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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9화 (29/409)

00029 감히 누구한테 덤벼?   =========================================================================

< 감히 누구한테 덤벼? (3) >

“니들 참 재밌어 보인다?”

귓가에 들리는 웃음소리에 오승우 일행은 귀신이라도 본 듯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아 버리고 말았다.

“주, 주헌아!”

그 뿐인가.

주헌 몰래 오승우 일행을 꾀내려던 동아줄도 기겁해서 파르르 떨었다.

[#*&$*#$^!]

이 인간 뭐야! 뭐야!

순간적으로 흘러나온 주헌의 지배력에 공포를 느낀 탓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오승우 일행을 향해 말했다.

“됐고. 니들 내돈 가지고 어디로 가려고 했어?”

주헌이 무섭게 입 꼬리를 올리자 오승우 일행은 자신도 모르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주, 주헌아. 그게 아니라!”

“주, 죽을 죄를 지었다!”

그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주헌은 바로 읊조렸다.

“포박.”

그러자 꼬리를 만 동아줄은 언제 오승우 일행을 꾀 내려 했냐는 듯, 뻔뻔하게(?) 오승우 일행을 묶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누가 돈 들고 튀려고 하래! 튀려고 하래!

“으아악! 이게 뭐야!”

“으윽!”

“사, 살려줘! 아악!”

곧 주헌은 돈가방을 들고 튀려고 했던 그들을 보며 픽 웃었다.

‘역시 유물은 인간의 바닥을 확인해보기에 아주 좋은 물건이군.’

주헌이 예전부터 종종 써먹어오던 방식이긴 했다.

유물은 옆에 두는 것 만으로도 인간의 흉포성과 바닥을 끌어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설마하니 고작 2억을 들고튀자는 쪽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그뿐인가.

‘동아줄이 직접 꼬시려는 걸 보면 호구…… 아니, 친화력은 높다는 증거.’

물론 흉포성을 끌어낸다고 해도 놈들은 그래봐야 바보들인 모양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고작 2억으로 세 명이서 어디에 써먹게?

“이 등신들. 하려면 날 죽이고 500억을 다 뜯어 가져갔어야지. 그럴 배짱도 없어서 뭔 사내구실 하겠냐.”

뭔가 졸지에 강도살인을 안했다고 혼나는 기분이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미안하다! 잘못했어! 아니 잘못했습니다! 우리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고!”

세 명은 흐엉 울면서 바로 넙죽 엎드렸다. 그들은 눈물 콧물 짜내며 엉엉 울며 사정했다. 평소라면 가오를 잡는다고 허세나 부리는 이놈들에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유물로 본심을 끌어내지 않으면 불가능할 일.

유물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포악성을 끌어내기 위해 본심을 끌어낸다.

하지만 본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법. 인간의 본심에 꼭 포악성만 있는 건 아닌 법이다.

“으엉!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져가지고요! 아이씨 물건 욕심을 내다니, 그냥 저희가 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사실 형님 누님들도 깜방에 보냈겠다, 이제 자유다 싶었는데 주헌이 네가 대장 노릇하니까 화딱지가 나서……!”

“아이고, 주헌아아!”

놈들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주헌은 하하 웃었다. 지독하게 치사하고 더러운 놈들만 보고 살다가 이런 놈들을 보니 귀여웠던 탓이다.

이녀석들은 생각보다 더 단순하고 순진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보통이라면 지금쯤 바로 강도살인사건이 벌어졌을테지.’

그랬기에 주헌은 오승우 일행의 머리를 빠악 빠악 빠악 치면서 말했다.

“그러게 누가 돈 가방 가지고 튀래?”

“아이고! 잘못했어! 그거면 괜찮은 곳에 프랜차이즈 카페라도 차려볼 수 있을 줄 알고……!”

“파리버게트나 문벅스 같은거……!”

“그거면 어머니한테도 용돈을 보내드릴 수 있으니까……!”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는 그들에게 주헌은 큭 웃었다.

그깟 프랜차이즈?

“시키는 대로 하면 그깟 프랜차이즈, 수백 개는 차릴 수 있게 해주지.”

“뭐, 뭐?”

“어머니한테는 용돈이 아니라 가게나 몇 개 선물로 드리던가?”

“!”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만약 유물을 통해 나온 본성이 자신 같은 놈들이었으면, 사회를 위해서라도 당장 죽이고도 남았겠지만.

‘게다가 이놈들은 친화력이 높다.’

자신이 높은 지배력과 반대되는 친화력. 비록 유물들에게 호구 취급을 받게 될지라도 주헌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이놈들이 대신 할 수 있으니까.

이를테면 성격 더러운 유물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이라든가.

‘나는 그런 거 죽어도 절대 못해. 아니 안 해.’

때문에 그 부분을 저놈들을 활용해 보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리고 주헌도 이놈들의 어머니는 기억한다. 아들이 뭘하는지는 모르는 분이셨지만 부하직원이란 말에 고생이 많고 미안하다며 차려주신 밥을 얻어먹은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 그리고 주헌은 그 정도는 새겨놓는 남자였다.

하지만 오승우 일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프랜차이즈가 수백 개?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그래.”

프랜차이즈가 다 뭔가. 애당초 유물들을 긁어모으면 재벌도 될 수 있는데 무슨.

하지만 전혀 믿기지 않는 건지, 얼떨떨해 하는 그들에게 주헌은 알기 쉽게 예를 들었다.

“내가 라스베가스에서 돈 벌던 거 기억이 안나나?”

“아니, 잘 기억하고 있지!”

“그럼 눈으로 충분히 확인 시켜줬다고 생각하는데.”

“응, 그건 그래.”

뭔지는 모르지만 세상에는 지금 무덤과 함께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주헌은 그걸 훌륭하게 이용할 줄 아는 남자였다.

오승우 일행이 무식해도 그걸 캐치하지 못할 남자들도 아닌 터라 그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주헌은 말을 이었다.

“그럼 너희에게 조건을 하나 달지.”

“조건?”

“별 거 아냐.”

주헌은 가볍게 웃으면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어, 그거 아까 경매에서 낙찰 받은 때밀이 돌……아니냐?”

때밀이 돌이라니, 유물이 통곡 할 노릇이었다.

실제로 발뒤꿈치의 각질을 밀어야 할 것 같은 돌이었지만 이건 엄연히 유물이었다. 그리고 이 유물이야 말로 오승우 일행에게 확실한 목줄을 채워줄 녀석이었다.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 (A급-보물급/ 귀속성 유물)]

- 피로도 70%

곧 유물이 발동 되자 때밀이 돌이 검은색의 석판으로 변하면서 주헌의 손에 쥐어졌다.

동시에 주헌이 외쳤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배신엔 배신으로 응한다.”

“아악!”

번쩍!

곧 석판에 작은 글씨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마치 용암처럼 불타오르는 글씨였다. 글씨가 다 새겨지고 나자 강력한 빛이 오승우 일행의 몸을 감싸고 사라졌고, 그들은 얼떨떨해했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거 아냐. 그냥 너희들이 날 배신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생겨.”

“뭐, 뭐?”

“단, 허튼 생각하면 너희들 몸이 아작 날 테니 괜히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걸. 분명히 난 경고했다.”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유명한 구절에서 탄생한 유물.

쉽게 말해 오승우 일행이 배신의 행동을 하면 주헌도 배신을 한다. 그렇게 오승우 일행의 몸에 응징이 닥칠 것이었다.

말 그대로 상대가 한 짓을 그대로 돌려주는 카운터 계 유물이었으니까.

겸사겸사 함무라비 법전을 시험해본 주헌은 안도했다.

'아무래도 쓰는데 지장은 없나보군.'

A급 유물을 제대로 지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는데 말이다.

곧 제대로 목줄이 채워지고, 얼떨떨해던 오승우 일행이 물었다.

“어……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겠냐고 했는데,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뭐하면 되는데?”

그 말에 주헌은 씨익 웃었다.

“일단은…….”

* * *

“뭐, 뭐냐. 주헌아. 이건.”

오승우 일행은 눈앞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라스베가스에 있는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이었다.

아침 9시까지 일단 출근하라고 하기에 부리나케 간 것은 다 좋았다. 억소리 나오게 고급진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하나 잡아타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을 것 같았고, 방 안에 들어오자 수십 평짜리 스위트룸을 혼자 쓰고 있는 주헌을 보고 입을 벌리게 된 것도 다 좋다 이거였다.

‘……흙?’

그것은 좀 기묘한 광경이었다. 주헌이 사가지고 온 건지, 시킨 건지는 모르겠지만 방 한 구석에는 비료들이며, 삽이며, 흙이며 화분이며 온갖 분재용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결국 그게 뭔지 몰라서 오승우가 물었다.

“저, 이게 뭐냐. 주헌아.”

“뭐긴. 이제부터 니들이 할 일.”

잠도 제대로 못 잔 건지, 수면가운을 입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주헌은 커피를 내리면서 테이블 하나를 가리켰다.

“거기, 징징거리는 아몬드 나무 보이지.”

“어……”

그들의 시선엔 뿌리째 뽑혀 흙 위에 뒹굴고 있는 아몬드 나무, 아니 불로초가 보였다.

불로초는 빼애액 울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

나를 이렇게 취급하다니, 이 빌어먹을 인간 놈아. 하고 엉엉 울고 있는 것이 분명하리라.

그 소리가 주헌의 귀에는 마치 영화 속에서 나온 비명을 지르는 만드라고라와 필적할 수준이었다.

그랬기에 주헌은 한 쪽 귀를 막으며 빨리 처리하라고 했다.

“아무튼 그 아몬드 나무를 키워서 번식 시키는 게 니들 임무다.”

“뭐?!”

그렇다.

사실 진시황의 불로초는 기본적으로 가지치기를 하며 농사, 그러니까 재배를 해서 열매를 얻어야 하는 유물이었다. 그 열매들이 바로 의료유물이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농사를 짓다가 죽이지만 않으면, 사실상 묘목은 영구성.

하지만 진시황의 불로초는 겁이 많아 울어댔고 굉장히 예민했다.

‘심지어 키우는 데도 오래 걸리고, 비위도 맞춰야 하고, 분 단위로 지켜보고 있어야 하지.’

한마디로 완전한 노가다 작업.

자신은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귀찮았다. 미래에 어마어마한 돈이 되는 건 확실하지만 왜 유물 따위에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그러니 내 눈 앞에서 이 녀석 죽이지 말고 잘 키워. 하루에 한 번 꼬박 꼬박 사진 찍어서 상태 보고하고.”

물론 이놈들이 불로초를 들고튀려고 해도 무리였다. 함무라비 법전의 영향권에 있기도 했고, 애초에 키우는 것과 열매를 수확하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니까.

“일단 됐고. 지금 화분에 넣기나 해봐.”

“아니 우리도 딱히 원예는……!”

“어떻게든 저걸 잘 키워내면 인센티브로 일단 인당 5억씩은 챙겨주지.”

“말만 하십시오. 형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역시 돈 앞에서 인간은 솔직하다. 바로 태도가 바뀐 오승우 일행은 진지하게 불로초에게 향했다.

박경태와 박경주 따위 이제 알게 뭔가. 그래봐야 마약을 팔던 범죄자들이거늘.

그리고 졸지에 불로초 유모가 되어버린 오승우가 불로초를 들자 불로초는 젖병이라도 물려진 것 마냥 조용해졌다.

그제야 평온을 되찾은 주헌은 불로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들이 친화력이 높은 게 이럴 땐 도움이 되는 군.’

이 때 불로초를 옮겨 심던 오승우 일행이 뭔가를 발견한 듯 물었다.

“어, 그런데 나무 몸뚱이에 있는 이거 상처는 아닙니까?”

나무의 몸통에 칼로 새긴 듯한 자국을 보고 그들이 당황한 것이었다. 그들은 경매장 직원들이 험하게 다룬 거라고 생각하고 바로 화를 냈다.

“이것들을 확 그냥! 감히 형님께 이딴 걸 팔아?”

“당장 가서 따지고 오겠……!”

그 때 주헌이 그러지 말라는 듯 말렸다.

“아. 그거 멀쩡한 거니까 그러지 말고.”

나무의 몸통에 새겨진 툼글리프는 주헌에게 귀속되었다는 증거인 귀속문장이었다.

남들이 보면 이상한 문자지만, 엄연히 서주헌이라고 적혀 있다. <진시황의 불로초>는 열매는 소모성 의료 유물이지만, 묘목 자체는 귀속성 유물이니까.

쉽게 말하면 물건에 내 것이라고 이름을 써놓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권 회장도 이걸 침실 가든에서 기를 정도로 아꼈지.’

그리고 바로 그 때였다.

부르르.

주헌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

핸드폰 액정에 뜨는 건 등록되지 않은 번호였다.

“…….”

주헌이 전화를 받지 않자 오승우 일행이 의아하게 보았다.

“누구한테 온 겁니까?”

“등록 안 된 거 보면 모르는 번호 아니야?”

하지만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왜?

그건 주헌이 기억하는 번호.

그렇다.

그건 권 회장의 번호였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16. 6. 6 일 수정)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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