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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48화 (48/409)

00048 일해라, 노예야  =========================================================================

< 일해라, 노예야 (3) >

유재하는 주헌이 그래봐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난 체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프로지. 네가 프로냐? 아무리 빨라도 개당 일주일이라고, 일주일.’

유재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삐죽거렸었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자신을 따라올 복원가가 없다고 자부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말했다.

“아 그래요, 이왕 방법을 알려주시는 김에 시범도 같이 보여주시죠. 말로는 누구나 화백이고, 누구나 수석이고, 누구나 마에스트로고, 누구나 연봉 1억이니까요.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못 믿습니다.”

이놈 봐라, 시범이라고?

그러나 유재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차피 못하신다에 제 연봉을 걸겠지만.”

그 말에 주헌은 큭 웃었다.

연봉을 걸겠다고?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데.

“진짜?”

“네! 단장님이 시범을 보이시면 그깟 유물 10개, 하루 만에 복원할게요! 연봉도 안 받고! 하지만 제가 이기면.”

“네가 이기면?”

“복원가의 자존심을 건드리셨으니 앞으로는 모든 작업을 유물당 한 달로 통일 합니다. 저도 쉬엄쉬엄 일하고 싶으니까요!”

“그래?”

주헌은 어째서인지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모르는 유재하는 속으로 비웃었다.

‘어쭙잖게 유물 복원 지식은 있나본데, 진짜 말한대로 복원을 할 수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장을 지져. 복원유물은 아무나 다룰 수 있는게 아니거든.’

하지만.

뜻밖의 말이 떨어졌다.

“시범? 그래 까짓거 보여주지.”

순간 제 귀를 의심한 유재하의 표정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네? 저, 저기 뭐라고요?”

하지만 주헌은 어디 내놓아 보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 거리는 것이었다.

“보여줄게. 일단 네가 가진 복원 유물이나 내놔봐.”

유재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아니 저기 뭐라고요?”

“내놔보라니까?”

아니 이 사람이, 진짜로?

유재하는 그제야 뭔가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 * *

그리고 몇 십 분 후.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유재하는 지금 식은 땀을 줄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것도 그럴 법한게 그는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미쳤다.

자신의 고용주는 미친 게 틀림없었다.

'미친, 저게 가능하단 말이야?!'

번쩍!

카페 밖에서 또 한 번의 섬광이 터졌다. 남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좁은 골목길. 복원을 위해 잠시 아이린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왔던 주헌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헌은 문방구에서 파는 붓펜을 들고 있었는데, 그 손놀림이 마치 비디오 빨리 감기라도 하듯 무시무시하게 빨랐다.

덕분에 유재하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려야만 했다.

아무리 복원가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단시간에, 저 치명적인 상처를 저렇게 깔끔하게 수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재하가 뭐라고 생각하든지 간에 주헌은 태연하게 지껄였다.

“자. 쉽지?”

그 말에 유재하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 나갈 뻔했다.

이자식이 쉽긴 개뿔이!

무슨 붓을 들고 방긋 웃으며 ‘참 쉽죠?’ 라고 외치는 아저씨인 줄 알았다.

그렇다.

주헌은 <조선 궁중화원의 붓-B급(소모유물)>을 받자마자 익숙하다는 듯이 복원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이건 뭐!

‘아 미치겠네, 나 연봉 걸었는데!’

유재하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자신도 복원에 있어서는 한 실력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말 그대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꼴이 아니었는가!

심지어 교수 마냥 술술 내뱉는 주헌의 복원 지식은 이미 아마추어의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젠장 어떻게 된거야.’

이래서야 자신은 초등학생이고, 주헌은 대학 교수 급이 아닌가!

그랬기에 유재하는 굴욕을 맛보았지만, 또 그 와중에 주헌의 복원 센스에 반할 것 같은 아이러니함에 미칠 것 같았다.

‘빌어먹을, 반할 것 같아! 이 놈은 분명 나쁜 놈인데!’

얼핏 재수 없는 상관이지만 유재하는 어쩔 수 없는 천상 예술가였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에게는 싫어도 존경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유재하는 괴로워하며 외쳤다.

“아이씨, 단장님! 솔직히 저보다 더 실력이 낫잖아요! 왜 저한테 복원을 시키는 겁니까!”

“왜긴. 귀찮아서지.”

그 말에 유재하은 좌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주헌은 그런 유재하를 보며 큭큭 웃었다.

확실히 복원 유물을 사용하는 데에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했고 체력 소모도 심했다.

그 뿐인가?

“그리고 내가 복원유물을 쓰면 너무 빨리 파괴 돼. 난 가성비가 안 좋거든. 100번 쓸 수 있는 걸 1번 쓰고 버린다고 해야 하나?”

“그, 그래요?”

그건 사실이었다. 복원 유물은 친화력을 중시 하는데, 주헌은 친화력이 너무 낮아 복원 유물이 자해를 하려고 들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방금 사용한 붓도 강제로 발동 시키킨 했지만, 유물이 주헌을 거부하면서 내구도가 확 줄었다. 한마디로 맞는 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기술은 어차피 평범한 복원의 범위일 뿐이다.’

쉽게 말해 땜질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왜, 본래 복원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처럼 유물 복원 역시 원래 상태에 가까워 지도록 땜질하는 영역. 이미 손상된 걸 완벽하게 복구할 수는 없다.

당연히 이미 형체가 완전히 파괴 된 걸 복구할 수 없었고, 최대 내구도도 당연히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유재하는 다르다.

'기 죽지마라. 넌 나보다 뛰어난 <적합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다.

지배력, 친화력과는 별개적으로 존재하는 <적합력>.

쉽게 말해 혈통, 재능 등의 이유로 선천적으로 특정 유물을 잘 다루게 되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테면 뛰어난 수학자는 수학 관련 유물을 무척 잘 다룰 확률이 높아진다. 음악인은 음악 계열 유물에, 유태인은 유태인 관련 유물에.

'그리고 이놈은 미술계통 유물에만 한정해 무서운 적합력을 가지고 있다.'

보통 지배력이나 친화력이 높을 수록 유물의 힘을 100%에 가까이 끌어낼 수 있었고, 그 이상의 영역은 없는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적합력이 극도로 높은 이들은 100% 이상을 끌어내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곤 했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유재하도 미술영역 유물에 한 해 그런 경우였고 말이다.

그게 바로 <유물 재생> <유물 회귀> 같은 유물의 완전 부활 영역.

이미 형체도 모를 만큼 파괴된 유물까지 원래대로 재생시키거나, 깎여버려서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최대 내구도 조차도 처음 만들어진 상태로 늘려버릴 수 있다.

통상적인 복원의 업그레이드 스킬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조금만 지나면 넌 넘사벽 엘리트 복원가가 된다는 거다. 이놈아.’

하지만 그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는 주헌은 유재하를 향해 악랄하게 웃었다.

“분명 연봉. 안 받겠다고 했다?”

“아이씨!”

그리고 유재하가 울부짖거나 말거나, 미래의 넘사벽 엘리트를 공짜로 부리게 된 주헌은 웃었다.

“자, 시범까지 보여줬으니 당장 시작해. 지금부터 딱 24시간 준다. 10개 복원 끝내.”

그 말에 유재하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아니 도대체 이 인간은 왜 복원일까지 잘하는 거냐고!”

왜긴?

좋은 유물은 죄다 권 회장에게 넘겨야 했고, 살아남으려면 필사적으로 다른 능력을 키워야 했으니까 그렇지.

실제로 무덤 내에서 응급처치 정도로 썼던 복원 능력은 주헌의 생존력을 더 높여주었고 말이다.

“닥치고 시작해. 아, 참고로 이번 실패하면 이번엔 10시간으로 줄인다. 될 때까지 밥도 퇴근도 없고.”

“야! 이 악마야!”

주헌은 큭큭 웃었다.

‘그러니 꼬우면 빨리 성장해라, 유재하.'

좀 무자비한 처사일수도 있지만, 주헌은 이 놈의 승부욕을 잘 알았다. 기본적으로 욕심이 있는 놈이라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더욱 불을 태우는 성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의 솜씨를 본 유재하는 곧 따라 잡아 주겠다며 알아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럴 때였다.

[손재주 스킬이 C랭크로 올라갔습니다.]

- 처음 만지는 물건(유물)도 사용법을 금방 익히게 된다.

- 소모유물 사용 시, 마모 속도가 꽤 많이 느려진다.

- 유물 손질, 복원 작업이 꽤 능숙해진다.

- 인간에게서 유물을 빼앗을 확률이 꽤 증가한다.

[<신들린 복원 전문가> 칭호를 획득하여 새로운 스킬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덤복원(F랭크)>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갑자기 튀어 나오는 메시지에 주헌은 내심 놀랐다.

어?

갑작스럽게 메시지가 떠오르는 건 이제 그러려니 싶었다. 때가 되면 그 까마귀의 짓인지, 이상한 것들을 활성화 시켜주는 모양이었으니.

그런데.

‘그냥 복원도 아니고, 무덤 복원이라고?’

이건 또 무슨 스킬이지?

주헌이 알고 있는 상식에서는 유물 복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어째 자신이 사용하던 유물 복원 능력이 아닌 다른 특별한 복원능력이 생긴 것 같았다.

곧 생각하던 주헌은 잠시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하지만.

[무덤 안이 아니거나, 주변에 무덤이 없어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차차 효능을 알게 되겠거니, 주헌은 잠시 무시하기로 했다.

유재하 놈도 적당히 교육 시켜놓았겠다, 이제 다음 볼일은 아이린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카페 안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린은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주헌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헌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픽 웃었다.

“이제 당신의 저주를 풀어줘야겠죠.”

그 말에 아이린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디어!

“가능할까요?”

“가능 하긴 개뿔이.”

“!”

대답한 건 주헌이 아니라 주헌의 옆에 앉는 유재하였다. 그는 엎드려서 서럽게 훌쩍거렸다.

“아이고. 이제 나는 글렀어. 콱 내일 지구나 멸망해버려라.”

주헌은 그런 유재하를 보며 큭큭 웃었다. 연봉도 없이 이제부터 갈릴 생각을 하니, 인생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걱정마라. 연봉은 상여금에 얹혀서 줄테니.’

물론 주헌은 이 사실을 지금 말할 생각은 없었다. 왜? 연봉을 빼앗긴 탓인지, 유재하는 오히려 다른 자극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이렇게 된 거, 복원이라도 열심히 해서 상여금이라도 꼬박 꼬박 챙겨 받는 수밖에.’

불성실한 복원가가 무려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하를 아주 잘 구워 삶고 있는 주헌은 아이린에게 말했다.

“이놈한테는 신경끄셔도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죠.”

“네! 어떤 방법이죠?”

물론 거기까지는 좋았다. 아이린도 긍정적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방법은 별 거 아닙니다. 단지.”

“단지?”

“지금부터 제게 내주셔야겠습니다. 당신의 시간과 그 몸을.”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을 서슴없이 했다.

============================ 작품 후기 ============================

유: 아이씨 내 월급;ㅅ;

서: 아싸, 돈 굳음 ㅋ.ㅋ ♪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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