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파산왕의 유물 <2권 마침> =========================================================================
< 파산왕의 유물 >
아니나 다를까, 아이린은 순간 너무 놀라 심장이 벌렁거렸다.
‘시, 시간과 몸?’
설마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
하지만 주헌은 이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아프지 않게 해드릴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일단 제가 잡은 오피스텔로 오세요.”
“네, 네?”
결국 이를 듣던 유재하는 기겁해서 그를 보았다. 주헌으로부터 아이린의 저주를 풀어줘야 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시간과 몸이라니?
아무리 아이린의 얼굴과 몸매가 수준급이라지만, 이게 저주를 빌미로 어디서!
‘이자식, 부럽지만 안 되겠어.’
아무리 그래도 해도 되는 짓이 있고, 하면 안 되는 짓이 있는 법이다.
“야... 아니 단장님! 잠깐 저하고 말좀!”
하지만 유재하가 멱살을 잡으려는 순간, 뜻 밖에도 주헌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 오피스텔에 오셔서 이 놈이랑 같이 유물 사용법을 훈련 받으세요.”
“………어?”
“………네?”
순간적으로 나온 주헌의 말에 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얼이 빠진 유재하였다.
“후, 훈련?”
그러자 주헌은 왜 그러냐는 듯 유재하를 쏘아보았다.
“그래. 말 많은 농부들이 있어서 좀 시끄러울테지만 상관은 없겠지.”
“아……”
결국 자신들이 이상한 오해를 했다는 걸 깨달은 둘은 창피한 듯 웃었다.
“오해할 단어는 좀 쓰지 마세요, 단장님.”
그럴 때 아이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그런데 유물 사용법이라니..... 제가 재앙을 뿌리는 건 그 유물 탓이 맞죠?”
주헌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예 유물 자체에게서 멀어지고 싶었던 아이린이 재빨리 물었다.
“그럼 그 유물만 파괴하면 해결 될 문제 아닐까요? 굳이 유물 사용방법 같은 걸 익히지 않아도……파괴를 하면…….”
하지만 주헌은 단호하게 잘랐다.
“안됩니다.”
사실 아이린의 유물이 물건형이면 정말 간단한 문제였다. 그녀의 말 대로 파괴하거나 자신이 가져가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기생형.
“돌려 말하는 건 싫어하니 지금 그냥 확실하게 말씀드리죠. 기생형 유물은 한 번 달라 붙으면 죽을 때까지 떼어낼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유물을 받아들이세요.”
“부술 수도 없는 건가요? 도려낸다든가……!”
“그 가슴 덩어리와 팔도 같이 절단하고 싶으면 그러시길.”
곧 그 의미를 알아챈 아이린의 손이 떨렸다.
“저, 정말 다른 방법은 없나요?”
무서워하는 그녀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주헌은 냉정했다.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말하는 대로 유물 사용법을 익히면 당신 가족들도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테니까요.”
“가족들만요...?”
“일단은요. 유물의 힘이 너무 강해서요. 5년쯤 지나면 일반인들 한테도 피해를 입히지 않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저도 5억달러의 값어치만큼 책임지고 교육시켜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린의 얼굴은 어두웠다.
“……저 그럼 그냥 유물을 파괴해 주시면 안되나요?”
반복 되는 집착에 주헌은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평생 불구로 살아가고 싶다면 그러시던가요. 전 안합니다.”
“그럼.....혹시 유물을 잘 달래서 스스로 나가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어제 뉴스에서 보니까 ....유물들이랑 대화해서 쫓아낼 수 있는 분들도 계시다고..”
그 말에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아무래도 TV로 이상한 걸 접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디 비교할 게 없어서 자신을 그딴 돌팔이 장사치들과 비교해?
“아까부터 방법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무래도 절 신뢰하지 않으시나보군요.”
“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말씀해주신 방법이 그다지 제 마음에는...”
그 말에 뭔가를 생각하던 주헌은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네? 아, 그럼!”
“마음에 안드시면 그 사람들을 찾아가세요. 5억달러는 일주일 내로 고스란히 돌려 드릴테니.”
“어...네?!”
아이린은 까무러쳤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을 돌린 주헌은 냉담했다. 굳이 마음이 안 맞으면 함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주헌이 재력이 필요한 건 맞지만, 과거 증오하던 독식자들에게 아부를 떨면서까지 매달릴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부디 저보다 더 좋은 해결사를 찾으시길.”
결국 주헌이 매몰차게 카페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놀란 아이린은 당황해서 조금 울먹였다.
“아, 저기!”
사실 그녀에게 믿을 사람이라고는 주헌 밖에 없었던 탓이다. 결국 당황하던 유재하가 외쳤다.
“야, 이 단호박 단장님! 너무하잖아요! 어떻게 협상의 여지도 없이 바로 계약 파기입니까?”
그러자 주헌이 어이가 없다는 듯 그와 아이린을 번갈아 보았다.
“협상?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말해줬고, 그게 마음에 안 든다니 계약 파기를 해주려는 것 뿐이야. 뭐가 잘못 됐나?”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럼 잡지 마라.”
그렇게 주헌이 나가려고 하는데, 가까스로 울음을 참고 있는 아이린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저, 기분 상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저기 주헌씨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아니요! 그냥 주헌씨가 말씀하시는 대로 따를게요!”
그 말에 걸음을 멈춘 주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특하다며 픽 웃었다.
'옳지. 그거야. 말 잘했다.'
사실 주헌은 진짜 돌아설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생각을 품게 되면 주헌이 앞으로 교육하기도 힘들어졌다.
'일단 아이린이 날 따라와야 홀튼가도 따라온다.'
그랬기에 아주 살짝 겁을 줬을 뿐인데 미안할 정도로 겁을 먹어서는.
하지만 주헌은 마음과는 다르게 밀당을 하듯, 운을 띄었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왜 그렇게 유물을 떼어내는 것에 집착합니까?”
“왜긴요……제가 사용방법을 익혀도 5년 동안은 계속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건데…그게 싫었던 것 뿐이에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제가 좀 다쳐도 지금 바로 유물을 파괴하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
형식적인 질문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답에 주헌은 내심 놀랐다.
아니 그것도 그럴 법한게.
‘………이게 진짜 그 파산왕이라고?’
너무 다르다. 자신이 알던 파산왕과는 너무 달랐다. 죄 없는 사람들이 자살하든 말든, 신경도 안쓰고 IMF와 세계경제공항을 일으키던 그 파산왕이 맞나?
계속 위화감이 느껴진다 했더니, 아무래도 그녀가 파산왕이 되기 전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음……확실히 이 여자의 가족이 죽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긴 한데……’
혹시 미래에 그게 발단이 되어 사람이 그렇게 변해 버리는 건가?
'그렇다면.'
마침 좋은 생각을 떠올린 주헌이 흔쾌히 말했다.
“알았습니다. 좀 힘들겠지만 5년 까지도 안 걸릴 방법을 찾아보죠.”
“네……네? 정말요?”
아이린은 깜짝 놀라 주헌을 보았다. 한 번 고개를 돌린 이상, 두 번 돌아보지 않을 것 같은 주헌이라 더 놀라던 참이었다.
그랬기에 겨우 안도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아마 그정도로 절박했으리라.
“감사드려요. 그리고 죄송해요. 기껏 주헌씨가 방법을 알려주신다고 했는데 괜히 떼를 쓴 것 같아서. 저 가르쳐 주시는 거 열심히 할게요. 매일 출근도 할 수 있어요!”
그렇게까지 안해도 도와줄 생각이긴 했지만, 주헌은 기특하다는 듯 픽 웃었다. 정떨어지는 유물 사용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저런 바보가 싫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린을 교육 시킨다. 동시에 홀튼가에게도 은혜를 입힌다.
'잘 교육 시켜서 아예 홀튼가 자체를 내 편으로 만들자.'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력가의 힘은 무시할게 못 된다.
그랬기에 그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유물은 정말 강해요. 그런 놈을 완전히 굴복 시키려면 천적유물이나...어떤 걸 찾아야 합니다.”
“어떤 걸…?”
“그래서 그걸 찾기 전에 당신의 문신을 다시 봐야 겠는데요.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가 않아서…”
그러자 필사적인 아이린은 바로 옷을 벗으려고 했다.
“그럼 지금 바로 보여드릴게요!”
동시에 숨겨져 있던 하얀 속살이 보이자, 두 수컷들은 깜짝 놀랐다. 순간적으로 잘록한 허리곡선이 보인 것 같아, 유재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허리곡선, 그럼 그 다음엔 가ㅅ…!
하지만 그 순간, 재빨리 아이린의 가는 팔을 잡아 누른 건 주헌이었다.
“급한 마음은 알겠는데, 여기 밖입니다. 나중에 저한테만 따로 보여줘요.”
“어머, 아…네! 죄송해요.”
정신을 차린 아이린은 굉장히 부끄러워했지만, 옆에 있던 유재하는 칫 얼굴을 구겼다.
‘쓸데없는 짓을.’
하지만 유재하가 삐죽 거리거나 말거나, 주헌은 아이린을 보면서 잠시 고민했다.
아마도 파산왕의 유물은 <미다스의 손>.
그것일 터였다.
사용자에게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지만, 주변은 불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최후엔 그로 인해 사용자도 불행하게 만드는 원리 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디오니소스에게 은혜를 입히고 계획적으로 황금 손을 얻은 미다스 왕도 부를 얻었지만, 자신의 딸까지 황금으로 만들어 불행하게 만들었다.
결국 팍톨로스 강에서 몸을 씻자, 저주에서 벗어나고 강에는 사금이 흘러내렸다는 신화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
‘미다스 유물의 무덤에 들어가 그 강에 들어가면 해결이 될 거다.’
하지만 여기서 첫번째 문제점.
‘미다스의 유물이 세상에 나왔으니, 그 무덤은 이미 붕괴 되었을텐데.’
하지만 이 점은 일단 괜찮았다. 잘하면 흔적이 남아서 아직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
그러나 여기서 발생하는 두번째 문제점.
‘아무리 나라도 미다스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진 못하는데.....’
그렇다. 미다스의 손 유물의 무덤은 세상에 화자 되지 않았다. 그러니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럴 땐 <지도형 유물>이 있어야 하는데...’
바로 콜럼버스나 마젤란의 <항해일지>, <헤어포드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같은 지도형 유물들이었다.
하지만 곧 주헌은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왜?
바로 지도형 유물들을 가진 놈이 문제였던 것이다.
‘지금 시기라면 죄다 틀림없이 <전쟁왕>이 독식하고 있을 거다.’
그렇다. 전쟁왕.
주헌도 정말 애 먹은 독식자들의 톱 4 중 하나였다. 사성이라고 불리던 그들은 15인의 왕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세력을 이끌던 사황이라고 보면 되었다. 권 회장도 주헌 덕분에 그 톱4 에 들 수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전쟁왕은 미국정부의 얼굴로, 미군의 여장군이었고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호전적이고 강한 여자였다.
또한 전략적인 미국은 이 시기에 그 지도 유물들을 활용해 무덤이 나타날 위치를 알아냈다. 그걸로 남의 나라에 몰래 들어가 무덤을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쨌든 그 지도 유물을 손에 넣으려고 하면 전쟁왕과 좋든 싫든 부딪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권 회장앞에서도 당당했던 천하의 주헌도 꽤나 싫어했다.
‘젠장. 그 때도 겨우 죽여놨었는데.’
사실 주헌도 운 90%에 상황적으로 전술을 잘 짜서 그 여자를 죽일 수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또 그 여자를 상대를 해야 한다니.
‘차라리 군대를 10번 더 다시 가겠다.’
그만큼 최대한 나중에 만나려고 했건만.
‘어떻게 하지? 쉽게 지도 유물을 빼돌릴 방법은 없나?’
그렇게 주헌이 고민에 빠질 때였다.
“으악! 내가 사둔 주식 왜이래! 미친 다 폭락했어!”
그 사이 자신의 주식을 확인하던 유재하가 거품을 무는 것이었다.
'저 바보놈.'
아무래도 이제야 파산왕의 저주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괜히 왕급은 아닌지, 배앓이만 할 뿐 쉽게 쓰러지진 않았지만 유재하는 폭락한 주식을 보고 암을 얻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고 주헌은 픽 웃었다.
'미안하지만 파산왕의 재앙을 피해갈 수 있는 건 나 뿐이다, 이놈아.'
그렇게 절규하던 유재하는 누군가한테 온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였다.
“어? 주헌이? 지금 단장님 바꿔 달라고?”
뜻 밖의 인물이 주헌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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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누군데! 나 돈 안낸 거 없다고! ㄷㄷㄷㄷㄷㄷㄷ
지난 편 소제목이 바뀐 건, 원래 노예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약간 뒤로 밀려나면서.....ㅠ.ㅠ 단수형으로...
선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