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39화 (39/409)

00039 이자식이 뭐래?  =========================================================================

< 이자식이 뭐래? (2)>

뭐라고?

권회장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지, 지금 뭐라고?”

“닥치라고, 폰팔이.”

역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랬기에 권 회장의 표정이 꽤나 볼 만 했다.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 기가 막히다고 해야 할지.

심지어 주헌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볼일 없으니까, 꺼져. 노친네.

주헌은 온몸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껏 온갖 칭찬을 해가며 입에 발린 말까지 했건만.

‘그걸 단칼에 거절해?’

권회장은 묘한 민망함에 굴욕까지 느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주헌이 희소한 유물 사용자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보게. 자네 정도면 세상을 이끌 천재야. 일반인들과는 다르다고. 내 밑으로 들어오면 모든 편의를 봐주겠네. 혹시 무덤에 들어갔다가 병에 걸리진 않았나? 그걸 치료할 의료유물이라면…”

그러나 그 말이 나온 순간, 주헌의 눈빛이 섬뜩하게 번득였다. 그리고 까무러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빠르게 치고 들어온 주헌이 권 회장의 목줄기를 사정없이 베어버린 것이다.

푸욱!

일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다.

곧 권 회장은 인적 하나 없는 공항 한 복판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주헌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권 회장의 목 동맥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커, 커헉.”

권 회장은 피를 머금으며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걸 보며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 주헌이 차갑게 읊조렸다.

“내 앞에서, 그 더러운 입으로 또 다시 의료유물을 거론하지 마라.”

그리고 핏발을 세우며 고개를 든 권 회장은 잠시 몸을 떨어야 했다. 주헌은 웃고 있지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웠다.

그 모습에 권 회장은 당황했다.

‘이 내가 다른 유물 사용자한테 위압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권 회장이 어떻게 느끼거나 말거나,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당시 식수만큼이나 중요했던 의료 유물.

‘그것만 아니었어도 이딴 놈한테 젊음과 노력을 다 바치진 않았을 텐데.’

애초에 능력은 왕급이 될 정도로 출중하나 의료 유물 때문에 날개도 못 펼치고 권 회장 좋은 일만 해준 주헌이 아니었나.

그렇다.

권 회장은 왕급이 될 만한 실력자이긴 했으나 스펙만 보면 최상위 왕급이 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본력, 인재빨, 심지어 운과 타이밍이 좋아서 절대좌의 자리를 차지한 놈.

‘기껏 약속대로 독식자의 왕으로 만들어줬건만.’

정작 귀속성의 의료 유물을 주겠다는 약속은 지키지도 않고 자신들을 몰살시켰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반쪽 피붙이도 결국 병을 앓다가 죽지 않았나.

그런만큼 주헌은 혐오 어린 미소를 지으면서 여유롭게 말했다.

“이제 그만 쌩쑈하고 일어서지? 그 정도로 죽을 인간도 아니잖아.”

“너……!”

그건 주헌의 말 대로였다. 권 회장은 목의 동맥이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다. 오히려 흩어졌던 피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다가, 권 회장의 목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뿐인가? 피가 완전히 권 회장의 목에 돌아오자 목에 베인 상처는 자동으로 봉합되며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멀쩡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주헌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왜?

이미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권 회장이 입은 내복, 아니 방어형 유물 탓에 그를 죽일 수 없다는 것 쯤은. 지금도 그저 확인 겸 칼을 휘두른 것이다.

‘이걸로 몸에 두른 유물의 정체는 확실해졌군.’

[아킬레우스의 갑옷 (S급-전설영웅급/ 귀속성 유물)]

능력은 간단하다.

불사 및 방어.

저걸 입고 있는 이상 결코 죽지 않았고, 상처는 낼 수 있어도 신체를 절단할 수는 없었다.

물론 옷을 벗기려고 해도 벗겨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파괴할 만한 무기를 구해야 겠군.'

그리고 이 때 자신만만한 권 회장이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충고하지만 자네 ....큭!”

그러나 주헌은 또 권회장을 찔렀다. 난데없이 봉변을 당한 권 회장은 아찔해졌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이자식이 일부러 찌르는 건가!

아킬레우스의 갑옷 때문에 죽지도 않았고, 고통이나 상처는 곧 회복 되었지만 정신적인 데미지는 이로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네! 이러고도 멀쩡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하지만 권 회장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잘 아는 주헌은 날카롭게 웃었다.

“왜. 경찰에 고소라도 하시게?”

“여기서 나가면 자네는!”

“해보시지? 증거 따윈 아무것도 없는데.”

그리 말하며 주헌은 이죽거렸다. 그렇다. 지금 권 회장의 목에는 잘린 상처도 없었고, 텅텅 빈 공항엔 목격자 하나 없었다. 그 뿐인가? CCTV는 고분화에 휘말려 이미 고물딱지가 된 지 오래였던 것이다.

오히려 불사의 유물을 가져 주헌에게 득이 된 경우라고 해야 할까. 그러자 기막혀하던 권 회장이 가소롭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사람 하나 병신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쉬운지 모르나 보군.”

그러나 주헌 역시 지지 않았다.

“그깟 폰팔이 기업 하나 없애는 거, 얼마나 쉬운지 모르시나 보군.”

“뭐야?”

주헌은 태연하게 핸드폰을 꺼내며 권회장을 협박했다.

“경고 했어. 아마 1시간도 안 걸릴 걸?”

그리고 권 회장은 그런 주헌을 보면서 드물게 경계했다.

아무리 정복의 유물을 가진 그라고 하더라도, 도저히 주헌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정도로 주헌은 당당했고, 눈빛이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설마 뭔가 회사를 없앨 수 있는 저주형 유물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가능성은 크다.

자신의 유물에 대해 꿰뚫어보는 것 하며, 하급 유물로 상위 유물을 상대할 정도로 방대한 유물 지식하며. 그러니 섣불리 그를 건드렸다간 권 회장도 잘 알지 못하는 유물의 능력으로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었다.

‘건들면 이쪽이 역으로 당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론 주헌의 똥배짱에 불과했지만.

하지만 권 회장의 입장에선 주헌이 가진 유물 정보가 없으니 건들 수도 없었다. 심지어 그 건들기 힘든 아이린 홀튼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골치가 아팠다.

젠장.

오히려 가진 게 많은 자일수록,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었던가. 권 회장 역시 그런 인간이었다.

그럴 때 주헌이 다가왔다.

“자, 그러면 날 스카웃 하려고 했던 회장님께 감사의 선물을 하나 드릴까?”

그러자 권 회장이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상대가 주헌이라 나오는 조건 반사였다.

“자네, 무슨 생각을!”

“아, 걱정하지마. 아직은 당신을 죽일 생각이 없으니까.”

물론 지금은 권 회장의 힘이 더 강해서 죽일 방법이 없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다.

'어차피 TKBM은 앞으로 중요한 회사가 될테니, 철저하게 이용해주지.'

그리 생각하며 주헌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이 놈은 가장 굴욕적인 순간에 똑같은 굴욕을 느끼게 하며 죽일 것이다.’

과거로 돌아온 순간 주헌은 그렇게 마음 먹지 않았었나.

어설픈 방법으로는 주헌의 성에 차지도 않았다. 지배력으로나 재력으로나 자신이 꿀릴 것도 없어지고, 사회적으로도 놈과 동등해졌을 때 놈에게 지옥을 보여주리라.

‘그러니 기다려라. 독식자의 자리에서 네놈을 밟아주마. 그 전까지는 철저히 이용해주지.’

하지만 살려둔다고 해서, 순순히 보내줄 주헌은 절대로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네 모든 힘을 끌어올려라, 무라마사.”

그러자 무라마사가 비명을 지르면서 사나운 오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

제 몸을 깎아내듯이 무라마사는 굉장히 괴로워했다.

그건 당연했다.

쉽게 말해 10의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대상에게 100의 에너지를 내게끔, 강제로 채찍질하는 것이었으니.

그 경우 몇 단계 위의 힘은 낼 수 있지만, 유물은 반드시 부서지게 된다.

동귀어진에 가까웠다.

그래서였을까.

척 봐도 찔리면 아플 것 같았는지, 정복의 유물이 어떤 신호를 보내왔다.

- 정복의 힘을 사용하라.

권 회장이 찔리면 기생형인 정복의 유물 역시 영향을 받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정복의 힘을 쓸 생각이 없었다.

왜?

‘저놈은 함무라비 법전을 가지고 있다.’

써봤자 도리어 카운터 효과로 자신이 당할 것 아닌가.

‘젠장!’

가져온 유물은 다 빼앗겼고, 젊은 놈한테 완전히 도망치기도 쉽지 않을 테고!

하지만 권 회장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아니야, 괜찮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제 부하직원들이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이었다. 그러면 그 후에 다른 유물들로 놈의 유물을 빼앗는다!

‘그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래봐야 아킬레우스의 갑옷 덕분에 자신은 죽지도 않을 텐데 뭐. 고통이야 갑옷 덕분에 반감되었고, 좀만 참으면 상처도 금방 회복이 되었다.

‘그러니 자, 어디 한번 해봐라!’

하지만 패기만만했던 권 회장은 당황하고 말았다.

푸욱!

때는 동귀어진으로 달려드는 무라마사가 자신을 내리쳤을 때.

“커헉!”

권 회장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야 말로 끔찍한 격통! 상처가 회복되기는커녕, 아파 죽을 것 같았다.

권 회장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말도 안돼, 왜 갑옷이 제대로 발동을…!’

하지만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건 금방이었다.

무라마사의 저주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일시적으로 마비 시킨 탓이었다.

'이런!'

이에 위험을 감지한 정복의 유물이 스스로 힘을 발동하는 그 찰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기다렸다는 듯, 주헌이 함무라비 법전을 발동시키면서 눈부신 섬광이 일어났다.

콰앙!

동시에 모든 증거를 인멸하려는 듯이 공항이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 * *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갑자기 미라들이 나오고, 자기가 이집트 신인데 과제니 뭐니 하고.]

[귀신 들린 물건이라는게 진짜 있었다고요!]

[무덤 안에는 유물이 있는 거라고요!]

[어떤 사람들이 신기한 능력을 쓰는 물건을 썼다고요.]

세상이 완전히 난리였다.

갑자기 나타난 대지진, 대고분, 그리고 유물. 그것과 관련된 목격증언과 경험담이 세상에 무수히 쏟아졌다.

세상은 말 그야 말로 패닉 상태. 하지만 무덤에 갇힌 세계의 사람들은 무덤과 유물의 존재에 대해서 알아버렸다. 재앙이 전 세계적으로 쓸고 간 탓인지, 며칠 만에 TV를 볼 수 있게 된 주헌은 뉴스를 보면서 픽 웃고 있었다.

“이로서 세상에 비밀이 사라졌군. 꼴 좋다.”

주헌은 비교적 파괴가 덜 된 인근 도시의 호텔에 있었다. 공항이 파괴된 탓에 임시로 숙소를 잡은 탓이었다.

그럴 때였다. 함께 뉴스를 보던 오승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권 회장은 어찌 됐어요? 마지막까지 같이 있던 거 아니였습니까? 저흰 기절하고 있어가지고….”

“왜, 그 노친네가 걱정 되냐?”

“설마요. 그냥 형님이랑 우리한테 뭔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걱정마. 지금 그 인간, 당분간 못 움직일 테니까.”

주헌은 권 회장을 떠올리며 큭 입꼬리를 올렸다. 사람들이 멀리서 몰려와서 자리를 뜨긴 했지만, 지금쯤 권 회장은 무라마사의 저주를 받고 끙끙 앓고 있을 것이었다.

'죽진 않아도 고통까지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니.'

무엇보다 큰 수확은 이것이었다.

[아킬레우스의 유물이 30% 손상을 입었습니다.]

[정복의 유물이 극심한 손상을 입으며 몸체의 90%가 파괴됩니다.]

분명 그런 메시지였나.

역시 함무라비 법전의 권능은 끝내줬다.

‘이걸로 그 노친네도 당분간 깝치지 못하겠지.’

무라마사의 피해로 병원신세, 심지어 아끼던 유물까지 함무라비 법전으로 파괴 당했으니 지금쯤 꽤나 속이 끓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권 회장에게 엿을 선물 해준 주헌은 웃었다.

단지.

“저…그런데 형님. 저 유물이란 물건들은 괜찮은 겁니까?”

오승우는 엉망이 된 상태로 널부러져 있는 유물들을 보며 걱정했다. 나름 쉬게 해준다고 침대에 뿌려 놓기는 했는데 유물들이 모두 빈사 상태였다.

그건 당연했다. 라스베가스에 와서 파산왕한테 당했지, 이집트 신급 유물들에게 당했지.

그야 말로 유물들의 수난이었으니까. 아마 지금쯤 유물들이 주헌의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으리라.

‘확실히 다른 소모성 유물들도 이제 한 두 번 쓰면 바로 파괴될 정도다.’

그 뿐인가. 무라마사에게 당한 이집트 유물도 시체상태였고, 무라마사도 두동강이 나버렸다. 그리고 껍질까지 벗겨지며 부스러기로 변하기 시작한 유물들을 걱정스럽게 보던 오승우가 말했다.

“이 유물들이라는 거....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고칠 수는 없나요?”

“유물들은 못 고쳐. 내구도가 닳거나 극심한 손상을 입으면 그대로 파괴되는 거지.”

“그럼 이 녀석들은 곧 깨질 것 같은데 그냥 내버려 둬야 하는 건가요? 아까운데…….”

그러나 주헌은 픽 웃었다.

“어디까지나 다른 놈들이나 깨지게 냅둔다는 거지. 나한테는 방법이 있어.”

“무슨 방법이요?”

주헌은 대답대신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Hello?]

그리고 상대가 전화를 받자 주헌이 영어로 웃으며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아이린.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란 건 알지만, 너무 기쁜 마음에 전화 했어요. 당신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줄 방법을 찾았거든요."

[네? 정말요?]

"네. 사람 한 명만 찾으면, 당신의 저주도 해결 될 것 같은데."

애당초 지금까지 그가 유물의 내구도나 파괴에 대해 신경도 안쓰고 험하게 다루던 이유가 있었다.

자신에게 그럭저럭 쓸만한 복원 스킬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완전히 파괴된 유물부터 소모된 내구도까지, 유물을 완벽하게 복원 시키는 최고의 복원꾼이자 예술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놈은 꼭 필요한 중요한 일꾼이다.’

그리고 그 예비 노예 하나를 찾는 데 아이린을 이용하기로 한 주헌은 사악하게 웃었다.

‘지금쯤 또 거부들을 상대로 사기나 치고 다니고 있겠지. <사기왕>.’

자, 그럼 슬슬 놈을 낚으러 가보실까.

============================ 작품 후기 ============================

권회장: 흑흑

+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