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8 선전포고! =========================================================================
< 선전포고! (2) >
마카오의 한 비즈니스 호텔 20층 스위트룸.
주헌과 유재하는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천하의 에드워드도 사기죄로 수배되기는 싫었는지, 그새 전쟁왕과의 약속을 잡아온 것이었다. 그녀하고는 바로 이 비즈니스 호텔에서 얼굴을 보기로 약속이 된 것이었다.
주헌은 키이라의 얼굴을 볼걸 기대하며 픽 웃었다.
‘에드워드도 쓸만하긴 하군. 진짜 그 여자와 자리를 만들다니.’
그럴 때였다.
핸드폰으로 모바일 뉴스를 검색하며 보고 있던 유재하가 호들갑을 떨며 외쳤다.
“단장님, 빅뉴스. 빅뉴스! 마카오로 왔던 영국 수상이 행방 불명 됐답니다!”
“어쩌라고.”
“아이씨? 어쩌라니요! 이정도면 세계적 빅뉴스잖아요!”
“알게 뭐야. 휴가 나온거라며. 관심 없어. 무덤에 휘말렸나 보지.”
애초에 행방불명 따위, 이 유물의 시대에서는 흔하고 흔해 빠진 일이다.
오히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소식이 아니라, 전쟁왕의 유물 파괴였다.
‘그 여자가 지도 유물을 놓고 다닐 리는 없으니, 분명 가지고 나타날거다.’
주헌은 꽤 사납게 웃었다.
하지만 그런 주헌과 다르게 유재하는 옆에서 계속 딴소리였다.
“와, 대박. 마카오에서도 수색 명령이 떨어졌나봐요. 이따가 우리 호텔로 돌아갈 때 수색대들 볼 수 있을지도요.”
결국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야. 너 아직도 그거 보고 있냐. 안 꺼?”
“아 왜요!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우리도 휘말릴지 모르잖아요!”
나참,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는.
바로 그럴 때였다.
“너, 뻔뻔하게 여기가 어디라고!”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주헌을 습격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날렵한 주먹은 주헌의 뒤를 기습해왔지만, 정작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피해냈다.
그 뿐인가? 주헌은 날아온 팔뚝을 낚아채 상대를 잡아 당기고, 상대가 균형을 잃자마자 주먹으로 적의 턱을 갈겼다.
뻐억!
기어이 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크으, 이자식!”
그러나 주헌은 그걸로 그치지 않고 상대의 발을 걸어 팔꿈치로 적의 명치를 가격했다. 결국 쓰러진 상대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에 거품을 물었다.
“커헉! 커허억!”
“토마스!”
린다가 깜짝 놀라 남자에게 다가갔다. 상대는 주헌의 예상대로 토마스였다.
물론 온다던 에드워드 놈은 안오고, 왠 CIA가 들이닥쳤나 싶었지만 이상할 것도 없었다.
CIA 발굴단은 키이라의 부하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주헌에게 농락 당한 기억이 있는 토마스는 대화로 풀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너, 이 뻔뻔한 자식!”
하지만 주헌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 있는 토마스를 보며 비웃었다.
“충고하는데. 내 뒤에서 기습 같은 건 하지 마라. 나도 모르게 진짜 죽일 수도 있으니까.”
“뭐야?!”
주헌의 허세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건 진짜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무덤 밖이라 힘조절을 할 수 있었지만, 무덤에서 생활한 주헌은 기습에 민감했다. 만약 여기가 날이 바짝 서게 되는 무덤이라면, 진짜 상대를 죽여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우롱한다고 생각한 토마스는 분개 했다.
“너 이자식. 네가 유물로 사기쳤잖아! 도둑질에 강도질에, 이젠 사기까지 치다니!”
하지만 주헌은 들은 척도 안 했다.
“넌 됐고. 키이라 클라크는?”
“뭐야?!”
어차피 이딴 CIA 발굴단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애초에 자신은 지도 유물을 파괴하기 위해 키이라를 만나러 온 게 아닌가.
“분명 키이라 클라크도 온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뜻 밖의 일이 벌어졌다.
[날 찾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린 곳은 뜻 밖에도 린다가 들고 있는 핸드폰이었다.
“!”
[어떤 구차한 변명을 하실 지 어디 한 번 들어나 볼까.]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그렇다.
키이라는 직접 온 것이 아니라, 전화통화로 주헌과 대화하기를 시도한 것이다. 동시에 상황을 판단한 주헌은 사납게 웃었다.
‘에드워드 이 노친네. 왜 모습이 안 보이나 했다.’
키이라와 직접 만나게 해주겠다더니, 아무래도 에드워드가 교섭에 실패한 것이리라.
'그래서 도망 갔군.'
콱 나중에 100배로 갚아주리라.
물론 에드워드야 그렇다 쳐도, 주헌은 이 상황이 마음에 안들었다.
‘쉽게 만날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이러면 좀 차질이 생기는 군.’
전화 속 상대의 유물을 파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주헌은 속 마음을 얼굴로 드러내지 않으며 말했다.
“이야기가 좀 다르군요. 분명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
좀 빈정거리는 말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자 토마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장군님은 너 같은 놈과 만날 시간이 없으시다. 멍청아.”
“너한테 안 물었다. 근육 바보.”
“뭐야!”
얼핏 들으면 토마스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헌은 다르게 생각했다. 자신이 아는 키이라의 성격이라면 분명 이 자리에 그녀가 나타났어야 했다.
키이라는 강한 유물 사용자를 좋아하고, 눈으로 확인해 인재를 영입하려고 했다. 그래서 CIA의 이야기를 듣고, 이번 복제품건과 맞물려 자신의 앞에 나타나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왜 안 나타난거지? 혹시 미국에서 마카오로 오지 않은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에드워드가 유물을 건네준 건 이 곳, 중국의 무덤이 있던 마카오라고 했으니까. 그녀는 틀림없이 이곳에 있다.
그런데 왜?
‘날 만나러 올 시간도 없을 정도로 무슨 큰 일이 생겼나?’
이 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유재하가 시선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자 주헌은 문득 떠오른 뭔가가 있었다.
‘설마?’
아차 싶었던 주헌은 잠시 핸드폰을 확인하는 척 하며 모바일 실시간 토픽을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헌의 눈에 들어오는 기사 몇 개가 있었다.
[영국 수상 알버트, 마카오서 미국 장군과 은밀한 회담 중 의문의 실종]
[美-“자리를 비운 사이 갑자기 사라졌다.”책임 전면 회피, 납치 부정. 대화내용 기밀.]
어이쿠야.
아무래도 키이라가 제 앞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이게 원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주헌이 생각하는 대충의 시나리오는 이랬다.
영국을 판도라에 가입시키기 위해 미국과 영국 수상이 회담 중이었는데, 어째서 인지 영국 수상이 행방 불명 되었다는 것.
덕분에 미국은 지금 아주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자 주헌은 미간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미국이 이런 상황이면 더욱 더 키이라와 만날 기회는 없어지는데.'
지도 유물에 가까워질 확률은 한 없이 내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그런데 그럴 때 키이라는 주헌을 보면서 여왕 같은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서주헌이라고 했나. 한가지 묻지.]
“말하시죠?”
[자네, 혹시 유물을 복제해서 넘겼나?]
그 말에 철렁 심장이 떨어질 뻔한 건, 복제범 유재하였다. 그러나 정작 주헌은 뻔뻔하게 웃었다.
“유물 복제라니, 그딴 게 가능합니까?”
가능하잖아, 이놈아!
유재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주헌의 말은 계속 되었다.
“장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유물도 복제가 가능한가 보군요. 하지만 유물이 복제가 되면 완전 사기겠는데요?”
와, 이 뻔뻔한 놈이.
그렇게 유재하가 혀를 찰 때였다.
키이라는 사납게 웃으면서 주헌을 협박하는 것이었다.
[거짓말하면 네 목숨은 없다. 똑바로 말해라. 유물에 무슨 짓을 했나.]
장군은 대답의 여부에 따라 주헌을 죽이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그 말에 주헌은 눈을 가늘게 떴다.
좀 이상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키이라는 자신을 만나러 올 때가 아니었다. 자신과 만남을 가지던 영국 수상이 사라졌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 쪽에 신경을 쓰는게 맞다.
그런데 이 상황에 자신을 만나러 오고, 정작 사기 친 가짜 유물 따위에 집착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완전 우선순위가 잘못 된 것이 아닌가.
미국이 그렇게 바보도 아니고.
이미 뭔가를 짐작한 주헌은 씨익 웃었다.
‘이것들 설마.’
하지만 자신이 눈치챈 걸 묻는 다고 해서 대답해줄 인간들도 아니고.
그럴 때 주헌의 눈에 띄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스위트룸 안에 있는 옆방에서 힐끔 힐끔 자신들을 엿보는 꼬마였다.
그녀는 바로 무늬만 메두사, 비비안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비비안은 깜짝 놀라 숨어버렸다.
그리고 그녀를 본 주헌은 딱 걸렸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 * *
“흐아앙! 얘 진짜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 거야!”
비비안은 옆 방에서 소리를 죽이고 울부짖었다. 바로 자신에게 핸드폰 메시지를 보내온 미친 놈 때문이었다.
그렇다.
비비안은 모르는 번호로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서 비비안도 처음엔 무시하고 차단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메시지의 내용이었다.
[(알수 없음)] 님:
씹으면 다 불어버린다. 네가 나한테 미국이 가진 유물 정보 팔아 넘긴거.]
그렇게 영어로 된 협박 메시지가 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비비안은 단번에 이 번호가 주헌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비비안은 혼란에 빠졌다.
‘이 놈이 어떻게 내 번호를 알지?’
그런데 그런 비비안의 속마음이라도 읽힌 건지, 다음 문자가 날아왔다.
[니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아이씨!
곧 비비안이 달달 떨며 핸드폰을 바라볼 때, 문자는 계속 이어졌다.
[(알수 없음)] 님:
솔직히 말해. 유물 쓰다가 영국 수상이 행방 불명 된거지.]
[bibi:
난 몰라!]
[(알수 없음)] 님:
장군한테 죄다 불어버린다.]
그러자 비비안은 망설이다가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답변했다.
[bibi:
너 때문이야! 니가 이상한 걸 팔아서 영국 수상이 사라져 버렸잖아!]
* * *
메시지를 본 주헌은 큭큭큭 웃음을 흘렸다.
그는 키이라와 대화하면서도 사업적인 이유를 들며 태연하게 문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건은 이렇게 된 거였다.
미국은 판도라에 영국도 가입 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때 마침 영국의 수상이 중국무덤도 살필 겸, 마카오에서 전쟁왕과 은밀히 만난 건 좋다 이거였다.
그런데 불행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였다.
하필이면 장군이 에드워드에게 산 유물을 소개해주며 수상에게 사용을 권해본 게 문제였던 것 같다.
[bibi:
그걸 만진 수상이 갑자기 사라졌어! 그런데 수상을 없애버린 그 지도 유물까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고! 이를 어쩔거야! 그 지도 유물이 있어야 수상을 구하든 말든 하지! 지금 장군님이 살인죄 누명까지 지게 생겼다고!]
주헌은 메시지를 보며 걸작이라면서 속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설마하니 자신이 팔아 넘긴 가짜가 이 정도의 일을 해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아무리 유재하를 갈아서 만든 걸작품이라고는 하지만.’
다만 위력과 기능이 반감된 복제품이라고는 하나, 그 가짜 놈이 사고를 쳐도 거하게 친 모양이었다.
그것도 다 영국의 수상이 정화의 유물을 어설프게 사용한 탓이겠지만.
왜?
남들은 모르지만, 정화의 유물은 리스크가 꽤 큰 형태의 유물이었다.
A급 지도 유물 답게 뛰어난 정보를 보여주었지만, 어설픈 지배력으로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유물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 대항해시대의 지도유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사용자격이 없다고 판단, 임의의 장소로 날려버리는 무서운 유물인 것이다. 물론 그게 사막일수도 있고, 바다일 수도 있고, 심지어 무덤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렇게 날려버린 사람의 위치는 정화의 유물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복제품이니 당연히 사라졌고, 날아가버린 수상의 위치도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똥줄이 타들어갔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혹시 영국 수상이 그 지도 유물을 쓰다가 사라지기라도 했습니까?”
그 말에 자리에 있던 CIA나 키이라 모두 깜짝 놀랐다.
“너, 그걸 어떻게!”
“그건 안 중요하잖아? 어쨌든 장군님. 사실인지, 아닌지 그거부터 말씀해보시죠?”
[.....]
주헌의 뻔뻔한 말투에 키이라는 가소롭다는 듯 사납게 웃었다.
[만약 그렇다면, 뭐라고 할 생각인데 그러지?]
확실히 비상사태이긴 한지, 그 신중한 전쟁왕이 반응을 보이자 주헌은 씨익 웃었다.
'걸렸구나.'
주헌은 이것이야 말로 기회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좀 과격한 방법으로 지도 유물을 파괴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도를 더 쉽게 얻어 파괴할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그랬기에 그는 태연하게 약을 팔기 시작했다.
“수상께서 정말 그렇게 되셨다면, 저도 책임을 느끼고 한 가지 제안을 하죠.”
[제안?]
“제가 영국 수상님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뭐?!”
모두가 놀랐고, 키이라도 미심쩍은 듯 물었다.
[네 놈이 영국 수상을 찾아줄 수 있다고? 그럼 역시 네가 진짜 정화의 유물을 가지고 있...]
“아뇨. 다른 방법입니다.”
“다른 방법은 개뿔이. 이미 우리가 다 해봤...!”
[다른 방법? 그딴 게 있나?]
“네. 스스로 이런 말 하긴 창피하지만, 제가 남들보다 유물을 좀 더 잘 쓸 수 있어서요. 실례지만 당신보다도요.”
[허. 계속 말해보도록.]
“실패하면 절 죽여도 좋습니다. 대신 수상을 찾는 데에는 한가지 조건이 필요한데요.”
[조건?]
“지도 유물을 쓰면 수상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지도 유물이 없고, 듣자 하니 당신이 그걸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 지도유물 좀 잠깐 사용하게 해주시겠습니까?”
주헌은 씨익 웃었다.
============================ 작품 후기 ============================
자 어떻게 할거냐. ^^*
는 영국 수상님은 뭔죄....,ㅜ.ㅜ
아아 0시 ....;ㅅ;!!!!!!!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