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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9화 (19/409)

00019 죽을래? 내놓을래?  =========================================================================

< 죽을래? 내놓을래? >

‘으앙 엄마야, 내가 미쳤지. 미쳤지.’

사사키는 자신의 바보 같은 행동에 피눈물을 흘렸다. 무슨 생각으로 이 사람에게 번호를 달라고 했을까.

무슨 생각으로 이 남자를 따라왔을까. 아니 무슨 자신감으로 이 남자가 자신을 처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 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건든 게 마왕이어서는.

‘흐엉, 엄마 아빠 잘못했어요. 남자는 얼굴이 다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녀가 울어봤자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주헌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뒤돌아.”

주헌이 낮게 읊조리자, 사사키가 훌쩍이면서 시키는 대로 했었다.

“팔 들고.”

“흐윽.”

주헌은 가볍게 그녀의 상체, 하체를 쓸어내렸다. 꽤 품이 넓은 유니폼이라 몰랐는데, 사사키의 허리는 꽤나 얇았고 생각보다 볼륨이 있었다.

물론 그런 건 주헌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봐야 상대는 미성년자.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또 다른 발신기가 그녀에게 붙어 있느냐 아니냐가 아닌가.

‘특별한 건 없군.’

발신기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리본 헤어핀 정도. 하지만 그것도 빼앗은 주헌은 발로 밟아 사정없이 부서 버렸다.

‘이걸로 추적은 완전히 사라지겠지.’

그걸 보고 완전히 겁을 먹은 사사키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힐끔 시간을 보더니 사사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 오빠랑 좋은 곳 가볼까?”

그 웃음이 정말로 불길했다.

* * *

주헌이 사사키를 데려온 곳은 다름 아닌 룸카페였다. 사사키는 내심 데이트인가 싶어서 기대했지만, 주헌은 방 하나를 배정 받고, 안에 들어가자마자 읊조리는 것이었다.

“포박.”

“꺄악!”

바로 언제 돌아왔는지 모를 동아줄 유물을 사용한 것이었다. 팔찌 상태이던 동아줄은 주헌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사키를 포박했다.

형태는 귀갑 묶기.

동아줄은 사정없이 사사키의 몸 위를 기어 다니며 빠르게 가슴, 배, 다리 사이, 팔을 묶었다.

결국 밧줄에 꽁꽁 묶인 사키는 울음을 터트리면서 주헌을 보았다.

“으, 으읍! 이게 뭐에요! 소리 질러서 사람을 부를 거예요!”

그러자 주헌은 작게 탄식했다.

하여간, 저 동아줄을 칭찬해야 하는 건지 혼내야 하는 건지.

그거라면 주헌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이 유물의 취향인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말이다.

화장실 간답시고 도망 갈까봐 일단 포박하긴 한거지만, 확실히 이대로라면 사사키는 비명을 지를 것이고 자신은 유괴범으로 잡혀갈 수도 있겠지.

반항하는 상대를 설득하는 것만큼 귀찮은 것도 없다.

그랬기에 주헌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데이트가 좀 거칠어도 이해해주지? 오빠 취향이 그런데.”

그 말과 동시에 사람을 너무 잘 믿는 사사키는 헉, 하고 발버둥 치던 걸 단번에 멈췄다.

데, 데이트?

그러더니 얼굴을 확 붉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룸카페로 데려온 건가.

물론 한 번도 남자와 손도 잡아 본 적 없는 사사키였지만, 친구들에게 가끔 들어본 적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적당히 사람들의 시선도 닿지 않으면서 애정행각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그리고 생각해보면 주헌이 진짜 나쁜 사람이면 이런 곳에 안오고 창고로 끌고 가지 않았을까.

그랬기에 사사키는 뭘 상상하는 건지, 부끄러워하면서 주헌을 보았다.

“그래도 처, 첫 만남부터 이런 걸……”

하지만 주헌은 듣는 척도 안했다. 그는 단순히 범죄자로서 의심 받을 짓을 하지 않으려는 것 뿐이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데이트 하는 것 뿐이라고 하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테니까.

때문에 그는 오히려 룸카페에 비치 된 노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쾅!

이상한 상상을 하는 사사키의 앞에 거칠게 펼쳐놓았다. 뭔가를 기대했던 사사키는 깜짝 놀라서 주헌을 바라보았다.

달콤한 애정행각은 개뿔, 눈앞에 있는 건 노트와 볼펜.

하물며 어쩐지 익숙한 듯한 이 광경에 사사키는 땀을 찔끔 흘렸다.

서, 설마.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살벌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래기 꺼내. 보이는 대로 다 적어.”

철자 하나라도 틀리면 목을 베어버린다.

주헌의 사나운 눈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 *

미래기의 정보를 다 적어라.

하지만 사사키는 주헌의 요청에 당황했었다. 미래기를 꺼내고 싶어도 지금 자신한테는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미, 미래기는 집에 가야 있는데!”

그랬기에 자위대도 사사키를 밖에 내보내준 것이고 말이다. 미래기는 항상 자위대가 지키고 있다.

미래기를 들고 나가는 건 애당초 허락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도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상관없는데?”

“네?”

그렇게 말하고 주헌은 좀 거칠게 사사키의 팔을 움켜쥐었다.

“꺄악!”

주헌이 붙잡은 사사키의 팔뚝에는 정체불명의 글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건 툼글리프였다.

그랬기에 주헌은 그걸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 문신, 미래기를 사용하고 나서부터 생긴 거지?”

“그, 그건 그런데……”

“그럼 이 문신을 짚고 미래기라고 읊어. 여기로 불러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싫으면 강제로 불러내게 해주고.”

“아, 아니요! 미, 미래기!”

동시에 번쩍, 문신이 빛이 나면서 놀랍게도 테이블 위에 낡은 책이 떨어졌다. 놀란 사사키는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었지만, 주헌은 놀라는 기색 하나 없었다.

그건 당연했다.

이건 유물을 부리는 방법 중 하나니까.

“어, 어떻게 된 거지?”

“시끄럽고, 밧줄은 일단 손만 풀어 줄 테니 미래기에 나타는 걸 받아 적어. 하나라도 놓치면 죽는다.”

“힉!”

그렇게 사사키는 졸지에 주헌의 포로가 되어 미래기의 모든 정보를 적게 된 것이다.

‘어차피 귀국 시간까지는 제법 시간이 남았어.’

무라마사로 미래기를 처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그냥 미래기만 처분하고 돌아가면 아깝지 않은가?

하물며 권 회장이 미래기와 얽혀 있다는 걸 안 마당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헌은 큭 웃었다.

‘분명 권 회장의 미래도 여기에 나올 거다.’

그랬다. 주헌이 노리는 건 권 회장의 정보였던 것이다.

권 회장은 일본정부를 돕고있었다. 당연히 사사키를 시켜 자신의 미래도 보게 했을터.

그렇다면 이 미래기에도 놈의 미래가 뜰 것이었다.

즉 이건 기회.

‘어차피 S급(영웅전설급)은 다루기 까다롭고.’

자신이 미래기를 지배할 수고를 할 바에야, 사사키에게 정보만 읽게 하고 처리하는 게 빠르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체감상 B급(희귀급)까지는 무난하게 지배할 수 있었고, A급(보물급)부터는 지배는 가능하나 기싸움을 심하게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마당이니 S급 이상은 힘에 부친다. 아니 원래부터도 A급 이상은 유물의 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주헌도 마음의 각오를 해야 했다.

‘뭐, 사사키는 지배력보단 친화력이 엄청 높은 케이스겠지.’

애당초 유물에게 선택받은 케이스 아닌가.

하지만 친화력만 높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친화력이 높다는 건 유물이 어울리기 쉬운 인간이라는 의미지만, 동시에 얕보인다는 거니까.

‘쉽게 말해 봉이라는 거지.’

그랬기에 친화력만으로 미래기를 계속 쓰면 1,2년 내로 유물에게 침식당해 병에 걸려 죽을 것이었다.

“어쨌든 토시하나 틀리지 말고 다 받아 적어. 이상한 거 쓰면 죽일 거니까.”

주헌이 무라마사를 조금 뽑자, 기겁한 사사키는 바로 노트에 고개를 박았다. 눈물 콧물을 질질 흘렸지만, 닦아냈다간 주헌에게 죽을 것 같아 미친 듯이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4시간 쯤 흘렀을 까.

사사키는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될 기적적인 양을 노트에 받아 적을 수 있었다. 무려 노트 한권을 다 채워 쓴 것이다.

물론 사사키는 그래야만 했다.

조금만 쉬면 안 되겠느냐는 말을 했다가 ‘영원히 쉬게 해줄까?’ 라는 소리를 들었고, 손이 아프다는 말을 했다가 ‘손이 잘리면 더 아프겠지.’ 라는 말을 듣지 않았는가.

하다못해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겠느냐는 말을 하자 ‘여기서 해결해.’ 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 마당에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어찌 되겠는가.

결국 사사키가 노트 한 권을 내밀면서 훌쩍였다.

“엉엉, 잘못했어요. 그냥, 오빠랑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흐엉! 소스케, 한 눈 팔아서 미안해에. 한국 남자는 친절하고 자상하고 상냥하다고 했는데.”

노트의 내용을 확인하던 주헌은 코웃음을 흘렸다.

“누가 그래?”

“칭, 칭구들이요!”

“뭘 보고?”

“드라마보고!”

하여간 그놈의 드라마.

그게 어린 애들한테 이상한 환상을 심어주는 원인이라니까.

주헌은 혀를 차면서 노트의 중간 페이지를 넘겼다. 사사키는 자신이 받아적고도 내용을 모르겠지만, 고어쯤이야 간단하게 읽는 주헌에겐 전부 알짜 정보들이었다.

자위대에 대한 것, 일본이 앞으로 얻을 유물, 무덤의 위치, 일본의 동향 등등.

하지만 주헌이 가장 원하는 정보는 없다.

‘권 회장에 대한 건 없나.’

그러나 이 때.

“!”

주헌이 한 장을 더 넘겼을 때, 뜻밖의 예언정보가 눈에 띄었다. 암호처럼 되어 있지만 그건 확실히 권 회장에 대한 정보였다.

그랬기에 주헌은 입 꼬리를 올렸다.

‘찾았다.’

운이 좋았다.

그러나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손님, 무슨 일 이십니까. 손님!”

“잠깐 조사만 할 뿐이다!”

때 아닌 거친 목소리가 룸카페에 울려 퍼지자 주헌이 귀를 기울였다.

사사키는 낯익은 목소리에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오빠, 모리대령이에요!”

아무래도 사사키를 추적해 놈들이 온 것 같았다. 추적 장치를 모두 파괴했지만 길거리 곳곳에 숨겨져 있는 CCTV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을 테니,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늦든 빠르든, 어차피 이놈들이 올 건 예상한 일이었고.

오히려 4시간이나 걸린 건 느리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주헌이 있던 방이 자위대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꼼짝 마!”

쾅! 룸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찾아온 것은 자위대 군인 열 정도.

평상시라면 현장에 직접 출타할 계급도 아닌 모리 대령이 주헌을 보면서 이를 우두둑 갈았다.

“사라진 미래기는 어디에 있나!”

그러자 주헌은 느긋하게 웃으며 낡은 책을 흔들었다.

“이거 찾으시나?”

그걸 본 모리대령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일그러졌다.

“너! 이 자식, 미래기가 사라졌다 했더니 역시 네 놈이 가져갔나!”

반면 사사키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주헌을 보았다. 이대로라면 진짜 주헌이 죽을 판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당황하기는커녕,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는 주헌이 무서울 지경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하지만 그 상황에서 자위대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한국인! 미래기를 얌전히 내놔!”

“싫다면?”

“허, 자기 상황을 모르는 군. 네가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나?”

주헌은 코웃음을 흘렸다.

“상황을 모르는 건 니들이지.”

감히 유물 사용자 앞에 유물도 없이 나타나?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주헌이 유물에 지배력을 실어 사용했다.

동시에 엄청난 섬광.

그건 동아줄과 함께 주헌이 아베에게 빼앗았던 햇님과 달님의 떡이었다.

[아낙네가 파는 맛있는 떡 (C급-일반급/ 소모성 유물)]

- 즉석식품 (1회용)

주헌은 그 틈을 타서 무라마사로 미래기를 사정없이 찍어 내렸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두 번째 섬광이 터진 건 한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끄아앙, 찔려쪄 ;ㅅ; !!!!!

선추코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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