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3 권 회장의 실수 =========================================================================
< 권 회장의 실수 (2) >
사건은 조용히, 그리고 장대하게 터져버렸다.
그것도 권 회장이 가장 원치 않았던 방식의 형태로.
쾅!
“꺄아아악!”
폭음이 터져 나온 것은 매캐런 공항 2층 라운지의 카페였다. 폭음과 함께 강력한 바람이 불었고, 사나운 힘에 휩쓸려 라운지의 작은 셀프 커피 카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건 모두 주헌이 꺼낸 유물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사람들은 테러라고 울부짖으며 바로 도망치는 둥, 아비규환에 빠져버렸다.
“뭐야, 테러야?”
“꺄아아악! 위에서 터졌어! 도망쳐!”
물론 라운지에는 사람들이 없었고, 폭음 소리에 비해 심각한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 일반인 피해자는 없었지만 엄연히 피해자는 있었다.
바로 이진아다.
“사, 살려줘! 살려줘요! 제바알!”
이진아는 자신을 위협하는 가루를 보며 꼴사납게 엉금엉금 기었다. 마치 무리를 이룬 듯한 벌레들 마냥 움직이는 가루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던 것이다.
밑에 있던 사람들은 그걸 보고 기겁했다.
“세상에, 뭐야 저게!”
“저거 뭐야, 뭐가 움직이는 거야? 벌레야?”
주헌과 이진아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들 무서워서 도망칠 때, 유일하게 2층으로 올라가는 무리들이 있었다.
바로 오승우 일행이다.
“주, 주헌아!”
“갑자기 무슨 일이래!”
“무사하냐!”
꽤나 걱정을 한 탓에 형님이라 부르는 것도 잊은 채, 오승우 일행이 계단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이미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들은 모두 그을려 라운지의 일부가 죄다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울부짖는 여자와 그녀를 살인마처럼 바라보고 있는 주헌이 한 명이 있을 뿐이었다.
“주헌아!”
그들이 부르자 주헌은 별 일 아니라면서 거기 있으라고 했다.
“금방 끝나. 할 일 없으면 거기서 잠깐 망이나 보든가.”
그 말에 이진아는 몸을 덜덜 떨었다.
“이, 이러기야? 야,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공항 한 복판에서 유물을 쓰다니, 미쳐 돌았....!”
“그 미친놈도 구별 못하고 기어 오른 게 누구지?”
그러자 순간 주헌과 눈이 마주친 이진아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 눈빛을 보고 이진아는 확신했다.
'진짜 잘못 건드렸다.'
이 자식은 미친놈이었다.
'진짜 유물의 존재가 새어나가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동시에 이진아는 권 회장이 분노할 것을 떠올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권 회장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은 끝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니 이건 권 회장 혼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여러 나라의 정부나 거부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유물의 존재가 일반인들에게 새어 나가다니!
“진짜 너 이 자식! 유물에 대해 비밀로 해야 하는 게 사용자들의 룰 아니야? 미쳤어?!”
그러자 주헌의 가소롭다는 웃음이 하늘을 찔렀다.
“룰? 그딴 엿 같은 규칙 누가 정했는데?”
“뭐, 뭐?”
“후배님을 위해 한 가지 충고 해두지. 내가 지금껏 꽤 많은 유물 사용자들을 봐왔는데.”
곧 주헌은 장난스럽지만 꽤나 싸늘하게 웃었다.
“그딴 족보도 모를 규칙 타령을 하며 남들에게 강요하는 놈들이 항상 제일 먼저 죽더라고.”
무슨 의미인지 알지?
그렇게 짜증 섞인 미소를 짓던 주헌이 지배력을 실어 유물을 소환해냈다.
쿵!
그건 함무라비 법전과 은도끼.
다만 평소와 형태가 아주 달랐다. 함무라비 법전은 평소의 때밀이 돌이나 아이패드 크기의 석판이 아니었고, 은도끼도 더 이상 나이프나 캠핑용 도끼의 형태가 아니었다.
그렇다. 주헌의 뒤로 2.25m나 되는 높이의 거대 석판이 있었다. 그 뿐인가, 주헌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여자 하나쯤은 가볍게 박살 낼 수 있는 흉악한 은색 도끼였다.
그렇게 다른 형태로 변해버린 유물들이 이진아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악한 오라를 풍기면서.
그건 유물들의 본래 모습이었다.
<위장>과는 정반대로, 보통의 기술 없이는 결코 변하게 할 수 없는 유물의 궁극체 모습이었다.
덕분에 이진아는 몸을 떨어야만 했다.
'마, 말도 안 돼! 이건 회장님만 할 수 있는....!'
심지어 이진아는 주헌의 뒤에 소환 되어 있는 거대한 석판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함무라비 법전.’
루브르 박물관에서 몇 개월 전에 사라졌고, 사진으로 이미 많이 봤던 그 형태가 아닌가.
‘함무라비 법전은 4대 법전 유물이라고 해서 권 회장님이 찾고 있던 유물 중 하나였는데.’
그런데 이걸 이 녀석이 가지고 있었어?
곧 주헌이 이진아에게 다가갔다.
겁에 질린 이진아는 정말 죽겠다 싶었는지, 자신이 가진 유물을 사용했다. 진짜 어르신들의 비위고 자시고, 이러다가 자신이 이 놈한테 죽을 판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녀가 꺼낸 건 물통 이었다. 그리고 유물을 발동 시키자 물이 주헌을 덮치려 했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주헌이 낮게 읊조리자 물은 곧바로 이진아에게 되돌아갔다.
“아악!”
심지어 수압도 완전히 달라져 물대포 수준으로 변해 있었다. 결국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이진아는 콜록 콜록 기침을 했다.
'이, 이자식!'
주헌은 그런 그녀를 보며 칭찬하듯 눈웃음을 지었다. 좀비 파우더에 닿았으면서도 윤시우처럼 쉽게 좀비로 변하지 않은 게 신기했던 탓이다.
“그래도 지배력이 높은지, 제법 버티네?”
동시에 주헌은 흉악한 모습으로 변한 은도끼를 높이 들었다. 그걸 본 이진아는 바들바들 떨면서 외쳤다.
“그, 그마아안! 잘못했어요! 잘못했으니까! 제발 목숨만은!”
하지만 문답무용. 주헌은 적이라면 여자라고 딱히 봐주지는 않았다.
“자. 내 재물을 노리는 적을 찍어 갈겨라. 은도끼.”
기어이 은도끼가 허공에서 차갑게 번득이자 이진아는 몸을 움츠리며 비명을 질렀다.
“사, 살려줘!”
동시에 주헌이 은도끼를 내리치는 소리와 여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교차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뼈를 박살내는 소리라기엔 지나치게 가벼운 음색이 허공에 울려 퍼진 것이다.
부욱!
“어?”
그 순간 이진아는 다른 의미로 기겁하고 말았다. 그야 그럴 법한 게 이진아가 입고 있던 고급 수트가 사정없이 난도질당해 찢어졌다.
“!”
수트 뿐이 아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고급 속옷, 그리고 비싼 핸드백과 핸드폰, 백, 액세서리 등 모든 재물이란 재물들이 일제히 파괴 된 것이다!
부우욱! 부욱! 부욱!
이진아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뭐야 이게!”
뭐긴, 뭔가. 은도끼의 힘이지.
그랬다.
은도끼의 기능은 주인의 재화를 노리는 적을 처결하는 것. 재물과의 유물답게 적의 재물을 모조리 파괴할 수 있다.
그리고 옷 역시, 인간이 화폐를 주고 거래한 어엿한 재화!
때문에 사소한 옷조차도 모두 은도끼에게 소득 재물로 취급당해 파괴당하는 것이다!
특히 비싸면 비쌀수록 효과는 더욱 증가한다!
‘쉽게 말하면 눈요기, 아니 아니 무장 해제용이지.’
그렇게 주헌은 픽 웃었다.
결국 이진아는 큰 가슴을 부여잡고 새하얀 몸을 웅크리면서 울부짖었다. 그녀는 불쌍하게도 제 2의 스트립쇼 윤시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다만 그걸 보며 주헌은 악의 없이 속으로 엄지를 들 뿐이었다.
‘나이스 바디.’
동시에 주헌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대가 극도의 굴욕을 느낌으로서 상대의 지배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상대의 지배력이 A급에서 D급으로 일시적 하락합니다.]
그걸 확인한 주헌은 기다렸다는 듯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좀비 파우더가 신이 나서 그녀의 몸을 덮었다.
“꺄아아악!”
그리고 지배력이 약해진 그녀에게 드디어 좀비 파우더의 효과가 제대로 먹혀 들었다. 결국 이진아는 윤시우와 똑같은 좀비 노예 상태로 마약환자처럼 눈이 풀려 알몸으로 허우적거렸다.
그걸 보며 주헌은 비웃었다.
‘어디 이 놈들을 되돌려 놓을 엑소시즘 유물이나 잘 찾아 보라지, 권태준.’
동시에 주헌은 이진아가 떨어트린 물건 중 유물 한 개를 챙겨 들었다. 그건 얼핏 만년필을 쓸 때 함께 쓰는 잉크병으로 보였다.
[파리 몽마르트 언덕 화가의 잉크 / B급(희귀급)-소모성 유물]
- 사용 횟수 : 50/100
다만 재물을 파괴하는 은도끼 탓인지 내구도가 좀 날아가 버렸다.
‘뭐 상관없지.’
주헌에게 예술 관련 유물은 딱히 필요 있는 유물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일단 쓸 만한 곳이 있을 것 같아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이 때였다.
“귀신 들린 물건이 무덤에서 나와 돌아다닌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였어.”
툭 내뱉은 건 얼이 빠져 넘어져 있는 오승우 일행이었다.
주헌은 픽 웃었다.
“잘 목격 했으면 이 목격담을 생생하게 구성해서 SNS에 올릴 준비를 해라.”
“네, 네?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그 말에 주헌은 씨익 웃으며 오승우 일행을 보았다. 그는 이 사태에 대해서 큰 문제를 삼지 않는 것 같았다.
어차피 주헌이 도굴단을 이끌고 하루이틀 세계를 상대로 무법 행위를 한 것도 아니었다. 휩쓸 땐 휩쓸고, 빠져나갈 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그게 주헌이지 않은가.
주헌이 괜히 신출귀몰, 지상 최악의 도굴단 리더라 불리던 게 아니었다. 그러니 이 정도는 아주 우스운 정도였다.
“정말 괜찮은 건가요?”
“상관없어. 이 일이 퍼져서, 미치고 환장하는 건 내가 아니라 어느 노친네 일테니까.”
“하지만 기물 파손이....! 형님 잡혀가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주헌은 씨익 여우처럼 웃었다.
“내가 순순히 잡힐 것처럼 보여?”
아니 절대 아니다. 오승우 일행은 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게다가 생각 없이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주헌은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이 지금 절대로 자신을 못 잡는다는 것을.
왜?
‘권 회장이 어떻게든 이 일을 축소하려고 할 테니까.’
자신이 경찰에 붙잡혀가도 곤란해지는 건 권 회장이다. 이번 사건으로 똑똑히 경고 했으니 권 회장도 이제 확실히 알 것이었다.
‘내가 유물의 존재에 대해 숨길 생각이 없다는 걸.’
그러니 주헌이 잡히기라도 하면 권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만약 주헌이라면 취조를 받게 될 경우 그가 유물에 대해 폭로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유물의 존재를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권 회장이 자신 대신 알아서 이 일을 수습하고 자신을 싫어도 보호해주려고 할 것이란 것이다.
주헌은 그런 권 회장의 성격을 잘 알았다. 실제로도 권 회장은 그럴 인물이었다.
‘그래봐야 이미 늦었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유물의 존재는 세상에 천천히 새어 나갈 것이다.
주헌은 애초에 유물의 존재를 숨기려는 놈들이 아주 가소로웠다. 물론 유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상관없었고, 유물을 얻는 데 사기를 치든 편법을 쓰든 주헌은 개의치 않았다.
다만 유물의 존재에 대해 자신들만 알고 독식하겠다는 심보가 아주 괘씸하고 찌질 하게 느껴졌다.
주헌은 비유하자면 사기는 치더라도, 적어도 모두가 게임 규칙은 숙지한 상태에서 사기를 치자는 주의였다.
다만 권 회장의 방식은 게임 규칙도 모르는 대상에게 사기까지 치려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권 회장의 방식이면 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유물에 의해 대거로 죽을 것이었고, 인간이 대량으로 죽어나가면 유물들만 좋아하는 일이었다.
주헌은 권 회장이 웃는 꼴도, 유물 놈들이 좋아하는 꼴도 보고 싶지 않았다.
단지 그것 뿐.
‘그러니 어디 한 번 엿 좀 먹어봐라.’
“어쨌든 노스 라스베가스 공항으로 가자. 뒷수습은 이 여자랑 이 근처에 있을 권태준 회장이 알아서 할 테니”
“어? 어? 권태준? 그 사람이 이 근처에 있다고요?”
“그걸 어떻게 압니까?”
어떻게 알긴. 권 회장이 가진 유물의 정체는 몰라도, 놈의 유물의 기운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주헌이었다. 당황해서 유물의 기운을 못 숨기고 있는 건지, 멀리 있어도 그 사악한 유물 놈의 기운이 느껴졌다.
“어쨌든 구경꾼들 오기 전에 나가자.”
그렇게 주헌이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왔구나, 나를 가질 자격이 있는 인간이여.]
갑자기 공항에 울리는 음산한 목소리에 주헌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상당한 힘, 최소 신급! 하지만 불로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흉악하고 강력했다.
하지만 주헌의 표정에 오승우 일행이 의아해했다.
“왜 그래요?”
“아니……”
‘나만 들리는 건가?’
하지만 주헌은 다른 의미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건 들어본 적 있는 까마귀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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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돌아와따.
+ 선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