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4 도굴꾼의 방식 1단계 =========================================================================
< 도굴꾼의 방식 1단계 (2) >
[#*$#$*#&(!]
[*$($!]
[#$$*#&!]
유물들은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르고 또 질렀다.
그들은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인간들 따위, 그래봐야 자신들보다도 못한 하등한 종족이 아닌가. 그런 놈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할 줄이야!
[#*$*!]
아이고, 아이고.
부디 저 건방진 인간에게 본 때를 보여주십시오. 위대한 유물의 위엄을 확인 시켜주십시오.
그렇게 D급 유물들은 피를 토하며 어딘가에 있을 상급 유물들에게 호소했다.
사실 그것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다.
아니, 인간놈이 왜 자신들을 이렇게 막 다루지? 인간놈들이라면 자신들을 굉장히 아끼거나, 무서워서 도망가거나 둘 중에 하나여야 하는데?
왜 존경 받아야 마땅할 우리들이 이렇게 막 다뤄지는 거냐!
유물들은 절규했다.
하지만 유물들이 절규하거나 말거나, 주헌은 무덤에 들어갈 때 까지 뻥뻥 자폭을 시켰다. 그리고 기어이 땅굴이 무덤과 연결되고 나서야 주헌은 그 무자비한 행동을 멈추었다.
“드디어 밖으로 나왔네요.”
밖이라기 보다는 무덤과 연결된 것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무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무덤은 지저형이었다.
바위굴이 아닌, 개미집 같은 땅굴 형태였다. 드문 드문 햇빛이 새어 들어오는 걸로 봐서는 필시 지상과 연결된 곳이 있으리라.
‘놈들은 안 보이는 군.’
분명 지금쯤 터키 군인들과 TSOF들이 여길 멋대로 휘젓고 다니고 있을 테지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랬기에 주헌은 둘에게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들어와. 아무도 없다.”
그제야 안도한 아이린이 조심스럽게 주헌을 따랐다. 하지만 유재하 만큼은 따라 들어가면서도 입을 삐죽였다.
“아이씨, 유물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자폭 시키다니.......”
복원사의 눈에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는지도 모른다. 유재하의 입장에서는 금을 녹여서 하수구에 흘려보내는 짓쯤으로 보였으리라.
때문에 유재하가 계속 투덜거렸다.
“아니, 자폭 시킬 거면 차라리 복제품쪽을 자폭 시키지 그러셨어요. 아깝게!”
하지만 그 말에 주헌은 비웃었다.
“바보야. 복제품은 자폭 못 시켜. 인격이 있어야 자폭 하든지 말든지 하지.”
“칫.”
결국 유재하는 끌어 모아온 잔해들이나 열심히 복원 해봐야겠다고 훌쩍였다. 어차피 유물을 막쓰는 이 인간 때문에 졸졸 따라다니며 유물을 실시간으로 복원하고 있는 짐꾼 신세였다.
여기서 고작 몇 개가 더 추가 되어봤자 아닌가.
하지만 이 때였다. 길쭉한 뭔가가 주헌의 팔에 코알라처럼 감겨들었던 것이다.
“!”
그건 땅굴 입구를 막으라고 시켰던 동아줄 유물이었다. 아무래도 동아줄은 주헌이 시키는 대로 출입구로 따라오려던 군인 놈들을 죄다 처리한 모양이었다.
다만.
[#$*$#*@*@#!]
주인님, 아파. 아파.
착실하게 임무는 수행했지만 유물의 상태가 좀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군인 놈들이 유물 무기라도 들고 있었던 건지, 동아줄의 이곳 저곳이 좀 험하게 뜯겨져 있었던 것이다. 필시 자신들을 묶는 동아줄을 자르기 위해 검으로 톱질이라도 한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아프다는 건지, 동아줄 유물은 낑낑 거리면서 주헌의 팔뚝에 찰싹 달라붙었다.
결국 귀찮았던 주헌이 한마디 했다.
“나 말고 저 훈남오빠한테 치료해달라고 해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아줄 유물은 유재하에게 거칠게 귀갑 묶기를 시전하면서 외쳤다.
[#$*#*#&*!]
인간! 어서 치료해줘! 치료해줘!
물론 졸지에 구렁이에게 목을 졸리는 듯한 유재하는 죽어갔다.
“꽥, 켁, 켁! 이거 놔! 이놈아! 단장님한테는 애교부리면서 왜 나한테만 이딴 식인데!”
동아줄은 굳이 이유를 말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 * *
“다시 말하지만, 쓸데없이 유물 따위와 친해질 생각하지 말아요. 이번에도 무슨 일이 생기거든, 다른 건 생각 말고 유물을 지배할 생각만 하시고요.”
주헌의 재 충고에 아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은 배울 의지로 가득한 학생처럼 보였다. 그랬기에 주헌은 눈웃음을 지었다.
“옳지, 착한 학생입니다.”
아이린은 웃었다.
주헌은 꽤나 까칠해 보였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자신에게 유물 사용법을 알려준다고 했을 때는 좀 무섭게 가르쳐줄 거라 생각 했는데, 의외로 상냥하고 섬세했다.
그래서 아이린이 뭔가 말하려는 순간, 주헌이 잠시 멈추라고 했다.
“주헌씨?”
“쉿.”
주헌은 입 다물라는 듯 아이린의 입을 우악스럽게 틀어막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는 없습니다!”
“젠장, 분명히 땅굴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무덤 쪽으로 향해 있다고 했다! 샅샅히 뒤져라!”
그새 바깥에서 소식이 전해진 건지, 군인들이 분주하게 무덤 내부를 수색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폭발소리와 함께 땅굴의 존재가 발각이 된 것이리라.
결국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숨어 있던 주헌이 한마디 했다.
“칫, 다음에는 좀 조용히 자폭 시켜야겠군.”
단장의 태연한 말에 유재하는 답답한 가슴을 쳤다.
아니, 애초에 자폭을 시키지 말라니까!
하지만 발각 되었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었다. 어디 무덤에서 이런 일이 한 두번 이었겠는가.
물론 50%는 기능이 정지 했다는 하나, 엄연히 신급 무덤이니 경계를 늦출 순 없긴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시스템 메시지도 경고해왔다.
[무덤의 흉흉한 오라가 감지됩니다.]
[미약하지만 사방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그걸 본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빨리 이 안에서 팍톨로스 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럴 때 방해꾼들의 소리가 또 다시 가까워지자, 아이린이 참다못해 눈을 번득였다.
“단체로 확 설사를 일으키게 할까요?”
파산의 유물을 써보겠다는 말에 주헌이 끔찍하다는 듯 말렸다.
“좋긴 한데 아서요. 이 좁은 곳에서 냄새테러까지 당하기는 싫네요.”
“아...!”
“됐고, 일단 둘다 벽에서 상형 문자 같은 걸 찾아요.”
상형문자?
곧 유재하가 뭔가 떠올린 듯 했다.
“툼글리프죠? 아까 저 쪽에서 본 것 같은데....저기 천장에!”
곧 유재하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저 바보!’
민감한 주헌이 뭔가를 느낀 듯, 재빨리 유재하를 걷어찼다.
뻐억!
“으아악!”
동시에 유재하가 비명을 지르며 길거리의 빈 깡통 마냥 날아갔다.
쿵!
하지만 그 순간 유재하를 감지했던 빛나는 물체가 번쩍이더니 천장에서 빛이 쏟아졌다.
그건 황금의 빛으로 보였다.
황금의 빛은 순식간에 주변의 사물을 황금으로 만들었지만, 문제는 살아 있는 벌레까지도 딱딱한 황금 돌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주저앉은 유재하는 그걸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화, 황금?”
곧 빛이 뿜어져 나온 천장을 보던 주헌은 픽 웃었다.
‘찾았다.’
황금의 빛을 쏜 것은 다름 아닌 천장에 새겨진 툼글리프였다.
‘역시 미다스의 무덤이 맞긴 맞나보군.’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도 계속 긴가 민가 했는데,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정도 쯤 되면 확실히 미다스의 황금의 손 무덤이 맞으리라.
황금의 손이 저주의 손이 된 바로 그 무덤 말이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주헌은 천장에서 뭔가를 발견하곤 씨익 웃었다.
그건 주헌이 찾던 툼글리프였다.
“그래도 잘했어, 1호. 덕분에 강의 위치를 찾았다.”
“네, 네? 강의 위치?”
아이린과 유재하는 주헌이 바라보는 천장을 따라 보았다. 확실히 뭔가가 쓰여 있긴 하지만, 저기의 어디를 어떻게 읽어야 강이라고 읽을 수 있는 건지!
그 뿐인가?
주헌은 툼글리프로 대충 이곳의 무덤에 대해 파악한 듯, 픽 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유재하의 비명 소리를 듣고 나타난 건지, 멀리서 군인들이 겁도 없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여기냐!”
“침입자다!”
나타난 건 터키 군인들과 TSOF 들이었다. 그들은 겁도 없이 현대식 무기를 사용하면서 주헌 일행을 공격했다.
탕탕탕!
아무래도 무덤이 재기능을 하지 못한 탓인지, 그들은 무덤 안에서 무기를 써도 멀쩡했다. 아니 무기 뿐만 아니라, 통신기기까지도 통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주헌 일행을 발견하고는 급하게 무전을 했다.
“침입자 발견. 민간인으로 추정 된다!”
“발견!”
“장군님이 무덤 침입자는 사살해도 좋다고 했다! 쏴라!”
그들이 곧 총을 겨누자 유재하가 다급하게 외쳤다.
“단장님!”
결국 주헌은 짜증 섞인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아, 저 귀찮은 것들.”
사람이 모처럼 좀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니까.
“애초에 니들. 이 무덤 주인의 허락은 받고 들어온거냐?”
“저 동양인이 뭐라는 거야?”
곧 주헌은 대답대신 아이린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주헌이 손을 꽉 쥐자 아이린이 깜짝 놀랐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아이린의 손을 잡은 채로 벽에 짚었다.
동시에 주헌이 사납게 눈을 번득이며 뭐라고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렸다.
[황금은 재악을 부른다.]
“!”
그건 마치 타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발음 같았다.
주헌이 소리내어 말한 건 바로 툼글리프, 그러니까 유물 언어였다. 지금이라면 주헌 말고는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기이한 언어.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쿠웅!
아이린이 손을 댄 곳을 중심으로, 빛나는 툼글리프 문자들이 무덤의 벽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곧 바닥과 천장에서 황금 빛이 펑펑 터져나오기 시작하자 군인들은 패닉에 빠졌다.
“뭐지!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긴.
무덤의 진짜 주인이 강림하신 것 뿐이지.
“그럼 다들 부자 되세요.”
주헌의 미소와 함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자, 장군님! 터키의 무덤에서 긴급 SOS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뭐야?”
마카오에 있던 키이라는 보고를 받고 눈을 번득였다. 그게 어찌나 무서웠는지 곁에 있던 군인 하나가 움찔할 정도였다.
곧 소식을 가져온 여군이 다급하게 외쳤다.
“갑자기 연락이 두절 된 요원들도 있고, 전해온 메시지도 심상치 않습니다!내, 내용은...”
“말해.”
싸늘한 목소리에 침을 삼킨 여군이 이어 말했다.
“그...수상한 인물이 무덤에 침입해왔다는 내용입니다! 판도라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나라가 무덤을 빼앗기 위해 침입한 걸까요?”
그 말에 키이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터키에 파견 보낸 곳이라면…… 분명 카파도키아에서 발견한 그 무덤이다.’
규모가 상당한 무덤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입구가 뻥 뚫려 있어 탐색차 보냈던 곳.
7차에 걸친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지만, 별다른 유물은 발견하지 못해서 슬슬 철수 시키고 무덤에 대한 비밀이나 파헤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침입자가 나타났다고?’
설마 그 일대라면 혹시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 단체인가?
이 때 부하가 새로운 정보를 말해왔다.
“침입자는 사내 둘에 여자 하나라고 합니다.”
“사내가 둘?”
곧 키이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그러고보면 마카오에 협력을 요청해 공항을 봉쇄하려고 했을 때도 분명 있지 않았나. 자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떠났던 한 전용기가.
정보를 캐내서 행선지가 터키라는 건 듣긴 했지만.
결국 그 생각까지 미친 키이라의 입가에 살벌한 미소가 맺혔다.
“서-주-헌.”
“예?”
곧 키이라가 쾅, 책상을 내리쳤다.
“서주헌, 분명 그놈이다.”
“네?!”
“기다리라고 해라. 내가 간다고 전해.”
“네? 하지만 여기서 터키까지는 10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그 말에 키이라는 쯧 혀를 찼다.
‘확실히 내가 도착할 때 쯤이면 놈들은 이미 빠져나갔을 거다.’
“저, 저. 일단 그 쪽에 있는 대원들에게 일임할까요?”
그러자 키이라는 코웃음을 치면서 부하의 통신기기를 빼앗았다.
“내놔라. 내가 직접 지휘하겠다!”
* * *
하지만 정작 그 수신을 받아야 할 인물들이 무덤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크윽, 이 빌어먹을 노란 원숭이가! 커억!”
푸욱!
바로 주헌에게 사정 없이 당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미군 TSOF 는 무기를 들고 주헌에게 덤벼 들었지만, 그들은 피를 튀기며 쓰러지고 말았다.
주헌이 사정없이 환두대도로 미군의 목을 찔렀던 것이다.
무덤에서 번득이는 검은 자비 없이 적들의 급소를 가격했다.
무덤 밖이라면 모를까, 무덤 안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놈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로 주헌은 무르지도 않았다.
쿵!
결국 최후의 한 명이 쓰러지고 나서야, 이 광경을 숨어서 바라보던 유재하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저, 단장님 이제 괜찮은 겁니까?”
“그래, 대충 처리 했다. 나와도 돼.”
그제야 유재하는 안심하면서 아이린과 함께 나왔다. 유재하는 주헌의 무서울 정도로 강한 몸놀림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부터 단장님 앞에서 깝치지 말아야 겠다.’
주헌이 한 솜씨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빙의형 형태의 유물을 사용해 신들린 검술을 펼친 것이긴 하지만, 그것도 기본적인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제대로 쓸 수 있는 법이다.
‘나라면 저렇게 못해.’
그리고 그들은 지금 작은 연못, 아니 연못이라기엔 조금 규모가 큰 지저의 호수에 도착해 있었다.
주변에는 돌무더기들로 가득했고, 얼핏 보면 지저에 생겨난 폭포수 같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이곳이 아이린의 저주를 풀 공간.
팍톨로스 강이다.
주헌은 호수가에 다가가 먼저 손을 담가보더니, 문제가 없다는 걸 파악하고는 말했다.
“함정이 있지는 않으니 괜찮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일단.”
주헌은 신화속 내용을 떠올리더니, 지긋이 아이린을 보면서 말했다.
“옷부터 다 벗으시죠?”
============================ 작품 후기 ============================
ㅇㅅaㅇ 자 우린 지금부터 합법적인 감상을 하겠어!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