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선전포고! =========================================================================
< 선전포고! (1) >
전화를 받자마자 에드워드의 해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네는 정말 최고야!]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옆에 있던 유재하와 아이린까지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랬기에 주헌은 픽 비웃으면서 답했다.
“목소리를 듣자하니, 거래는 잘 성공한 모양이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 장사치가 이런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낼 리가 없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에드워드는 흥분해서 주헌에게 외쳤다.
[들어보게! 미국이 무려 3억달러를 더 챙겨주었어! 그리고 내가 중동 쪽에서 진행하고 있던 유물사업에도 큰 투자를 받기로 했다네! 대통령 보증이야!]
“뭐? 3억? 진짜로?”
[그래! 키이라 장군 말로는 소지한 지도 유물 중에서도 최고라고 하던걸! 굉장히 기뻐했어! 그러니 자네한테도 돈을 더 챙겨주겠네!]
그 말에 주헌은 핸드폰을 든 채 소리를 죽여서 웃었다.
아이 등신들!
그거 가짜라고!
하지만 차마 그 말은 못하고, 주헌은 드물게 고개까지 숙이고 몸을 떨었다. 필시 웃음을 참는 것이리라.
반면 유재하는 점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아니 그것도 그럴 법한게 가짜를 3억달러에, 사업 투자. 심지어 대통령까지 납셨다고 한다.
어째 자신의 생각보다 더 스케일이 커지자 두려워진 유재하였다. 결국 인터폴 수배서를 떠올린 유재하는 기겁한 얼굴로 주헌의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가짜라는게 밝혀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리콜하면 무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악랄한 고용주한테 그딴 수작은 통하지 않았다. 주헌은 유재하를 발로 뻥 걷어차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감. 돈 더주기로 한 거 잊지 말고 내놔. 분명히 준다고 말했어.”
[물론이지! 나만 믿어!]
아이고, 영감. 그거 가짜라고.
유재하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훌쩍였다.
[내가 다음에 좋은 술이라도 사가지!]
술은 개뿔, 바로 며칠 뒤에 에드워드는 총을 들고 이 사기꾼을 찾아왔다.
* * *
“재하, 네 단장 어딨어! 도대체 나한테 뭘 판거야! 당장 안나와?!”
“아, 아니 그게!”
마카오의 호텔.
주헌이 가르쳐준 위치대로 찾아온 에드워드는 미쳐 날뛰려고 했다. 누가 무기 상인이 아니랄까봐 가져온 소총으로 호텔에서 총부림을 칠 기세였다.
그리고 그건 에드워드가 재하의 안내를 받으며 주헌의 방에 도착했을 때 폭발하고 말았다.
“서주헌! 이 사기꾼아!”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옆에 있던 유재하까지 기겁해서 ‘아이고, 난 잘못 한 거 없어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고 앞 방에 있는 아이린에게 숨으러 가려 했다.
하지만 정작 주헌은 문이 열리자 태연하게 에드워드를 반겼다.
“우리 얼굴은 처음보네, 에드워드?”
그러자 에드워드는 인사고 자시고 가방에서 총을 꺼내 쏠 뻔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건 주헌의 얼굴을 보고 내심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녀석이 서주헌?’
아무래도 그의 생각보다도 주헌이 훨씬 더 어렸기에 놀랐던 것이리라. 목소리에서 젊은 사업가의 느낌이 나길래 아무리 그래도 30대 초반 줄을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풋내기?
“잠깐만. 재하! 설마 저 젊은이가 서주헌인가?”
“어. 왜?”
“이런..!”
이래서 권 회장이 그렇게 열 받아했던 건가?
물론 재하가 자신보다 어린 단장님이라고 하긴 했지만. 이정도면 풋내가 나도 상당한 풋사과라고 생각한 건지, 당황하는 기색이 꽤나 웃겼다.
자신은 이런 애송이에게 일을 맡긴 건가?
애초에 서양인의 눈에 주헌이 고등학생 마냥 더 어려 보였던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곧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나한테 뭘 팔았냐고 묻잖아!”
그의 목에 핏대가 뻗자 주헌은 느긋하게 웃었다.
“뭘 팔긴. 당신이 말한 중국 무덤의 지도 유물이지.”
“지도 유물은 개뿔! 자네 설마 나한테 사기를 친 건가?”
그걸 이제 알았냐?
하지만 주헌은 픽 웃으며 말했다.
“일단 진정해. 내가 미래의 파트너한테 사기를 칠 리가 없잖아. 왜,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이긴. 자네가 가져다 준 유물이 사라졌어! 미국이 날 사기죄로 고소했다고!”
알만 하긴 했지만, 주헌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를 했다.
“무슨 소리야. 사기죄라니. 본인들이 유물을 잘못 사용해서 파괴한 게 아니라?”
“아 답답해 죽겠네! 멀쩡하게 작동하던 유물이 왜 갑자기 사라지겠냐면서 클레임을 걸어왔다니까! 졸지에 전 세계적으로 수배가 걸려서 도망다니게 생겼네! 그래서 자네라면 뭔가 알까 싶어서 찾아온거네!”
“아. 도망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이봐!”
“농담이야.”
주헌은 태연하게 웃었다. 어차피 지금부터가 주헌이 생각한 계획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걱정마. 정 그러면 내가 직접 가서 말하지. 물건엔 아무 문제도 없다고.”
“뭐? 키이라 장군한테 직접?”
그 말에 옆에 있던 유재하나, 앞 방에 숨어 있던 아이린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주헌은 이게 목적이라는 듯 말했다.
“그래. 내가 그 사람을 만나서 직접 말하겠어.”
그러나 에드워드는 좀 당황한 듯 했다.
“그, 키이라 장군은 특정한 사람들 외엔 만나려고 하지 않네. 나도 겨우겨우 연줄이 닿은 거라......자네를 만나줄까 모르겠군.”
솔직히 말해서 키이라 장군을 소개해주기 싫다는 의미였다. 그는 중개상인이었고, 될 수 있으면 모든 유물 사용자들이 자신을 통해서 유물 거래를 하기를 바랐다. 유물 사용자들끼리 직접 만나서 유물을 거래하게 되면 자신의 일은 사라지는 셈이니.
결국 에드워드가 쪼잔하게 나오자, 주헌은 픽 웃었다.
“그럼 사기죄나 뒤집어 쓰고 잡혀가시던가? 지금 본인이 어떤 처지인지 잘 생각 하시지?”
그러자 어지간히도 절박한지 에드워드가 머리를 뜯으려고 했다.
“에이씨! 알았네! 연결해줄테니까 자네가 직접 말해봐! 물건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이야! 사기든 아니든 자네가 책임지는 걸로해!”
“걱정 말라니까.”
“하지만 그 까다로운 키이라 장군이 자네를 만나줄까는 의문인데.”
확실히 키이라 장군은 까다로운 사람이라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애초에 사회적으로도 주헌이 만날 수 있는 급의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나.
“미국도 억을 들여서 산 유물인데, 당연히 항의할 상대가 필요하지 않겠어?”
그 뿐인가? 주헌은 일부러 CIA 를 살려보내 자신에 대한 정보도 흘러가게 했다. 전쟁왕이 그 미끼를 물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강한 인재를 좋아하는 키이라가 자신에게 흥미를 가지는 건 당연했으니까.
결국 에드워드는 알겠다면서 돌아갔다.
“내일 당장 약속을 잡아 두겠네!”
하지만 그런 주헌을 유재하와 아이린은 이해가 안되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니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뻔뻔하게 사기를 치고, 그 피해자를 만나려고 하는 상황이라니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
당장 멀리 멀리 도망쳐도 모자를 마당에!
* * *
“단장님, 지금 미친 거 아니죠?”
“아니. 안 미쳤어.”
고용주의 태연한 말에 유재하는 미치고 환장할 판이었다.
“미친게 아니라면 키이라 장군을 왜 만나요! 직접 해명하겠다니! 설마 ‘제가 짜가를 팔았습니다!’ 하고 자백이라도 하시려고요?”
그 말에 주헌은 유쾌하게 웃었다.
“설마. 그냥 전쟁...아니 키이라 클라크에게 볼일이 있는 것 뿐이야.”
그렇다.
사실 주헌이 이번 사기를 기획한 이유는 다 그 때문이었다.
“전쟁왕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난 그 여자를 꼭 봐야겠거든.”
“네? 왜요?”
그 말에 주헌은 아이린을 보았다.
“당신 때문이요.”
“네? 저요? 어째서죠?”
뜻 밖의 말에 아이린은 당황했지만, 주헌은 대답대신 자신들이 깔고 앉은 정화의 유물을 툭툭 쳤다. 정화의 유물은 졸지에 인간들의 깔개가 되어버린 것에 대해 화가 난 건지, 빼애애액 거리며 뭐라고 쫑알 쫑알 거리고 있었다.
무덤 안도 아니고, 언어학 스킬의 랭크도 낮기 때문에 맹알 맹알 거리는 소리로 들렸지만 항의하는 말이 틀림없으리라.
그리고 주헌은 그런 유물을 향해 시끄럽다는 듯이 담뱃불로 카페트를 지졌다.
“좀 닥쳐라, 유물.”
[*#$*#$(@#(!!]
유물은 울었고, 그걸 복원해야 하는 유재하는 더 슬프게 울었다.
“어쨌든 이 유물로 미다스의 무덤을 찾아냈다는 건 말씀 드렸죠.”
아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미다스의 무덤 위치가 골치 아픈 곳입니다.”
“골치 아픈 곳이라니요?”
“전쟁왕의 눈이 닿는 곳이다.”
“눈이 닿는 곳?”
위치는 바로 중동 시리아 국경 근처였다. 하지만 그곳은 전쟁왕이 유물을 사용해 마킹을 해둔 장소 중 하나였다. 바로 레이더 역할을 하는 콜럼버스 지도 유물을 사용하기 위한 마킹인 것이다.
“그 여자가 가지고 있는 지도 유물 중 하나. 콜럼버스의 지도는 마킹한 장소에 한 해, 그곳에 나타나는 무덤이나 유물이 장소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무덤이나 유물을 실시간으로 탐지해준다니, 무슨 레이더 같네요.”
“그래. 그리고 그렇게 지도에 떠오른 곳에 CIA나 미군 발굴단을 보내는 거지.”
“그럼 우리가 그 마킹된 장소 근처로 가면....”
“우리가 가진 유물도 키이라의 지도에 뜬다는 소리지. 좋은 유물을 노리는 키이라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
키이라가 마킹한 장소는 세계 곳곳에 있었다. 물론 콜럼버스가 신 개척지를 찾아낸 것처럼, 마킹할 수 있는 장소는 도시가 아닌 사막이나 바다, 산간 등 비교적 사람이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으로 한정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과거 전쟁왕을 죽이기 위해 은밀하게 잠입해야 했던 주헌은 키이라가 마킹한 영역을 모두 꿰뚫고 있었다.
주헌은 아이린을 보았다.
“우리가 가진 유물은 딱히 노리려 하지 않겠죠. 눈에 안 찰테니까.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그 장군은 당신의 유물을 굉장히 탐낼 겁니다.”
“!”
그건 사실이었다.
누구보다 파산왕을 잘 이용해 먹었던 것이 바로 전쟁왕이었다. 분명 과거에 아이린을 이용해 대규모의 화폐전쟁을 일으킨 전적도 있었으니만큼.
아직은 전쟁왕이 파산왕의 유물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지도가 유물의 정보를 알려주면 녀석은 반드시 흥미를 가질 것이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죠. 당신의 유물은 기생형이라 남들이 못 가져간다고요. 가져가려면 당신의 신체를 잘라내거나, 당신을 죽이는 방법 뿐입니다.”
“그럼 그 말은!”
“그래요. 그 장군은 당신을 죽이려하든가, 그게 싫으면 미국 소속 발굴단에 들어오라고 하겠죠. 홀튼가의 사람이니까 쉽게 죽이진 않겠지만, 당신의 약점을 잡아서라도 유물을 사용하려고 할 겁니다.”
“!”
차갑게 떨어지는 말에 아이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걱정마세요. 당신을 그 장군에게 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다치게 할 생각도 없고요. 당신이 가족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게 하는게 제 목표입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파산왕의 유물은 내 것이다. 전쟁왕 따위에게 넘길 것 같나.’
그 뿐인가?
‘홀튼가의 재력도 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주헌의 눈빛이 사납게, 아니 음흉하게 번득였다.
유물의 드센 기만 죽일 수 있다면 아이린의 부의 능력과 파산의 능력, 덧붙여 홀튼가의 원조도 자신의 것이 된다.
그럼 권 회장의 회사 따위, 말 그대로 폰팔이 회사급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헌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아이린은 굉장히 안도하듯이 주헌을 바라보았다.
곧 유재하가 물었다.
“그럼 그 미다스의 무덤에 못 가는 거잖아요. 아이린도 반드시 거기에 가야 한다고 했으면서.”
“아니. 갈 수 있어. 그래서 키이라 장군을 만나려는 거다.”
“네?”
“간단해. 그 여자가 가진 지도 유물을 파괴하면 그만이야.”
그 말에 아이린과 유재하는 깜짝 놀랐다.
아니 뭐라고?
사실 이건 아이린을 위한 일만은 아니었다. 주헌은 전쟁왕의 지도 유물을 거슬려 하던 참이었던 것이다.
왜?
지도 유물은 사실 유물을 선점하기에 너무 효과적인 유물이었다. 무덤과 유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유물이라니! 얼마나 편리한가.
하지만.
‘어디에 어떤 무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유물이 있는지 알아도 되는 건 오직 나 뿐이다.’
기껏 회귀해서 무덤의 정보를 들고 있는데, 남들이 지도 유물을 활용해서 쉽게 무덤의 정보를 예측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게 냅둘 것 같나.
‘그러니 전쟁왕의 지도 유물을 모조리 파괴한다.’
주헌은 그렇게 악랄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 유물을 파괴하기 위해 전쟁왕을 만나야 했고, 쉽게 만날 수 없는 그녀와 만나기 위해 에드워드를 이용한 것 뿐.
============================ 작품 후기 ============================
흑흑 ㅠ.ㅠ 글을 조금 다시 쓰다보니 0시 연재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엔 자정 연재를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딱지 이벤트 추첨을 완료 하였으니, 공지사항을 확인해주시거나 선물함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선물함에서 수령확인 안하시면 딱지 공중분해 됩니다! ㅠ.ㅠ)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 앞으로도 딱지 이벤트는 계속 하겠습니다.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참여를 달아 댓글을 남겨주시면 일주일에 한 번씩 추첨하여 월요일 마다 다섯 분께 딱지 10장씩을 드리겠습니다.
선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