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1 웃는 놈, 열 받은 놈, 미치겠는 놈 =========================================================================
< 웃는 놈, 열 받은 놈, 미치겠는 놈 (2) >
뭐가 어쩌고 저째? 싹수 없는 말투?
윤시우는 기가 막혀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이 어린 놈의 자식이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건지.
애초에 권회장을 조롱한 주헌과 좋게 이야기 할 생각도 없었던 윤시우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주헌도 처리한 후 아몬드 나무를 빼앗아갈 생각이었다. 자신의 유물은 인간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저주계열 유물이었으니까.
하물며 여긴 미국 땅이다. 주헌에게 무슨 일이 생겨봐야 타국적의 동양인 양아치를 누가 전력을 다해 찾아주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얕보던 상대에게 도리어 걷어 차였다.
“야! 너 돌았어? 이게 감히 누굴 쳐?”
하지만 욱한 윤시우가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주헌은 태연하게 웃을 뿐이었다.
“용건이 있어서 온 건 그 쪽 아니었나?”
“……이게!”
“그럼 말투 고쳐서 똑바로 앉아. 그 뒤에 이야기를 들어보지.”
“……!”
이게 진짜 미쳤나?
새삼 겪어보는 굴욕에 윤시우의 표정은 일그러져갔지만, 주헌은 속으로 비웃었다.
‘보나마나 유물로 날 죽이고 불로초를 빼앗아갈 생각으로 왔나 본데.’
자신이 아는 윤시우는 그런 놈이었다. 게다가 척보니 지금 윤시우는 자신을 일반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상 그렇게 착각할만도 했고, 가뜩이나 이 시기는 권 회장 정도가 유물의 존재를 독점하고 있을 시기.
어지간히도 이놈의 콧대가 높아져 있을 시기일 터였다. 유물은 사람을 오만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래봐야 나한테 열폭하던 찌질이지.’
윤시우 29세.
툭하면 주헌을 음해하고 끌어내리려 하며 꽤나 즐겁게 해줬던 놈이다. 그런 의미에선 도굴단의 단장이었던 주헌에게는 미운털 박힌 부하나 마찬가지.
그랬기에 모처럼 옛날 생각이 났던 주헌이 가늘게 웃었다.
‘잘 됐네. 오랜만에 이자식 교육부터 해볼까.’
주헌은 이놈을 일부러 도발하는 것이었다.
왜?
대표적으로 굴욕을 느끼게 하면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데, 그걸로 놈의 무기를 빼앗을 수 있는 것이다.
'자존심이 높은 놈이 굴욕도 더 크게 느끼는 법.'
하지만 그것도 모른 채 윤시우가 이를 갈며 말했다.
“분명 우리 경매장에서 본 적 있지? 그 일환으로 찾아온거다.”
“기억 안나는데?”
“웃기지마! 분명 얼굴이 마주쳤잖아!”
그러자 주헌이 픽 웃었다.
“아, 그 노친네 한테 딸랑거리던 찌질이.”
그 순간이었다. 주헌의 눈 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상대가 평정심을 잃으면서 상대의 지배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걸 보며 주헌은 킥 웃었다.
역시 윤시우의 약점은 이거다.
놈은 사고를 쳐서 대기업 후계자의 자리에서 쫓겨난 망나니 도련님.
구사일행으로 TKBM 발굴단으로 특별입사했지만 동시에 권 회장에게 딸랑 거려야 하는 자신의 모습에 수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걸 잘 알기에 주헌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 보니 권태준 회장이 전화를 해왔지. 어지간히도 그 정력제가 필요한가 본데. 어디 어린 애첩이라도 들이셨나 몰라?”
동시에 제 귀를 의심한 윤시우가 눈알을 부라렸다.
듣자 듣자하니 이 건방진 새끼가.
물론 아버지 같은 분을 욕해서 눈이 뒤집혔다기 보다는, 권회장에게 잘보여야 한다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에 불과했지만.
하지만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주헌이 말했다.
“보아하니 권회장한테 그 나무를 바치려고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어지간히도 충성스러운 개로구만.”
[상대가 평정심을 잃으면서 상대의 지배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울컥한 윤시우는 슬쩍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냥 지금 당장 이걸 처리해버려?’
그의 손에는 유물이 닿았다. 바로 주헌을 처리하기 위해 가져온 유물이었다.
하지만 윤시우는 이를 갈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보는 눈이 있다.’
게다가 확인하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아이린 홀튼하고는 어떤 관계지?”
그러나 턱을 괸 주헌은 대답 대신 큭 웃을 뿐이었다.
“찌질이. 내가 말투부터 고치라고 했어, 안했어?”
“……큭!”
윤시우는 눈을 부릅 떴다.
이딴 양아치와 말을 섞어 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줄 알아야지!
주헌은 그런 그를 보며 웃음을 띄었다.
“다시 말하지만 용건이 있어서 온 건 너고, 난 안들으면 그만이거든? 처신 잘하시지 그래?”
“큭.”
“뭐, 너 하는 거에 따라서 그 나무를 그냥 넘길 수도 있고. 나도 그냥 선물 받은 거니까.”
예상 못한 제안에 윤시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횟수제한이 있는 유물을 사용해 갈취하는 것과 그냥 얻는 것. 둘 중 뭐가 더 효율적인지는 애들도 잘 아는 일이다.
결국 잠시 생각하던 윤시우는 이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서주헌씨. 다시 질문 드리죠. 그, 아이린 홀튼하고는 무슨 관계냐고 묻고 싶습니다만.”
이제 됐겠지.
하지만 순순히 윤시우가 원하는 답을 해줄 주헌도 아니었다.
“말투는 이제 됐는데. 몰상식한 건 여전하네. 보통 이럴 땐 자기가 누구인지 부터 소개하지 않나? 명함이라든가.”
아이씨, 이게 진짜!
결국 윤시우는 뿌득 이를 갈며 명함 한장을 내밀었다.
‘이게 다, 회장님을 위해서다!’
“전 이런 사람입니다.”
하지만 주헌은 명함을 받지 않고 뻔뻔하게 웃었다.
“다시 넣어. 필요 없으니까.”
그 웃음에 윤시우는 욕이 튀어나갈 뻔했다.
그럼 왜 달라고 한거야!
곧 주헌이 하하 웃으면서 윤시우의 질문에 부하를 칭찬하듯 답을 해주었다. 어쩌면 옛날 버릇일 지도 모른다.
“아이린 홀튼이라면 경매장에서 처음 본거야. 예쁘다고 칭찬해주니까 따라다니던데.”
“그럼 그 나무는 어떻게?”
“자꾸 따라다니는게 귀찮아서 그거 사주면 번호 주겠다고 했어.”
진실은 아니지만, 이놈들에게 아이린에 대한 정보를 팔고 싶지 않아 적당히 둘러댔다.
하지만 그걸 알 턱 없는 윤시우는 정말 황당해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5억달러를 들여 나무를 낙찰 했다고?’
황당할 수도 있지만, 과거 아이린이 동양남자를 좋아한다고 발언 한 것과 주헌의 외모가 맞물리면서 제법 그럴 듯하게 들렸다. 그런 이유가 아니면 그 셀레브리티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양아치랑 어울리고 있겠는가.
이걸로 대충 궁금증은 풀렸다.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겠군.’
비서를 통해 주헌에 대해 이미 어느정도 조사는 했지만, 아이린과 어울리기에 정말 혹시라도 주헌이 셀레브리티와 연줄이 있는 줄 알았던 탓이다.
곧 후 한숨을 쉰 윤시우가 말했다.
“그럼, 그 나무를 넘겨주실 마음이 있으십니까?”
“돌았냐?”
“네? 하지만 아까는 나무를 넘겨주신다고……”
“그 말을 믿냐고 등신아.”
순간 윤시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대의 평정심이 급격하게 흔들립니다. 상대의 지배력이 일시적으로 A급에서 D급(골동품급) 지배자로 하락합니다.]
[억압되어 있던 유물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참다 못한 윤시우가 유물을 뽑아 들었다. 이제 더 이상 그는 가만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오냐,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어! 이걸로 널 노예로 부려서 개죽음으로 만들어주마, 새끼야!”
그러자 팔짱을 낀 주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관두는게 좋을텐데.”
“개새끼!”
그렇게 윤시우는 자신이 가진 유물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어?”
순간 윤시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분명히 사용한 유물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어?”
윤시우는 당황했다.
분명히 지배력을 사용했는데, 유물이 발동 되지 않았다!
“어, 어떻게 된거야!”
윤시우가 꺼낸 건 유리병이었다. 화장품 병에 든 그건 여자들의 가루 파우더, 혹은 밀가루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체는 엄연히 저주와 관련된 유물.
“왜 발동을 안해!”
하지만 그 순간.
머리를 거칠게 붙잡힌 윤시우가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쿵!
동시에 테이블에 머리를 찍힌 윤시우는 팔이 뒤로 꺾이며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아아아악!”
마치 형사가 강도를 잡듯, 주헌은 윤시우의 머리와 짓누르며 포박했다.
“아파, 이자식! 아악! 놔!”
하지만 주헌은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돌았냐고 했잖아. 등신아. 지배력도 떨어졌으면서 무슨 유물을 써.”
순간 윤시우는 제 귀를 의심했다.
유물?
이놈이 지금 유물이라고 했나?
“너 이새끼! 역시 유물에 대해 알고 있었……!”
윤시우는 몸부림을 치면서 유물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유물은 발동 되지 않았다.
‘!’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주헌은 태연하게 윤시우의 손에 든 병을 빼앗아갔다.
“야!”
그러나 주헌은 가볍게 병에 지배력을 실었다.
“내 말에 복종해라.”
그러자 화장품 병에 있던 가루가 스물 스물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걸 확인한 윤시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씨, 저게 왜 저놈 말에 움직여!”
그렇다.
윤시우가 꺼내들었던 것은 바로 가루형 저주 유물이었다. 그것도 소모성이 아닌, 주인과 계약한 귀속성의.
[부두사제의 좀비 파우더 (A급-보물급/ 귀속성 유물)]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로부터 발생한 부두교. 그들은 좀비를 만들어내는 파우더로 신자를 좀비로 만들어 벌한다고 하던가.
그런 미디어의 소문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며 탄생해버린 유물이었다.
쉽게 말해 가루에 닿거나, 흡입하면 악령이 빙의되어 이성을 잃은 좀비노예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잘난 유물이더라도 지배력이 충족되야 사용가능한 법.’ 지배력은 일종의 정신력에 해당하는 부분이기에, 윤시우처럼 마인드컨트롤을 못하면 지배력도 휘청거린다.
그러니까 귀속성 유물이더라도 바로 주인을 배신하는 것이다.
그랬기에 주헌은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늘 말했을텐데, 찌질하게 열폭하지 말라고.”
주헌에게 붙잡힌 윤시우는 이를 뿌득 갈았다. 그는 주헌이 자신을 농락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개자식, 뭔 헛소리야! 죽여버리겠어!”
곧 주헌은 눈웃음을 지으며 병을 완전히 기울였다.
“아직 교육이 덜 됐군.”
동시에 살아움직이는 듯한 가루가 윤시우에게 와르르 달려들며 윤시우를 뒤덮었다.
그리고 외곽진 술집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 * *
“이 멍청이가.”
권 회장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손을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하여간 유물을 가지고 오겠다며 호언장담을 하고 어제 나가버리더니, 이 멍청한 꼴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니나 다를까. 눈 앞에는 알몸으로 감방에서 허우적 거리는 윤시우가 있었다.
“보호자분 되십니까?”
“……….”
그렇다.
권 회장이 신고를 받고 간 곳은 경찰서였다.
듣자하니 윤시우가 대낮에 알몸으로 라스베가스를 돌아다니며, 여자들을 쫓아다니며 성추행을 하려 했다고 한다.
그 사진이 벌써 기사로 떠돌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TKBM 권회장의 예비사위라는 말이 퍼지면서 아주 망신도 이런 망신은 없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수습 해야 할지!
하지만 정작 윤시우는 환각을 보듯, 제대로 사고조차 못하고 있었다.
독방감옥에 격리된 지금도 좀비처럼 끄어어 거리는 좀비.
경찰들도 중증의 마약 환자라 취급할 뿐이었다.
다만 그런 윤시우를 보면서 비서가 당황하면서 권 회장의 눈치를 살필 뿐이다.
“저, 회, 회장님. 아무래도 이건……”
권회장은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짚었다.
“확실하다. 이건 이놈이 가지고 있던 유물의 능력이다.”
이 한심한 놈.
망신이란 망신은 다 시키는 사위 탓에 정말 골치가 다 아팠다.
사실 이시기의 권회장에게는 왼팔도, 오른팔도 없던 시기.
윤시우가 제법 쓸만한 지배력만 가지지 않았어도, 진작에 버렸을 것이다.
“회, 회장님. 어떻게 하죠?”
“일단 이놈은 됐고, 이놈이 가지고 있던 유물이나 회수해와.”
그러나 비서가 내심 당황하는 눈치였다.
“저, 그게.”
“왜 또!”
“그……발견 되었을 당시엔 빈털털이 였다고. 그리고 가지고 갔던 회장님의 유물들도 싹 사라졌습니다.”
그 말에 권 회장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눈을 크게 떴다.
뭐야?
============================ 작품 후기 ============================
뭐야아아??????
+ 흐어어 ;ㅅ; 목요일에 징크스가 있나 자꾸 글이 막혀서 보면 늘 목요일..... 크흡 죄송합니다. 선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