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0 한국에 이상한 놈이 있다 =========================================================================
< 한국에 이상한 놈이 있다 (1) >
빛이 터지면서 주헌은 미래기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야 아프긴 무지하게 아플 것이었다.
미래기의 몸 뚱아리를 꿰뚫은 것은 다름 아닌 무라마사였으니까.
물론 단순히 예리하다거나, 요도라는 문제가 아니었다.
무라마사.
게임 등 대중매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요도 무라마사>는 당시 에도의 지배자, 도쿠가와 가(家)를 저주했다는 민간 설화와 얽혀 있었다.
물론 진짜 요도였다기 보단, 도쿠가와의 삼대가 칼과 얽히며 재수없는 일을 당하자 폐기처분을 명령했고, 그 덕분에 서민들 사이에서 요도 소문이 돌았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런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유물이다.
때문에 이 유물 칼의 진짜 기능은 저주와 파괴.
보다 강력한 유물일수록, 그리고 보다 강한 유물 지배자 일수록, 그 저주와 파괴력은 깊어진다.
‘그러니 B급이라도 꽤나 아프긴 아플거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무자비하게 칼을 찔러 넣는 통에 미래기는 고통스러워했다.
[##!&@@*#&!!]
주헌의 귀에도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들으나 마나 ‘이 건방진 인간놈!’ 하고 빼액 빼액 주헌을 욕하는 소리이리라.
그 뿐인가. 칼을 찔러 넣는 걸로도 모자라 아주 비틀기까지 했으니, 미래기가 주헌을 저주해 죽이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참을 수는 없었는지, 미래기는 뚫린 구멍으로 기어이 피 인지 잉크인지 모를 검은 액체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물이 파괴되기 시작하자, 마침내 주헌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난폭한 유물 파괴자>의 칭호를 획득하여 지배력이 상승하고, 친화력이 감소합니다.]
[공격계열 유물 사용 시 그 효과가 증대됩니다.]
[유물 감지력이 상승. 염탐스킬이 E랭크로 올랐습니다!]
[보다 높은 등급의 유물을 파괴하여, <거인 사냥꾼>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수 많은 메시지가 지나 간 후, 그들이 있던 건물이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래기가 파괴되면서 오는 충격이었다.
쿵!
“으아아악!”
건물이 뒤흔들렸지만 자위대 군인들은 나갈 생각도 못하고 패닉에 빠져버렸다.
섬광이 사라지면서 불타오르기 시작한 미래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미, 미래기가!”
그 뿐인가. 미래기의 옆에서 괴로워하며 쓰러진 사사키도 발견했다.
“대, 대령님! 저, 저거 어떻게 합니까! 미, 미래기랑 사사키가!”
“젠장!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들은 옷으로 미래기에 붙은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미래기는 점점 재가 되어 갔다.
“아,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네!”
그들도 유물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지만, 이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제, 젠장. 이 일을 어떡하죠?”
“어떻게 하긴! 당장 그 한국인을 족쳐서……어?”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의미로 기겁하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앉아 있던 주헌이 싹 사라져 버린 것이다.
“뭐야! 어디 갔어!”
그들은 급하게 주위를 살폈지만, 누군가가 나간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건 뭐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입구는 우리가 막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에!”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그가 있던 자리에 남은 건 수상한 음식하나.
“떠, 떡?”
하지만 떡 냄새를 맡은 이들은 순식간에 눈빛이 바뀌었다.
발동된 떡이 강렬한 냄새를 풍기며 군인들의 머리속을 싹 날려버린 것이다.
후각세포를 찌르는 고소한 냄새, 마치 악마가 우물을 파듯 침샘을 자극하는 짭짤함, 입에 넣으면 풍미가 가득할 것 같은 이 진한 향!
세상에, 어쩜 이렇게 맛있는 냄새라니!
이세상의 냄새가 아닌 것 같았다.
그 탓일까.
병사들의 입에서는 침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동시에.
자위대 병사들이 떡에 환장한 호랑이가 되어 떡을 향해 달려들었다.
“떠어어어어억!”
“떡 내놔!”
“내 떡!”
“내 떡이야!”
졸지에 떡에 미친 자위대 병사들은 저들끼리 총을 겨누고 쏘며 혈투를 벌였다.
“죽어! 떡 내놔!”
“내 떡이라고오!”
탕!
“커헉!”
“으아악!”
위기의 순간, 시전자를 도망갈 수 있게 해주는 떡.
아낙네의 떡의 효과는 엄청났다.
* * *
“후, 이걸로 쫓아오는 놈은 없겠지.”
귀국 비행기에 올라탄 주헌은 픽 웃었다.
<아낙네가 파는 맛있는 떡>.
그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호랑이가 달라고 조른 그 떡이 맞았다.
그리고 그 유물의 효능은 간단했다.
떡을 사용하면 순간이동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해준다. 마치 아낙네가 호랑이에게 떡을 던져주고 위기를 벗어났듯이 말이다.
물론 C급(일반급)이기에 순간이동 범위는 한번에 50m 정도였다. 다만 순간이동 능력은 남겨진 떡을 누군가가 다 먹어치울 때까지만 지속 된다.
정상대로라면 그 뒤로 정신을 차리고 주헌을 다시 쫓아왔어야 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어지간히도 떡을 두고 싸워댔는지, 주헌은 무려 2km나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뒤엔 택시를 나서 유유히 공항에 도착한 것이었다.
‘하여간 그 등신들.’
한마디로 위기탈출용 유물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 위기탈출용 유물이 있었기에 일본에 올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아베야 기능을 몰라 그냥 화과자 케이스에 모셔놓기만 했던 모양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미래기는 처분했다.’
그 대신 미래기를 카피한 카피본이 남았을 뿐.
물론 사사키는 죽이지 않았다.
왜?
애당초 자신이 처리해야 할 적은 그깟 어린 여자애가 아니었다. 그 여자애를 죽였다가 벌써부터 귀찮게 인터폴 국제수배자가 되어야 쓰겠는가.
살인을 즐기는 건 잭 더 리퍼 같은 녀석 하나로 충분했다.
단지 무라마사의 고통이 사사키에게도 전달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고통을 앓고 나면 저주 탓에 두 번 다시 유물을 사용하기 힘든 몸이 될 터.
'뭐, 어설프게 유물과 인간들에게 이용당하고 죽는 것 보단 낫겠지.'
그리고 소스케인지 뭔지나 쫓아다니라고.
그렇게 곧 비행기 좌석에 착석한 주헌은 여유롭게 카피노트를 펼쳤다.
미래기는 사라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예언서는 유일하게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얻은 귀한 전리품이라면 전리품이라 해야 할까.
이제 미래기만 믿고 설치던 일본이나, 권회장이나 앞도 못보고 우왕자왕 하게 되겠지.
‘권회장에 대한 예언은 다섯 개 정도인가.’
곧 노트를 본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거기엔 주헌이 보고 놀랄만한 예언이 쓰여 있었다.
* * *
“며, 면목이 없습니다. 미래기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사, 사사키도 더 이상 유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무릎을 꿇은 자위대 육군 장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총리와 측근 의원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면목? 이봐! 당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 줄 알아?!”
미래기를 잃은 그들은 한순간에 꿈을 잃고 가슴을 쳤다.
미래기.
그게 있으면 세계에 있는 모든 유물을 일본으로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인 하나 때문에 일본은 방향과 추진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유일하게 믿고 있던 강력한 무기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한국인을 잡으러 갔던 발굴단은!”
“그, 그게. 정체불명의 유물에 당해서 모리대령을 포함한 전원 중상을 입고……치료중입니다.”
심지어 발굴단까지 해체될 위기였다.
“정체불명의 유물이라니, 도대체 뭔데!”
“그,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떡….’ 이라고 외쳐서……떡이라고 추측할 뿐…….”
그러자 그들은 소리를 질렀다.
떡?
떡이라니 지금 장난하나!
“그깟 떡이 뭔데 자위대 군인들이 모두 당하냐고!”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슬쩍 나가는 20대 여성이 있었다.
잘 정리 된 긴 머리에, 먼지 한 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세미정장.
이 미인은 어딘가에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초쯤 흘렀을까. 상대가 연락을 받자 여자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실장님. 말씀 드린 대로 미래기가 파괴된 것이 확실합니다. 자위대 군인들은 모두 유물에 당한 것 같고요.”
그러자 전화 상대는 헛웃음을 흘렸다.
[뭐라고? 진짜야? 진짜 미래기가 사라졌어?]
하기야 그들이 당황 할 만도 했다.
TKBM, 그러니까 권회장의 발굴단. 바로 그들이 미래기를 연구하고,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던 장본인들이니까.
하지만 그 미래기가 파괴 돼?
그것도 고작 단 한 명에 의해서?
[아 미치겠다! 어떤 빌어먹을 놈인지 모르겠지만, 왜 하필이면 미래기를……!]
음성으로만 들어도 남자는 화를 주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요? 찾아서 보복을?”
[그 한국인을 없애자고?]
“그럼 그걸 내버려둡니까? 우리가 미래기에 얼마를 때려박았는데. 어쨌든 미국하고 손잡고 찾는 방법도.....”
그러자 전화 너머로 남자, 아니 윤시우는 허, 웃었다. 그는 과거, 권회장의 발굴단에 함께 있던 주헌의 발굴꾼 동료였다. 물론 동료라기 보단, 적에 더 가깝긴 하지만.
순조롭게 엘리트코스를 밟다가 뛰어난 주헌에게 밀려난 비운의 사용자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주헌이 없기에 권태준의 오른팔을 자청하고 있는 윤시우는 이번 일에 꽤 흥미가 있었다.
[아깝지 않나?]
“뭐가요?”
[미래기를 파괴했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인재라는 거야.]
“허. 설마 발굴단에 끌어들이자고요?”
[그래.]
“실장님?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그 놈이 회장님이 가진 유물도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미래기처럼요!”
예언서인 미래기조차도 사정없이 없애버린 놈이었다. 권 회장이라고 무사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남자는 하하하 웃어댔다.
[뭔 개소리야. 그런 놈도 돈주고 부리면 다 부하가 되는 거지.]
“실장님!”
[아 됐어! 어쨌든 난 며칠 뒤에 라스베가스 지하경매에 권회장님을 모시고 가야 하니까. 그 한국의 도굴꾼은 알아서 잘 스카웃 해와봐. 회장님도 관심을 가지시는 모양이니.]
애당초 타고난 금수저인 윤시우는 예언의 한국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왜?
써먹을 만한 인재는 자신들의 밑에 두면 그만이니까. 지금까지 그는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어차피 다들 돈이면 환장하지 않나?
그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세상에 나타난 유물.
그걸로 엄청난 쟁탈전이 벌어지겠지.
그리고 윤시우는 그 쟁탈전의 최우승자가 권회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적어도 이 때까지는.
* * *
비슷한 시각.
주헌은 권회장의 예언 중 하나가 무척 신경 쓰이고 있었다.
[1月 지하에서 무르익는 탐욕장으로 가라. 그곳에서 세계의 대악재, 흉조가 시작된다.]
그걸 떠올린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이건 필시 대고분화에 대한 예언이었다. 전 세계인이 유물과 무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바로 그 대고분화.
그리고 예언 속 장소는 오승우 일행에게 지시해두었던 라스베가스 지하경매, 마이더스를 말하는 것일터.
그런데 사실 주헌은 그게 좀 이상했다.
‘설마 대고분화가 이렇게 빨리 오나.’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예언.
[그곳에서 그대의 욕망을 잘아는 신이 그대와 함께하고자 하리라.]
확실했다.
그 지하경매장에 신급 유물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그 신급 유물이 권회장을 독식자로 만들어준 결정적인 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알겠군.’
권 회장은 과거 이 미래기의 예언을 보고 라스베가스 지하경매장에서 뭔가 중대한 것을 얻었던 것이다.
‘오승우가 알려준대로라면 이번 1월 경매는 며칠 뒤다.’
그랬기에 주헌은 사납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찬스였다.
놈이 가지게 될 황금 날개를 빼앗을 찬스.
그리고 그 날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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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스틸 하러 가볼까 ^.^ㅋㅋㅋㅋㅋㅋ
선추코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