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50화 (50/409)

00050 미안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

< 미안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1) >

“어, 단장님이라면 옆에 있긴 한데.”

유재하는 주헌의 눈치를 살폈다. 아이린도 주헌도 유재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누구한테서 전화가 온거지?

하지만 유재하는 좀 망설이듯이 전화 상대에게 말했다.

“단장님은 왜 찾는데? 이상한 꿍꿍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니지?”

영어로 통화를 하는 걸 보면 보면 상대가 한국인은 아닐 터.

그럴 때였다.

옆에서 듣다 못한 주헌이 유재하에게 손을 내민 것이었다.

“내놔봐.”

“어? 하지만.”

“나 찾는 거잖아. 됐으니까 내놔.”

주헌의 말에 유재하는 할 수 없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건네받자 마자 주헌이 영어로 인사했다.

“절 찾았습니까? 누구시죠?”

동시에 침묵하던 전화 상대가 하하 웃었다. 안 그래도 주헌과 통화를 하고 싶었는데 유재하 놈이 바꿔주지 않아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자네가 서주헌인가?]

경쾌한 듯 하나 경박하지는 않은 노인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가 낯익었던 주헌은 단 번에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에드워드 영감이군.”

확실했다.

이놈은 과거, 독식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유물과 정보를 거래하던 무기상인 출신의 거상이었다.

하지만 주헌의 반응에 정작 에드워드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날 아나?]

“잘 알고 말고. 돈이 되면 뭐든지 하는 노친네잖아.”

이녀석이?

하지만 노인이 황당해 하거나 말거나, 주헌은 픽 웃었다.

‘이놈이 먼저 찾아올 줄이야. 찾을 수고를 덜었군.’

에드워드는 미래에 <재물왕>이라고 불리게 되는 투자가이자, 유물시장경제를 휘어잡는 큰손이었다. 동시에 유물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중개상인이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찾아낼 생각을 했던 것이다.

다른 유물 사용자의 상황과 유물 정보를 알아내는 데 있어 그보다 더 뛰어난 정보꾼은 없었으니까.

단지.

‘어리숙한 놈들은 이 놈의 먹잇감이 될 뿐이지.’

에드워드는 확실히 중요한 정보를 물고 오지만, 그런 정보들에 휘말려 피를 보는 사용자들이 수두룩했다. 투자정보도 잘못 물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러니 사람에 따라서는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를 잘 이용하면 떼돈을 번다.’

바보들은 그렇다쳐도, 주헌은 그의 먹잇감이 되지 않고 이익만 뽑을 자신이 있었다. 에드워드야 권 회장의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선 훤했던 것이다.

‘지금도 보나마나 권 회장과 리처드 옆에서 간을 보고 있겠지만.’

그런데 그런 그가 주헌에게 연락을 해왔다?

‘이유야 뻔하지.’

주헌은 놈의 속내를 너무나도 잘 알았지만, 능청을 떨었다.

“당신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자기 소개는 빼. 그러니 무슨 일로 날 찾았는지 용건이나 말해보시지?”

[허.]

생각보다 말투가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에드워드는 웃었다.

[나에 대해 안다면 이야기는 빠르겠군. 별 거 아니야. 자네가 권 회장에게 엿을 먹이고 있는 실력자라는 소문을 접하고 흥미가 생겨서 말이야.]

그럼 그렇지.

주헌은 킥 입꼬리를 올렸다.

에드워드는 돈 냄새도 잘 맡았고, 눈썰미도 좋았다. 될 성 싶은 나무는 일찌감치 찾아내 손을 뻗는 게 그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무들에게 꼭 돈 냄새 나는 <의뢰>하나를 들고 나타난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가, 시간이 괜찮으면 점심 약속이라도 잡지 않겠나?]

하지만 그런 그에게 주헌은 같잖다는 듯 비웃음을 날렸다.

“이봐, 에드워드. 서로 바쁜 사람들이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격식 차리지 말고 용건부터 짧게 말해보지?”

[뭐?]

“나한테 뭔가 의뢰를 하려고 전화한 거 아닌가? 이를 테면 중국에서 현상금을 건 무덤에 들어갈 생각이 없냐든가?”

[!]

덕분에 에드워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헌이 정곡을 찍어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헌은 답이 없는 에드워드를 향해 웃었다.

“왜. 내 말이 틀린가?”

아니 확실히 주헌의 말은 사실이었다.

주헌의 존재를 알게된 에드워드는 그에게 일 하나를 맡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이란 중국에서 현상금을 건 무덤의 일이었고 말이다.

대고분화 이후 세계 여러 나라가 유물 사용자들을 찾기 시작했고, 중국의 경우엔 당국의 발굴단에 합류하면 탐사금 1천만 달러를 주겠다고 했던가. 물론 탐사 상금만 줄 뿐, 유물은 중국 당국에게 귀속되더라도 말이다.

주헌의 태도에 얼떨떨해 하던 에드워드는 수긍했다.

[그래. 중국 무덤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는 것 같군. 그럼 일단……]

“그 발굴단에 용병으로 합류하라고?”

[어? 어? 어 그래. 그리고 합류를 한 다음에는……]

“그 무덤의 유물을 중국 몰래 빼돌려서 당신한테 팔라고?”

아이씨. 이자식은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인가?

잠시 당황하던 에드워드가 되물었다.

[권 회장이나 재하한테 뭔가 들었나?]

“아니? 하지만 당신이란 인간은 그런 사람이야.”

그러자 하하하 웃던 에드워드가 졌다는 듯이 흔쾌히 말했다.

[그래. 맞네 맞아. 권 회장의 유물을 빼앗았다는 말을 듣고 자네 밖에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 했네. 귀신 같은 솜씨라고 하지? 자네의 그 천재적인 솜씨로 중국 무덤의 유물도 몰래 빼돌려주게. 가격은 좋게 쳐주겠네.]

“보수는?”

[2천만 달러.]

2천만 달러면 200억원 정도다. 당연히 수입면으로 나쁘진 않다. 그랬기에 에드워드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 했는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차피 빼돌려서 암시장에 팔려고 해봤자, 중국이 수배를 걸테니 좋은 가격은 못 받을 걸세. 그러니 자네는 탐사금도 받고, 나한테 유물도 편하게 팔아서 가격도 좋게 받아갈 수 있는 거야.]

자네한테는 소풍 다녀오는 일처럼 쉬운 일 아니냐며 에드워드는 웃었다.

[이 의뢰를 받아주면 앞으로 자네를 VIP 고객으로 모실 생각도 있네.]

꽤 괜찮아 보이는 의뢰다.

주헌에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날 얼마나 우습게 봐도 우습게 보는 건지.”

[뭐?]

“나한테는 고작 2천만 달러에 사서 미국한테는 1억 달러에 파시려고?”

[뭐, 뭐?]

“아무리 가격 뻥튀기를 하는게 중간 상인들의 일이라지만, 불려서 파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러자 이번엔 천하의 능구렁이 에드워드도 평정을 잃었다. 자신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건만, 주헌은 자신이 유물을 팔 상대와 심지어 그 가격까지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그렇다.

주헌의 말은 하나도 틀린 곳이 없었다. 실제로 에드워드는 미국 정부와도 거래를 하고 있었고, 미래의 전쟁왕으로부터 이번 중국 건 의뢰를 받은 것이었다.

안 그래도 중국을 경계하는 미국이었고, 특히 대고분화 이후 자체적인 발굴단을 꾸리려는 중국의 행동 조짐을 마음에 안들어하고 있었다.

왜?

‘중국은 판도라 가입을 거절했다.’

거부들과 정부가 손을 모아 은밀하게 추진 중인 판도라 사업. 그 국제유물관리기구는 일반인들의 유물 사용 및 사유화를 금하고, 가입자들의 유물의 공동소유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유물과 무덤은 가입자들에 한해 니껀 내꺼, 내껀 니꺼가 되어버린 다는 것이었다. 중국이야 무덤이 나올 땅 덩어리도 넓겠다, 차라리 자체적으로 발굴단을 만들어 유물을 얻어보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마당이기에 <전쟁왕>은 겸사겸사 에드워드에게 중국 무덤의 정보 확보 및, 유물 빼돌리기 의뢰를 한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에드워드만 아는 사실이었다.

주헌이 알 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덕분에 정말로 당황한 에드워드는 혹시 정보가 새어나갔나 싶어 되물었다.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들었지?]

그러자 주헌이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지금 날 무시하나?”

[?!]

“이봐, 에드워드. 당신이 얼마에 되팔든, 누구랑 거래를 하든 그건 신경 안 써.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나랑 거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것 하나는 똑똑히 기억해 두도록.”

[……?]

“난 당신이 돈을 뽑아먹어야 할 일개미가 아니라, 당신의 파트너다. 알았어? 난 무덤에서 당신이 원하는 유물을 가지고 나올 수 있고, 충분히 당신의 사업을 부흥 시켜줄 능력도 되지. 무슨 말인지 알지?”

알다마다.

비위 거슬리는 짓 하지 말고, 숨기는 것 없이 정보를 까라는 의미겠지.

결국 에드워드는 호탕하게 웃었다.

권 회장을 눌렀을 뿐만 아니라, 유재하를 데려간 놈이라기에 겸사 겸사 어떤 놈인가 싶어서 연락했건만.

‘꽤가 아니라 상당히 만만치 않은 놈인 걸.’

얼굴은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권 회장이 애먹었을 만 했다. 이정도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걸 보면 미래예지나, 인간을 탐지하는 유물을 가진 것인지도 몰랐다.

‘이래서야 함부로 건들 수도 없겠군.’

유재하처럼 실력 좀 있어 보이는 놈이라 적당히 이용해 먹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얼굴은 아직 못 봤지만, 권 회장이나 그 어떤 유물 사용자들 보다도 크게 될 놈인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강한 투자가의 기질이 있는 에드워드는 주헌에게 강한 흥미가 생겼다. 그랬기에 이렇게 말했다.

[알았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하지. 미국은 키이라 클라크라는 여장군이 있는데, 그 여자가 지도형 유물을 모으고 있지. 중국이 현상금을 건 무덤의 유물은 추측컨대 지도형 유물일거네.]

지도형?

뜻 밖의 말에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이 때의 중국 무덤 정보는 상당히 폐쇄적이라 주헌도 내용물까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도형이라니.

‘타이밍이 좋군.’

[어쨌든 중국 견제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지도형 유물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반드시 빼돌려 달라고 의뢰를 해온 거고.]

그러자 주헌은 픽 웃었다.

“좋아, 중국 발굴팀에 들어가서 그 유물을 빼돌려주지.”

[정말인가?]

“대신 수당은 8천만달러.”

[뭐, 뭐야?!]

“어차피 1억에 팔거잖아.”

[이……! 2천만 달러에서 갑자기 그렇게 올리다니, 남는 것도 없어! 3천만 달러!]

“죽는 소리 하긴. 알았어, 봐줬다. 7천만.”

[젠장, 4천만!]

“위험 수당 합쳐서 6천만 달러. 그 이하로는 절대 안 돼.”

[위험 수당이라니?!]

“왜? 생각해봐. 유물을 빼돌리다가 걸리면 중국놈들한테 사형 당할지도 모르는데? 지금부터 위험한 범죄를 시키려고 하면서 위험 수당도 안 주나?”

그러자 잠시 생각하던 에드워드는 신음을 흘리며 알겠다고 했다. 미국과는 계속해서 신뢰를 얻을 필요성이 있었고, 그랬기에 이번 의뢰건도 성공해야 좋았기 때문이었다.

[알았네! 그럼 꼭 성공하길 바라네!]

“좋아, 일주일 후에 봐.”

동시에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린과 유재하는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꽤 컸기 때문에 그들 역시 의뢰 내용을 다 들은 것이었다.

그랬기에 둘은 미쳤냐는 듯 주헌을 보았다.

“유물을 빼돌렸다간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맞아요. 그러다가 걸려서 총살 당합니다!”

하지만 주헌은 대답 대신 웃을 뿐이었다.

“어차피 거기서 나올 지도형 유물이 있어야 당신의 저주도 풀 수 있습니다.”

“!”

그러자 뭔가 눈치챈 유재하가 당황해서 외쳤다.

“어……? 잠깐만요. 그걸로 아이린의 저주를 푼다고요? 하지만 그 유물 에드워드한테 팔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에드워드가 미국에 판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노예 1, 아니 부하 1호야. 그 전에 한가지 확인하자.”

“네?”

“너 유물도 복제할 수 있다는 거, 에드워드가 알고 있냐?”

“어……아뇨? 일반 작품들만 복제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유물 복제할 수 있다는 거 알면 귀찮아지니까……”

사실 유재하가 사기를 치기 위해 일부러 비밀로 했던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주헌의 눈빛이 간사하게 번득였다.

“그래? 모른 단 말이지?”

어쩐지 그 눈빛이 불길해서 유재하는 땀을 흘렸다.

“저, 저기 단장님. 설마…………”

주헌은 씨익 웃었다.

“손 풀고 있어라. 위조품 만들려면 고생 좀 할테니.”

이, 이놈이?

============================ 작품 후기 ============================

으앙 ;ㅅ; 잠시 눈좀 붙였더니 0시를 놓쳤어ㅏㅓㅏㅇ

내일부터는 다시 1일 1연재 들어갑니답. 요즘 여름이라 장의 문제가 있어서 크흡.

+ 유물 랭크 설정은 기회가 될 때 말씀드려야 겠네요;ㅅ;

+ 권 회장은 프롤로그 때부터 소설 중간 중간에 늬앙스를 깔긴 했는데, 절대로 절대 강자라서 왕이 된 게 아니죠. 프롤에서 말하듯이 운과 타이밍이 좋아서 절대좌의 자리를 차지한 느낌이 강합니다. 신급 유물을 빨리 선점했었고, 심지어 의료 유물을 상당히 독식했습니다.

유물이 세상에 나타나며 무덤, 유물증후군이라는 불치병이 세상에 돌면서 의료 유물은 거의 인간에게 있어 식수 만큼 절대적인게 되었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능력은 출중했으나 본인과 가족이 병을 얻어서 권 회장에게 약점을 잡혀서 날개를 못 펼치고, 남 좋은 일만 해준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치료유물을 두고 권 회장이 계속 딜을 했죠. (의료유물을 줘도 일시적으로 고통만 덜어주는 것만 줬습니다. 의료유물이 마약 같아서 안 먹으면 그 고통이 상당했기에 어쩔 수 없이 권 회장을 따라야 했고, 귀속 유물을 달라고 요구하고 약속을 받아냈으나 결국 안주고 프롤로그와 연결 되는 거구요.) (그런식으로 의료 유물로 여러 신급 유물 인재들을 모아서 세력을 넓힙니다.)

결국 권 회장은 왕급이 될만한 사람이긴 했으나, 스펙만 보면 그냥 20인 중 한 명이 될 만한 스펙입니다.그게 주헌과 주헌의 도굴단의 힘이 있었기에 왕급중 최상위가 될 수 있었던 것 뿐이구요.

그래서 능력도 없으면서 (주헌의 기준) 운좋게 왕이 되었다고 엄청 까고 있는 거죠.  (자본 주의 사회에서 회장이라는 기본 자본력이 있었기에 빠르게 가능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런 놈이 회귀후에 제약을 받는게 사라졌기 때문에 더 막나갈 수 있는 거구요.

참고로 -왕 이라는 건 절대적인 레벨의 수치라기 보단, 나중에 나라에서 사람들이 위인 같은 느낌으로 부르게 되는 호칭 같은 겁니다. 기본적으로 강함도 강함이지만 + 가진 유물이 얼마나 많느냐 +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느냐 정도 복합적인 호칭이죠.

회귀전 이야기라 많이 생략하긴 했으나 좀 더 작중 설명을 덧붙여야 겠군요 ;ㅅ;

+ 질문이 가끔 들어오는데 답변이 필요하신 분들은 앞에 Q. 를 알아주세욥. 원래는 @ 라고 하는데 이벤트 기간이라 허허 ㅠ.ㅠ 기회가 될 때 몰아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