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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45화 (45/409)

00045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4) >

답장의 내용은 간단했다.

[좆까. 다른 놈 구해.]

유재하는 그런 메시지를 썼다.

사실 유재하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진실이 밝혀지고, 예술가로서의 이름과 그림을 되찾는다?

아주 잠깐이지만 유재하는 그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미래를 상상한 순간, 그야말로 몸이 전율할 정도로 짜릿했고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했다.

실제로 불신쟁이 유재하조차도 무식하게 바로 주헌을 택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순간.

'아차.'

순간 정신이 퍼득 든 그는 재빨리 메시지를 고쳐 썼다.

[시간과 장소를 말씀하세요. 일단 제시할 게 있습니다.]

그렇다.

‘그래. 서주헌 이랬나? 이놈의 말을 전부 신뢰할 수는 없지.’

유재하는 가까스로 이성을 부여잡았다.

게다가 혹시 또 모르는 일이지 않나. 주헌이 그림을 되찾아주는게 가능하다면, 권 회장도 가능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먼저 이놈한테는 비밀로 하고……’

하지만 그 순간, 주헌은 픽웃었다.

“권 회장한테 답장은 잘 했냐?”

“헉!”

유재하는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그는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뒤로 숨겼다.

“궈, 권 회장한테 답장이라니. 무슨? 동생한테 답장한 거야!”

하지만.

'개소리 하기는.'

주헌은 빛의 속도로 손을 움직였다. 그러더니 유재하의 앞에서 큭큭 웃는 것이었다.

“맞네, 권 회장한테 보낸거.”

그러자 유재하는 기겁했다. 주헌이 보면서 낄낄 거리고 있는 건 자신의 핸드폰이었기 때문이다.

'미친, 저걸 언제!'

“야! 안내놔?”

동시에 유재하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저놈의 성질머리를 보건데 메시지를 봤다간 칼빵이라도 해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메시지를 본 주헌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웃는 것이었다.

“권 회장한테 제시라니. 장 리처드를 처리해서 진실이라도 밝혀달라고?”

“……윽!”

주헌은 당황하는 유재하를 향해 하하 웃었다.

“맘대로해라. 네가 그러고 싶으면 그래도 돼.”

“……!”

저 놈이 무슨 꿍꿍이지?

심지어 주헌은 유재하에게 뭔가를 던져주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B급-희귀급/ 소모성 유물)]

- 사용가능 횟수 (1/10)

“어?”

생긴 것은 심플한 실버 목걸이처럼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유물이다. 그랬기에 유재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주헌을 보았다.

그러나 주헌은 흔쾌히 손짓했다.

“참고로 그건 내 작은 선물이야. 만나서 권회장이 열 받게 하면 쓰라고.”

‘젠장.’

다 안다는 듯이 행동하는 그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지만, 유재하는 정체를 모르는 목걸이를 꽉 쥐면서 돌아섰다.

“너! 진짜 후회하지 마라!”

하지만 주헌은 그런 그를 굳이 잡지 않았다.

왜?

유재하와 권 회장을 잘아는 주헌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들을.

* * *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께서 무척 기다리고 계십니다.”

LA 시내의 회의룸.

세미나 실을 통째로 빌린 권 회장은 유재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 유재하는 주헌이 넘겨 주었던 유물을 꽉 쥐었다.

‘뭐하는 유물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쓰게 될 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잠시 후, 세미나 실로 들어가자 권 회장은 유재하를 반겼다.

“어서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유재하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긴말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하하, 도대체 어떤 제안이기에 그렇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나. 얼마든지 말해보게. 다 들어줄테니까.”

유재하는 속으로 계속 욕을 읊조렸다.

‘진짜 내가 미쳤지, 미쳤어.’

솔직히 이게 자신이 잘하는 짓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작은 희망을 보았다.

설령 그것이 자신을 꾀기 위한 헛소리일지라도, 이미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유재하의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그 정도로 유재하는 목이 메말라 있었으니까. 아직 꿈까지 버릴 정도로 매몰된 시점은 아니었으니까.

“장 리처드라고 잘 아시겠죠.”

“장 리처드? 혹시 미국 예일대교수 말인가? 그 천재 예술가?”

그러자 유재하는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의 속마음도 모르고 권 회장은 하하 웃었다.

“잘 알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가 아닌가. 특히 얼마전 그 독특한 화풍과 개념 때문에 천재 화가라고 주목을 받았지. 피카소의 재림이라고 했던가.”

피카소의 재림은 개뿔이.

“하하 그래. 미술학도들이면 다들 존경하는 멘토라고 들었네만. 그러고보니 자네도 예일대 미대 출신이랬지? 사제지간인가?”

그러자 눈살을 찌푸리던 유재하가 본론을 말했다.

“사제라는 말은 꺼내지 마시죠. 그 사람이 제 화풍을 훔쳐간 겁니다.”

“뭐?”

“제걸 훔쳐간 도둑놈이라고요.”

그 말에 세미나 실이 얼어붙었다. 순간 이 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권 회장 만큼은 표정이 좀 안 좋아졌다.

‘그러고보니 리처드의 화풍이 너무 급격히 바뀌었지. 확실히 그 때 유물을 시험해본다고 하긴 했는데.....’

그렇다.

권 회장과 장 리처드는 원래부터 비밀리에 서로 알던 사이였던 것이다.

그 뿐인가?

리처드는 권 회장의 아주 중요한 비지니스 파트너였다. 바로 권 회장이 비밀리에 추진 중인 사업의 핵심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바로 <판도라>라는 사업의 핵심 인물.

리처드가 없으면 그 사업의 기반이 뒤흔들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 탓에 최근 권 회장이 특히나 신경써서 리처드 주변의 소문을 정리해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유재하는 더 가관인 말을 했다.

“그 사람의 비리를 밝혀주십시오. 그럼 당신과 전속 계약을 맺겠습니다.”

그 말에 권 회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지금 뭐가 어쩌고 저째?

장 리처드의 비리를 밝혀줘?

‘이게 지금 제 손으로 제 일을 망치라고 말하는 건가?’

그래서 순간적으로 진심이 튀어 나왔다.

“자네 돌았나?”

너무 황당한 말을 들어서 마음 속의 말이 그대로 나와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자네는 장 리처드를 표절 작가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가?”

“주장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고 표절 작가가 맞습니다. 전 정말 그림을 빼앗겼어요.”

“허.”

이 미친 새끼.

권 회장은 이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복원가를 찾기는 귀찮고, 마침 복원가라길래 거둬주려고 한 것 뿐이건만.

이런 쌍 또라이에 골치 덩어리 일 줄이야.

하지만 곧 권회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조사해주겠네. 그러니 복원 먼저…”

“아뇨. 진실이 밝혀진 후에 복원을 해드린다는 조건입니다.”

유재하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조건은 확실해야 했다. 그러자 한숨 쉬던 권 회장은 비서에게 나가라고 한 뒤,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전화를 거는 거지?'

하지만 곧 터져나오는 권 회장의 말에 유재하는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아. 리처드? 유재하라고 아나? 좀 묻고 싶은게 있어서.”

“!”

그렇다. 상대는 장 리처드였다.

'이자식!'

권 회장은 프랑스어로 장 리처드와 여러 대화를 하더니, 들어보라면서 핸드폰을 스피커 모드로 바꿨다. 그리고 그 순간 유재하는 영어로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만 했다.

[유재하, 이 병신아. 가진 게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너 깝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고.]

“.......”

[죽기 싫으면 쥐 죽은 듯이 살라고 했지. 눈치가 그렇게 없나? 매장 당한 걸로는 정신을 못 차렸나 보네?]

그 말을 듣는 유재하는 치욕스러운 듯 주먹이 부들 부들 떨렸다.

이 빌어먹을 놈이.

그러더니 전화를 끊은 권 회장이 뭔가 결심한듯 거들었다.

“좋게 좋게 자네의 편의를 봐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헛소리나 해대면서 기어오르고 말이야.”

표절 건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게 새어나가면 리처드는 매장 감이다. 구설수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사업이 무산되는 게 뻔했다.

'논란자체가 벌어지면 안된다.'

이놈을 여기서 풀어놨다간 무슨 말이 새어나갈지 모른다. 위험요소는 단숨에 제거하는게 속이 시원했다.

게다가 복원유물좀 다루는 유재하와, 친한 장 리처드를 고르라고 하면 답은 뻔한게 아닌가.

'나중에 이런 일을 숨겼다는 사실이 리처드의 귀에 들어가도 곤란하고.'

그러니 권회장의 수는 간단했다.

바로 굴복이다.

안그래도 간을 보는 듯한 유재하의 태도가 거슬리던 참이었다. 심지어 하필이면 그 대상이 서주헌?

권 회장은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선택권을 자네에게 주려고 했던게 문제였어. 요즘 젊은 것들은 조금만 잘해줘도 이 모양이라니까. 금방 머리를 굴려서 이권을 챙겨들려고 하지. 악랄한 것들.”

유재하는 황당하다는 듯이 권 회장을 보았다.

하지만 태세 전환이 빠른 권 회장은 싸늘하게 읊조렸다.

“자 선택해보게, 입 닥치고 내 복원가가 되겠는가. 아니면 세계적인 작가를 상대로 고소를 당해서 전세계적으로 매장당하고 싶나.”

“!”

유재하는 망했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하지만 유재하는 그렇게 당황하지 않았다.

왜?

약삭빠른 그는 이미 권 회장을 만나러 들어왔을 때부터 핸드폰으로 녹취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퍼트리면 TKBM도 좋은 꼴은 못 당할 거다.’

그러나 권 회장은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자네 같은 유물 사용자가 어디 한 둘이었는 줄 아나?”

“!”

곧 비서가 불러온 경호원들이 들이 닥쳤다. 그리고 경호원들은 단숨에 유재하를 제압하며 녹취 중이던 핸드폰을 빼앗아갔다.

“야! 이거 안놔?!”

“기껏해야 복원 유물 좀 다루는 천한 그림쟁이 놈이 어디서.”

동시에 유재하가 울컥했다.

“뭐야? 이 폰팔이 새끼가!”

“하하. 어디서 들어본 말 같군. 일단 가둬놓고 정신교육부터 시작해보지. 싫다면 여기서 조용히 입막음이라도 해볼까?”

곧 권 회장이 유물 하나를 꺼내보이자 유재하는 비명을 질렀다.

잘은 모르지만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유물이었다.

“빌어먹을!”

이러다가 진짜 죽겠다. 유재하는 경호원들에게 거칠게 붙잡히며 몸부림을 쳤지만,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럴 때였다.

‘참고로 그건 내 작은 선물이야. 만나서 권회장이 열 받게 하면 쓰라고.’

문득 주헌의 말이 떠올랐다. 유재하는 이주헌의 말을 떠올리고 받아온 유물을 사용했다.

하지만.

‘젠장, 왜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는 거야!’

그 놈이 자신에게 사기를 친 건가!

'이 새끼, 선물이라면서 구라를 친거냐!'

결국 그들에게 붙잡히면서 유재하는 이를 갈았다.

젠장, 빌어먹을 놈!

꿈은 개뿔이!

놈 때문에 자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냥 늘 그랬던 대로 고개나 숙이고 돈 벌 궁리나 할 걸!

들이 박아도 되는 상대가 있고, 안 되는 상대가 있다는 걸 모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결국 유재하는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

“아이고! 역시 사람은 안하던 짓을 하면 안 돼!”

그 때였다.

“하지만 그래서 바뀔 수 있는 것도 있는 법이지.”

쾅!

곧 세미나 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리고 세미나 실로 들이닥친 인물을 보고 유재하며, 권 회장이며 깜짝 놀랐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건 바로 주헌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권 회장은 주헌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경기를 일으켰다.

‘저놈이 어떻게!’

분명 밖에도 유재하가 못 도망치게끔 경호원이 서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딴 게 있었냐는 듯, 죄다 쓰러트리고 온 주헌이 픽 비웃고 있었다. 유재하는 그런 주헌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너!”

곧 유재하와 권 회장을 보던 주헌은 이리 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리고 주헌은 아끼던 옛 부하를 향해 당당히 제시했다.

“자, 이제 진짜 골라보시지. 평생 저 놈의 노예가 될래, 아니면 내 부하가 되서 이름도 되찾고 여기서도 빠져 나갈래?”

아이씨.

유재하는 살았다는 듯, 그리고 또 열 받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 저 놈은 악마 놈이다.

답이야 뻔하지 않은가!

저놈이 앞으로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괜히 쓸데없이 머리를 굴리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그림을 되찾아주겠다고 해준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나.

그 사실만으로도 사실 기뻤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는 일단 한 번 믿어보는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알았어! 너, 너! 네 전속 부하가 될 테니까! 내 간도 쓸개도 다 가져가라 이놈아!”

그 외침에 주헌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자식. 그렇게 나와야지. 이제야 말을 듣기는.

그렇게 유재하가 복원 노예, 아니 아니 주헌의 도굴단 멤버에 합류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주헌이 유물을 발동 시켰다.

============================ 작품 후기 ============================

※ 수정

시스템: 복원 노예가 합류 되어씁니다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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