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4 권 회장의 실수 =========================================================================
< 권 회장의 실수 (3) >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자신이 권 회장에게 배신당한 그 날. 그 고분에서 분명히 듣지 않았었나.
목소리는 또 다시 울렸다.
[나를 가질 자격이 있는 인간이여. 곧 위험이 닥친다.]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 주헌은 주변을 살폈다.
틀림없었다.
자신을 과거로 보내주면서 또 한 번의 기회를 준 그 놈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왜 그놈이 지금.’
하지만 목소리는 또 들려왔다.
[어서 이쪽으로 와라. 인간이여.]
그러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리로 오라고?
미쳤다고 가냐.
이놈은 최강의 도굴단이었던 자신의 동료들조차도 속수무책으로 죽어야 했던 난공불락의 무덤의 주인이 아닌가.
아직 지배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왜 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로 돌려보내 준건 고맙지만, 주헌은 사실 까마귀 놈에게 흥미가 없었다.
물론 강한 신급 유물은 필요하다. 권 회장도 가지고 있었고, 독식자가 되기 위해선 하나의 주력 신급 유물을 키워 나가야 했다. 하지만 까마귀는 주헌도 정체를 모르는 유물이었다.
'고증이 안 된 건 너무 위험하다.'
하지만 까마귀는 끈질기게 말을 걸어왔다.
[어서 내게 와라. 곧 이곳에 위험이 닥친다.]
마치 위험을 경고해주는 듯해서 주헌은 좀 의아했지만, 곧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유물 중에 인간을 위하는 놈은 하나도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봐야 유물의 꾀임이다.’
그렇게 생각한 주헌이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잘도 이런 일을 벌여주셨군.”
낯익은 목소리에 주헌은 고개를 돌리며 픽 웃었다.
‘왔구나.’
거기엔 아니나 다를까, 화가 난 듯한 모습의 권 회장이 서 있었다.
* * *
주헌은 키 큰 중년의 남자를 보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TKBM의 회장, 권태준이었다.
나이는 50대 후반, 그러나 중년 남성이라기엔 체격이 꽤나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기는 했지만, 확실히 눈빛만으로도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독식자에 걸맞게 위압적이고 차갑다.
하지만 주헌은 그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신사답게 웃고 있지만, 척보니 열 받아 있는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뵙네요, 권태준씨?”
그렇게 주헌이 비웃으며 운을 띄우자 권 회장은 허, 하고 웃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주헌은 생각 보다 더 건방졌다.
“자네가 서주헌이지?”
“그렇습니다만?”
하지만 태연한 주헌에 비해 오승우 일행은 눈치를 살폈다.
“형님 괘, 괜찮은 겁니까. 그 가슴 크던 스트립쇼 여자……아니아니 그 변호사, 저 사람이 보내서 온 사람이었잖아요!”
그러자 권 회장은 오승우 일행을 보면서도 인사했다.
“그쪽 친구들은 처음 뵙겠네. 권태준이라고 하네.”
“아, 네, 네!”
하지만 권태준과 눈을 마주한 순간 오승우 일행은 헉, 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어째서인지 기가 죽어 허리를 90도로 굽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무척 기이한 일이었다.
결국 그걸 본 주헌은 쯧, 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저 빌어먹을 노친네가.’
주헌은 품에서 바로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재빠른 몸놀림으로 권 회장의 뒤로 나타나더니, 단숨에 그의 얼굴을 꺾고 나이프를 회장의 목에 겨누었다.
빙의형의 유물과 프로의 솜씨가 합쳐져, 놀라울 정도로 깔끔한 움직임이었다.
“!”
권 회장은 순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헌이 목에 겨눈 것은 이집트 장의사의 나이프였다.
나이프를 쥐자 주헌의 눈에는 권 회장의 내장 위치가 똑똑히 보였다. 그걸 확인한 주헌은 진짜로 내장들을 도려낼 듯, 싸늘하게 웃었다.
“회장님. 죽기 싫으시면, 힘부터 거두시죠?”
절대로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물론 주헌도 무덤이 아닌 곳에서 대기업의 총수를 죽일 만큼 생각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굉장히 불쾌했다.
‘이 노친네가 어디서 감히 우리를 굴복 시키려고 해?’
그렇다.
권 회장은 유물을 굴복 시킬 때 사용해야 할 지배력을 자신들에게 사용했고, 오승우 일행은 권 회장이 뿜은 지배력에 기가 눌린 것이었다.
지배력은 유물 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기가 강한 사람이 기가 약한 사람을 짓누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지배력으로 정신지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약한 인간에게 위압감과 공포심을 조성 할 수 있는 법.
그랬기에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나이프로 권 회장을 죽일 듯이 위협했다.
“불쾌하니까 거두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별 피해가 없었지만, 불쾌하기도 했고 주헌은 일단 한 번 부하라고 생각한 이들은 확실하게 책임지는 상관이었다.
그러자 권 회장이 하하 웃었다.
“역시 윤시우나 이 변호사가 못 당해낸 이유가 있었군.”
곧 권 회장이 힘을 거두자 오승우 일행이 주저앉듯 쓰러지며 심호흡을 했다.
“사, 살았다.”
동시에 죽을 뻔한 그들은 주헌을 괴물 보듯이 했다.
‘어떻게 주헌이는 멀쩡할 수가 있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은 한순간 권 회장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권 회장은 이걸로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서주헌, 생각보다 강한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일까. 권 회장은 본능적으로 주헌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생각한 권 회장의 답은 하나였다.
“아무래도 유물에 대해 아는 자네들은 지금 처리해두는게 좋을 것 같아.”
그의 섬뜩한 눈빛에 놀란 건 오승우 일행이었다. 이진아가 노예좀비가 되는 꼴을 똑똑히 목격했던 그들이 아닌가.
하지만 겁에 질린 부하들과는 다르게 주헌은 태연했다. 그런 주헌이 어지간히도 자신감이 넘친다고 생각한 권 회장은 큭 웃었다.
“안 그래도 예전에 예언이 있었거든. 대고분화라는게 일어나면 전 세계인들이 유물의 존재를 알게 된다고.”
틀림없이 미래기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미래기 카피본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전부 기억하는 주헌은 픽 웃었다.
“그래서?”
“그 대고분화를 막으려면 유물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니 여기서 모두 사라져줘야 겠네.”
하지만 권 회장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주헌이 픽 비웃었다.
“당신이 빠를까, 내가 빠를까?”
그러나 방어유물이라도 몸에 두르고 있는 건지, 권 회장은 여유로웠다.
“CCTV가 가득한 이곳에서 할 수 있음 해보시게. 보아하니 변변찮은 유물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혀, 형님!”
“위험해요!”
동시에 권 회장이 한마디 읊조리며 유물을 발동 시켰다.
“카미카쿠시(神?し행방불명). 모두 신의 노예로 잡혀가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승우 일행은 비명을 지르며 엎드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진아와 비슷한 꼴이 되고 말리라!
하지만.
“!”
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말이 떨어지고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제야 오승우 일행은 한 쪽 눈을 살그머니 떴다. 눈앞에는 자신들처럼 당황하는 권 회장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외쳤다.
“카미카쿠시!”
동시에 당황한 권 회장이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는 드물게 당황했다.
그럴 때 주헌이 권 회장의 뒤에서 웃었다.
“이거 찾으시나?”
주헌이 약 올리듯 살랑 살랑 뭔가를 펼쳐서 흔들어 보였다. 그건 바로 권 회장의 지갑이었다. 검은색의 남자지갑 안에는 기차표 같은 것이 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평범한 기차표지만 엄밀히 말해 이건 유물이다.
[외로운 신의 초대장 (SS급 - 신급 / 소모성 유물)]
- 사용 가능횟수 : 43/50
기능은 말 그대로 카미카쿠시, 그러니까 신에 의해 붙잡혀 이 세상에서 기묘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권 회장이 가지고 있는 1군 유물이었다.
‘네가 이걸 쓸 걸 내가 몰랐을 것 같냐.’
그래서 주헌은 나이프로 목숨을 위협하는 척 하며 권 회장의 온 신경을 나이프에 끌어다 놓고 손을 움직인 것이다.
반면 권 회장은 주헌은 귀신같은 손재주를 처음 보고 몹시 당황한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주헌은 가늘게 웃었다.
‘네가 가장 칭찬하던 능력이다, 이 노친네야.’
그 때였다.
[손재주 스킬이 D랭크로 올라갔습니다!]
[<신도 놀란 손재주>칭호를 획득하여 사용자 레벨 정보가 바뀌었습니다.]
[도굴꾼 서주헌]
레벨 2
- 무덤은 안파고 도둑 스킬만 늘어가는 도굴꾼
[<도둑의 손> 스킬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주헌은 황당하다는 듯 웃었지만 그다지 상관없다 싶었다. 신급 유물이라 당장은 사용은 못하겠지만, 권 회장의 1군 유물을 빼앗았으니까.
단지.
‘갑옷 유물이랑 정복의 유물은 못 빼앗아왔군.’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주헌이 아무리 사기급 손재주를 가졌어도, 입은 내의를 훔치거나 형태도 모르는 걸 훔칠 순 없는 법이었다.
정복의 유물은 어차피 지금 쓰려 하진 않을 것이었다. 페널티도 큰 편이었고, 그걸 쓰면 이 일대는 초토화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유물의 존재를 알리기 싫어하는 권 회장이 제일 피하는 유물일 테니까.
그런데 이 때였다.
권 회장이 하하하 웃는 것이었다.
“날 너무 얕보는 군.”
유물을 빼앗길 바에야 다소 일이 커지더라도 이놈들을 이 자리에서 매장을 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치기를 부린 값은 톡톡히 갚아주지.”
어차피 권 회장의 입장에선 골치 아픈 대고분화만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 나머지는 수습이 가능하니까. 그렇게 판단한 그가 유물을 발동하려는 순간.
놈이 나타났다.
까만 깃털을 눈발처럼 흩날리며, 그리고 인간들을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며.
[거기 인간이여. 당장 여기서 그 정복의 유물을 거둬라. 그렇지 않으면 인간을 해하는 비열한 자칼이 깨어난다.]
까칠한 어조의 까마귀 한마리가 공항 높은 곳에 표표히 착지했다. 그리고 충고를 마친 까마귀는 권 회장 대신 주헌과 눈을 맞춘 듯 했다.
반면 저 까마귀가 유물이란 걸 눈치 챈 권 회장은 심히 당황했다.
‘보통 유물이 아니다.’
한 눈에 봐도 그랬다. 평범한 신급보다도 강한 느낌이 들었다. 그랬기에 권 회장의 눈빛이 탐욕에 젖었다. 마치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은 사람이 빵 조각을 발견했을 때의 광기 어린 눈이었다. 저건 보는 사람들에게 탐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굉장한 마력이 뿜어대는 유물이었다. 심지어 유물에 대해 잘 모르는 오승우 일행마저도 홀려 강한 충동을 느낄 만큼.
하지만 오직 주헌만이 평정을 유지하고, 까마귀가 했던 말에 초점을 맞출 뿐이었다.
‘자칼?’
설마 죽음의 신 아누비스의 유물?
‘이 공항에 놈의 고분이 잠들어 있었었나.’
놈은 확실히 신급 유물 중에서도 꽤나 강하고 유용한 녀석이었다. 그랬기에 주헌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주헌이 그렇게 머리를 굴릴 때, 까마귀를 보던 권 회장의 손이 떨렸다.
‘저건 차지해야 한다.’
곧 까마귀에게 강한 욕심에 생긴 권 회장은 자신 있게 웃었다.
“마침 잘 됐군. 너희를 처리하고 저것도 가져가야 겠어!”
정복의 유물이면 유물을 강제로 굴복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곧 까마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이 정복의 유물을 발동시키자, 까마귀가 권 회장을 비난 하듯 싸늘하게 읊조렸다.
[어리석기는.]
바로 그 때였다. 공항에 끔찍한 오라가 터져 나갔다.
동시에.
[주의. 심각한 이집트 병원균이 몸에 침투하려고 합니다.]
[주의. 매우 강력한 <죽음 속성> 유물들의 힘에 유물들이 파손되기 시작합니다.]
[살의를 품은 매우 강력한 유물들이 몰려옵니다.]
[대재앙을 부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유물들이 몰려옵니다.]
[유물이나 대비책을 준비해주십시오. 이 유물들을 맨몸으로 의연하게 견딜 수 있는 유물과 인간은 없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섬광이 공항에서 터져 나오며, 거대한 고분이 라스베가스에 나타났다.
-1月 지하에서 무르익는 탐욕장으로 가라. 그곳에서 세계의 대악재, 흉조가 시작된다.-
그건 미래기에 쓰인 그대로였다.
그건 바로 권 회장이 가장 원치 않아했던 대 고분화. 결국 권 회장은 스스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덕분에 이득을 볼 것 같은 사람이 여기 한 명 있는 것 같았지만.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흉폭한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내성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신급 유물 앞에서도 의연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개이득인 듯 했다.
============================ 작품 후기 ============================
개이득
+ 선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