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32화 (32/409)

00032 권 회장의 실수  =========================================================================

< 권 회장의 실수 (1) >

뭐야?

권 회장은 비서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유물이 다 사라졌어? 윤시우한테 빌려준 게 다?”

“네, 네. 이미 윤시우 실장님의 소지품도 다 조사해봤지만 아무것도…….”

권 회장은 순간 머리를 한대 얹어 맞은 것 같았다.

“회, 회장님. 어떻게 하죠?”

듣자하니 윤시우를 발견했을 땐 빈털터리였다고 한다.

강도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고, 스스로 라스베가스에서 난데없이 옷을 벗고 난리를 치면서 돈을 뿌려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유물들도 사라진 걸 봐선, 옷 벗고 생쇼를 할 때 유물도 같이 던져버린 것은 아닐까.

그 생각에 미치자 권 회장은 머리가 아픈 지 미간을 짚었다. 하다 하다 혈압이 올라 관자놀이가 뭉치는 기분까지 들었다.

어쨌거나 제법 쓸 만한 유물들뿐이라서 권 회장의 마음이 꽤나 쓰릴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제 딴엔 윤시우가 몇 없는 뛰어난 유물 지배자라 곁에 두고 있었고, 그런 그에게 긁어모았던 유물을 빌려줬던 것이다.

권 회장이야 원래 수족을 부리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이었음으로.

그런데 그게 사라져?

이 멍청한 놈이!

권 회장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이에 눈알만 굴리며 눈치를 보던 비서가 회장의 근심을 덜어주려는 듯 말해왔다.

“일단 사람들을 시켜 실장님이 돌아다닌 곳을 수색해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유물도 금방 발견 될지도…….”

하지만 뭉친 미간을 풀던 권 회장은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아니다. 아마 찾아도 소용없을 거다.”

“네?”

“정말 윤시우가 미쳐 돌아서 유물을 던져버렸다고 생각하나?”

“……그, 그건.”

“애초에 이 놈을 이 꼴로 만든 놈이 유물을 훔쳐갔다는 쪽이 더 맞겠지.”

그렇다.

애당초 윤시우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좀비로 변했는지 부터 따져봐야 했다. 윤시우가 바보도 아니고, 좀비 파우더 유물을 본인에게 썼을 리가 있겠는가.

분명 누군가가 놈을 이리 만들었고, 물건을 훔친 후 스트립쇼를 하며 돌아다니게 명령한 거겠지.

그러자 유물 사용자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비서는 놀랐다.

“그럼 도대체 누가 실장님을……!”

누구긴 누구겠는가.

“서주헌이겠지.”

제 눈치를 보는 윤시우 놈이 나무를 찾으러 가서 딴 길로 새지도 않았을 테고 말이다.

그래봐야 사람도 없는 장소였다고 하니, 멍청하게 유물로 당했겠지만.

하지만 권 회장의 말에 비서는 놀랐다.

“그, 그럼 더 문제 아닙니까! 유물이라면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도……!”

그렇다.

아직 세상은 유물의 존재를 모른다. 아니 애초에 유물에 대한 독점욕 탓에 유물의 존재를 알릴 생각도 없는 권 회장이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고 유물의 존재를 스스로 밝히고 경찰에 자진 신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니까 미치겠다는 것이다.

“일단 공항 편으로 서주헌이란 놈이 있는 지 찾아봐.”

“찾아서 어떻게 조치할까요?”

잠시 고민하던 권 회장은 미간을 좁혔다.

유물 사용은 안 된다. 유물의 존재가 매스컴의 귀에 들어가면 골치 아파지니까.

“이진아 변호사 보내. 조용히 처리하라고 하고.”

서주헌.

그래봐야 패기만 넘쳐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초반 양아치 놈이 아닌가.

그런 놈이야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고.

그런 놈들은 적당히 달콤한 사탕을 물려주든, 그냥 찍어 누르면 그만인 것이다.

적어도 권 회장은 그리 생각 했다.

* * *

“멍청한 윤시우.”

라스베가스 매캐런 국제공항.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주헌은 핸드폰으로 외신과 한국기사를 확인하며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마약이냐, 정신병이냐. 권태준 회장의 측근 윤시우, 알몸으로 성추행을 시도해>

이걸로 권 회장의 얼굴도 꽤나 낯 뜨겁다 못해 불타오르고 있겠지.

자존심이 드높은 양반이니 이런 일을 가장 싫어할 양반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주헌이었다.

‘역시 윤시우로는 안 돼.’

주헌이 인정할 만한 사람이라면 권 회장의 왼팔이었던 놈이라고 해야 할까.

다루기 까다로운 제갈공명의 유물을 가진 놈으로, 그 놈 역시 신급 유물 소유자였다. 주헌하고는 성격 차이 때문에 왼팔과 오른팔이라고 해도 사이는 썩 좋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놈을 포함해서 꼭 빼앗아야 하는 인재가 몇 명있다.’

하지만 그 참모진들은 아직 이시기에 나타날 때가 아니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 전에 권 회장의 잘난 무기부터 빼앗는다. 물론 그랬기에 윤시우로부터 유물을 털어낸 것이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의 옆에 있던 오승우 일행이 새로 늘어난 물건을 보며 의아해했다.

“저 형님.”

“뭐.”

“그…….형님이 하시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만요.”

“돌려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주헌의 귀찮다는 눈빛에 오승우 일행이 움찔해서 바로 물었다.

“그럼 여쭙겠습니다. 저……왜 좁쌀을 병에 고이 모시고 다니는 지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왠지 물으면 맞을 것도 같고, 안 묻자니 궁금해서 돌아버리겠는지 그들이 침을 삼키며 물어왔다.

그러자 주헌의 시선이 자신의 핸드폰에 향했다. 핸드폰에는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작은 병 액세서리가 달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병에 든 건 희한하게도 좁쌀 한 톨이다.

이딴 걸 들고 다니니 충분히 의아할 만도 했다.

결국 주헌은 하하 웃었다.

“기념품으로 샀어. 라스베가스의 부적이야, 부적.”

“부, 부적?”

부적은 개뿔, 이건 유물이었다.

그렇다.

이건 <좁쌀 한 톨로 장가든 총각>의 좁쌀 유물이다. 아주 훌륭한 재물과의 유물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윤시우에게 빼앗은 물건은 좀비 파우더, 좁쌀, 그리고 호메로스의 안대까지 3개 였다.

세 개 모두 권 회장이 아까워 할 만한 물건이다.

안 그래도 유물에 욕심 많은 권 회장인데다가, 좀비 파우더는 인간을 처리하기 좋은 저주계 유물, 좁쌀은 재물과 유물에 심지어 호메로스의 안대는 S급 (영웅전설) 유물이 아닌가.

그러니 지금쯤 위장약을 씹어 삼켜도 모자를 만큼 속이 쓰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보나마나 물건들을 찾으러 올 테지, 그 노친네.’

물론 조금 아쉬운 건 있었다. 윤시우에게 빼앗은 건 훌륭하긴 해도 비유하자면 2군 유물. 결정적인 1군 유물은 윤시우가 들고 있지 않았다. 물론 권 회장도 바보가 아니니 1군이나 되는 유물을 남에게 쥐어주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놈이 가지고 있을 1군 유물도 빼앗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권 회장이라면 유물을 도로 빼앗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1군 유물을 들고 나올 것이었다.

주헌은 그걸 노리는 것이었다.

그럴 때였다.

“당신이 혹시 서주헌씨입니까?”

벤치에 앉아있는 주헌에게 한 여자가 다가왔다. 깔끔한 세미 정장을 입은 세련된 커리우먼 스타일의 여성이었다.

예쁘지만 잘 웃지 않게 생겼고, 꽤나 까다롭게 생겼다. 그녀는 경매장 직원이 찍어둔 주헌의 핸드폰 사진과 주헌을 비교하며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하지만 주헌은 그녀를 알아보며 픽 웃었다.

‘왔구나, 권 회장의 똘마니가.’

* * *

“전 TKBM 의 전속 변호사 이진아라고 합니다.”

자신을 이진아라고 소개한 여자는 주헌과 카페에서 마주보고 앉았다.

물론 권 회장 측에서 올 거라 예상은 했었다.

‘일부러 윤시우를 그렇게 해서 돌려보냈는데, 미끼를 안 물면 재미없지.’

그랬기에 유물의 기운을 풀풀 풍기게 해 찾기 쉽게 배려해준 것도 있고 말이다. 그렇게 주헌이 눈을 가늘게 뜰 때 이진아가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윤시우씨의 물건을 가져간 장본인이죠?”

주헌은 씨익 웃었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그러자 주헌이 경계한다고 생각한 건지, 이진아는 가볍게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윤시우는 이미 회장님의 얼굴에 먹칠을 한 사람이고, 오히려 서주헌 씨에게 좋은 제안을 하려고 온 겁니다. 회장님이 뛰어난 인재로 판단하셨기에.”

그 말에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제안? 그 노친네가 무슨 제안을 했는데?”

하지만 이진아는 주헌의 말버릇이 꽤나 거슬렸는지, 참다못해 미간을 좁혔다.

“서주헌씨. 일단 본론을 말하기 전에 인생의 선배로서 조심스럽게 권해 드리죠. 사람과 말할 땐 입조심 하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겁니다.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하신 것 같으니 이해는 합니다만.”

“글쎄. 사회 경험이 한참 부족한 건 당신 같은 데.”

“네?”

이진아가 불쾌해하며 되물었지만 주헌은 눈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 눈빛이 무시 받는 느낌이라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진아는 참고 말했다.

“제안은 별 거 아닙니다. 물건을 달라고 하지도 않아요. 그냥 그 물건을 계속 쓰셔도 됩니다만, 저희 TKBM의 발굴단과 계약을 해주시면 하는 거죠.”

그 말에 주헌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어떻게 나오나 봤더니 결국 이런 작전인가.

“지금 노예 계약하잔 거야?”

“아뇨,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회장님은 유물의 미래가치에 대해 알고 있고, 그 유물을 사용할 인재를 높게 평가 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선금 1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뛰어난 잠재능력을 가진 선수를 팀에 영입 하려는 건 흔한 일이죠. 딱히 실적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고, 저희도 당신의 생활에 일체 간섭하진 않습니다. 충실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서 월급도 지급할 예정이고, 직원 혜택도 주어집니다. 그냥 소속만 TKBM에 두시면……”

“만약 싫다면?”

“네?”

주헌의 싸늘한 미소에 이진아는 내심 황당했다.

이 조건에 다 듣지도 않고 단숨에 퇴짜를 두는 건 그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어린놈의 치기인가?

“저기요.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이러나 본데. 권 회장님이 강도 사건으로 고소하면 서주헌 씨만 곤란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유물에 대해 공표할 수도 없고, 서로 좋게 묻어가자는 의미란 거 모르시겠습니까?”

이게 저 자세로 나가니까 아직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것인가.

“회장님이 마음만 먹으면 시앙 갤러리 같은 동네 구멍가게는 갑자기 해체될 수도 있고, 구성원들도 정체불명의 병으로 세상을 뜰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 말에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지금 그 말을 지껄이는 당신이 오히려 위험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나?”

그러자 이진아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태연하게 웃었다.

“여긴 지금도 사람이 바글바글한 공항입니다. 그럼 당신도 유물을 쓸 수 없을 텐데요? 유물의 존재를 알리기는 싫으실 것 아니십니까?”

그 말에 주헌은 큭 웃었다.

아무래도 이 여자. 사람 많은 장소니 안전하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지금 시기의 유물 사용자들은 유물을 독점하기 위해 유물의 존재를 대중에게 숨기려고 했고, 암묵적으로 다들 당연하게 여겼으니까.

이해는 한다. 그랬기에 주헌이 제법 너그럽게 말했다.

“충고하지. 좋은 말로 할 때 지금 꺼지는 게 좋을 거야.”

“허. 아무래도 돌려 말하면 잘 못 알아듣는 분 같으니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죠. 조건은 전혀 나쁘지 않아요.”

그녀는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실례지만 주헌 씨에 대해 좀 조사를 해서요. 고졸에 빽도 없고, 솔직히 그런 양아치들의 주먹구구 회사에서는 당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유물로 돈을 벌어도 재산을 관리하는 법도 몰라 탕진할 뿐이겠죠. 경매장에서도 쓸 때 없는 헐리웃 배우의 때밀이 돌이나 샀다면서요? 미래가 뻔히 보입니다. 그걸 전부 케어 해주겠다는 건데. 그 뿐인가요? 회장님은 세계 거부들과 긴밀한 협조를 해서…….”

“귀 먹었어? 꺼지라고 했지.”

서서히 주헌의 말에서 냉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어리석은 이진아는 기가 막힌 듯이 웃었다.

이 새파랗게 어린 고졸 놈이 감히 지금 누구의 말을 잘라?

“싫다면 법대로 하죠. 아쉽게도 주헌 씨가 윤시우 씨와 함께 있던 광경을 바의 바텐더가 확인해서요. 듣자하니 이상한 가루를 쏟으려고 했다는 군요. TKBM을 상대로 주헌 씨가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지ㅁ…….”

“이봐요, 이 변호사님. 아까 내가 그랬지.”

“네?”

“사회 경험이 한참 부족하신 것 같다고.”

“네……네?”

그 순간 주헌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동시에 이진아는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목을 졸라오는 섬뜩한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좀비 파우더 가루!’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주헌은 살벌하게 웃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하면 한 눈에 알아봤어야지. 눈앞에 있는 게 뼈다귀와 채찍이 통할 개놈 인지. 그것도 아니면 꼬리를 말고 도망가야 할 짐승 놈인지.”

스물 스물 올라오는 가루에 이진아는 주변을 살피며 급하게 외쳤다.

“……자, 잠! 여긴 사람들도 많은 곳! 유물의 이야기가 소문나면 당신도 좋을 건……!”

바로 이 때였다.

“변호사 양반. 아까부터 뭔가 엄청난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곧 주헌이 살벌한 지배력으로 좀비 파우더를 발동 시켰다.

“난 권 회장처럼 유물의 존재를 비밀로 하려고 안 달 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

동시에 공항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 작품 후기 ============================

권회장 2차 멘붕 예상. txt

+ 흐규흐규 좀 늦어졌네요. 이따가 다시 0시에 뵙겠습니다. 선추코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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