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59화 (59/409)

00059 선전포고!  =========================================================================

< 선전포고! (3) >

주헌의 미소에 CIA 와 유재하의 얼굴 표정이 다른 의미로 경악에 물들어 갔다. 하지만 주헌은 주변의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다시 한 번 확인 겸 말했다.

“지도 유물을 사용하게 해주시죠.”

“저게 진짜!”

욱한 토마스가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전화 너머의 전쟁왕은 웃었다.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가소롭다고 해야 할지,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는 웃음 소리였다.

[지도 유물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그러면 수상을 찾을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그 당당한 태도에 귀엽다는 듯이 웃던 전쟁왕이 운을 띄었다.

[그래, 다 좋다 치지. 그런데 말이야.]

“?”

[내가 지도 유물을 가진 건 어찌 알고 있지?]

웃음끼를 띄고 있지만, 묘하게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주헌은 픽 웃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당연한 정보였지만, 아직은 그럴 시대가 아니지.

그랬기에 그는 태연하게 누군가를 팔아 넘겼다.

“어떻게 알긴요. 에드워드가 술술 불던데요.”

이봐!

유재하는 당황해서 제 고용주를 보았다.

아니 그걸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에드워드도 주헌을 신뢰해서 말해준 비밀 정보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키이라가 지도 유물을 가지고 있단 말을 한 건 에드워드 말고도 비비안이 있지 않았나.

‘오히려 팔아 넘기려면 그 꼬마 쪽이 낫지 않나?’

에드워드와 친한 유재하였기 때문에, 굳이 죄를 떠 넘긴다면 당연히 그 메두사 꼬맹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헌은 유재하와 생각이 조금 달랐다.

왜?

‘그 노친네. 키이라와 만나게 해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도망갔단 말이지.’

괘씸죄라면 괘씸죄였다.

이 자리에 얼굴 하나 보이지 않는 그 노친네에게 엿을 먹인다면 엿을 먹이는 거라고 해야했다.

그 뿐인가?

에드워드를 미국과 사이가 나쁘게 해서, 결과적으론 자신을 유일한 사업 파트너로서 의지할 수 밖에 만들려는 수작이기도 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진행이 되는 건지, CIA는 주헌의 말에 격분했다.

“그 입싼 노친네를 그냥.”

뭔가 졸지에 피해자가 되고 있는 에드워드였지만, 주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키이라가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냐, 안하느냐 였으니만큼.

그리고 주헌의 말에 키이라는 소리 높혀 웃었다.

[그래, 믿어주지. 하지만 가소로운 수작을 부리는 구나. 내 유물로 수상을 구해? 말은 똑바로 해라. 내 유물을 가져가려는 수작이 아닌가?]

그 말에 주헌은 픽 웃었다.

‘역시 쉽게는 안 되나.’

전쟁왕은 명색의 미래의 사황이다.

자신의 말에 속을 정도였으면 그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고, 하물며 미국이란 나라가 유물 관련건을 키이라에게 모두 일임하지도 않았을 터.

확실히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키이라는 어디 더 말해보라는 듯, 협박하듯 말했다.

[그 이상 헛소리 하면 너 역시 미국의 적으로 간주해 국제 수배를 걸겠다.]

그 말은 꽤 위압적이었고, 고압적이었다.

하지만 그딴 협박에 바로 꼬리를 말아댈 주헌도 아니다.

“싫으면 말고요. 영국의 수상이 어디서 객사하시든 말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허. 너랑 관련이 없다고?]

“그럼 관련이 있습니까?”

[네가 유물에 이상한 장치를 해서 팔았다고 공표하면, 언론이 네놈을 가만히 두진 않겠지.]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

“증거가 있으면 그렇게 하시던가요.”

주헌은 그렇게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전 이대로 돌아가도 상관 없는 겁니다. 당신네한테 물건을 판 건 내가 아니라 에드워드고, 난 아무런 관련도 없어요. 애초에 내가 정말 가짜를 팔았으면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진 않았겠지.”

확실히 그건 그렇다.

미국과 거래를 한 건 에드워드였고, 가짜를 팔았다는 증거도 없다.

“애초에 본인들이 유물을 사용하다가 깨먹은 실수를 우리한테 뒤집어 씌우려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고 주헌은 픽 웃었다.

“아니. 영국 수상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그 책임을 애꿎은 민간인에게 돌리고 싶은 건가?”

[그 말은 나에 대한 도발 행위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상관은 없는데. 지금 상황에서 누가 더 급한지는 당신이 더 잘 알텐데? 가만히 내 말에 따르면 수상님을 구해드린다니까요?”

진짜 말은 잘한다.

주헌의 태도에는 전직 사기꾼 유재하도 옆에서 혀를 두를 정도였다.

그리고 바로 그 때였다.

주헌의 뻔뻔한 입놀림에 감복하듯 예상하지 못한 메시지 창이 뜨는 것이었다.

[<상대 못할 사기꾼> 칭호를 획득하여 사용자 레벨 정보가 바뀌었습니다.]

[도굴꾼 서주헌]

레벨3

- 무덤은 안파고 사기 기술까지 키우고 있는 도굴꾼

아이씨?

주헌은 자신만 보이는 메시지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득도 실도 있었다.

[사기꾼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악명이 높아집니다.]

[친화력이 다소 하락합니다.]

[유물들의 반항심도 높아지지만, 유물들에게 나쁜 남자의 매력을 어필 할 수도 있습니다.]

[C급 이하의 유물들은 당신의 말에 잘 속게 됩니다.]

[유물들이 당신에게 속을 확률이 올라가게 됩니다.]

아니, 유물한테 나쁜 남자의 매력을 어필해서 뭐에 써먹으라고.

황당하긴 하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지금은 키이라와 승부를 볼 때인 만큼.

도굴꾼, 아니 사기꾼 서주헌은 이죽거리면서 키이라에게 다시 일격을 날렸다.

“난 영국 수상님이 사라지든 말든 상관없지만, 당신은 달라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굳이 말안해도 알겠지.”

주헌은 키이라를 잘 안다. 자존심이 무척 높은 여장군이지만, 동시에 미국이 곤란해질 짓은 하지 않는 여자였다.

‘그러니까 영국 수상은 구하고 봐야지. 이 여자야.’

어차피 비비안에게 들은 이 여자의 유물 품목으로는 영국 수상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게 그녀의 본심일 터.

그리고 몇 분 정도 지났을 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좋다. 그렇게까지 지껄인다면 한 번 해봐라.]

동시에 주위에서 엄청난 반발이 쏟아졌다.

“장군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놈은 도둑놈이라고요! 저희 유물도 가져간 강도놈이란 말입니다! 보나마나 장군님의 유물을 노리는게 분명한데!”

가장 격분한 것은 토마스였다. 지금도 키이라 장군이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하지 않았으면 당장 이놈을 미국으로 끌고 갔을 것이다. 자신들의 유물을 훔쳐간 죄로 말이다.

다만 <판도라>가 세워지기 전이기 때문에, 유물과 무덤에 대한 소유권이 애매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법적으로 주헌을 처벌하지 못하는 것 뿐이었다.

막말로 자신들도 남의 나라의 무덤에서 유물을 빼내온 셈이었고, 유물이라는 정체불명의 물건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아직 세상의 논제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뭐가 어째?

“장군님!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장군의 유물을 사용하게 하다니요!”

그러자 주헌은 예상했다는 듯이 웃었다.

“정 못 믿으시겠으면 믿을 만한 장소에서 다들 철통같이 감시하면 되는 겁니다. 제 유물도 다 가져가시고요.”

뭐라고?

주헌의 말에 CIA나 유재하는 당황했다. 틀림없이 주헌이 꼼수를 써서 유물을 빼돌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랬기에 유재하는 더 당황했다.

‘아니 도대체 어쩌려고?’

* * *

도대체 어쩌긴.

계획대로 진행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주헌과 유재하는 전쟁왕을 만나러 갔다. 장소는 그들이 방금전까지 있던 곳의 바로 맞은편 호텔이었다.

같은 스위트룸이지만 아까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엔 보기에도 숨막힐 정도로 험상궂게 인상을 쓰고 있는 군인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숫자만 대략 스무명.

그린베레 같은 특수작전사령부(Special Operations Forces)의 게릴라 군인들일 것이다. 키이라 밑에 배치 된 무덤 발굴전담 특수사령부 말이다.

그 체격이나 포스가 평범한 체격의 주헌이나 유재하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라, 유재하는 내심 기가 죽었다.

‘아이씨, 우리가 무슨 포로로 끌려온 것도 아니고.’

이러다가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 가겠다.

그 뿐인가? 자신들로서도 처음오는 장소라 사전에 탈출 방법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신체검사를 받는 유재하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니 사고는 이 무대포 단장이 치는데, 걱정은 왜 자신이 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거지?

그렇게 유재하가 주헌을 원망하듯 바라보고 있을 그 때였다.

“유물은 정말 하나도 안 들고 온 모양이군.”

“네, 믿을 만한 곳에 맡기고 와서.”

주헌은 픽 웃으며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앞에는 군복을 입고 있는 키크고 늘씬한 여성이 서 있었다.

고압적인 미소를 풍기고 있는 그녀가 바로 키이라 클라크.

과거 사황이었으며, 전 세계를 히틀러 마냥 전쟁의 공포로 몰아 넣을 전쟁왕이다.

하지만 유재하는 다른 의미로 기겁하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단장님. 지금 제 눈이 이상한 거 아니죠?”

유재하는 정말 당황했는지,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물론 이 놈이 뭘 보고 이런 반응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키이라 클라크는 미군의 장군이라면서요! 대리인인가..?”

“아니, 본인 맞아.”

제 기억 속의 키이라와 똑같다. 하지만 유재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그것도 그럴 법한게.

“그런데 뭐가 저렇게 젊어요?! 심지어 쭉빵 누님....완전 내 취향...아니 아니 이게 아니라....저 나이에 별을 달 수가 있나?”

그렇다.

눈 앞의 여성은 많아봐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었던 것이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검은색 머리, 파란 눈.

헛소리를 했다간 목이 베일 것 같은 사령관의 이미지였지만, 사복을 입히면 관능미 넘치는 미인이 될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어쨌든 전시상황 같은 특수 상황이나 신흥국가라면 또 몰라도 너무 젊다. 미국 대통령이 유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일임한 총책임자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젊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헌은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유물의 힘은 위대하지.’

그리고 미인이라고 해봤자였다.

‘그래봐야 자고 있는데 남의 집에 바주카포를 날리는 빌어먹을 여자다.’

진짜 자다가 습격당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져서는.

그 때는 대출 받아 겨우 산 집까지 날아가지 않았었나. 세계 제일의 도굴단 단장 주제에 쥐꼬리만한 월급쟁이였던 주헌에게 가혹한 일이라면 가혹한 일이었다.

어쨌든 과거에 별난 일이 있었지만, 지금 그의 관심사는 다른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물었다.

“유물은?”

“건방지긴. 이 쪽이다.”

장군은 성큼 성큼 옆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 안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낯익은 유물들이 있었다.

[바르바롯사의 해적지도 (B급 - 희귀급 / 소모성 유물)]

[철학가 아낙시만드로스의 세계지도 사본 (C급 - 일반급 / 소모성 유물)]

[콜럼버스의 대항해 지도 (A급 - 보물급 / 귀속성 유물)]

참으로 다양한 지도 유물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곧 전쟁왕이 어디 솜씨를 보자면서 다리를 꼬고 자리에 앉았다.

“자, 어디 한 번 해봐라. 기세 좋게 말한 주제에, 해내지 못하면 그 즉시 처리 될 걸 각오하도록.”

전쟁왕이 손짓하자, 미군 군인들이 숨겨두었던 총기를 유재하와 주헌에게 겨누었다. 그러자 유재하는 기겁을 하고 양손을 들었다.

하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하여간, 누가 협박하는게 전쟁왕의 전매특허 아니랄까봐.

“걱정마시죠. 말씀드리지만 제가 당신보다 유물을 훨씬 잘 다룹니다. 수상을 찾는 건 일도 아니죠. 하지만 그 전에.”

주헌은 펜 하나를 빌려 달라고 했다. 전쟁왕은 의아해 했지만, 곧 부하에게 아무펜이나 빌려주라고 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현대의 물건으론 유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곧 뭉툭한 색연필 한자루를 받은 주헌은 웃으면서 지도에 뭔가를 쓰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특수부대의 군인이 바로 총을 겨누었다.

“뭐하는 건가!”

“총 거둬요. 그냥 유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는 주문 방법입니다.”

그 말에 눈살을 찌푸린 전쟁왕이 일단 내버려 두라고 했다. 어차피 하나는 귀속성 유물이었고, 나머지 둘도 고작 색연필로 뭘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소용 없겠지만, 허튼 짓을 하면 총알이 네 머리통에 박힐 줄 알아라.”

“수상을 찾아낼 사례금 금액부터 생각하시죠?”

곧 주헌은 세 개의 유물을 훑었다.

그러더니 그는 연필로 세 개의 유물에 어떤 무늬들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상형문자 같은 기호 문자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툼글리프라는 무덤문자란 사실을 다른 인간들이 알 턱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유물을 파괴할 첫번째 단계.

곧 주헌이 문장을 다 써넣고 나자, 강하게 지도에 지배력을 실었다.

그러자 유물들이 강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

[#*#$*$&(!]

뭐냐, 너는 뭐하는 인간이냐!

감히 누구를 지배하려고 드는 것이냐!

난데없이 잠에서 깨어난 듯한 유물들은 저리 꺼지라며 주헌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주헌의 약팔이가 시작되었다.

“알아냈습니다! 수상께서 어디에 있는지!”

“뭐, 뭐야?”

============================ 작품 후기 ============================

아따 찾았당께?!!! ㅇㅅㅇ!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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