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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40화 (40/409)

00040 떠들썩한 세계, 권 회장의 분노  =========================================================================

<떠들썩한 세계, 권 회장의 분노>

주헌은 픽 웃었다.

‘사기왕. 그 놈은 꼭 찾아야 한다.’

유물은 어쨌거나 영구성이 아니다. 대놓고 사용횟수 제한이 있는 <소모성 유물>은 두말 할 것이 없었고, <귀속성 유물>도 횟수 제한의 개념이 없을 뿐이지, 험하게 쓰거나 강한 데미지를 입으면 당연히 파괴된다.

그러니 당연히 현실의 문화재를 복원하듯, 유물을 복원하는 복원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유물로 유물을 복원하는 놈들이었다.

'그래봐야 복원유물은 다루기 힘들어서 복원사는 꽤나 희소하지만.'

물론 그런 복원사들도 다 급이 똑같은 건 아니었다.

아무리 잘나도 이미 소모한 내구도나, 완전히 파괴된 유물을 되살려 놓는 기적은 행하지 못했다.

‘상급 복원사라 해도 헌 물건에 땜질하거나 호흡기를 달아 주는 수준이지.’

그러나 유물을 아예 재생시키고, 새것으로 만드는 유재하는 복원사들 중에서는 가히 교주급! 놈은 독식자들의 숱한 전속 복원사들 중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녀석이었다.

주헌 역시 고고학자의 유물을 통해 발현하게 된 복원능력이 있긴 했지만, 평범한 응급치료용 수준.

하물며 그 마저도 아직 복원 스킬이 생성 되지 않았다.

게다가.

‘애초에 복원에 사용되는 미술계통 유물들은 딱 질색이다.’

왜?

복원에 주로 사용되는 미술계, 예술계통 유물들은 엄청난 친화력을 요구했다. 세간에서는 강제로 지배한다고 한 들 유물의 예술정신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아무나 못 쓰는 것이다. 그런 개소리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의 궁합이 안 맞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복원에는 미술적, 화학적 지식도 필요했다.

‘복원 유물과 친해지며 공부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유물을 구하는게 낫지.'

그러니 유재하를 찾아야 한다.

나이는 이 무렵이면 26살 쯤 될까.

놈 역시 주헌과 같은 도굴단의 멤버였다. 원래 독식자 중 하나였지만, 권회장에게 흡수 당한 것이다. 그리고 놈은 권 회장의 유물을 모두 담당했고, 그 사기적인 복원력으로 권 회장을 최강의 자리에 올려준 인재 중 하나다.

‘놈의 유물을 빼앗든지, 노예로 삼든지 해야지.’

유재하. 걸리기만 해봐라.

그렇게 주헌은 아이린과 약속 장소를 정하면서 사납게 웃었다.

* * *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세상에는 놀라운 힘을 가진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신기한 물건들 입니다.]

[이번에 전 세계를 강타한 현상은 그간 나타난 기이한 무덤의 성질과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걸로 약 9개월 간 풀지 못하던 무덤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걸까요?]

[학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기…….]

젠장!

권회장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숱한 이야기에 이를 갈아댔다. 병원에서 미라 신세로 요양 중인 그는 속이 끓고 있었다.

아니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게 비밀로 하고자 했던 유물의 정보가 세상에 완전히 퍼져나갔다. 진짜 이걸로 마케팅이라도 했으면 기네스감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파장과 큰 이슈였다.

그리고 그런 말을 지껄이며 낄낄낄 비웃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바로 권 회장을 문병 온 에드워드라는 노인이었다.

“정말 꼴이 말이 아니군, 권 회장.”

나이는 67세, 이 유쾌한 웃음을 띄는 영국 노인은 세계적인 무기상인이자 정보 상인이었다. 소싯적에 첩보원 활동을 하다가, 수 많은 악명을 달고 뒷 세계로 사라진 그는 권 회장의 연결줄이었다.

권 회장이 유물을 얻으면, 그걸 다른 나라의 정부들과 거부들에게 비싸게 팔아버리는 악덕 중개인 쯤 된다고 봐야 할까.

하지만 뒷 세계의 거물이고 자시고, 권 회장은 옆에서 낄낄 비웃는 에드워드를 보며 이를 우득 갈았다.

“지금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웃는 거지.”

그러자 에드워드가 그러지 말라는 듯 느긋하게 웃었다.

“축하하네. 자네가 이 대고분화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다른 고객들한테도 말해줬더니, 다들 분노를 터트리던걸. 왜 사고를 치느냐고.”

동시에 권 회장은 혈압이 올라 미칠 뻔했다.

이 노친네가 정말 미쳤나!

“그걸 왜 말해!”

물론 어제 병원에서 눈을 뜬 권 회장은 앞 뒤 사정을 이 노친네에게 말하긴 말했다.

자신이 본 까마귀에 대해서 에드워드라면 뭔가 알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왜 대고분화 건까지 소문을 퍼트린 건데!”

‘젠장, 내 신뢰도가!’

하지만 그의 분노에고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권 회장에게 홧병이라도 추가하려고 하는 건지, 낄낄 웃어댔다.

애초에 권 회장의 실수로 대고분화가 벌어지고, 유물의 존재가 새어나가 가장 빡이 치는 것이 다름 아닌 그 였기 때문이다.

‘기껏 발견한 블루오션이 진탕이 되겠군.’

뭐 아무래야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자신이야 이미 자리를 잡았으니까.

다만.

‘좋은 유물을 구해다 줄 수 있는 건 권 회장 말고 흔하지 않은데.’

하지만 지금 권 회장이 저 모양 저 꼴이어서야.

아깝다, 에드워드는 정말 아까웠다. 권 회장보다 더 좋은 인재가 어디에 없는 걸까.

'놈을 저리 만든게 서주헌, 서주헌이라고 했나.'

곧 주헌을 탐내듯 에드워드가 씨익 웃었다.

그라면 권 회장보다 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권 회장은 퇴원하는 데 제법 시일이 걸릴 테고.’

“자네 밑에 있던 이진아도, 윤시우도 움직일 수 없는 것 같고. 난 가보겠네.”

그가 일없다는 식으로 일어나자 비서가 당황했다.

그가 권 회장의 좋은 파트너이자, 권 회장의 유물 사업을 확장시켜주고 있는 장본인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잠시만요! 회장님!”

하지만 에드워드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 걱정말게. 곧 다시 찾아오겠네. 그 사이에 몸에 좋을 의료 유물이라도 찾아다주지. 아 맞다. 그 사이에 그 잘난 정복의 유물이라도 복원 시켜 두라고.”

“뭐? 복원이라고?”

“그래, 유물 중엔 유물을 복원할 수 있는 유물이 있네. 뭐, 다루기 까다로워서 그걸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 같긴 하지만.”

곧 권 회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소개해줄 수 있나?”

“흠, 애석하게도 딱 한 명 알고 있었는데, 연락이 끊겨버려서. 이름 밖에 모르네.”

“이름이 뭐지?”

“유재하.”

그렇게 말하고 에드워드는 권 회장의 병실에서 나왔다. 동시에 그 이야기를 들은 권 회장의 눈빛도 바뀌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비서에게 말했다.

“유재하라는 놈을 반드시 찾아라.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 * *

“아이씨, 진짜 아이린하고 만나도 되는 겁니까?”

오승우는 주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지금 그들은 라스베가스 주변 도시, 네바다 주 핸더슨에서 있었다. 여기서 아이린과 만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는 오승우 일행을 보며 주헌이 태연하게 웃었다.

“뭐가 문제인데? 그냥 여자 하나 만나는 것 뿐이야.”

그러자 오승우 일행은 벌벌 떨었다.

“그, 그냥 여자가 아니잖아요! 그 셀레브리티에 엄청난 미녀에 그리고 ………”

어째서인지 근처에 가기만 하면 앓게 되는 듯한 이상한 여자다. 그 끔찍한 고통을 잊을 수 없는 건지 오승우 일행이 떨자 주헌은 태연하게 웃었다.

그 여자를 가까이 해서 피보는 건 니들 이야기고.

주헌이야 내성 스킬이 있으니, 이 놈들만 만큼 큰 영향을 받진 않는다. 물론 내성 스킬의 레벨이 그리 높은 건 아니라 완전히 몸이 멀쩡한 건 아니지만 쉬고 나면 나을 정도긴 하다.

“그런데 그 여자, 형님 말 듣자하니 재앙을 뿌리고 다니는 여자라는 거잖아요. 오히려 그 여자랑 접촉하면 형님 유물들만 더 망가지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유재하란 놈이 누구길래.”

때가 때인 만큼, 나름대로 주헌에게 유물에 대해 설명을 들은 오승우 일행이었다. 그리고 잘은 이해할 수 없지만 유물이 주헌에게 도움이 될 중요한 물건이라는 건 잘 알 것 같았다. 그러니 유물을 빨리 수복하는 것이 중요할 터.

그런데 아이린을 만나러 간다고?

오승우 일행이 뭘 걱정하는 지 알기에 주헌은 픽 웃었다.

“그래서 소모성 유물들은 물품 보관함에 넣고 왔잖아. 부서지지 말라고.”

그리고.

“유재하랑 그 여자랑 아주 연관이 없진 않지.”

“네?”

“그 놈이 있어야 그 여자의 저주를 풀 방법을 잘 알려줄 수 있거든. 1석 2조지.”

“그 놈이 없으면 못 알려주는 겁니까?”

“알려줄 수는 있는데.”

“있는데?”

“난 설명에는 별 재능이 없거든.”

“?”

그렇다. 물론 주헌도 불로초를 받은 게 있으니 아이린을 아예 모른 척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은 대충 알긴 안다. 하지만 그 방법이라는 게 아이린한테 좀 괴로울 수도 있고, 주헌이 말해줘봤자 아이린이 이해못 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노하우를 전달하는 일이니까.

‘뭐, 그리고 겸사 겸사 뽕은 최대한 뽑고 알려준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아이씨, 이 여자는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안와?”

그렇게 남정네들이 투덜 거릴 때였다.

주헌과 오승우의 머리 위로 엄청난 소음이 일어났다.

두두두두두두.

동시에 고개를 올린 오승우 일행은 컥, 입을 벌렸다. 거기엔 웬 헬기 하나가 있었다. 인근 도시에 있으니 금방 달려가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개인용 헬기를 타고 날아 올 줄이야.

그리고 곧 헬기를 인근 착륙장에 내리고 주헌에게 달려온 아이린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저, 이건 별거 아니지만 빨리 방법을 찾아주신 것에 대한 소소한 답례품으로!”

헐레벌떡 뛰어온 아이린은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종이 가방을 보고 오승우 일행은 식겁했다.

명품관에서 볼 수 있는 쇼핑백이었기 때문이다.

영어로 쏼라 쏼라 말하고 있어서 내용은 못 알아 들어도 주헌에게 감사했는지, 아이린이 선물을 사온 것 같았다. 뭔지는 몰라도 남성용 명품 상품이리라.

그렇게 오승우 일행이 눈이 뒤집히는 것도 잠시, 주헌은 가볍게 거절하면서 말했다.

“넣어두시고요. 그 전에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네?”

“혹시 주변분들 중에 미술품 수집에 관심 있으신 분 계십니까?”

“아, 있어요. 저희 오빠가…”

“잘 됐군요. 사람 한 명을 찾고 있어요. 이런 사람인데 오빠 분께…”

주헌은 인터넷에서 캡쳐해온 듯한 사진 한 장을 내밀어 보였다. 대학교 졸업 전시회 사진인 것 같았는데, 꽤 작게 찍힌 모습이었지만 얼굴이 식별 될 정도긴 했다.

“오빠분도 잘 모르시면 할 수 없지만…”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어? 이 사람!”

뜻 밖에도 아이린이 알은 체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재하의 얼굴을 본 아이린의 표정이 이상했다.

============================ 작품 후기 ============================

아니 이 사람은!!!!!

+ 어제는 사촌의 결혼식에 다녀오느라 업뎃을 못했습니다 ㅠ.ㅠ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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