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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8화 (28/409)

00028 감히 누구한테 덤벼?   =========================================================================

< 감히 누구한테 덤벼? (2) >

“일단 따라오세요.”

그 말을 한 주헌은 아이린과 함께 낙찰받은 물건들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가 아이린과 함께 간 곳은 경매장의 칵테일 바였다.

‘이제 파산왕의 유물을 빼앗으면 된다.’

그 와중에 유물들의 곡소리들이 이어졌지만, 그딴 건 주헌이 알 바는 아니었다.

[내성이 오르고 있습니다.]

[내성이 오르고 있습니다.]

결과가 아주 좋았으니까.

곧 주헌과 아이린이 마주 앉자, 바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아이린의 외모는 어딜 가나 눈에 띄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함께 있는 주헌도 관심을 받았지만 그래 봐야 아이린의 내용물은 파산왕.

그 탓인지, 대화를 길게 끌 생각도 없는 주헌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네?”

“제 행운을 산다고 하셨는데 전 행운을 팔 생각이 없습니다.”

“네, 네?!”

“아니, 당신이 바라는 물건 따위는 제게 없다는 편이 맞겠네요.”

그건 사실이었다.

애초에 아이린의 파산능력은 행운계열의 유물 따위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도끼를 넘겨주자니, 그래 봐야 B급.

제 유물을 넘겨주는 것도 좀 아까운 일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금도끼로는 파산왕의 유물 앞에서 박살이 나고 말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의 답은 간단했다.

“전 드릴 게 없습니다.”

그러나 주헌의 뻔뻔한 태도에 아이린은 당황했다.

기껏 주헌만 믿고 불로초를 사들였는데 이게 무슨!

“주실 게 없다니……그럼 설마 지금 사기를……!”

“아뇨.”

주헌은 여유롭게 웃었다.

“당신이 행운을 되찾을 방법은 분명 있습니다.”

“!”

“당신이 가진 어떤 물건을 제게 넘기면 해결됩니다.”

그렇다. 사실 아이린은 파산의 유물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간단.

그냥 가지고 있는 유물을 자신에게 양도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지.’

“없다고는 말아요. 분명 당신 주변을 따라다니는 수상한 물건이 있을 겁니다. 그 물건을 제게 넘겨요. 그러면 불행은 사라질 겁니다.”

안 그래도 모든 독식자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파산의 유물은 꽤나 탐나는 물건이 아닌가.

‘이걸로 아이린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난 유물을 얻게 된다.’

주헌의 눈빛이 좀 탐욕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린은 주헌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답을 했다.

“저도 드리고 싶지만, 절 따라다니는 수상한 물건이라니, 그런 건 전혀 없는데요.”

그러자 주헌은 귀찮은 듯 쯧, 혀부터 찼다.

“그럼 주변 물건부터 싹 버려요. 다 버려도 당신의 주변에 나타나는 놈이 있을 테니.”

“그런 건 이미 다 해봤어요! 하지만 계속 불행이 계속되니까……!”

동시에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주변에 따라다니는 물건은 없다?’

어떻게 된 거지.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결국, 고민하던 주헌이 한마디 했다.

“당신 잠깐 옷 좀 벗어 봐요.”

순간 아이린이 멍하게 주헌을 보았다.

“네, 네?”

“지금 입고 있는 거적때기 좀 벗어보라고요.”

그러자 아이린은 슬쩍 시선을 내려 자신의 옷을 보았다.

아이린이 지금 입은 건 가슴이 파이고 부드러운 몸을 살짝 가린 얇은 이브닝드레스 한 장뿐.

누가 봐도 찬사를 날릴 옷을 거적때기라고 하는 것도 그랬지만, 이걸 벗으라니.

이걸 벗으면 아이린은 바로 알몸이 되고 만다. 그녀는 당황해서 주헌을 보았다.

“저, 저기 잠깐…….”

그러자 주헌은 아, 하고 피곤한 듯 말을 정정했다.

“당신의 몸뚱이에 관심 있는 거 아니니까 이상한 착각 말고.”

“……?”

주헌은 정말로 아이린의 몸에는 관심이 없었다.

물론 여자의 몸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상대는 가린다는 의미였다.

‘파산왕에게 빠졌다가 파산하는 수컷들을 하루 이틀 봤어야지.’

그걸 잘 알기에 주헌은 용건부터 말했다.

“아마도 당신 몸에 있을 텐데요. 불행과 함께 찾아온 문신이.”

“문신…….”

사사키의 팔뚝에도 있던 그 수상한 문신이다.

유물은 크게 <귀속성> <소모성>으로 나뉘는데, 문신은 <귀속성> 유물의 특징이었다. <소모성> 유물과는 다르게 내구도의 개념이 없지만 계약한 주인만 쓸 수 있는 형태.

독식자들이 가졌던 유물은 대다수가 귀속성이라는 걸 잘 아는 주헌이었다.

곧 문신이란 말에 아이린이 망설이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요. 없어요?”

“아, 아뇨! 있어요. ……가, 가슴 근처에.”

목소리가 좀 작아지던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이제 믿을 곳은 주헌 씨밖에 없어.’

그녀는 여자 의사들에게만 보여주던 알몸 확대 사진까지 보여 주었다. 가슴은 안타깝게도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있었다.

가슴 밑에 남들은 전혀 읽지 못하는 툼글리프 문신이.

하지만 그것을 보자마자 해독한 주헌은 이부터 갈았다.

‘젠장. 이러니까 따라다니는 물건 따위가 없었지!’

그렇다.

아이린의 유물은 신체에 기생하는 <기생>타입의 유물이었던 것이다.

기생 타입의 유물을 예로 들면 천리안의 유물이라 하면, 눈에 기생하는 것이 있었다.

유물들 중에서는 굉장히 드문 타입이다.

‘권 회장 말고 또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주헌은 생각지도 못한 듯 혀를 찼다.

‘야단났군. 기생형은 섣불리 빼낼 수가 없는데.’

왜?

기생형은 사실상 아이린의 신체를 잘라야만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단순하게 유물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자신에게 넘겨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받을 마음도 없지만, 세상에 미치지 않고서야 제 신체를 잘라 줄 사람이 있을 리도 없고.

‘이렇게 되면 작전을 바꿔야 한다.’

원래는 파산의 유물이라기에 에리스의 황금 사과 정도를 생각하던 주헌이었다.

그런데 신체 기생형 중에 재산 관련 유물이라고?

주헌의 눈이 기대감에 반짝였다.

‘설마 미다스의 손?’

만지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는 그리스 신화의 손 말이다.

물론 정확하지는 않다.

사실이라면 이 여자는 파산왕이 아니라 부호왕이라 불려야 했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만진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마이더스의 손. 막대한 부를 부르는 대표적인 행운과 부의 능력이 아닌가.

‘확실한 건 여기서 연을 끊기엔 좀 아까운 인물이군.’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유물을 빼앗는 쪽보다 아이린과 협력하는 쪽이 나았다.

‘기생형이니 저 쪽이 나보다 능력을 더 잘 꺼내쓸 수 있을 지 모르고.’

애초에 아이린의 유물은 주변인이 불행해진다는 큰 단점도 있었고, 아직 자신의 힘으로 신급 유물을 지배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곧 주헌이 생각에 잠기자 아이린은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다급해졌다.

“저, 많이 힘드실까요? 그 아몬드 나무는 돌려주지 않으셔도 돼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아이린이 절박하게 주헌의 손을 붙잡자, 주헌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웃었다.

‘그래. 차라리 이 갑부들에게 은혜를 입히자.’

그편이 여러모로 주헌에게 더 이득이 될 터였다. 그랬기에 뻔뻔하게 약을 팔기 시작했다.

“걱정 마세요. 전 그런 유물을 모으고 연구하는 고고학자라서요. 당신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 연락을 드리죠.”

“저, 정말이요?”

주헌은 번호를 내밀며 방긋 웃었다.

“전 거짓말은 안 해요.”

아이린 홀튼.

그녀는 주헌이 새로운 독식자 중 하나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여자일 터였다.

* * *

‘이걸로 파산왕과 연결 줄이 생겼군.’

설마하니 과거 독식자들이 덜덜 떨던 재앙신과 이런 식으로 연결 될 줄이야.

곧 아이린과 헤어진 주헌은 속으로 웃으면서 경매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볼일도 끝났겠다, 경매장을 뜨자.’

그런데 그럴 때 주헌을 향해 오승우 일행이 해맑게 웃으며 다가왔다.

“주헌아! 쨘! 이것 봐라! 기념품이라고 가져가라기에 이렇게 가져왔다?”

품에는 기념품으로 나누어주는 100만 원짜리 고급 위스키가 여섯 개나 들려 있었다.

“공짜래! 다 가져가래!”

“역시 부자들 경매는 다르긴 달라!”

그들은 주헌에게 네 것도 챙겨 놓았다며 철없이 웃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시끄럽고 나가자. 여기 오래 있어서 좋을 거 없어.”

실제로 낌새가 좋지 않았다. 지금도 찌릿찌릿한 오라가 느껴지는 게 자칫 고분화에 휘말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오승우 일행은 경악했다.

“뭐? 왜! 이 뒤에 뒤풀이 파티 하는 것 같은데 왜 벌써 가?”

“미녀들도 온다고 했다고!”

그들은 툴툴 거렸지만 설명하기 귀찮은 주헌은 단호했다.

“파티 즐기러 온 거 아냐. 시키는 대로 해.”

“아이씨! 난 싫은데…!”

“주헌아, 그러지 말고 더 있다가자. 응?”

그 말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것들, 문제긴 문제군.’

왜?

자신과 맞먹으려는 놈들의 태도가 문제였던 것이다.

사람을 또 구하긴 귀찮고, 여러 가지로 쓸 만해서 잠시 부리고 있는 거지만 이래서야.

‘확실하게 위아래를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귀찮아진다.’

물론 자신이 꼰대식 서열이나 권위주의를 찬양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몸을 담그고 있는 곳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세계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됐다.

‘목숨이 걸린 세계에서 어설픈 상하관계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그러니 슬슬 필요하겠군.

‘확실한 정신교육.’

아니면 시험.

주헌은 시간을 보며 씨익 웃었다.

‘시간은 조금있다.’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주헌은 뜻 밖에도 물품보관의 번호키를 주면서 말했다.

“너희들. 짐 가지고 나오는 김에 내 짐도 찾아와.”

“네 짐이라면, 프론트에 맡긴 현찰 2억 말이야?”

“그래.”

사실 주헌은 입장료로 현찰 1억을 지불하고, 예비 현금 2억을 마이더스에 맡겨놓았었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이놈의 정신교육 겸, 좋은 테스트 도구가 되리라.

“빨리 다녀와.”

주헌은 그 말을 하며 슬쩍 오승우의 양복 주머니에 팔찌 형태의 동아줄 유물을 집어넣었다.

어리숙한 오승우 일행이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귀신같은 손놀림이었다.

* * *

“아이씨, 주헌이 그 망할 자식.”

오승우 일행은 오리입을 만들고 있었다.

일단 주헌이 시키는 대로 그의 짐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우리가 뭐 딱가리야?!”

“새파랗게 어린놈이 위아래도 몰라!”

“우리가 서로 동등하면 동등했지!”

오승우 일행은 주헌을 괴롭히긴 했지만, 딱히 주헌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주헌을 싫어했다면 그건 박경태였고, 자신들이야 그냥 형님과 누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은 지금 주헌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바로 주머니 속 동아줄 유물 때문이었다.

원래도 유물이 뿜는 오라는 인간의 파괴본성을 건드렸고, 지배력이 약한 이들은 그걸로 쉽게 비뚤어지곤 했다.

“아오! 짜증나!”

“젠장, 그 녀석을 어떻게 엿 먹이지?”

“어떻게 엿을 먹여요! 셋이서 덤벼도 그 자식 하나 밟지도 못하는 판국에!”

그럴 때였다.

[어떻게 엿 먹이긴, 돈 가지고 튀면 그만이지.]

[자, 어서 본성을 드러내, 인간! 어서! 내가 도와줄게!]

주헌이 사라지자마자, 동아줄 유물은 신이 나서 오승우 일행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본인이 도와주겠다면서. 이건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유물의 기운에 순간적으로 동생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형, 형님.”

“응?”

“이거 가방에 분명 2억 들어 있었죠.”

“그, 그렇지?”

“2억이면 3분의 1 하면 얼마씩이죠?”

“대충 7천만 원 좀 안 될 것 같은데.”

“그거면 꽤 먹고 살지 않겠습니까.”

“뭐, 뭐?”

순간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한달에 고작해야 80만원 받고 일하던 그들에게 수천만 원의 돈은 굉장히 큰돈이었다.

“이거면 그래도 작은 프랜차이즈 카페는 하나 차릴 수 있지 않을까요?”

동시에 그들의 손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혀, 형.”

그리고 눈이 맛이 간 오승우가 웃었다.

“튀, 튈까?”

“하, 하지만!”

“혀, 형! 주헌이 한테서 도망칠 수 있어요?”

그러자 슬금슬금 오승우의 양복 주머니에서 기어나오던 동아줄이 신이 나서 사념파를 날려대기 시작했다.

[그래 인간! 달려! 그래 봐야 걔는 발이 두 개 밖에 안 달렸어!]

그리고 거기에 영향을 받듯 놈들이 말했다.

“맞아요. 그래봐야 걔는 두 발 달린 인간이죠. 작정하고 달리면 우리보다 느리……”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럼 니들은 발이 네 개라도 달렸나보지?”

살 떨리는 웃음소리가 그들에게 울려 퍼졌다.

“?!”

마치 이 상황을 예견했다는 듯한 목소리.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들은 물론, 인간을 유혹하던 동아줄도 기겁해서 땅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상황이 흥미롭다는 듯, 잔인하게 웃고 있는 건 주헌이 있었다.

“니들 나 빼고 뭐하냐?”

============================ 작품 후기 ============================

(16.6.6 일 수정)

니들 나빼고 뭐해?^^*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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