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60화 (60/409)

00060 선전포고!  =========================================================================

< 선전포고! (4) >

“수상을 찾아냈다고?”

주헌의 밝은 외침에 그를 감시하고 있던 군인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군인들 뿐만이 아니라 키이라와 CIA까지 당황했다.

‘수상을 찾아? 이 나도 못 한걸 저 놈이 해냈다고?’

이미 수상을 찾기 위해 별 난리를 다 쳤었던 키이라가 아니었나. 그런데 그걸 단 몇 분만에? 심지어 자신에겐 무용지물이었던 저 지도유물들로?

“정말 찾아냈나?”

“네. 당신이 실패한 저 유물들로 수상을 찾았습니다.”

주헌은 그렇게 태연하게 지껄였다. 그러자 키이라가 빈정 상한 듯, 주헌의 머리에 총을 겨누면서 웃었다.

“그렇게까지 날 기만하는 걸 보니 정말 찾긴 찾았나보구나. 찾았으면 어디 그 입으로 지껄여봐라. 수상은 어디 계시지?”

이제와서 거짓말이었다고 하면 머리가 뚫리다 못해 참수 될 분위기였지만, 주헌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답했다.

“그럼 아무 종이부터 내놔봐요. 위치를 써줄테니.”

“어디서 수작을. 그냥 입으로 말해라.”

그 말에 주헌은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도 상관은 없는데. 내용이 좀 길어서 당신네들 머리로 기억을 할까 모르겠는데?”

저 놈이 진짜?

결국 잠시 생각하던 키이라는 못 마땅하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라고 했다. 하지만 졸지에 주헌과 함께 참수의 위기에 처한 유재하는 속으로 엉엉 울었다.

‘그만 좀 도발하라고! 나중에 진짜 정신적 피해로 산재처리 받을테다!’

그러나 고용인이 소심하게 항의하거나 말거나, 메모지를 받은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뭔가를 써내려갔다.

얼핏보기엔 숫자였다.

“받으시죠.”

곧 주헌에게 종이를 받은 키이라는 내용을 확인하며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종이에 적힌 것은 다름 아닌 위도와 경도였기 때문이다.

“설마 여기에 수상이 계시다는 건가?”

“잘 아시네요.”

“.......”

동시에 CIA들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생각나는 대로 막 적은 것 뿐일 겁니다!”

“됐다. 일단 여기가 정확히 어딘지 파악해라.”

결국 키이라의 부하들은 할 수 없다는 듯 분주하게 위치를 추적했다. 소수점 단위의 상세한 위도와 경도값이 나오니, 위치를 찾는 건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하라사막.... 아니 이집트의 국경 근처 사막입니다!”

그 말에 주헌이 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어이쿠, 사막이면 빨리 찾으러 가셔야 겠네요.”

그러자 키이라의 부하가 험악하게 외쳤다.

“이따위 정보를 어떻게 믿나!”

하지만 이에 기 죽을 주헌도 아니었다.

“믿기 싫으면 말고요? 당신네들이 이렇게 멍청하게 굴고 있는 동안에 불쌍한 수상님은 사막에서 골골 거리고 계시겠군요.”

“!”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게 좋을 겁니다. 그래봐야 해가 지면 수색하기도 힘들어지고, 사막의 밤 날씨에 동사하실지도 모를테니.”

그러자 잠시 고민하던 키이라가 날카로운 영어발음으로 외쳤다.

“그 말대로다! 일단 찾아라!”

“하지만!”

“닥쳐라. 중동일대에 파견 보낸 발굴단에게 해당지역 수색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근거리 탐사유물의 사용을 임시 허가하겠다고 전하라. 서둘러!”

“예!”

그들이 분주하게 사라지자 주헌은 제 일은 끝났다는 듯 웃었고, 유재하가 난처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어, 그럼 이제 저희들 집에 돌아가봐도 될까요? 이걸로 사기를 쳤다는 누명도 좀 벗겨주시면 좋겠는....”

이 때였다.

탕!

“흐악!”

총알이 유재하의 옆을 지나갔다. 총알이 얼굴을 스쳐 벽에 박히자 유재하는 힉 몸을 떨었고, 주헌은 그런 그녀를 못 마땅하게 보았다.

키이라는 둘을 보며 어딜 움직이냐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가긴 어딜 가나. 수상을 찾을 때까지 네놈들은 여기에 있어야 겠다.”

“아이씨, 우리가 왜!”

유재하는 짜증을 냈고, 주헌은 킥 웃었다.

“만약 못 찾으면?”

“최소한 유서는 쓰게 해주지.”

키이라는 어디 두고 보자며 사납게 눈을 번득였다.

* * *

하지만 유서는 개뿔, 주헌은 단 몇시간 만에 의혹이 풀렸다. 미군에게 감시를 받기를 몇 시간. 중동과 이집트 일대에 파견 나가 있던 발굴단이 급하게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이었다.

[알버트 수상을 찾았습니다!]

터져나오는 무전에 대기팀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하마터면 미국 전체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키이라도 드물게 기뻐했다.

“수상은 무사하신가?”

[네. 기력이 상당히 쇠해지시긴 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영국의 수상은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된 모양이었다. 그나마 실종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겠지만, 정작 장본인은 회담하러 왔다가 이게 웬 고생인가 싶었을 것이다. 심지어 70세에 가까운 노인에게 난데없는 사막 횡단은 그야 말로 죽을 맛이었으리라.

그리고 수상을 찾았다는 말에 주헌은 웃었다.

“이제 믿으시겠나?”

그의 여유에 키이라는 쯧 혀를 차면서 주헌을 보았다.

“어떻게 수상의 위치를 알아낸 건지 설명해라.”

“내가 왜?”

“뭐?”

“미안하지만, 기업비밀이라서 말씀드릴 수가 없겠는데?”

“그럼 이 자리에서 머리에 구멍을 뚫어주지.”

그러자 유재하는 벌벌 떨면서도 영어로 할 말은 했다.

“야이씨, 이 양아치들아! 수상님도 찾아줬잖아요! 그런데 이러기냐!”

하지만 키이라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 입 닥쳐라. 이 사기꾼들. 결과적으론 너희들 때문에 수상이 사막으로 날아간 것이 아닌가.”

말도 안되는 억지에 유재하는 정말로 황당해했다.

“와씨, 미치겠네. 이봐요! 막말로 수상을 모래밭에 날린 건 너네들이지! 그게 왜 우리 탓이야!”

그러나 총이 내려가는 법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키이라는 오만하게 웃었다.

사실 그녀도 이번 일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았다. 설령 이 일이 예상치 못한 사고였을지언정, 결과적으론 한나라의 수상에게 위험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자신들의 탓이라 인정해버리면 여러모로 골치 아파진다. 영국을 판도라에 가입 시키기는 커녕,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

그러니 그녀에게는 미국 대신 죄를 뒤집어쓸 어린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저 두놈들을 범인으로 몰아넣는다.’

이쯤 되면 정말 저 둘이 사기를 쳤든 안 쳤든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저놈들이 수상한 유물을 팔았고, 그 탓에 수상이 사라졌다고 공표되면 그만이니까.

다만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다면.

“죽기 전에 말해라. 어떻게 수상을 찾아냈나.”

역시나 주헌이 수상을 찾아낸 방법이다. 그러자 주헌은 권총 앞에서 겁도 없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미국 장군님은 기억력이 붕어수준인가 보군.”

“뭐야?”

“분명 아까 전에 말씀드렸잖아? 아까 색연필로 쓴 문자. 그게 유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는 주문 방법이라고. 그걸로 유물의 능력을 더 끌어낸 거다.”

“!”

그러고보면 아까 전에 주헌이 지도에 뭔가 이상한 글씨를 쓰지 않았나. 그랬기에 키이라는 금방 흥미를 가졌다.

“더 자세히 말해봐라.”

그러자 주헌은 입꼬리를 올리며 또 약을 소개했다.

“간단해. 그 문자를 쓰면 유물의 말을 들을 수 있지. 유물이 내게 그 좌표값을 말해준 것 뿐이고.”

하지만 그 순간, 키이라도, CIA에 미군들도 황당해했다. 심지어 주헌과 함께 위협당하고 있던 부하 놈까지도 말이다.

“뭐? 유물의 말?”

그들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저 지도 유물이 수상님의 위치를 말해줬다는 거냐? 그걸 들었다고?”

“그렇다면?”

“웃기지마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물이 말을 하다니, 유물이 말을 하는 건 무덤 안에서만이다. 이게 어디서 뻔뻔하게 사기를 치는 거지?”

그러자 주헌의 비웃음이 하늘을 찔렀다.

“거짓말 아닌데? 저건 유물문자라고 해서 유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자다. 지금도 유물이 말을 하고 있는데 안 들리나? 잘 들어보라고.”

뭐야?

물론 주헌의 말대로 유물들은 지금도 말하고는 있었다.

[#$*#$*#*(!]

[@*$&$*(#&(!]

비록 알아들어먹을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하지만 그 쫑알거리는 외계어조차도 들리지 않는게 다른 사람들의 현실인 법. 결국 주헌에게 속아 순진하게 귀를 기울이던 몇몇은 몇 분 뒤, 얼굴을 붉혔다.

“아무것도 안 들리잖아!”

그러자 주헌은 뻔뻔하게 웃었다.

“그럼 착한 사람한테만 들리는 목소리인가 보지 뭐.”

“뭐야?!”

결국 미군들이 속았다며 주헌을 붙잡으려는 그 순간!

“기다려라.”

“장군님!”

“이 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테스트를 해보면 그만인 문제다.”

“!”

애석하게도 전쟁왕이 넘어가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월척이 걸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뭘 테스트해보려고?”

“간단하다. 무덤을 발굴하기 위해 파견보낸 무덤 특수작전부대 (TSOF)가 있다. 그들이 현재 배치된 장소를 말해보도록.”

그 말에 유재하가 속으로 욕을 했다. 아니 지네들 군사기밀정보를 자신들 같은 일개 일반인이 어찌 안다고?

실제로 키이라도, 미군들도 어디 말해보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래봐야 알 턱이 없다.’

콜럼버스의 지도유물은 키이라와 계약한 귀속성이라 주헌이 사용할 수가 없을 것이었고, 나머지 두 녀석으론 키이라가 말한 정보를 알아낼 수가 없을 터였다.

하나는 바다의 자원을 찾는 지도였고, 다른 하나는 들어갈 수도 없는 심해의 유물 탐사 지도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뭘 그딴 걸 묻느냐는 듯 웃었다.

“그정도야 쉽지.”

뭐? 정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헌은 유물에 손을 얹더니, 지배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유물들은 또 빼애액 소리를 질렀다.

[#($#*$((!]

[#*$$#&*$&*!]

물론 백날 그래봐야 답을 말해주기는 커녕, '이 인간 놈아 그만하라고! 잠 좀 자자!' 그렇게 불만을 터트리며 쫑알거릴 뿐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주헌은 뻔뻔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 유물이 말해주네. 당신네들 발굴단이 진을 치고 있는 장소.”

“!”

“일단 첫 번째.”

그렇게 주헌이 몇 군데를 입에 올렸다. 그러자 키이라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미군, 정확히는 TSOF 들이 경악했다.

주헌은 술술 정보를 말했고, 그 정보들은 모두 정확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일반인은 절대 모를 정보를 저 놈이 알아냈다고?’

이건 유물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유물이 알려준게 아니라면 그건 그거대로 심각한 기밀유출문제.

그랬기에 키이라가 답지 않게 당황한 낯빛으로 되물었다.

“넌 정말 유물의 말이 들리는 건가?”

“들린다니까. 아, 그럼 우리는 이만 저녁밥을 먹어야 겠으니 간다. 끝내주는 미인이 기다리고 있거든.”

동시에 키이라는 급하게 외쳤다.

“잡아!”

이제는 단순히 죄를 뒤집어 씌어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저 놈이 정말로 유물의 말을 들을 수 있고, 그걸로 유물의 정보를 더 얻을 수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심지어 유물의 말을 들을 수 있는게 저놈만 가능한 일이라면?

‘그깟 3억달러가 문제가 아니다.’

사기죄에 대신 누명을 씌울 것도 씌우는 것이었지만, 저놈은 일단 잡아서 미국이 데리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 키이라는 부하들에게 둘을 잡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지도에 그려진 색연필 글씨가 번쩍이면서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쾅!

갑자기 호텔에서 폭발이 벌어지고 말았다.

“무슨 일이냐!”

키이라가 급하게 외칠 때, 그들이 있던 호텔의 방문이 폭발에 날아가고 말았다. 그들은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폭발사고에 호텔의 스프링클러가 터졌고, 뿌연 연기와 불길에 시야 확보 조차도 어려웠다.

설마 테러?!

안 그래도 최근 강경적인 무덤 발굴 탓에 적을 만들고 있던 키이라는 급하게 외쳤다.

“유물을 지키고 어서 사태를 파악하라!”

하지만 이 때 더 기겁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도에 불이!”

“이 저주 받은 지도 같으니!”

급하게 지도 유물을 챙기려던 군인들이 어째서인지 갑자기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사정없이 유물을 부욱 찢어버렸다.

덕분에 가만히 있다가 졸지에 사지가 찢겨 나간 유물들은 빼애액 소리를 질러야 했다.

[#*$&*@&*@!]

[##*$(!]

아이고 이 인간놈들아,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냐!

아이고 우리 죽네. 죽어.

하지만 유물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군인들은 유물을 북북 찢어댔다. 그야 말로 사탄을 몰아내듯이.

그리고 그건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키이라조차도 막지 못한 일이었다. 아마 믿고 있던 부하들이 벌인 일이라 그녀 역시 답지 않게 당황했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금방 사태를 파악하고 총을 쏘았다.

“이것들이 미쳤나!”

탕! 탕탕!

결국 키이라가 총을 발포하고나서야 군인들은 다리를 움켜쥐며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유물들은 반 시체가 되어 골골 거리고 있었다.

키이라는 황급히 주헌과 유재하를 찾았다.

“놈들은 어디에 있나! 폭발에 휘말렸나!”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혼란을 틈탄 건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제야 자신들이 당한 걸 깨달은 키이라의 눈이 분노로 새빨개졌다.

“이것들이!”

============================ 작품 후기 ============================

오늘도 고생하는 유물들....ㅜ.ㅜ

+ 는 원래 주5일 (월-금) 연재입니다만, 이번주는 특별히 유료들어간 주이니 일요일에도 올립니다.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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