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55화 (55/409)

00055 이것이 격의 차이다  =========================================================================

< 이것이 격의 차이다 (2) >

때 마침 저기 좋아 보이는 게 있네?

토마스가 들고 있는 파이프에 시선이 꽂혀 있는 주헌은 씨익 웃었다. 하지만 주헌이 무슨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토마스는 언성을 높이며 주헌에게 외쳤다.

“이봐! 네가 비비안의 유물을 가져간 도둑놈이냐!”

‘뭐, 가져간 건 맞지만.’

주헌은 픽 웃었다. 그 웃음에 열 받은 듯 토마스가 주헌에게 다가갔다. 어깨에 매고 있는 짐들만 보면 확실히 중국 군인들과는 달랐다.

무덤에서 쓸모 없는 무기만 가져온 군인들과 다르게, 토마스는 딱 무덤에서 필요한 조명이나 호신용 날붙이, 밧줄 등 본격적인 발굴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유물도 가지고 있군.’

하지만 토마스가 거칠게 외쳤다.

“이봐, 영어 못 알아 듣냐? 좋은 말로 할 때 가져갔는지, 안 가져갔는지 말하라고! 노란 원숭이!”

고의 적인 도발.

확실히 평소의 주헌이라면 토마스를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야. 너 그거 좋아 보인다.”

“뭐?”

유창한 영어에 토마스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주헌이 말하고 있는 게 자신의 파이프라는 걸 깨닫고 허, 헛웃음을 흘렸다.

“좋은 건 알아보긴 알아보는 구만. 특수한 능력이 있어서 좋은 놈이긴 한데....아니 지금은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네 놈이 도둑..”

그런데 그 순간 주헌이 빙긋 웃으며 뻔뻔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 그거 주지?”

“뭐, 뭐?”

“나 마침 그거 필요하거든.”

토마스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지금 뭐라고?”

“귀 먹었어? 나 그거 필요하니까 내놓으래도?”

그제야 토마스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흘렸다. 아니 이게 지금 미쳤나? 그리고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린다와 비비안이 그를 말리려고 할 때였다.

하지만 기어이 토마스가 폭발했다.

“오냐, 이게 도둑놈이 아니라, 날강도였구만!”

곧 파이프를 발동 시킨 토마스가 주헌에게 달려 들었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주헌이 비비안의 유물을 강탈해간 도둑이라면 또 말은 달라지는 법이었다.

“훔쳐간 유물부터 내놔라!”

곧 파이프가 발동 되자, 토마스의 얼굴에 수상한 붉은 화장이 생기면서 그가 휘두르는 파이프의 단면이 날처럼 변해버렸다.

팔 하나는 자를 수 있을 것처럼 변한 파이프는 주헌을 노렸지만, 주헌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해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본인이 위협 받는 상황이라는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태연하게 파이프를 감정하는 것이었다.

‘럭키. 딱 봐도 A급짜리 유물이군.’

이정도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C급 나이프하고는 차원이 다를 것이었다. 이거면 이 무덤에서도 여유 있게 유물을 차지하고 빠져 나갈 수 있을 터!

그 생각에 미친 주헌이 눈을 반짝이며 토마스의 가슴을 걷어찼다.

뻐억!

“욱!”

토마스는 가슴을 움켜쥐며 고꾸라졌다. 체구는 근육질의 토마스보다도 한참 작은 주헌이었지만 공격 하나는 매서웠던 탓이다.

“이 자식이!”

“토마스!”

곧 토마스가 일반인이라고 봐주지 않겠다며 제대로 검을 움켜쥘 때였다.

“다, 단장님!”

주헌이 걱정 되었는지 유재하가 가다가 말고 외쳤지만, 주헌은 어서 배나 준비하라는 듯 손짓 했다. 그러자 눈치빠른 유재하가 쪼르르 생쥐처럼 움직였고, 토마스가 린다에게 언성을 높였다.

“린다! 뭐하는 거야! 쫓아! 이놈의 동료놈이다!”

결국 린다가 알겠다며 빠르게 유재하를 쫓아갔다. 그 모습에 유재하는 여자가 쫓아오는 건 좋지만, 이런 건 싫다며 기겁을 하고 배 쪽으로 달려갔다.

그 틈을 타서 토마스가 주헌에게 달려 들었다.

“일반인이라고 안 봐준다! 이 강도놈아!”

“해봐라, 한 번.”

토마스는 격투술 훈련을 받은 에이전트였다. 일반인들과는 당연히 다른 체급과 무술 실력을 갖춘 것이 당연했다. 거기에 유물의 힘까지 더 해지니 당연히 힘은 배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훙훙 검을 휘두르는 토마스의 힘이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너 같은 놈들은 무덤에서 널리고 널렸었다!’

아니나 다를까.

빠각!

“커헉!”

주헌의 킥이 정확하게 무릎 정강이에 작렬하고, 비겁한 주먹이 토마스의 두 눈을 찔렀다. 결국 토마스는 눈에 불이 튀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이, 이자식!”

주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은도끼를 꺼내 토마스를 향해 내리쳤다.

“찢어 발겨라! 은도끼!”

주헌의 외침에 은도끼는 우렁차게 울부짖었다.

크아앙! 이 인간 놈아, 여자를 내놓으라니까!

아무래도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지만, 아무래야 상관 없다.

곧 엄청난 에너지가 토마스에게 작렬하며 토마스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권 회장때야 아킬레우스의 갑옷 때문에 무장해제가 불가능 했지만, 토마스는 그럴 만한 방어구가 전혀 없었다.

은도끼 앞에서는 그래봐야 신문 한오라기 걸친 듯한 수준!

아니나 다를까,

쾅!

“크, 크윽!”

결국 토마스는 입고 있던 옷이 모두 찢겨서 알몸이 되고 말았다. 귀금속, 겉옷, 속옷, 그리고 유물, 돈 거래가 되어 재산으로 취급되는 모든 것이 파괴 되었다.

그런데 그럴 때, 어째서인지 토마스는 굉장히 당황하며 자신의 다리 사이를 움켜쥐는 것이었다.

이유는 알 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주헌의 손에 검이 들어왔으니만큼.

주헌은 손에 들어온 파이프를 보며 씨익 웃었다.

[왕에게 하사 받은 용맹한 신라 화랑의 검 (A급 - 보물급 / 소모성 유물)]

- 사용가능 횟수 (2594/5000)

겉으로 보기엔 쇠파이프지만, 쇠파이프에 새겨진 한문을 보니 기억 상의 화랑의 검이 맞았다. 지금이야 본 모습이 아니라서 이 모양 이 꼴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염탐 스킬로 보니, 특별하게 이름을 날린 화랑의 검은 아닌 것 같았다. 김유신이나 사다함, 원술랑 같은 인물들의 검이었으면 분명 S급이었을 텐데 말이다.

‘뭐, S급은 아직 못 다루니 있어도 무용지물이었겠지.’

그리고 타이밍 좋게 유능한 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장님! 타요!”

“오, 타이밍 좋은 걸.”

부아앙, 멀리서 소형 모터보트가 달려오고 그 엔진 소리에 배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유재하는 다급해보였다. 이유가 뭔가 했더니, 보트를 운전하는 유재하를 방해하기 위해 린다가 보트에 따라 타고 있는 것이었다.

주헌은 한숨을 쉬었다.

'저 바보.'

린다는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며 유재하의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당장 멈춰! 여러 가지로 묻고 싶은게 있으니!”

그걸 본 주헌은 재빨리 동아줄을 불러냈다. 그러자 주헌의 팔목에서 번쩍이던 팔찌는 동아줄로 변해 린다를 포박했다.

“큭! 이게!”

신이 나서 린다를 포박하는 동아줄은 마치 ‘인간. 우리 훈남 오빠 건들거야? 건들 거야?’ 그렇게 이빨을 세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헌은 여유롭게 배를 탈출해 보트에 타려고 했다. 그러자 멀리에서 다리 사이를 감추기 바쁘던 토마스가 외쳤다.

“야! 린다! 뭐하고 있는 거야! 보트 방향 돌려! 어서!”

그러나 가까워지던 린다는 토마스를 보고 기겁했다.

“세상에, 너 왜 스트립쇼를 하고 있는 거야! 너 설마 당했어? 어..그런데 크기가..왜..”

“안 닥쳐? 그리고 그 자식들은 강도야! 일반인이 아니라고! 찔러서라도 멈춰 세워!”

찔러? 감히 누구 부하를?

곧 주헌이 싸늘하게 한 마디 읊조렸다.

“그딴 소리를 지껄일 정도면 충고는 안해줘도 되겠군?”

“뭐?”

“배가 뒤집혀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이 배 위에서 뛰어 내렸고, 동시에 배가 전복되고 말았다.

쿵!

그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인간들을 노리는 무덤의 주인이 뱀들을 이용해 배를 전복 시켜 버린 것이다.

“으아아악!”

결국 배 위에 올라타고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다 속에 빠지고 말았다. 대부분이 훈련된 군인들이라 쉽게 죽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재난일 수밖에 없었다.

“흐어억! 뭐야, 뭐냐고!”

토마스 역시 물벼락을 맞으며 정신 없어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주헌은 물기 하나 묻히지 않을 수 있었다. 동아줄이 손수 몸을 뻗어 허공에 주헌용 손잡이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다에서 이빨을 드러낸 물고기 떼들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물고기들은 팔팔한 인간의 살 좀 맛 보자면서 사납게 달려 들었다.

사람들은 구명보트 쪽으로 헤엄치면서 다급하게 외쳤다.

“으악! 빨리 올라타! 빨리!”

“젠장!”

아무래도 무덤의 주인은 인간들을 이 곳에서 수장 시킬 모양이었다. 주헌에게 농락 당해서 더 화가 난 것일 수도 있지만, 주헌은 신경쓰지 않았다.

저 정도로는 죽을 놈들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터보트에 주헌이 유유히 착지하자 운전하던 유재하가 옆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여자는 어쩌죠? 돌려주고 와요?”

“아니, 그럴 시간 없어.”

“그럼 설마 물에 빠뜨려요?!”

유재하가 그렇게 기겁해서 바라보았지만 주헌은 손가락으로 한 방향으로 지시하며 말했다.

“넌 됐으니까 저 쪽으로 쭉 달려. 저기 육지 쪽에 나무 하나 보이지. 그게 이곳 지도 유물이다.”

“저, 저게요?”

“그래.”

동시에 주헌은 동아줄에 포박 되어 끙끙 거리는 린다를 보았다. 린다는 이걸 풀라면서 주헌을 쏘아보고 있었다.

“읍, 으으읍읍! 우우웁! (이거 풀어! 이 변태야!)”

하지만 주헌은 그녀의 몸을 샅샅이 더듬으며 태연하게 유물을 빼앗았다. 그리고 볼일이 끝났는지, 보트 뒷자리로 던져 버렸다. 무슨 짐짝 던지는 듯한 수준이었다.

“우으읍!”

린다는 아팠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 목에서 피가 터지는 꼴을 보기 싫으면 거기 얌전히 있어라.”

비록 동아줄의 변태적 성향의 피해자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그녀의 운명인 것을.

그 모습을 보고 유재하는 의외라는 듯 낄낄 거렸다.

“여자라서 봐주는 겁니까?”

“아니.”

그렇게 말한 주헌은 느긋하게 린다의 옆에 앉아 뒤를 살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아앙, 주헌을 추격해오는 모터보트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바짝 열이 올라 린다와 주헌을 쫓아오는 토마스와 비비안이었다.

“야 이 도둑놈아!”

비비안은 빠른 보트의 속도에 날아갈까, 기둥을 꼭 잡고 있었고, 토마스는 중국 군인의 군복을 걸쳐 입고 있었다. 틀림없이 빼앗아 입은 것이리라.

곧 저 도둑 놈 잡으라는 듯 보트가 무섭게 쫓아왔다.

“린다! 조금만 기다려! 구해줄게!”

하지만 그걸 본 주헌은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는 것이었다.

“물고기가 왔으니, 떡밥을 줘야지.”

동시에 주헌은 린다를 쌀자루 매듯이 어깨에 맸다. 그러자 린다는 헉하고 창백하게 질렸다.

서, 설마 이 놈?

곧 주헌은 동아줄에 꽁꽁 묶인 린다를 수장할 듯이 번쩍 드는 것이었다. 린다는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우우웁! 으으으읍!”

린다는 주헌의 어깨에서 펄떡 거렸지만, 주헌은 사정없이 린다를 보트 밖으로 던져 버렸다.

“너네 물건 받아가라! 이 근육바보야!”

풍덩!

“우우웁!”

“리, 린다! 저 미친 놈!”

토마스와 비비안은 기겁해서 린다가 가라앉은 쪽으로 향했다. 저렇게 묶인 상태로 던져 버리면 말 그대로 수장하는 것 밖에 더 되겠는가!

다급해진 토마스가 재빨리 뛰어 들어 린다에게 다가갔다. 토마스는 린다의 몸을 묶고 있는 밧줄을 당기면서 뭍가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동아줄은 그런 토마스도 방해했다.

'이 빌어먹을 밧줄놈! 큭!'

결국 신나게 둘을 방해하던 동아줄은 어느 순간이 되자 유유히 물뱀처럼 헤엄쳐 주인에게 돌아갔다.

토마스는 급하게 린다의 인공호흡을 했고, 그들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살아난 그녀가 토마스에게 외쳤다.

“콜록 콜록! 난 괜찮으니까 빨리 놈들을 쫓아!”

“칫!”

그들이 급하게 모터보트로 돌아갔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이미 주헌의 모터보트가 저 멀리 사라지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멀리서 확인하던 주헌은 픽 웃었다.

“뭐, 전쟁왕의 끄나풀들이니 벌써 죽어도 곤란하긴 하지만, 살긴 살았나보군.”

저놈들은 살아서 해줘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단장님! 거의 다 왔어요! 저기 육지요!”

“그래, 그대로 달려라. 달리면서 베어버릴 거니까.”

“엥? 베요? 뭘요? 저걸요?!”

한 몇 백년은 족히 묵은 활엽수일까, 건물 크기의 거대한 나무라 베는 것도 만만치 않을 법한 나무였다.

그런데 도대체 저걸 어떻게 베려고!

하지만 주헌은 유재하가 기겁하거나 말거나, 토마스에게 얻었던 파이프에 지배력을 강하게 실었다. 그러자 파이프가 번쩍 빛이 나더니, 볼품 없던 파이프는 신라 시대의 환두대도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그리고 검을 뽑아내자 주헌의 눈가에 붉은 문신이 생기면서 유물이 울부짖었다.

곧 주헌이 그 환두대도를 뽑아냈다.

“자, 네 먹이다!”

그렇게 보트가 나무의 옆을 지나는 순간, 지도 유물이 숨겨져 있던 나무는 사정 없이 베이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크흡, 유료 전환 첫날 기념이라 두 편을 한꺼번에 올리려고 하다보니 예정시간보단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ㅜ.ㅜ

그리고 유료로도 따라와주시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 재미있는 글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딱지 이벤트 당첨은 헉헉, 오늘 0시 분량 장전 한다음에 코멘트를 읽으며 추첨하도록 하겠습니다 헉헉 ㅠ.ㅠ

+ 연재 주기는 주5일(월-금), 0시 7분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시간은 수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추코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