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22화 (22/409)

00022 전설의 블랙리스트  =========================================================================

< 전설의 블랙리스트 (1) >

촤륵, 촤륵, 촤륵.

오승우 일행은 눈앞의 광경을 보면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칩이 쌓이는 소리, 구슬이 돌아가는 소리, 철컥 철컥 슬롯머신이 돌아가는 소리. 심지어 눈앞에는 제 아내와 자식까지 걸고 있는 광란의 도박사들도 있다.

“허.”

왔다.

기어이 여기에 와버렸다.

그것도 이 라스베가스에서 제일 판돈이 센 <굿바이 월드>에!

오승우 일행도 이곳의 괴담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은 라스베가스에 경매를 하러 온 사람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악마 들린 장소다.

이곳을 찾는 사람 중에서 파멸을 면해서 돌아간 사람이 없다고 했던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잃은 돈과 행운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잭팟이 터지는 것이라고.

실제로 잭팟을 터트려 굴지의 대배우가 된 사례, 역사적으로 위대하다고 칭송 받는 대통령이 된 사례, 신의 의술실력을 가진 의사 등, 다양한 사람이 나왔다.

그 때문일까. 자신들도 그 운을 가져가보겠다며 헐리웃 배우부터 정계인사들까지 성공을 위해 미신처럼 찾게 된 이곳.

‘그만큼 파산하는 사람이 더 많은 곳이지만.’

그래서 일까.

처음부터 참 악마 같은 곳도 잘 골라 찍었다며, 주헌은 금도끼를 보았다.

‘정말 유물이란 놈들답다.’

자신이 파산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유물의 효능이 어디에 가는 건 아니다.

확실한 건 이곳에서 오늘 잭팟이 터진다.

유물은 언제든 인간을 등쳐먹으려고 하지만, 결코 기능으로서 거짓말은 안했다.

때문에 그 유물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사도 되고 악마도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일해라. 금도끼.’

주헌은 웃으면서 나이프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테이블 도박 대신 슬롯머신을 택했다.

나이프의 날도 접은 상태였고, 크기도 한손 크기라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렇게 칼을 들고 얼마나 돌았을 까. 벽 쪽에 붙어 있는 슬롯머신 중 하나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

금도끼가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숨을 쉬듯이, 빛이 점멸했다.

그걸 본 주헌은 웃었다.

‘좋아. 1차는 가볍게 여기다.’

그가 자리 잡은 곳은 슬롯머신의 제일 구석 자리. 그는 6달러를 넣고 손잡이를 돌렸다.

덜컹!

슬롯머신의 릴은 촤륵, 부드럽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훗날,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전설로 남는 블랙리스트의 횡보는 시작되었다.

* * *

빰빠라밤!

빰빠라밤!

빰빠라밤!

빰빠라밤!

지금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냐.

카지노에 있던 수많은 손님들은 물론이요, 카지노 딜러들과 운영진들까지 제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건 눈을 의심하는 단계가 아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머리에 박혀 있는 최소한의 상식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저, 저건 악마다.”

누군가가 툭 내뱉은 그 말에 구경꾼들은 긍정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악마(?)는 이번에도 손잡이를 돌렸다.

곧 슬롯이 돌아가면서 화면에서 그림이 나타났다.

첫 번째 칸은 7.

좀 이어서 두 번째 칸이 7.

‘그리고 마지막 하나.’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마지막 한 칸에 집중했다. 그들의 눈알이 릴에 고정 되어 움직일 생각을 못했다.

데구르르르.

마침내 슬롯의 속도가 점점 줄면서 오렌지, 수박, 자두, 체리가 지나가고…….

빰빠라라라밤!

[777]

완벽한 숫자라인이 맞춰졌다.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입을 떡 벌렸다.

떴다. 또 다시 잭팟이 터지고야 말았다!

심지어 이번 누적 배당금은 50만 달러 (약 5억 원) 였다.

“미쳤어!”

덕분에 관광 왔다가 카지노에서 재산을 탕진한 사람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경악하기에 이르렀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잃은 돈이 얼만데 이렇게 쉽게 억이 쏟아지다니!

“세상에 신이시여!”

“잭팟이야! 50만 달러라고!”

서양인이고 동양인이고, 그 누구 할 것 없이 주헌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순히 잭팟 행운의 주인공이라면 그들도 이정도로 경악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봤어! 저 동양인 남자, 벌써 수십 번 째 잭팟이라고!  지금까지 1000만 달러 (100억 원) 를 얻었다고!”

“뭐라고? 1000만 달러?”

“사기 아니야?!”

“굿바이 월드에서는 무려 한번에 200만 달러를 땄다고!”

“미친! 그 터지기 힘든 굿바이 월드에서?”

물론 처음부터 주헌이 잭팟을 터트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꽤 많은 금액이지만 제법 소소하다고 할 정도로 돈을 따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잭팟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첫 잭팟으로 200만 달러, 뒤이어 다른 가게들에서도 수십 번의 잭팟을 터트리며 총 1000만 달러 (100억 원)을 딴 것이다.

그 뿐인가?

소소하게 터트린 것까지 다 합쳐서 매장의 돈이란 돈은 아주 다 쓸어갔다. 오죽하면 직원들이 나타나 ‘이건 기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하고 당황해서 점검까지 들어갔겠는가. 게다가 주헌은 수상한 기계라도 있는 건 아닌지 잠깐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백날 검사해보고 점검해보면 뭘 하겠는가.

주헌은 평범하게 돈을 넣고 손잡이를 돌린 죄 밖에 없었다.

사기라고 해야 한다면, 어딜 봐도 관광용 기념 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평범한 (?) 나이프한테 따져야겠지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고작 1시간 만에 이루어진 일이라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오승우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 저 자식.”

“미, 미쳤어요! 진짜!”

“굿바이 월드에서 200만 달러를 땄을 때부터 이상했다 싶었더니!”

그들은 이게 꿈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주헌은 그들의 반응에 픽 웃었다.

고작 50만 달러 (5억 원)에 1000만 달러 (100억 원) 가지고 이 난리라니.

벌써부터 이러면 재미가 없지.

‘도박판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그럴 때 주헌은 눈앞에 뜨는 메시지 창에 웃음을 흘렸다.

[기계까지 감탄하게 하여 돈을 내뱉게 했습니다.]

[기이한 손재주를 발휘하여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손재주 스킬이 E랭크로 올랐습니다!]

[지배력과 친화력이 다소 증가하여 유물을 좀 더 잘 다루게 됩니다.]

아무래도 도박을 잘한다고 손재주까지 인정을 받은 모양이었다.

잠시 후 주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붉은 옷을 입은 딜러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중에는 주헌이 한국인이라는 걸 깨닫고 불러낸 예쁜 한국인 딜러도 있었다.

“손님, 현재 묵고 계신 호텔은 어디십니까? 이 호텔에서 묵고 계십니까?”

“아.”

남들이라면 최고급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 이 황송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만, 애석하게도 주헌은 벌써 이 말을 여섯 번째 듣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여권을 내밀면서 말을 번복했다.

“여기 호텔 묵을 생각 없고. 칩으로도 안 바꿔. 카운터 가서 전부 현금으로 바꿀 거고요.”

능숙한 주헌의 말에 오히려 직원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어, 어, 저 잠시 만요. VIP 실로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주헌은 그녀를 지나쳤다.

“안 가요. 시간 없으니까. 신고서만 카운터에 내놔요. 일행이 대충 이야기하고 있을 테니.”

“네,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 주헌은 그 틈을 타서 다른 카지노 시설에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있던 곳과 고작 30m 떨어져 있는 호텔이었다.

촤륵 촤륵.

주헌은 광분을 하며 번쩍이는 금도끼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는 꽤 벌겠는데.’

수백 명이 되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광분하는 모습. 아주 사람들이 도박에 빠져 파멸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창.

[유물이 매우 좋아할 만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유물과의 친화력이 올라갑니다.]

[염탐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주헌은 웃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하던 카지노 딜러가 흠칫 놀랐다.

‘네이비색 수트, 키가 큰 동양인, 저, 저 사람은 설마?’

그러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지배인에게 뛰쳐나가는 것이었다.

그들 역시 현재 라스베가스에서 돌고 있는 괴이한 소문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잭팟 손님이 떴다고만 해도 소문이 돌 텐데, 수십 번이나 빵빵 터트린 손님이라면 놀랍다 못해 인간인가 사기꾼인가 싶어 무서울 지경이었으니까.

이미 그의 인상착의는 실시간으로 퍼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와, 와, 왔어요! 돈 처먹는 하마가 왔다고요!”

하마터면 혀를 씹을 뻔했는지, 카지노 딜러가 엑엑 거리면서 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녀의 외침에 지배인들과 딜러들은 경악 했다.

“뭐라고?! 돈 먹는 하마?”

“그 돈 뽑아먹는 악마가 쳐들어왔다고?”

그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주헌이 그냥 몇번 잭팟을 터트리고 가면 뉴스거리나 되고 남을테지만, 그의 행보가 인간의 상식에서 벗어나니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사기치는 건지도 모르니 주의하라는 전달을 받았다.

사기가 아니라면 행운이 엄청난 악마이리라.

당첨자가 나오면 좋긴 하지만 그것도 상식의 범위이어야지, 내버려두면 분명히 미래에 흉물이 될 블랙 컨슈머!

하지만 그들은 주헌이 향하는 곳을 보고 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저긴!”

주헌이 자리를 잡고 앉은 곳은 다름 아닌 메가 잭팟 박스 코너였다. 네바다주등 13개의 주가 연동된 거대한 배팅 슬롯머신, ‘휠 오브 승천.’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수록 받을 수 있는 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지금 누적 상금이 1000만 달러(약 120억 원)일거다.’

한동안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관계자들이 모두 침을 꿀꺽 삼키고 주헌을 보았다.

설마, 여기서도 잭팟을 터트리겠어?

그런 생각이 교차할 때, 주헌이 돈을 넣고 배팅을 시작했다.

촤르르륵.

틱, 틱, 틱.

하지만 첫판은 꽝.

그걸 보고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설마 진짜 연속 잭팟을 터트리는 사람이 있겠어.

‘있다면 인간이 아니지.’

하지만.

두 번째 판.

릴에서 승천하는 말 그림 몇 개가 맞춰지자 기계에서 띠링 띠링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오! 뭔가 당첨 됐나본데!”

주변 사람들이 환호했고, 직원들의 표정은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주헌은 태연하게 화면을 보았다.

[1만 달러 (1000만원) 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 게임시 상금이 배로 누적됩니다.]

[단 실패할시 첫 당첨금의 50%만 받아갈 수 있습니다. 배팅하겠습니까?]

중국어로 뭐라고 쓰여 있었지만, 주헌이 그걸 못 읽을 리도 없다.

답은 당연히 하나였다.

[GO.]

꾹.

그러자 화면이 빙글 빙글 돌면서 판다 그림이 나타났다.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빰빠라밤, 축포소리가 들려오면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또 고를 눌렀어!”

“또 눌렀다고!”

이 지경이 되자 카지노 직원들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배팅금은 점점 올랐고, 추가 배팅 게임은 점점 진행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빰빠라밤!

메가 잭팟 박스까지 터지고 말았다.

“세, 세상에!”

10달러를 넣어서 무려 한 번에 1000만 달러(약 120억 원)의 잭팟을 터트린 것이다.

그걸 본 관계자들은 기어코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았다.

“미, 미친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주헌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엔 다른 기계에 앉았다. 그러자 퍼뜩 정신이 든 카지노 직원들이 불길함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이제 그만!”

그들의 목소리가 처절했다.

============================ 작품 후기 ============================

끄아아앙 ;ㅅ; 그만해에에에에

새 인물이 이번편에서 나오려 했는데, 담편으로 넘어가겠네요;ㅅ;

선추코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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