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6 내성이라고 들어봤어? =========================================================================
< 내성이라고 들어봤어? (2) >
유물들은 당황했다.
분명히 힘을 발산 시켰는데 왜 멀쩡한 거지?
인간이라면 바로 피를 토하고, 신체의 기관들이 망가져 끔찍하게 괴로워하는 게 정상이거늘! 그런데 왜 저 놈은 멀쩡하단 말인가!
이런 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아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기겁한 유물들은 까무러쳐서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최대로 힘을 내봐!]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기를 써봐도 주헌은 쓰러지지 않았다. 이쯤 되니 그들의 눈에는 주헌이 기이한 외계인 쯤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하지만 그들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주헌은 웃으면서 유물 하나를 소환해냈다.
“나와라, 집행의 법전(함무라비).”
동시에 주헌의 뒤에서 번쩍 섬광이 터져나오면서 2.25m의 검은 석판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높이 솟아 올랐다.
쿠구궁!
묵직한 소리와 함께 본 모습을 드러낸 함무라비 법전. 그건 자기 잘난 줄 알고 설치는 이놈들에게 아주 제격인 유물이었다.
하지만 유물들은 주헌이 꺼낸 유물을 보고 허, 비웃음을 흘렸다. SS급 (신급) 들의 입장에서 A급은 기껏해야 뿅망치급이었기 때문이다.
웃음이 나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저놈이, 감히 어디에서 그딴 놈을 들이 밀어?]
[인간!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 그 유물과 함께 죽어라!]
아니나 다를까, 함무라비 법전을 보고 다시 기가 살아난 놈들이 사나운 오라를 뿜어댔다. 하지만 그걸 본 주헌이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지배력을 강하게 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스스로의 권능대로 돌려 받아라!”
동시에 번쩍 섬광이 터져 나오면서 함무라비 법전이 주헌의 명령에 응했다. 결국 터져나온 빛과 함께 신급 유물들은 자신들이 뿜어낸 공격에 그대로 직격타를 맞고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쿠웅!
신급 유물들은 스스로 공격에 상당히 괴로운 듯 비명을 질러댔다. 특히 가장 강한 힘을 내 뿜었던 세트의 유물은 벽에 부딪치며 욕까지 읊조려댔다.
[망할! 뭐야, 저 인간 새끼!]
아누비스의 유물 역시 정통으로 공격을 돌려 받아 몸을 가누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열이 뻗쳐 진짜 진심을 다해 힘을 발산한 것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이, 인간놈이!]
그걸 보며 주헌은 꼴 좋다는 듯 웃었다.
“등신들.”
[뭐야?]
함무라비 법전은 확실히 A급이다. 하지만 보통의 유물과는 달랐다.
<법전>이란 인간이 만든 문물중에서도 특히 강한 통제력과 억압성을 띈 물건이 아닌가. 덕분에 법전 유물은 뭔가를 통제하려는 인간의 지배력과 상성이 아주 잘 맞는 유물이다.
쉽게 말해 인간과 상성이 좋아 유물들에게 쥐약이라는 의미였다. 특히 함무라비 법전은 4대 법전 유물 중 하나로, 위력이 평범한 놈들과는 비교가 안되지 않나.
곧 주헌이 사납게 웃으면서 말했다.
“신급이라고 해봐야 결국 도구 나부랭이들이 어디서 기어 올라.”
[이놈이!]
동시에 쿵! 그의 지배력이 유물들을 위협했다.
“굴복해라 유물.”
[저 건방진 놈이!]
[지배력도 낮은 놈이 어디서!]
유물들은 그렇게 외쳤지만, 당황하고 있는 것이 눈에 선했다. 그야 그렇지 않은가. 저 미친 놈한테 오라는 통하지 않았고, 그 마저도 함무라비 법전으로 도리어 자신들을 물어 뜯으려고 했다.
[다른 방법으로 처리해버리죠!]
아누비스가 사납게 눈을 뜨며 말하자 세트가 짜증을 냈다.
[하려면 너나 해! 난 안할 거니까!]
그들이 말하는 다른 방법이란 오라를 뿜어내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능력으로 직접 쓰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아누비스의 말에 오시리스도 내키지 않은 듯했다.
[능력을 쓰면 우리 몸(내구도)을 깎아내리는 결과가 된다.]
그렇다. 오라를 뿜어대는 거야 상관없지만, 유물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능력을 쓰게 되면 내구도가 깎이게 되었다.
저딴 인간 놈을 없애자고 스스로의 몸을 깎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주헌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자, 굴복해라. 도구들.”
유물들은 움찔했다. 물론 주헌 스스로도 신급 유물을 굴복 시킬 수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건 기싸움이었고, 방어였다. 일종의 똥배짱이라고 해도 좋았다.
유물과의 싸움에서는 무조건 뻔뻔해야 이기고, 뻔뻔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런 주헌의 배짱이 통한 건지, 유물들은 평정을 잃고 거의 경기를 일으키듯 큭, 치를 떨었다.
[저 놈이 시건방진 소리 지껄이기는!]
평정을 잃은 탓인지, 놈들의 기가 조금 꺾인 걸로 보였다.
[너 같은 건 우리 앞에서 파리보다도 못한 고기 덩어리에 불과하다!]
[죽여버려!]
그들의 말에 주헌은 웃었다.
“오, 그럼 또 다시 공격 해보시든지?”
[큭!]
이미 함무라비 법전에게 쓴 맛을 본 유물들이었다. 덕분에 또 공격을 가하자니 머뭇거려지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주헌은 뻔뻔하게 웃었다.
“어디 한 번 덤벼보라니까?”
섬뜩하게 빛나는 주헌의 눈빛은 강했고, 몹시도 의연했다. 그 지배력이 신급 유물들 조차도 함부로 짓밟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저 놈이 진짜!]
젠장. 이 이상 능력은 쓰기 싫고.
[미치겠군. 도대체 왜 오라가 안 통하는 거지?]
그러자 주헌을 유심히 바라보던 세트의 유물이 욕을 읊조렸다.
[역시 저 새끼, 아무리 봐도 그 까마귀 놈의 냄새가 나.]
[까마귀?]
오시리스의 유물이 놀랐다.
[그 인간놈한테 붙은 역적 놈은 이미 봉인했잖아? 네 놈의 코가 돌아버린 거 아냐?]
[냄새가 나는데 어떡하라고! 모르면 닥치고 있어!]
[네놈이나 닥쳐라! 그 놈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군! 최상위 신급 주제에 그 자존심도 없던 놈!]
그럴 때였다.
둘은 까마귀의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저들끼리 부딪치며 서로의 몸을 찢어버리겠다는 둥,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주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자, 다급해진 아누비스의 유물이 서둘러 말했다.
[두 분, 지금 싸우실 때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트와 오시리스의 유물이 크아앙 크아앙 오라를 뿜으며 서로 날을 세우기 시작하자, 아누비스의 유물이 쯧 혀를 찼다.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 제정신이 박힌 건 아누비스의 유물 뿐인것 같았다.
‘할 수 없지. 천천히 하려고 했지만, 지금 바로 무덤의 과제를 만든다.'
아누비스의 무덤 과제는 난공불락이었다.
‘고작 인간 놈이 내 과제를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어차피 오라 공격도 통하지 않는 마당에, 저 인간 놈을 확실하게 죽일 방법은 과제를 이용해 죽이는 것 뿐.
'그러니 무덤의 과제로 놈을 없앤다.'
곧 그것이야 말로 주헌에게 먹힐 확률이 높아질 일이라는 걸 알지 못 한채, 아누비스의 유물은 고압적으로 주헌을 쏘아보면서 외쳤다.
[좋다. 인간. 어디 살 수 있으면 한 번 살아봐라!]
이번에는 권 회장에게도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유물의 목소리를 들은 권 회장은 어리둥절 했지만, 주헌은 픽 웃었다.
‘잘하면 아누비스는 손에 넣을 수 있겠다.’
강제로 굴복 시킬 순 없어도, 무덤을 클리어하면 유물은 얻을 수 있다.
결국 검은색 자칼이 캬악 이빨을 드러내면서 강한 힘을 내 뿜었다. 동시에 주헌의 발 밑이 꺼지면서 그는 지저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다.
금방 큰 원반 위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원반이 아니었다.
‘이건.’
저울이었다. 주헌은 저울 위에 떨어진 것이었다. 권 회장도 분명 다른 곳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반대편 저울에는 상당히 작은 깃털이 하나.
틀림 없었다.
저건 진실의 깃털.
그리고 이건.
‘사후의 심판, 심장의 심판이다.’
쉽게 말해 이 사람이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판단하는 심판이라는 것이다.
이집트의 경우엔 저울 한 쪽엔 심장을, 또 한 쪽엔 진실의 깃털을 올려놓고 평행을 이루면 착한 사람. 사후세계로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죄의 무게 때문에 심장의 무게가 더 무거우면 괴물에게 심장이 먹혀버리고 영원히 지옥을 떠돌게 되는 것이다. 아누비스는 그 심장의 무게를 재는 장본인이었고 말이다.
그리고 이 무덤의 미션도 비슷할 것 이었다.
'이것만 통과하면 저놈을 얻을 수 있다.'
곧 유물의 시험이 시작되었다.
권 회장과 주헌을 둘러싸고 아누비스가 소환한 42명의 배심원들이 나타났다. 동시에 아누비스가 말했다.·
[지금부터 심판을 시작하겠다. 지금부터 너희에게 42개의 질문이 주어질 것이다. 거기에서 모두 예를 말할 수 있으면 시험에서 통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거짓을 고하면 그 거짓된 마음을 읽어 짐승에게 먹힐 것이다.]
주헌은 웃었다.
‘여기까지는 들은 대로다.’
주헌은 과거 아누비스 유물의 소유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도굴단의 멤버로 스카웃 하기 위해서 찾아간 것이었는데, 그 때 무덤을 클리어 했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당시 아누비스의 사용자가 어린애라서 질문 내용까지는 잘 기억하지 못했지만, 분명 그 아이는 말했다.
‘누구나 예라고 할 수 있는 질문이었어요.’
때문에 아이는 42개의 질문에 모두 예라고 대답할 수 있었고, 아누비스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첫번째 질문이다.]
주헌은 웃었다.
‘질문 자체는 별 것 아니라고 했다. 나도 예라고 대답할 수 있을 만한 거겠지.’
하지만.
[너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느냐?]
동시에 주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이씨?
애석하게도 주헌은 첫 번째 질문부터 예라고 대답할 수 없는 나쁜 어른이었다.
* * *
주헌은 지금 골치가 아팠다. 그야 그럴 법한 게 그들이 내뱉는 질문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너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느냐.]
했다. 무진장 많이.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느냐.]
꽤 많이 했다. 사기를 치면서.
[너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느냐.]
하긴 했다. 잭더리퍼 정도는 아니더라도.
[너는 사람을 때리지 않았느냐.]
때렸다. 말을 듣게 하려고.
[너는 다른 사람의 재화를 부수지 않았느냐.]
유물을 파괴한 것도 그 일환이라면 꽤나 많이 부쉈다.
.
.
[너는 색을 탐하지 않았느냐.]
빌어먹을, 성욕이 없는 인간이 어디에 있는데?
질문은 대충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주헌은 훌륭하게도 42개 모두 예스라고 말할 수 없는 최악의 인간이었다. 아니 애당초 평범하게 살아온 인간이라면 누구나 앞부분에서 막힐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예상했다는 듯 아누비스가 웃으면서 외쳤다.
[역시 인간 놈은 인간 놈이군! 네 놈의 심장은 철근보다 무겁다. 지옥에나 영원히 떨어져라!]
엄청난 지옥의 힘이 주헌을 이끌고 가려고 했다. 그 흉악한 기운은 주헌의 몸을 잠식하며 그의 몸을 미라로 만들려고 했다.
그 순간, 주헌이 쯧 혀를 찼다.
하지만!
[누군가의 힘에 내성의 수치가 일시적으로 폭발하며 올라갑니다.]
[몸이 보호됩니다.]
이 때 까마귀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꽤나 곤란한 상황 같구나. 어리석은 인간이여.]
잊고 있던 스토커 놈이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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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