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23화 (23/409)

00023 전설의 블랙리스트  =========================================================================

< 전설의 블랙리스트 (2) >

“와, 이게 진짜 돈이냐, 가짜 돈이냐.”

오승우 일행은 주헌의 앞에 있는 돈다발을 보면서 넋이 나가 있었다.

주헌이 이번에 딴 금액은 놀랍게도 총 5980만 5040달러.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약 708억 3906만 9880원쯤이었다.

‘아, 원래 가지고 있던 돈 까지 합치면 709억인가.’

"부, 부자다! 부자야!! 대박! 이런 돈 살아서 처음 봤어! 이정도면 평생 먹고 살지않냐?!"

그들의 외침에 주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쨌든 이 정도나 돈이 쌓여 있으니.

‘확실히 기분은 죽이네.’

그리고 대부분의 돈은 통장으로 들어갔지만, 눈앞에는 엄연히 30만 달러 (3억 원) 현찰이 있었다. 바로 경매의 입장료 때문이었다.

이때 오승우일행이 쾌재를 질렀다.

"좋아! 이걸로 인생성공이야!"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오승우의 모습에 주헌은 웃음을 흘렸다.

“아까부터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니들 돈 아니다.”

그 눈빛에 오승우일행이 깨갱했다.

“다, 당연히 알고 있지!”

"좋아."

하지만 고작 3억 원에 벌벌 떨고 있다니.

잡템 수준인데 1000억 원 하는 유물을 수도 없이 만져본 주헌은 작은 웃음이 나왔다.

물론 이들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마 권 회장 밑에 처음 들어갔을 때였을 것이다. 거액의 돈을 눈앞에 두고 눈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니까.

그리고 주헌이 거액의 단위에 무덤덤해진 건,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어차피 그 돈이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도굴단의 단장이어도 가져가는 건 달에 100정도였나.’

지금 생각하면 참 터무니없는 열정 페이에 가까웠다. 주헌이 가져다 준 막대한 이익과 위험수당, 주말과 휴일도 없던 걸 생각하면 말이다. 하물며 대기업 신입 월급이 500수준이었던 당시의 물가를 생각해도.

‘뭐, 돈 대신 의료유물을 받았기 때문이지만.’

그래봐야 치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시적으로 고통을 줄여주는 1회용 의료유물이었지만 말이다.

그것이 권 회장이 인재들을 노예로 부리는 방법이었다.

새삼 그 때의 일을 떠올리던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진짜 그 놈이 초반에 의료유물을 전부 독식해서 장난질만 안했어도.’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이때 현찰 3억을 007가방에 챙겨주던 카지노 직원들이 주헌의 눈치를 살폈다.

주헌의 사기적인 행운에 괴물로 보는 것이 틀림없는 것이리라. 그래서 주헌은 웃었다.

원래는 더 탈탈 털 수도 있었지만, 이것도 적당히 하는 것이었다.

주헌도 그 정도의 양심은 있었다. 아니 그보단 진짜 블랙리스트에 오를까봐 염두에 두는 것뿐이지만. 천하의 라스베가스도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면 경계할것이고, 앞으로도 돈을 따야하는데 정말 망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어차피 경매는 매달 있다.’

그렇게 주헌은 사악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양심껏 날짜를 분할해서 잭팟을 터트려주지.

게다가.

‘쓸데없이 유물놈과의 친화력을 올릴 이유는 없지.’

전쟁터, 혹은 도박장처럼 인간들이 괴로워하고 파멸하는 곳은 유물이 몸을 부들 부들 떨정도로 좋아하는 곳이다. 막말로 인간을 괴롭힐수록 권회장처럼 친화력은 상당히 높아질터.

주헌은 유물놈이 좋아할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따는 건 괜찮겠지?'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뭔가 생각하듯 잠시 시계를 살폈다.

시간은 오후 7시.

아직 경매 시작인 8시까지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배는 그렇게 고프지 않았다.

그랬기에 주헌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시간도 남는데 한 탕 더 뛰어볼까……”

그러자 순간 카지노 직원들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었다.

뭐, 뭐라고?

아니, 그정도 벌었으면 됐지!

이 악마 사기꾼이 여기서 또 뭘 더!

그런 표정이 역력했지만, 주헌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도 남는 데 그래도 상관없겠지.”

아니 그러지 말라고!

카지노 직원들은 절규했다.

불길한 기운이 적중했던 대로일까. 주헌은 앞으로 틈만 나면 라스베가스에서 돈을 쓸어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래서 미리 블랙리스트에 올려놔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정말 경영난이 올 정도로 따갈지도 몰라!’

아직은 괜찮지만, 이 괴상한 남자가 365일 라스베가스에 눌러 붙어 있다면?

이들은 몸이 오싹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할테지만, 주헌은 그 상식을 초월하는 행운맨.

당첨자는 카지노의 광고효과로 딱이지만, 저 인간은 너무 사기적이라 오히려 카지노 쪽에서 짜고 판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제발 오지 말아라, 이 괴물아.’

그들은 엉엉 속으로 울었다.

그랬기에 주헌이 태연하게 사라지자, 몇몇이 외쳤다.

“지, 진짜 내버려둬도 됩니까? 몇 년 후에는 진짜 라스베가스 일대를 말아먹을지도 모릅니다!”

진짜로 주헌이 악의를 품으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겠느냐며 직원들은 하하 웃었다.

“망상이 너무 크다. 그런 일은 안 생겨.”

그러나 몇 직원은 심각했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진짜 몇 개월 전의 ‘그 여자’를 벌써 잊으셨어요?”

낯익은 단어에 직원들의 몸이 떨렸다.

주헌과 다른 의미의 쌍벽을 이루는 블랙 리스트 후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그 여자.’

한 3개월 전쯤이었을까.

이 사막 도시에 흔히 내리지 않는 비를 몰고, 돌연 한 손님이 나타났다.

여자는 주헌이 그랬던 것처럼 소리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쳤었다. 그리고 찾아온 엄청난 악재.

기겁한 카지노 경영주들이 기어이 한 여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기에 이른 사건이 있지 않았나.

‘그 여자랑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바로 그럴 때였다.

“크, 크, 큰일입니다!”

마치 귀신을 본 표정으로 여자 직원이 뛰어 들어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 그여자가 나타났어요! 블랙리스트에 있는 그 미친 여자가!”

“뭐라고?”

하지만 더 놀랄 만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굿바이 월드>에!”

“아이고, 하필이면 라스베가스 1위 카지노에……거기 경영주는 망했다.”

그들은 어째서인지 벌써부터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한 여직원이 뭔가 떠올린 듯이 외쳤다.

“어? 잠깐만. 방금 나가신 손님도 그곳으로 향했는데!”

그녀는 주헌이 나간 쪽을 보았다.

* * *

3억의 돈을 경매장쪽에 맡긴 주헌은 맨 처음 잭팟을 터트렸던 굿바이 월드에 도착했다.

1시간 뒤면 경매 시작이니, 오래 눌러 앉을 생각도 없었다.

단지.

‘권회장이랑 맞붙을 걸 생각해서 여유자금을 더 만들어두면 좋지.’

권회장이 이시기에도 유물을 알아보고 유물을 낙찰하려고 들지는 모르겠지만,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이 때였다.

“악! 잘 되고 있었는데 망했어!”

“뭐, 뭐야! 역전 당했어!”

“젠장! 카운터 돈이 사라졌어!”

테이블 도박판이나, 슬롯머신 도박판, 그리고 일을 보던 직원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주헌은 의아한 듯 주변을 살폈다.

카지노 내부의 분위기는 좀 흉흉했다. 반사적으로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낄 때였다.

번쩍.

주헌이 품에 넣어둔 금도끼 은도끼 나이프에서 변화가 생겼다.

‘이건?’

환하게 빛내고 있던 금도끼의 빛이 희미해지고, 그 대신 은도끼가 신이 나서 번쩍이기 시작한 것이다.

[금도끼 은도끼 - 은도끼 (B급-희귀급/ 소모성 유물)]

- 사용횟수 (939/1000)

금도끼가 재물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 찍는 것이라면, 은도끼는 반대였다.

주인의 재물을 위협하는 적을 찍음으로서 주인에게 부를 만들어주는 유물. 그러니까 쉽게 말해 주인의 재물을 노리는 적을 미리 경고해주는 녀석이라고 보면 되었다.

하지만.

‘왜 은도끼가?’

얼핏 기능만 보면 주인에게 도움을 주는 착한 녀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봐야 은도끼도 유물 나부랭이다.

인간이란 가진 걸 잃기 싫어하는 생물. 자신의 부를 노리는 적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네 부를 노리는 적이 왔으니 찍어 죽여라!’ 하는 것이 은도끼가 바라는 것.

‘그런데 이게 반응한다는 건…….’

주헌은 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카지노에 있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울기 시작한 것이다.

돈을 잃거나, 싸움에 휘말리거나, 도둑 맞거나, 다 이긴 게임을 지거나, 딜러가 자꾸 실수를 하거나. 심지어 기계가 넘어져 사람들이 다치기도 했다.

사유도 다양하고 반응도 다양하다.

그리고 그 여파가 주헌에게도.

“꺄아악! 손님!”

누군가가 급하게 외쳤지만, 주헌은 뒤도보지 않고 주먹을 들어 뒷사람을 쳤다. 그러자 주헌을 습격하려던 딜러가 손도 못 대고 코피를 흘리며 기절하고 말았다.

습격하려던 남자는 카지노 딜러였다.

주헌은 남자를 보면서 쯧 혀를 찼다.

아무리 그래도 카지노 직원이 고객을 습격하는게 말이 되겠는가.

그러니 이건 굉장한 이상 현상.

하지만 주변인들이 이상해지는 고분화와는 다른 증세다.

주헌은 낌세가 느껴지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 근처에서는 고분화 징조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단지.

‘역시나.’

한 공간에서 낯익은 유물의 냄새가 났을 뿐이다.

악귀가 강림한 것 같은 현장에서 홀로 멀쩡한 여자에게서.

그렇다.

카지노 룰렛 코너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그 백인 여자는 긴 금발을 늘어트린 절세미인이었다. 붉은색 이브닝 드레스를 소화한 날씬한 몸매도, 조각 같은 얼굴도 미의 신이 인간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완벽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을 따라 들어오던 오승우 일행이 금발의 여자를 보고 헉, 하고 넋이 나가버렸다.

“저, 저, 저 여신은 도대체 뭐냐.”

“여기 무슨 뭐시기 영화제냐?”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져 넋을 잃었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 때문인지, 사람들이 홀린 듯이 하던 것을 멈추고 그녀에게 다가갈 정도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 명. 주헌만큼은 달랐다.

주헌은 그를 보자마자 힉, 못 볼 똥을 본 것처럼 표정이 좀 굳었다.

왜?

주헌은 그녀를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말했다.

“지금 당장 경매장 쪽으로 출발한다.”

그의 목소리가 그 답지 않게 딱딱하고 급해졌다. 그랬기에 그들은 당황했다.

“뭐, 뭐? 좀 더 딸 거라며?”

“아, 됐어 취소.”

주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했다. 신이 내린 천상의 미모 앞에서도 쿨하게 돌아설 뿐이었다.

오히려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빨리 이 장소를 떠야 한다.’

심지어 발걸음도 빨라졌다.

확실했다.

저 여자는 주헌이 잘 아는 <독식자> 중 하나였다.

<독식자>

그놈들은 단순히 유물을 긁어모으던 욕심쟁이들이 아니었다. 신급 유물지배자로서, 애당초 지배력도 친화력도 일반인과는 남다른 엘리트 놈들이다.

독식자들은 모든 유물 사용자들의 우위에 선 마제스티였고, 운명왕, 재앙왕, 정복왕, 전쟁왕, 사기왕, 풍요왕 등 <-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그래봐야 본인들이 소유한 유물의 정체를 비밀로 했기 때문에, 유물 능력의 특징으로 불렀던 것 뿐이지만.

동시에 저 여자는 과거에 모든 유물 사용자들이 기겁을 하며 도망쳤던 여자다. 그녀가 나타났다 하면 기껏 열린 파티는 취소되고, 국제대회 조차도 무마된다.

아무리 강력한 힘, 재력, 권력을 가진 장수조차도 그녀만 등장하면 생쥐처럼 도망가기 바빴다.

심지어 주헌 역시도.

물론 주헌이 절대 능력이 부족해서 그녀를 피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능력이 있기에 피해야 하는 1순위였다.

성격도 착하고, 얼굴도, 몸매도, 머리도 좋다고 하지만 그녀의 주변엔 친구하나 있는 법이 없었다.

왜?

왜냐하면 저 절세미녀의 이름은 아이린 홀튼.

근처에 있기만 해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죄다 파산, 재앙, 탕진의 늪으로 이끌고 만다. 천하의 권회장 조차도 그녀만 등장하면 안색이 변했을 정도.

그야말로 주변 사람의 행운을 빼앗고 파멸로 몰고 가는 저주받은 여신!

그렇다. 그녀가 <파산왕>으로 불리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히이이이익 ;ㅅ; 도망쳐어어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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