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65화 (65/409)

00065 황금의 손을 지배하는 자  =========================================================================

< 황금의 손을 지배하는 자 (1) >

“옷부터 다 벗으시죠?”

태연하게 떨어지는 주헌의 말에 아이린도 유재하도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지금 뭐라고?

“단장님, 지금 미쳤어요?”

하지만 주헌은 왜그러냐는 듯 오히려 유재하를 쏘아보았다.

“왜 뭐가 문제인데?”

“옷을 벗으라니, 여기서 뭘 시키려고!”

그러자 뭔가를 생각하던 아이린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겉옷을 벗으라는 의미시죠?”

하지만 주헌은 그런 아이린의 생각을 와장창 부숴버렸다.

“아니요. 전부요. 속옷까지요.”

동시에 아이린과 유재하의 비명소리가 교차했다.

“와, 단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왜? 시키는 대로 한다고 했잖아.”

“이 분이 진짜 쇠고랑 차려고!”

“뭔 헛소리야? 목욕재계를 하라는 의미인데.”

“.....모, 목욕 재계?”

그러자 주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 드렸지만 당신이 가진 유물은 아마도 미다스의 유물일 겁니다. 저주를 씻으려면 미다스 왕이 그랬듯이 이 강에서 목욕을 하면 되는 거겠죠.”

그 말에 유재하는 제발 사람 오해하게 하는 말 버릇 좀 고치라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이린은 여전히 당황하며 주헌에게 물었다.

“저어, 그냥 목욕재계라면 옷을 입은 상태로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속옷까지 벗는 건 좀….”

그 말에 유재하가 음흉하게 웃었다.

“그래요, 좀 젖더라도 옷 입고 들어가면 되잖아요. 이 분이 눈요기 하려고 그러시나.”

비행기에서도 쭉빵 누님들한테 관심 없는 척 했던 주제에, 실제로는 한술 더 뜨기는! 유재하는 자기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라는 듯 히죽거렸다.

“아예 수영복까지 준비 시키지 그러셨어요?”

하지만 주헌은 같잖다는 듯 혀를 찼다.

“수영복? 이 멍청아. 알지도 못하면서 그딴 소리하면 큰일 난다.”

“네?”

주헌은 대답대신 호수에 자신의 손을 집어 넣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치이익!

마치 강한 염산에 고기덩어리라도 닿은 듯, 옷이 흐물 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지어 불까지 붙어 유재하와 아이린은 기겁을 했다.

“주, 주헌씨! 옷이!”

“단장님! 불, 불! 화상 입어요! 손, 손!”

그러나 둘의 호들갑에도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빼면서 툭툭 불을 껐다. 그러자 불은 꺼졌지만 주헌의 검은 자켓의 소매가 조금 타고 없어져 있었다.

“오……옷이.”

결국 주헌을 놀렸던 유재하도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던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주헌은 그런 그들에게 오히려 이걸로 답이 되었냐는 듯 뭐라고 타박했다.

“옷 입은 채로 들어가면 이 꼴 납니다. 알았어요?”

“.....!”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주헌도 사실 이런 사태까지는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목욕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물이 물질까지 태워버릴 줄은 몰랐으니까

이것도 이 무덤에 오고나서 툼글리프를 해독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이 호수는 돈이 얽힌 모든 재화는 탐욕의 원인으로 취급. 그냥 죄다 녹여버린다는 것이다. 은도끼처럼 보통 재물과의 유물은 대게 이런 식이었다.

“그러니 자연 그대로 상태인 몸, 즉 알몸으로 들어가면 무사하다는 거겠죠. 이 곳의 무덤 문자도 그렇게 말했고요.”

그러자 아이린과 유재하는 할 말을 잃었다.

‘진짜 그 정체도 모를 낙서를 읽을 수 있는 건가.’

어쨌든 주헌이 그렇게 말하니, 성추행 의혹은 풀렸다. 물론 생각해보면 주헌이 쇠고랑을 찰만한 걸 요구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왜?

‘단장님은 유물 성애자니까.’

하지만 이 때 주헌은 문득 생각이 난 듯, 심각하게 아이린을 보았다.

“아. 그런데 잠시만요.”

“네, 네?”

“실례지만 혹시 그 가슴 진짜 입니까?”

그 거침없는 말에 유재하는 사래가 들려 버렸고, 기겁한 아이린은 자신의 가슴을 보며 뭐라고 말해야 할까 좀 난처해 하는 기색이었다.

“어, 저, 저기.”

“아.”

그리고 그런 아이린의 태도에 주헌은 뭐라고 생각한 건지 바로 쯧, 혀를 찼다. 그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된다며 손을 들었다.

“아. 괜찮습니다. 이해했어요. 하지만 진짜 그런 거라면 녹아버릴 테니 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주헌은 심각해졌다.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몸 속에 이물질이 들어가 있다면 분명 저 물에서 험한 꼴을 보게 된다. 그래서 주헌이 다른 고민을 하려는 찰나.

뭔가 굉장한 오해를 샀다는 걸 깨달은 아이린이 급하게 외쳤다.

“아, 아니요! 자, 자연이에요! 녹아내릴 일 없어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이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재하는 이마를 짚었다.

하지만 주헌은 진지했었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허탕을 치게 될까봐 걱정했던 참이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옷을 벗고 목욕을 해보세요. 저희는 최대한 안 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아이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가 옷을 벗고 호수에 들어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 후.

아이린이 호수에 들어간 건 좋았지만, 유재하는 못 마땅한 듯이 주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것도 그럴 법한게.

“저기요. 왜 전 못 보게 하면서, 단장님은 뭘 그리 당당히 보고 있는 겁니까?”

그렇다.

주헌은 바위에 앉아 뻔뻔하게 아이린의 목욕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름대로 클라이언트라고 챙겨주는 건지, 자신은 고개를 돌리자 마자 발로 걷어찬 주제에!

“그런데 이게 뭡니까! 당연히 단장님도 보지 말아야죠!”

하지만 주헌은 무슨 말이냐는 듯, 태연이 답했다.

“난 무슨 일이 생기면 대처해야지.”

“...............”

이 인간, 혹시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니지?

그렇게 아이린이 몸을 씻기 시작할 때였다.

“꺄악!”

아이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 * *

“무슨 일이죠!”

주헌의 목소리에 아이린이 다급하게 외쳤다.

“팔하고 다리가!”

놀랍게도 물에 담그고 있는 아이린의 신체가 다리부터 서서히 황금으로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호수에서 번쩍 빛이 나더니,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왔구나, 나의 반쪽이여.]

동시에 주헌의 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호수에 숨어서 잠들어 있던 유물이 깨어났습니다.]

[황금의 유물이 흉흉한 오라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주의. 엄청난 행운이 찾아옵니다. 지나치게 강한 행운은 도리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걸 본 주헌은 내심 당황했다.

‘이미 주인이 사라진 무덤에 또 숨어 있는 유물이라고?’

하지만 그 메시지가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과 유재하는 작은 비명을 질렀다. 아이린이 몸을 담그고 있던 물이 황금물로 변하면서 주변을 모조리 황금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단장님!”

주헌은 급해졌다.

“당장 호수에서 나와요! 그대로 있으면 진짜 죽습니다!”

“하지만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으으읍!”

곧 목까지 차오른 황금은 아이린의 입까지 틀어 막으려고 했다. 이대로면 아이린은 전신이 황금상이 되어 죽을 판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이를 갈며 호수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이건 함정의 짓이 아니다.’

이건 호수에 숨어 있는 유물의 짓이었다. 호수에 숨어 있던 괴상한 유물이 아이린을 집어 삼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좀 이상한 일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한 무덤에 유물은 하나씩이었다. 여러 무덤이 합쳐진 대고분이라면 좀 이야기는 달라도, 이 무덤의 유물은 이미 아이린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또 이 무덤에서 유물이!’

무덤의 주인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무덤이 살아있는 것도 그렇고, 무덤이 사라지지 않은 것도 그렇고 이상한 것 투성이였다.

곧 주헌이 황금물에 뛰어 들었다. 그러자 주헌의 옷이 끝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아이린과 마찬가지로 손부터 황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유재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단장님!”

곧 당황한 유재하도 뛰어 들려고 헀지만 주헌이 단호하게 외쳤다.

“됐어! 넌 움직이지마. 너 까지 휘말린다.”

“하지만!”

유재하는 밖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주헌은 아이린에게 다가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떠올려라, 서주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사라지지 않은 무덤, 아이린에게 달려드는 정체 불명의 유물.

그리고 미다스의 손의 속성.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거지?

원인을 알아야 해결법도 찾을 수 있는 법.

하지만 그간의 경험과 빠른 머리를 굴리던 주헌은 뭔가 깨달은 듯 혀를 찼다.

‘젠장, 그래. 미다스의 유물이 반으로 쪼개졌었구나.’

그렇다.

미다스의 손은 원래 부를 부르는 황금의 손이었으나, 그 기능 때문에 결국 저주의 손처럼 되어버린 케이스가 아닌가.

즉, 파산왕의 유물은 황금과 파산이라는 두가지 능력을 가진 유물이란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파산왕의 유물은 불안전한 형태로 무덤에서 쪼개져서 나와버렸고 그 중 재앙에 해당하는 부분만 아이린에게 늘러 붙은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황금의 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재앙만 뿌리는 것이었다.

완전한 형태가 아니기에 유물을 의지대로 다룰 수도 없는 것이고 말이다.

그쯤 되자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쯤 되면 저주를 풀고 말고도 할 것이 없다.’

그저 아이린이 유물을 지배해서 유물을 완전한 형태로 합쳐주면 되는 것 뿐! 그리 되면 그녀의 의지대로 황금의 영역, 파산의 영역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큰 리스크 없이 얼마든지 아이린의 힘을 바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아이린의 팔을 붙잡은 주헌이 강하게 지배력을 실었다.

쿵!

그러자 호수에 숨어 있던 유물이 괘씸하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

이 건방진 놈이!

유물은 강하게 저항했지만, 제법 타격을 주긴 한 건지 황금으로 변해가던 것이 조금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유물의 랭크가 제법 높은 건지, 주헌의 지배력으로는 완전히 굴복 시킬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주헌은 괴로워하는 아이린에게 말했다.

“유물을 억눌러요! 지금 이 유물은 당신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겁니다!”

그녀라면 충분히 이 SS급 유물을 컨트롤할 지배력을 갖추고 있을 터였다. 얼마든지 지배해서 아이린의 팔에 기생한 유물과 합칠 수 있을 터.

“지배력을 사용하는 노하우는 알려줬죠. 그대로 하세요!”

확실히 주헌이 말해주긴 했었다.

분명히.

‘잠 잘 때 방해하는 모기 때려잡듯이 하라고 하셨지!’

곧 의식이 흐려지던 아이린은 눈을 부릅 떴다.

* * *

“놈들은 어찌 됐나!”

한편 키이라는 통신을 통해 터키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해온 소식은 키이라의 비위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놈들은 아직 무덤 내부에 있는 걸로 판단 됩니다.]

[다만 무덤 내부에서의 연락이 모두 끊겼습니다!]

그 말에 키이라는 이를 갈았다.

무덤 내부에 있던 부하들은 전멸이라는 의미인가. 하지만 놈들을 그곳에서 놓칠 수 없는 키이라였다.

결국 고민하던 키이라는 무덤 밖에서 대기 중인 듯한 TSOF 에게 지시했다.

“거기서 모두 대피하라. 내 유물을 사용하겠다.”

그러자 TSOF 는 모두 기겁했다.

[예? 장군님의 유물을 말입니까?]

그들은 마치 핵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싸하게 얼어 붙었다. 하지만 키이라는 악랄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내 유물을 사용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키이라는 세계지도를 펼쳐 들었다.

리스크가 꽤 커서 사용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거면 놈들도 독안에 든 쥐가 될 터.

* * *

“성공했어요!”

잠시 후 황금 호수 속에서 아이린의 기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유물을 지배력으로 억누르는데 성공한 것인지, 황금으로 변했던 그녀의 몸이 본래의 투명한 살결로 돌아간 것이다.

그녀는 무척 기쁜 얼굴로 주헌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유물을 지배하게 된 건가요?”

“뭐, 그렇겠죠. 이곳에서 느껴지던 유물의 기운도 안 느껴지니, 당신의 몸에 합쳐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이제 당신 의지에 따라 재앙을 없앨 수도 있다는...윽!”

그의 확답에 무척이나 기뻤던 아이린은 세레모니를 하듯 주헌을 끌어 안았다.

물론 그 바람에 아이린의 부드럽고 말랑한 살결이 그대로 주헌의 가슴에 닿았다. 몸에 닿는 촉감은 꽤나 좋았다. 특히 옷이 부식되면서 살갗과 살갗이 부딪치는 부위가 생기면서 감촉은 더욱 극대화 되어버렸지만.

덕분에 내심 당황하던 주헌은 아이린을 떨어트리고 말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죠. 추격자들이 또 올 겁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였다.

쫓아온 놈들은 거진 처리했지만, 자신들이 무덤에 있다는 걸 알고 또 다른 추격자가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쿠웅!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단, 단장님!”

갑자기 무덤이 크게 뒤 흔들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린이 유물을 흡수하면서 무덤이 무너지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었다.

그러려면 아이린이 유물을 사용해 클로즈를 외쳐야만 했다.

그렇다는 건.

‘외부에서 무슨 짓을 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런 주헌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나운 파괴 여신의 학살이 무덤을 습격합니다.]

[무덤의 모든 입구와 출구가 여신의 힘에 의해 모두 파괴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무덤에 사나운 여신의 저주가 스며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의. 무덤이 완전히 파괴되면서 생매장 위험에 처합니다. 방어유물이 필요합니다.]

그 메시지에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전쟁왕의 짓이군.’

뻔했다.

전쟁왕의 유물 능력은 기본적으로 파괴와 학살에 치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의 힘은 원격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도 설마하니 리스크를 감당하고 자신의 유물은 쓸 줄은 몰랐는데.’

이 때 천장이 무너지고, 흙무더기가 떨어지면서 유재하가 급하게 외쳤다.

“입구랑 땅굴 쪽도 막혀 버렸어요!”

모든 활로가 막혀버렸다.

이제 어떻게 한 담?

문득 방법을 고민하던 주헌은 자신의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창에는 유독 눈에 띄는 한 스킬이 있었다.

바로 [무덤 복원] 스킬이었다.

============================ 작품 후기 ============================

자 신 스킬을 써볼까! ㅇㅅㅇ!!!!

주말은 글이 올라오지 않기에 오늘은 조금 분량을 늘렸습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꾸벅.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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