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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5화 (35/409)

00035 내성이라고 들어봤어?  =========================================================================

< 내성이라고 들어봤어? (1) >

2025년, 1월 26일.

세상에 끔찍한 재앙이 일어났다. 그건 마치 세상의 끝을 보는 듯 했다. 진도 8,9 의 지진은 여린 땅을 찢어발기고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문물을 뼈골채로 휘어놓았다.

그것이 바로 주헌이 기억하는 대고분화의 시작이었다.

갈라진 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용암과 불길이 쏟아져 나왔고, 불길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연기 역시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방사능 마냥 소리 없이 퍼져 나가는 연기는 사람들을 병에 걸리게 했고, 사람들은 원인 불명의 고통을 호소하며 길거리에서 쓰러져 갔다.

그 광경을 보고 언론은 대지가 갈라지고, 지옥이 열리는 광경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지옥이 열리는 건 맞았다.

이집트 재앙 유물이 전 세계를 상대로 지옥문을 열어 재껴버린 것이었으니.

그랬기에 주헌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권 회장이 그 방아쇠를 당길 줄이야.’

그렇게 대 고분화를 피하려고 하더니, 바보 같이 스스로 그 방아쇠를 당겨?

‘아마 나중에 사태를 파악하고 나면 기절을 할 거다.’

아니, 나중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여유로운 주헌과는 다르게 권 회장의 표정은 이미 명백하게 달랐다. 실제로 지금 권 회장은 피가 말려가는 기분이었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전쟁이 일어난 듯한 붉고 시커먼 하늘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있던 공항은 지진이 쓸고 가 참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갈라진 틈 사이로 고대 이집트 건축물들이 튀어 올라와 있었다. 그 손상 정도가 매우 심해, 마치 세계 대전이 끝난 후 폐허가 된 공항을 보는 듯 했다.

틀림없는 고분화 현상이다.

‘그것도 지상 형이다.’

무덤은 지상형, 지저 형으로 나뉘는데 주헌이 지금껏 들어갔다가 나온 건 모두 지저 형이었다.

금도끼 은도끼도 지저의 연못에서 발견해 맨홀로 빠져나올 수 있었고, 무라마사 때도 동아줄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화장실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상형은 다르다.'

건물이나 일정 지역 자체가 무덤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라고 보면 되었다. 이를테면 막말로 백악관이 삼켜져 로키 유물의 무덤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안동 한옥마을 전체가 주몽 유물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피해는 당연히 문물이 드러난 지상형이 최악이다.

"젠장!"

하지만 권 회장은 다른 의미로 난처해했다.

아직 확실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가진 정복의 유물이 권 회장에게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평범한 고분화가 아니라고.

비록 유물이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복의 유물은 기본적으로 지역탐지 능력이 뛰어났다.

그 어떤 역사 속 정복왕도 적을 모르고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로 인해 주어진 능력이리라.

그랬기에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고분화의 범위가 내 예측보다 훨씬 크다.’

고작 라스베가스 정도가 아니었다. 굉장히 넓은 범위로 고분화가 펼쳐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런 식이면 전 세계 사람들이 고분에 대해 알아채고 만다.’

어쩌면 본인의 생각 이상으로 굉장한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닐까, 그렇게 권 회장의 표정은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며 주헌은 눈을 가늘게 떴다. 실제로 권 회장의 추측은 맞았다.

[흉악한 이집트의 유물이 규모가 남다른 고분화를 일으켰습니다.]

[흉악한 이집트의 무덤이 전 세계에 발현 되었습니다.]

[세상에 끔찍한 재앙이 퍼져버렸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며 주헌은 쓰게 웃었다.

대고분화는 발버둥 쳐봐야 피해갈 수 없는 사건. 그리고 괜히 대고분화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유물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스케일도 쪼잔 하게 한 지역이나 한 건물이 무덤화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고분화 범위는 그야 말로 세계 전체!

쉽게 말해 세계 육지 전체가 하나의 큰 던전으로 변해 버렸다고 해야 할까. 그야말로 대(大)고분화다.

무덤의 재난 등급은 신급 유물이 만든 무덤답게 4단계 중 최대 최악의 등급인 <재앙급>.

‘대고분화를 일으킬 만한 유물이니 성격도 힘도 만만치 않은 놈이겠지만.’

어쨌든 덕분에 지금쯤 세상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이 사건으로 인해 역대 최악의 사상자가 나왔고, 그 후에 어떤 전쟁이 일어나도 그 사상자의 숫자를 뛰어 넘는 일이 없었다.

그런 마당이니 사람들은 세상의 재앙이니, 세계가 멸망하는 날이라며 울부짖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자신 역시 처음 대고분화를 겪었을 때 그랬으니까.

하지만.

‘유물을 얻으면 이 고분화는 풀어진다.’

그러면 치료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피해가 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때는 대고분을 클리어 하는데 세 달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그 세달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은 무덤 안에 갇혀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미래가 바뀐 건지는 몰라도, 그 당시에는 이집트 유물이 대고분화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 때는 인도의 유물이었는데, 그 고분을 클리어하고 인도의 신급 유물을 가져간 것이 아마 <수라왕>이었던가.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까.’

주헌은 아예 맛이 가버린 핸드폰 대신 손목시계를 살피며 시간을 살폈다.

고분화가 일어난 지 대략 30분 정도 지났다.

클리어는 빨리할수록 좋았다.

‘최대한 피해자가 덜 나오게 해야 한다.’

다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권 회장은 주헌을 보며 눈을 부릅떴지만 말이다.

‘빨리 저놈을 처리하고 밖에 나가서 수습해야해.’

과연 수습할 수 있을 범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권 회장이 정복의 유물을 주헌에게 사용했다.

하지만.

“정복의 유물은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노친네.”

주헌이 싸늘하게 권 회장을 노려보았다. 그 말에 정복의 유물을 사용했었던 권 회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주헌을 바라보았다.

‘복종이 통하지 않아.’

그렇다. 정복의 유물은 일정 범위의 사람들을 포로로 만들었다.

정복.

말 그대로 정벌하고 복종시킨다는 의미였으니까. 하지만 주헌은 어딜 봐도 복종이 통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래도 정복의 유물은 아직 실패 확률이 높아 권 회장은 다시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다급해진 권 회장을 가로 막는 예의 없는 이들이 있었다.

[자칼 놈 말이 맞았어. 저 미천한 인간들이 우리를 지배할 수 있다는 거군.]

어디에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다 무너져가는 라스베가스 공항의 천장에서 들렸다. 그곳엔 근육질의 검은색 그레이하운드 한 마리가 이죽이면서 자신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주의.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미세한 내상을 입고, 유물들이 손상됩니다.]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오르는 내성수치만큼 내상의 진행정도가 느려집니다.]

그건 굉장히 무시무시한 오라였다.

먼지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불쾌하고 쾌쾌한 오라가 주헌과 권 회장을 휘감았다. 덕분에 주헌이 가진 유물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주헌도 본 적이 없을 정도 였다.

‘역시 신급.’

같은 신급이더라도 주력 유물이 될 수 없는 불로초와는 또 다르다. 저놈들은 독식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신급 유물.

단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사납고 난폭한 느낌이 들었다.

자칼이라고 해서 죽음을 인도하는 신 아누비스를 떠올렸지만, 그레이 하운드가 나오자 주헌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왜?

저 놈은 주헌이 과거에 마주한 적이 있는 놈이기 때문이었다.

‘저 빌어먹을 그레이하운드. 세트 신의 유물이잖아.’

파괴와 악의 신 세트의 유물은 도저히 다룰 만한 유물이 아니었다. 다루기 어렵다는 게 아니라 성격이 정말 고약했다. 주헌도 결국엔 유물 사용자 째로 파괴해버렸으니까.

그랬기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대고분을 일으킨 건 아누비스의 유물이 아니라 세트의 유물이었나?’

아누비스 쪽이라면 꽤 쓸 만한데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였다.

[여기서 싹을 잘라 버리죠.]

주헌이 고개를 돌렸다.

'한 놈 더 있다?'

이번엔 반대 방향의 천장 부근에서 날렵한 검은색 자칼이 뛰어 내렸다. 얼핏 보면 검은 도베르만으로 보이는 자칼은 황금색 이집트 양식의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목소리는 하나 더 있었다.

[잘 찾아냈다. 저 싹수없는 놈과 함께 하긴 싫지만, 목적이 같으니 봐주지.]

“!”

세 번째 목소리는 자칼의 목걸이에서 들렸다.

물론 저들의 대화가 권 회장에게 들릴 리는 없었다. 단지 그들의 대화가 들리는 주헌만이 미간을 좁혔다. 그들의 대화에서 주헌은 단 번에 유물이 3개라는 걸 파악했다.

‘젠장, 한 무덤에 신급 유물이 3개라니.’

보통 한 무덤엔 유물 한 개씩. 부속유물도 아닌데 한 무덤에 다른 유물이 다수 있는 건 흔치 않다.

하지만 대고분화니 있을 법한 이야기.

동시에 주헌은 3개의 유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생김새와 대화만 잘 유추하면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포악하게 이빨을 내밀고 있는 그레이하운드가 파괴와 악의 신 세트의 유물. 존대를 쓰는 검은색 자칼이 죽은 자의 신 아누비스의 유물. 아누비스의 목걸이로 나타난 게 세트와 사이가 안 좋을 오시리스의 유물일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유물의 속사정 따윈 아무래야 좋았다.

'관심도 없고.'

어쨌거나 중요한 건.

‘재앙 덩어리가 세 놈이나 나타났다는 거다.’

인간들을 벌레로 취급하고, 죽이는데 쾌감을 느끼며, 인간들을 없애려고 하는 재앙 덩어리들 말이다. 그 절정에 서 있는 게 신급 유물일 터.

‘신급 하나까진 괜찮은데, 3마리라니.’

과연 할 만할까?

주헌도 신급을 두 마리까진 상대해봤지만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해본 적은 없었다.

그들이 말했다.

[인간이 둘? 아누비스. 분명 파산의 유물을 쓰는 인간 계집도 있지 않았나.]

[일단 이 인간 놈들부터 처리하고 그쪽도 처리하죠.]

[그럼 어떤 과제를 내야 우리가 즐겁게 죽일 수 있을까.]

바로 이때였다.

[개자식들, 뭔 과제야. 그냥 빨리 처리하자고! 인간 새끼랑 한 장소에 있는 것부터 짜증 나니까!]

성질을 낸 건 세트의 유물이었다.

[그래 봐야 인간 따위, 오라를 뿜어대는 것만으로 골골대는 파리 목숨이지!]

곧 한 놈이 먼저 선제공격을 하자, 다른 유물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 주헌과 권 회장을 공격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흉악한 오라는 검은 연기처럼 변해 그들을 덮쳐왔다.

그걸 보며 권 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당하기 전에 놈들을 굴복 시킨다!’

하지만 그 순간 정복의 유물을 사용 하려던 권 회장은 컥, 토혈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곳은 이미 무덤화가 진행된 공항. 당연히 무덤 안에서 겪게 되는 질병에 노출 되고도 남는 것이다.

‘젠장!’

그것도 죽음과 연관된 신급 유물 3마리가 만들어낸 질병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그 와중에 주헌을 보며 이를 갈았다.

‘저 자식은 왜!’

자신은 토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헌은 멀쩡했다. 물론 끔찍한 오라에 미세먼지라도 한가득 들이킨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긴 했지만 그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물들이 주헌을 보며 이것보라면서 웃어댔다.

[잘 버티는데, 저 자식!]

[젊은 놈이라 그런가. 적당히 했더니, 너무 약했나 보군.]

[똑바로 안 해?]

동시에 긴급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력한 유물의 힘에 유물들이 괴로워하며 파손되기 시작합니다.]

[심각한 병원균이 몸에 침투하려고 합니다.]

[상대 유물들이 노골적으로 살의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성수치에 따라 공격의 위력이 조금 반감 됩니다.]

[내성수치에 따라 공격의 위력이 조금 반감 됩니다.]

[내성수치에 따라 공격의 위력이 조금 반감 됩니다.]

[내성수치에 따라 공격의 위력이 조금 반감 됩니다.]

아무래도 할 만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주헌은 버텨냈고, 유물 삼종 세트는 술렁거렸다.

[잠깐? 뭐야 이 자식! 왜 안 쓰러져!]

[어떻게 된 거야?!]

[가만, 저자식. 그 빌어먹을 까마귀 새끼의 냄새가 나는데?]

유물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다시 해봐!]

하지만 주헌은 유물 하나를 불러내며 씨익 웃었다.

“딱 걸렸어. 건방진 유물 놈들.”

============================ 작품 후기 ============================

+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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