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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53화 (53/409)

00053 미안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

< 미안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4) >

“완전 대박입니다. 유물이 총 스무 개라고요, 스무개!”

주헌은 신이 나서 방방 뛰는 유재하를 보면서 킥 웃었다.

언제는 ‘어린 아이가 모은 걸 가로채다니, 그게 어른이 할 짓이냐’ 라고 말했던 주제에, 지금은 본인이 더 좋아 죽고 있었다.

주헌은 그런 그를 향해 물었다.

“유물 상태는?”

유재하는 유물들이 귀여워 죽겠는지, 헤벌쭉 웃으면서 답했다.

“애들이 막써서 그런지 복원은 좀 해야 할 거 같지만 그래도 아직 쓸만한 것들이네요.”

“좋아. 그럼 그 중 몇 개만 남기고 에드워드에게 팔면 되겠군.”

“엑, 파시게요?”

“한 두 개 빼고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거든.”

그 말에 유재하는 황당하게 주헌을 바라봐야만 했다. 아니 그도 그럴 법한 게, 주헌은 동아줄이 쓸어 담아온 유물을 정말 잠깐 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때문에 유재하는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단장님을 의심하는 건 아닌데, 정말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는 겁니까?”

“뭐가?”

“아니 써보지도 않으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도움이 안 된다고...”

“그딴 건 안 써 봐도 알아.”

허, 뭐라고? 저 인간이?

동시에 유재하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유물 하나를 들었다.

“그럼 얜 뭐하는데 쓰는 앤데요?”

“비너스의 조개. 거품이 잘나서 빨래하기에 좋은 놈이지.”

“그럼 얘는요?”

“형제의 고구마. 만성 변비에 죽여줘.”

“……어…어? 그, 그럼 얘는요?”

“중국 왕비의 꽃잎. 추녀를 미녀로 만들어주지.”

“………얘는?”

“젊어지는 물. 한 모금 당 1시간, 한 병이면 5년 정도 젊게 해주지.”

“그럼 얘는!”

“입냄새 제거에 좋아.”

아이씨? 유재하는 정말로 황당해했다. 아니 저 인간은 되는 대로 지어내는 건지, 아니면 정말 이 모든 유물을 파악하고 있는 건지.

전자라면 엄청난 사기꾼인 것이고, 후자라면 자신이 괴물을 따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정작 주헌에게는 어려운 유물 감정도 아니었다. 하나 같이 유물 거래 시장에서 본 적이 있는 것들이라 반가울 지경이었으니까.

‘어쨌거나 에드워드에게 팔면 그래도 돈 좀 나오겠군.’

결국 유재하는 주헌을 분석하길 포기하고,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유물에 대해서 주헌의 내공이 높아보이는 건 사실이었으니.

다만.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유물을 빼돌린 건 좋은데, 미국 정부가 고용한 아이였잖아요. 미국한테 시비를 건 셈 아닙니까?”

그러자 이 놈이 뭔 말을 하나 싶었던 주헌이 픽 웃었다.

“글쎄? 엄밀히 말하면 정당방위지. 먼저 내 유물을 훔쳐간 건 그 쪽이니까. 그리고.”

“그리고?”

“그래봐야 CIA 나부랭이들이야.”

주헌은 킥 웃었다.

그렇다.

주헌은 당시 수 많은 발굴단 중에서도 최강이자 최악이라고 평가 받는 도굴단을 이끌었다. CIA는 주헌의 도굴단의 위험성을 깨닫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굴단을 해체 시키려 발악했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헛수고였다.

애초에 주헌은 권 회장에게 약점이 잡혀 날개를 펴지 못했을 뿐이지, 왕급이 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그깟 CIA 로는 자신의 도굴단을 괴멸 시키는 게 불가능 했던 것이다.

‘물론 전쟁왕은 좀 까다롭긴 하겠지만.’

강력한 무력을 자랑했지만 동시에 화폐전쟁, 종교전쟁, 의학전쟁, 인종전쟁 등 유물로 다양한 분쟁을 일으키던 사황 <전쟁왕>.

확실한 건 그녀를 비롯한 권 회장 등, 독식자들이 세상의 불평등과 불화를 조장했다.

더 나아가 기어이 3차 세계대전의 약식판까지 빵 터지자 세상의 유물들은 아주 좋아서 죽을려고 했던 것이다.

덕분에 유물들은 힘을 얻었고, 인류를 멸망시킬 치명적인 질병을 퍼트리면서 인간을 지배하려 들었다. 독식자들은 또 그걸 이용해 먹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주헌이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괘씸한 놈들.’

하지만 어차피 유물과 사용자들을 박멸하는 건 무리였다. 박멸할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그러니 자신이 절대 자리를 차지함과 동시에, 유물들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꼴도 막는다. 왕의 자리에 올라가는 건 좋으나, 인류가 멸망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그러면 그 사람들도 이번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다.’

지금쯤 미국에서 주헌의 존재를 모르고 살고 있을 피붙이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돌봐준 김형사 일가.

주헌은 권 회장에게서 벗어나 스스로의 행복을 되찾을 생각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은인들도 어디에선가는 행복하길 바랐다.

그걸 위한 유물 전쟁이다.

유물은 재앙 같지만 엄밀한 도구들이었고, 때문에 쓰기에 따라 얼마든지 복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럴 때였다.

“어, 단장님. 저기요.”

유재하가 뿌연 안개 지대를 가리켰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안개 때문에 시야가 편하진 않았다.

“거의 도착한 것 같은데요.”

그렇다. 그들은 지금 다른 사람들과 큰 배를 타고 타이파섬 연안으로 향하고 있는 참이었다.

왜?

마카오에 생긴 무덤의 입구는 바로 저 섬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엔 다리로 건너갈 수 있었겠지만, 고분화가 일어나자 배로만 이동할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고분화 지대 전체가 해역으로 바뀌어 버렸지만.’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이번 지상형 무덤은 육지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육지가 갈라졌고 오로지 그 사이를 배만 타고 이동해야 한다. 중국도 이미 몇 번 들락날락 했을테지만, 모두 행방불명 되어 일반인 발굴단을 모집하게 된 게 틀림없었다.

이 때였다.

망원경으로 육지를 살피던 유재하가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다.

“와, 대박. 육지에 깔린 뱀들이랑 벌레들 봐. 생긴 게 딱 RPG 게임 몬스터잖아요! 물리면 죽는 거 아냐 진짜?”

그걸 보며 주헌은 웃었다.

‘지도 유물이라더니, 이번엔 대항해시대 관련 유물인가보군.’

그러니까 무덤 자체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이다. 들어가는 조건도 60척이나 되는 배를 이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나.

어쨌든 확실한 건.

‘콜럼버스는 아니다.’

그건 이미 전쟁왕의 손에 들어가 있다니까.

그렇게 입구 쪽으로 들어섰을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의. 치명적인 독을 가진 생물들이 당신들을 위협합니다.]

[유물이 당신을 농간합니다.]

동시에 배가 크게 뒤 흔들리며 승선객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쿵!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사람들은 금방 혼란에 빠졌다.

“악! 뭐야, 무슨 일이야!”

“으악! 뱀이 날아왔어!”

“쏴! 쏴 죽여!”

탕탕!

“으악! 총이 터졌어!”

배 안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주헌이 타고 있던 배 뿐만 아니라, 다른 배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죽여라! 죽여!”

하얀 뱀에게 물린 사람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포악해져서 배 안의 인간들을 습격하기에 이르렀다.

“아악!”

안 그래도 내부에는 중무장을 한 중국 군인들이 있었다. 덕분에 총이 발포 되고, 총기 사고가 벌어지면서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그 위협은 곧 주헌 일행에게도 닥쳤다.

“유물을 내놔라!”

“으아악!”

먼저 비명을 지른 건 유재하였다. 유재하가 칼로 위협 당할 그 때, 주헌은 귀찮다는 듯 군인을 걷어찼다. 그러자 쓰러진 군인의 몸 속에서는 하얀 뱀이 스르륵 기어 나왔다.

유재하는 뱀이 자신 쪽으로 기어오자 끄악 비명을 질렀다.

“단장님! 뱀, 뱀!”

“엄살 피우지 마.”

주헌은 그 뱀을 발로 콱 밟아 죽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하여간 유물놈이……”

하지만 유물의 농간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죽어라, 죽어라, 인간 놈은 다 죽어라!”

“인간 놈은 다 죽어버려! 케케케!”

탕탕탕!

단체로 최면에 걸린 놈들의 배가 한 무더기로 나타난 것이다. 발굴을 명목으로 배에 올라탄 중국 군인들이 80% 였다.

곧 멀리서 총이 험악하게 발포되자 유재하는 비명을 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본래 무덤 안에서는 무기 사용이 안 되지만, 유물이란 놈이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게 틀림없었다.

결국 유재하가 외쳤다.

“아이씨, 단장님!”

“에이씨.”

거참 중국이라 그런지 숫자도 더럽게 많기는.

결국 주헌이 손을 내밀었다.

“1호. 펜 내놔.”

“네? 그거 아직 복원 중....”

“닥치고 내놔.”

“옙.”

유재하에게 셰익스피어의 펜을 받은 주헌은 배의 바닥에 글귀를 휘갈겨 썼다.

[유물에 조종당하는 머저리들은 모두 자신의 우매함에 통탄하여 머리나 처박는다.]

동시에 번쩍, 빛이 나면서 사방에서 쿵쿵쿵 머리를 박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사방에서는 인간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냥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기절해버린 것이다.

그걸 보고 주헌이 쯧, 혀를 찼다.

“죄다 머저리들이구만.”

그럴 때였다.

[제법이구나, 인간 놈.]

갑자기 안개 속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주헌은 고개를 돌렸고, 유재하는 또 놀랐다.

“아씨, 뭐야, 뭐!”

무덤에 들어간 적이 없는 그로서는 유물의 목소리를 듣는 게 처음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물이 말했다.

[하지만 인간 따위가……]

“닥쳐라. 물건 주제에 어디서 입을 놀리나.”

[!]

그러자 이 무덤의 주인은 황당해 하는 것 같았다. 보통 인간 놈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귀신이네 뭐네 놀라서 까무러치는 꼴이 꽤 재밌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주헌은 유물이 뭐라고 지껄이든 정말 흥미가 없었다. 그래봐야 놈들이 하는 말 따위, 유익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만큼.

하지만.

[확실히 그 까마귀 놈이 선택하려는 놈 답긴 하군.]

이번은 좀 예외였다.

* * *

‘까마귀?’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대고분화 때 들었던 까마귀의 이야기는 주헌도 신경은 쓰고 있었다. 자신을 회귀 시켜주고 도굴꾼 능력을 준 녀석이니, 신경이 1%라도 안 쓰인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단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던 것 뿐이지.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주헌이 신경 쓰이는 건 다른 이유였다.

‘그 때의 그 이집트 유물도 아니면서 어떻게 까마귀에 대해 알지?’

대고분화를 일으킨 이집트 3인방이야 직접 까마귀를 목격했다. 하지만 이 무덤에 있는 놈은 그 때의 일과 전혀 연관이 없을 터였다.

그랬기에 신경이 쓰인 주헌이 물었다.

“이봐, 어떻게 네가 까마귀에 대해서 알지?”

하지만 유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인간! 드디어 내 말에 관심을 가지는 구나!]

“닥치고 묻는 말에 답해라.”

[하하! 너에 대한 소문은 이미 유물들 사이에 쫙 퍼졌다고!]

“내 소문이 퍼졌다고?”

[그래! 그 빌어먹을 까마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네놈이 그 까마귀가 선택한 놈이라고 말이지!]

“오호.”

아무래도 대고분화 때 이후로 유물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유물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외쳤다.

[그래서 모두 눈에 불을 켜고 널 찾으려고 하고 있다는 거다, 넌 곧 유물들한테 잡아 먹히겠지. 어디 그 귀여운 얼굴로 울부짖어봐라, 이 건방진 인간아!]

유물은 자 어디 무서워 해보라며 기세 좋게 웃었지만, 주헌은 무서워하기는 커녕 반가운 듯이 웃는 것이었다.

“그래서?”

[뭐?]

“그래서 더 말해보라고.”

[뭐, 뭐?]

“왜 무슨 문제 있나?”

유물은 황당해했다.

[아, 아니 왜 무서워 하지 않는 거지? 널 찾으려고 한다니까? 먹으려고 한다니까? 일찌감치 싹을 잘라 놓겠다고………]

그 말에 듣고 있던 유재하가 실소를 흘렸다. 자신은 까마귀니 뭐니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놈이 하는 말은 결국.

“단장님한테 유물들이 알아서 굴러 들어오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래. 바로 그거지.”

[?!]

동시에 한 대 뒷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유물은 너무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 뿐인가.

주헌은 픽 비웃었다.

“니들 바보냐? 애초에 날 노리고 있으면 조용히 기습해야지, 술술 정보를 불어버리면 쓰나.”

“그러게요. 친절하게 경고까지 해주네.”

[?!]

결국 유물은 패닉에 빠져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유물에게 자비도 베풀지 않는 주헌은 이번엔 자신의 볼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러면 입 싼 유물 놈아. 말하는 김에 한 가지 더 말해줬음 하는데.”

그리고 그가 가늘게 눈을 뜨며 물었다.

“그 까마귀의 정체가 뭔지도 말해 보련?”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산지직송입니다.

공지사항에는 이미 올려놨었는데, 보시는 분들이 적으신 것 같아 다시 한 번 후기로 ㅠ.ㅠ 공지 드립니다.

도굴왕은 7월 11일 (월) 오전 약 10시 경을 기준으로 프리미엄으로 전환 됩니다.

무료로 풀리는 편수는 26편(1권)까지입니다. 전환 이후에는 정해진 시간, 날짜, 더 좋은 퀄리티로 찾아뵙겠습니다. (프리미엄으로 가게 될 경우, 한달에 약 2500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6월 24일부터 7월 8일까지 진행된 딱지 이벤트의 결과는 유료전환이 되는 월요일(11일)에 공지사항으로 발표드릴 예정입니다. (언제 다 읽지 ㅠ.ㅠ 흐엉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약간 늦어져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흑흑)

코멘트 딱지 이벤트는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더 나은 글, 재미있는 글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프리미엄 전환은 10시이지만, 내일 연재는 점심 12시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항상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슬슬 무더위가 시작되는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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