작 이딴 장난에 생매장 당할 거면 난 진작 뒈졌다.”

애초에 중요한 유물들을 과감하게 자폭 시켜서라도 빠져나갈 각오를 하고 있던 그였다. 하지만 그 전에 시험해볼 가치가 있는 놈이 있지 않나.

그랬기에 주헌은 땅을 짚었다.

‘무덤 복원!’

방법이야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스킬 사용법은 과거 고고학자의 유물로 얻었던 능력을 사용하던 것과 비슷했으니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손 끝에 정신을 집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어?”

주헌의 손이 번쩍 빛이 나는 가 싶더니, 그의 손이 닿는 곳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지?”

“길이!”

그렇다.

무너져 내렸던 토벽은 마치 시간을 회귀하듯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완전히 무너졌던 길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공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주 찔끔 넓어졌다. 아이린과 유재하는 그걸 보며 탄성을 질렀다.

“길이 생겼어요!”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주헌만큼은 만족스럽지 못한 듯 했다.

‘이걸로는 아직 좀 부족하다.’

현재 복원 된 길의 길이는 30cm 정도. 그러나 정보상으로는 2m 까지 복원할 수 있지 않았나.

'제발.'

결국 눈살을 찌푸린 주헌이 다시 한 번 집중하자, 강한 빛이 번쩍이면서 이번엔 더 큰 일이 벌어졌다.

처음보다 복원 되는 넓이가 더 넓어진 것이다! 어림상 2m는 될 것 같았다.

주헌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됐다. 이걸로 시간내에 빠져나갈 수 있겠군.’

곧 주헌이 출구의 방향을 떠올리며 펑펑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랭크가 낮아서 무덤 전체를 한꺼번에 되살릴 급은 안 되었지만, 지금 당장은 이걸로도 충분하리라!

* * *

“어떤가. 아직도 놈들을 못 찾았나?”

무덤이 무너진 지 세, 네 시간 정도 지났을 까.

키이라는 다급한 마음으로 부하들을 재촉했다. 이쯤이면 주헌도 질식해서 죽었든, 산소결핍으로 죽기 직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탓이다.

“빨리 찾아라, 빨리!”

기껏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물을 썼는데, 놈들을 놓쳐버리면 죽도 밥도 안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키이라는 시간을 살폈다.

‘유물사용의 반동이 일어나기까지 이제 30분도 안 남았다.’

“그러니 빨리 찾아라. 놈은 유물을 가지고 있다. 수색 유물을 활용하면 금방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다.”

[라져.]

[부대별로 나뉘어서 집중적으로 찾는 중입니다.]

TSOF는 수색 유물을 이용해 생매장 당했을 주헌 일행을 찾고 있었다. 일종의 지뢰탐지기 같은 식이라고 보면 될 것이었다.

파괴된 무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유물의 반응이 있는 곳을 파보는 식인 것이다. 이미 파괴된 무덤은 잔해에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히 현대식무기로도 구멍을 뚫어 내부에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

실제로 그들은 금방 좋은 소식을 물고 왔다.

[보고 드립니다. 1부대가 유물의 반응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키이라는 기뻐했다.

단지.

[저....]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키이라는 미간을 좁혔다.

“뭐냐. 빨리 말해라.”

하지만 키이라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통신 너머의 사령부에서는 뭔가 다급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 수록 키이라는 속이 타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빨리 상황을 전하라.”

[아니 저...그게.]

“전원 참수형을 당하고 싶나.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나!”

그러자 목에 칼이라도 들어오듯, 통신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실은 내부에 길이 생겨 있다고 합니다!]

“뭐? 길?”

[예. 다른 곳은 다 무너져 있는데, 한 곳만 멀쩡하게 길이 생겨 있다고 합니다!]

[땅굴은 아닙니다! 마치 그 길만 타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멀쩡하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키이라는 정말로 황당해했다. 아니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죄다 부서버렸건만, 왜 길이 남아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장군의 뒷통수를 내리치듯, 더 기가 막힌 소식이 전해졌다.

[보고 드립니다. 말씀드린 그 길은 1km 떨어진 마을과 연결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쯤 되자 키이라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슨 소리냐! 유물의 반응이 있었다면서! 그건 어떻게 된거냐!”

[그건 웬 고구마로 추정되는 조각입니다! 그리고 그 외에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른 부대에서는 아군의 시체만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놈들은 길이 난 쪽으로 탈출 했을 가능성이....!]

키이라는 들고 있던 커피잔까지 떨어트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 * *

어떻게 된 거긴.

주헌의 무덤 복원으로 유유히 탈출에 성공한 유재하는 쾌재를 질렀다.

“와, 진짜 우리 단장님 최고! 진짜 대단하다니까!”

유재하는 주헌에 대한 충성심으로 찬양하기에 바빴다.

“평생 단장님을 따를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홀튼가의 전용기에 올라타고 있었다.

무덤에 갇힌지 세 시간.

그 정도면 충분히 무덤에서 빠져나와 공항으로 올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륙 준비 중이었다.

실제로 주헌은 2시간만에 길을 뚫고 마을로 빠져나와 공항으로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주헌은 여유롭게 목욕을 하고 있었고, 유재하는 태블릿 PC 를 만지며 낄낄 웃고 있었다.

“지금 보니까 TSOF 놈들은 완전 삽질 하고 있는데요?”

유재하는 아무래도 터키의 뉴스 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카파도키아 고분에 침범한 침입자가 있었습니다. 현재 침입자를 수색중이지만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단은 내부에 길이 나 있는 것을 발견, 인근 마을로 수색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뉴스의 음성에 주헌은 욕탕에서 코웃음을 쳤다.

“그 근처 마을을 수색해봤자 뭐하나. 우리는 하늘 위에 있는데.”

“엥?”

주헌의 말에 유재하는 황당하다는 듯 욕탕쪽을 보았다.

아니 그것도 그럴 법한게, 자신이야 영어 자막으로 보고 있었다고 쳤다. 하지만 목욕 중인 주헌은 자막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뭐야 단장님, 설마 터키어도 할 줄 알아요?”

“왜. 할 줄 알면 이상한거냐?”

“아이씨, 이 단장님은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할 수 있는 거야?”

심지어 아나운서의 말이 상당히 빨랐기 때문에 초보자 수준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재하가 놀라거나 말거나 주헌은 가볍게 비웃었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침입자들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건 고구마 조각 뿐입니다. 때문에 조사단은 최선을 다해 이 조각을 조사할 예정...]

엥? 고구마 조각?

자막으로는 표시 되지 않았겠지만, 얼핏 스쳐지나간 음성은 주헌을 의아하게 했다.

“야. 1호. 너 자폭한 유물들 긁어모아왔지.”

“네? 아, 네. 그런데요! 아까우니까 한 번 복원해보려고요!”

“그런데 고구마 유물 잔해는 버리고 왔냐?”

그러자 유재하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아! 그거요? 너무 냄새가 나서 버려버렸는데요! 왜요? 뭔 일 있어요?”

“......아니 됐다.”

키이라한테 가져가서 열심히 조사나 하라지 뭐.

‘어쨌든 이걸로 목적은 달성했다.’

주헌은 웃었다.

이제 아이린은 유물의 힘을 의지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주헌이 원하는 대로 황금의 능력과 파산의 능력을 구별해서 이용할 수 있을 터.

이것으로 주헌은 황금의 손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홀튼가도 꽉 잡으면 된다.’

그리고 사랑 받는 막내 딸의 의뢰를 훌륭하게 완수해주었으니 홀튼가에서도 당연히 기별을 보내올 터.

아니나 다를까, 아이린이 급하게 소식을 들고 달려왔다.

“주헌씨! 주헌씨!”

활짝 웃고 있는 그녀는 이곳 저곳을 뒤지며 주헌을 찾았다. 뒹굴거리는 유재하를 발견하긴 했지만 그녀의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린은 무심결에 주헌이 목욕 중인 욕실에 들어갔다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꺅! 죄, 죄송해요! 아니 저기, 그게.”

남자의 알몸을 본 적이 없는지, 얼굴을 붉힌 그녀는 주저앉고 죄송하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홀튼가는 독실한 카톨릭 집안이니, 남자의 알몸에 면역이 없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무덤에서야 주헌의 옷이 완전히 녹은 게 아니지 않았나.

하지만 아이린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주헌은 태연하게 답했다.

“됐습니다. 뭔데 이 소란입니까?”

“아..저기! 가족들이랑 통화를 했는데 부모님이랑 오빠가 주헌씨 일행을 보고 싶어 하셔서요!”

그 말에 유재하는 어째서인지 덜덜 떨었고, 주헌은 계획대로라는 듯 악랄하게 웃었다.

“그거 잘 됐네요. 저도 마침 뵙고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 작품 후기 ============================

^.^ 됐고, 전재산을 주십쇼☆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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