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도굴꾼의 방식 1단계 =========================================================================
< 도굴꾼의 방식 1단계 (1) >
“도굴방식을 보여 주신다고요?”
유재하는 황당하다는 듯이 주헌을 바라보았다.
“그게 가능하겠어요?”
유재하는 주헌을 의심했다. 그는 안그래도 리처드 때문에 매사에 부정적이고 성격이 잔뜩 꼬였던 놈이다. 그런 놈이 최근 꿈을 되찾으면서 본래의 성격이 나오는 건지, 상당히 밝아지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또 버릇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아니 저 총알 밭을 무슨 수로 지나갈 수가 있다고?”
하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총알 밭?
그런 것 쯤이야 자신이 한참 무덤을 돌아다닐 땐 수두룩했다.
아니 그깟 총알이 뭔가!
지뢰에 생화학테러에, 말로 다 표현하기도 힘들었다. 심지어 악명의 대명사였던 주헌은 자다가 암살 습격도 받은 적도 있었다. 상상 속의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그랬다.
그런 만큼 무덤 쪽은 굉장히 치열했던 것이다.
‘세상의 발굴단이란 놈들은 다 모여서 달려 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헌이 수 많은 유물들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바로 자신들이 발굴단이 아닌 도굴단을 표방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무덤을 <시련의 장소> 쯤으로 생각하며 성실하게 과제에 임하려는 놈들이 있었는데, 그런 놈들이 제일 먼저 죽었다.
‘무덤은 시련의 장소 따위가 아니다.’
무덤 따위, 그냥 유물이 인간들을 죽이고 괴롭히는 걸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무대일 뿐!
그걸 깨달은 주헌이었기에 그는 무덤에서 시간 낭비를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무덤에 오래 있을 수록, 유물에게 휘둘렸고 그것이야 말로 놈들이 바라는 것이었으니까.
때문에 신속하게 무덤의 지형을 파악하고,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가끔은 사람들을 속여가기도 하며 유물을 무덤에서 빼돌렸다.
그걸 가능하게 했던 것은 바로 고고학자의 유물 능력 덕분이었지만.
물론 지금은 그 고고학자의 유물이 없다.
마치 그것을 대체하듯, 까마귀가 주고 간 도굴꾼 시스템은 있지만.
“그럼 어디, 오랜만에 몸 좀 풀어 볼까.”
악랄한 도굴꾼은 미소를 지었다.
* * *
“저, 단장님? 지금 뭐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유재하는 경악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그것도 그럴 법한게, 주헌은 화장실에서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자 화장실에서.
'이 인간, 비비안 때도 여자 화장실에서 작업하더니.'
물론 때 마침 사람들은 없으니 망정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사람이 안 오리라는 법도 없어서 유재하는 계속 바깥을 힐끗 거렸다.
아무래도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오해를 사서 잡혀가고 싶진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유재하가 뭐라고 말한 들, 주헌은 화장실 벽에 쓰여진 툼글리프를 해독하고 있었다.
그 뿐인가?
화장실의 벽을 두드리거나 쓰다듬으면서 뭔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결국 보다 못한 유재하가 외쳤다.
“저기요. 아이린도 당황하고 있는 거 안 보이세요?”
하지만 그런 유재하에게 아이린이 한마디 했다.
“네? 아니요. 별로 안 당황하고 있어요.”
“……네? 저걸 보고도요?”
“음, 주헌씨도 무슨 생각이 있으신거겠죠.”
참 외친 것이 무안해질 만큼, 아이린은 주헌을 꽤나 신뢰하고 있었다. 주헌이 신뢰를 줄 정도로 착하게 생긴 상은 아니니, 단순히 사람을 잘 믿는 순둥이 일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결국 주헌은 그런 유재하에게 킥 웃으며 말했다.
“모르면 닥치고 지켜보고나 있어.”
주헌은 여자 화장실에서 변태짓이나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오라가 가장 약한 부분을 찾고 있는 것 뿐이었다.
왜?
바로 무덤에 침입할 뒷구멍을 만드는 것이다.
“일명 백도어라고 하지.”
“백도어?”
보통 무덤은 입구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었다. 무덤에 들어가기 위해선 입구 말고는 외부에서 들어갈 방법이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개미들처럼 바글 바글 몰리는 곳에 가봐야 피 터지는 법이다. 뭣하러 그딴 피난장판에 끼어들려고 하는가?
그냥 뒷길로 유유히 들어가 유물부터 낼름하면 되는 것을.
그랬기에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고분화 일대에는 언제나 오라가 미치지 못하는 허술한 사각지대가 있지.”
고분화가 벌어진 일대엔 오라 장막이 쳐져 있기 때문에 유물에게 반드시 위치를 들킨다. 하지만 유물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를 뚫고 몰래 들어가는 거다.”
유재하는 경악했다.
무덤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그였지만, 쉽게 말하자면 땅굴을 파자는 소리인데. 그게 그렇게 쉬우면 왜 여태까지 다른 나라 군인들은 손을 빨고 앉아 있었겠는가!
“미쳤어요? 진짜 그게 가능해요?”
물론 체력소비가 심하고 유물을 희생해야 하는 능력이다. 때문에 주헌도 무덤의 성향과 경쟁자들의 숫자에 따라 그 때 그 때 선택했지만 말이다.
자신이 있던 때야, 판도라가 무덤의 소유권과 발굴권에 대해 말도 안되는 규제를 두는 둥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주헌은 그딴 법은 엿이나 먹으라는 듯 태연하게 불법 행위를 했다.
그리고 판도라가 지정한 규율을 무시하고 유물을 탈환하기 시작하면서 도굴단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오라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바로 여기다. 이쪽 방향이지.”
주헌은 툭툭 여자 화장실의 벽을 쳤다.
“이미 무덤의 주인이 나와버린 무덤이라 죽은 무덤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툼글리프도 살아 있고 오라도 살아 있어.”
“그 말은……”
“ 무덤이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50% 훼손 되긴 했지만, 50%는 아직 살아 있다는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말대로라면 무덤에 함정도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주의해서 나쁠 건 없다.
“어쨌든 좀 물러나 있어라. 다친다.”
“다친다고요?”
주헌은 대답대신 자신의 스킬창을 확인했다.
뒷길을 만들기 위해선 유물과 자신의 스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덤발굴 (활성화)]
레벨 E랭크
- 무덤과 관련된 공간지각 능력 및 지형 이해도가 올라간다
- 무덤과 관련된 지형을 파괴하거나 뚫거나, 파낼 수 있다 (위력 20% 증가)
그걸 보며 주헌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역시 이건 자신이 고고학자의 유물로 얻었던 발굴 능력과 흡사하다.
‘그 까마귀 놈.’
그리고 주헌은 품속에서 유물을 한 개 꺼냈다. 바로 비비안에게서 빼앗았던 랭크가 낮은 유물이었다.
‘이정도 무덤이면 이정도로도 충분하겠지.’
꺼낸 것은 <형제의 고구마> 라는 설화 속 D급 유물. 능력이야 방귀를 잘 뀌게 해주는 놈이지만 그딴 기능이야 지금은 상관없다.
어차피 이 유물은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스킬의 낮은 파괴력을 보완해줄 기폭제로서!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고구마 유물을 꽉 쥐었다.
“귀 막아!”
주헌이 외쳤고, 동시에 유재하와 아이린이 급하게 귀를 틀어 막았다. 그리고 주헌은 유물에 강한 지배력을 실었다.
여태까지 중에서 가장 위압적이고, 과격한 지배심이었다. 마치 살생부를 작성하는 폭군처럼 거칠기 짝이 없다.
덕분에 유물은 매우 괴로워하며 욕을 했다.
[#$*#$(#*!]
뭐하는 거냐, 이 빌어먹을 인간 놈아!
난데없이 얻어맞은 듯한, 아니 자다가 칼로 찔린듯한 고통에 유물은 주헌을 저주했다. 하지만 주헌은 조금도 봐주지 않고 유물을 휘어 잡을 듯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안하면 도리어 유물에게 반격당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유물놈. 자폭해라.”
[#$*#*#*#&!]
뭐라고?
이놈이 돌았나!
[#*$#*#&(*!]
유물은 당연히 저항했다.
하지만.
“자폭해라, 유물.”
이 인간은 그런 되먹지도 않은 주문을 했다.
유물이 자폭을 하면, 자폭의 순간 엄청난 오라가 발산 되기 때문이다. 주헌은 그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자폭해!”
크아앙, 나한테 왜 이래!
하지만 결국 괴로워하던 유물은 주헌의 지배력에 이기지 못하고 강한 오라를 발산했다. 그래봐야 D급 유물이기에 주헌의 지배력에 저항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윽고 유물이 강한 빛을 내뿜자 주헌은 바로 스킬을 발동 시켰다.
도굴꾼의 스킬 중 하나인 무덤 발굴을!
그러자 자폭할 정도로 강한 오라의 힘은 주헌의 스킬과 합쳐져 강력한 무덤 파괴형 폭탄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주헌은 그 고구마폭탄을 벽에 내리 찍었다.
곧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 * *
쾅!
“꺄아악!”
여자 화장실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누가 보면 테러사건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지만 보통의 테러와는 완전히 달랐다.
왜?
보통의 테러사건이면 주변의 사물이나 건물들이 파손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눈 앞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나타났을 뿐, 주변 사물들은 멀쩡했다.
그리고 심장이 벌렁 벌렁하고 놀란 겁쟁이 유재하와 아이린은 주저 앉았다.
“뭐, 뭐죠 이거?”
뭐긴. 무덤파괴, 아니 무덤 발굴이지.
주헌의 무덤발굴 스킬은 무덤을 파내거나 깎거나, 파괴할 수 있는 스킬이다. 그래서 오라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고분화 지대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고, 현대의 건물은 손상을 입힐 수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덕분에 화장실은 멀쩡하고, 고분화가 진행된 지하와 지하와 연결된 지면에만 구멍이 뻥 뚫린 것이다.
물론 이 일을 도와주신 고구마 유물은 운명을 하시고 터져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유물이 고생하거나 말거나, 주헌은 태연하게 사선으로 파인 땅굴 안쪽을 보면서 웃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굴이 파진 것 같군.”
땅굴의 방향은 현재 군이 점거한 미다스의 무덤 쪽이었다. 보아하니 수 백 미터 정도는 파인 것 같았다. 생각보다 길게 뚫리지 않았지만 이해는 했다.
원래가 무덤발굴 스킬은 ‘발굴’용이기 때문에 파괴위력은 약했고, 위력을 올리는데 쓴 유물도 고작해야 D급.
하지만 기겁한 유재하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그는 공포영화도 놀라는게 무서워서 제대로 못 보는 청년이었다.
“제발 미리 말해주세요! 그리고 이러다가 사람들이 오면 어쩌려고요!”
그럴때 말이 씨가 되듯,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 중에는 터키 군인들과 TSOF 미군으로 추측되는 사내들의 말도 있었다.
곧 아이린이 밖을 살피며 급하게 외쳤다.
“주헌씨,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빨리 가야겠네.”
주헌은 빨리 따라오라며 파인 굴로 들어갔다. 결국 다급해진 유재하와 아이린은 급하게 주헌을 따라 땅굴로 들어갔다. 꽤 울퉁불퉁하고 험해서 유재하는 들어가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물론 아이린의 경우엔 주헌이 편의를 봐줘서 손도 붙잡아 주었다.
그들은 땅굴에 들어가자마자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서둘러요. 땅굴 입구 쪽은 유물로 대충 막긴 하겠지만, TSOF 라면 키이라 똘마니 들이니 유물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유물로 방어를 한다 쳐도 금방 뚫릴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달리던 그들은 몇 백미터 가지 못하고 벽에 가로 막히고 말았다.
“젠장, 길이 막혔어!”
그들은 당황했지만 주헌은 픽 웃었다.
예상했던 범주이기 때문이다.
“능력치가 낮은 유물이니까. 가진 오라 에너지가 작아서 기껏해야 이정도 파괴력을 끌어내는게 한계라는 거겠지.”
“그럼 어떡해요!”
“뭐가 문제야.”
주헌은 낄낄 웃으며 품 속에서 또 다른 D급짜리 유물을 꺼내 들었다.
“유물은 이렇게 넘쳐나는 걸!”
그걸 본 유재하는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는 자동으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복원사 앞에서 유물 좀 그만 파괴하라고! 이 망할 단장 놈아!”
하지만 멀리서 군인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유재하는 당황했다.
“빨리 파괴해요! 빨리!”
그 말에 주헌은 픽 웃으면서 다음 유물에게 지배력을 실었다.
곧 땅굴에서 유물의 비명소리가 또 다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런 유물의 숭고한 희생으로 그들은 점점 미다스의 유물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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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유물 수난시대 (구르는) 소설.txt
+크흡, 자꾸 시간대가 어긋나서 죄송의 말씀을 드립니다. ㅠㅠ최대한 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ㅜㅜ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