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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6화 (16/409)

00016 뜻 밖의 보상  =========================================================================

< 뜻밖의 보상 (2) >

주헌은 조금 놀랐다.

확실히 미션 보상이라는 게 있긴 있었었다. 무덤 밖으로 나가면 그걸 지급하겠다는 메시지가 떴었던가. 하지만 익숙한 일은 아니기에 주헌은 이 상황이 좀 생소했다.

미션 보상이라고 하면 무슨 게임처럼 아이템을 준다거나 경험치를 준다거나 돈을 주는 건가?

내심 주헌이 궁금해 할 때, 이번에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상이 지급되기 전, 신중하게 선택지를 고르십시오.]

<선택의 길>

지배의 길

친화의 길

미묘한 메시지였다.

“……?”

하지만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메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머리 회전이 빠른 주헌이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건 필시 지배력과 친화력에 대해 묻는 것이다.

그랬기에 주헌은 놀람 보단 기분이 좀 불쾌해졌다.

참 이상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필이면 지배력과 친화력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을 이 타이밍에.

‘누가 시험 하는 것도 아니고.’

살짝 우롱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만, 마치 유물에게 우롱당할 때의 기분이다.

하지만 고민을 하고 있어봤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실 어떤 식으로 물어본다고 한 들, 주헌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나.

그래서 답했다.

“지배의 길.”

죽어도 유물한테 굴복하지는 않는다. 또 다시 놈들에게 속아 불치병을 얻지는 않겠노라.

동시에 알겠다는 듯, 다음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미션보상품이 지급 완료 되었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고 주헌은 괘씸하다는 듯 웃었다. 뭔가 있을 것처럼 굴더니 특별한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어디 보상품이라는게 허접하기만 해봐라.’

그렇게 1초, 2초, 3초.

그리고 5분.

결국 변기통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주헌은 폭발했다.

“왜 안 나와!”

혹시나 싶어서 소지품을 확인해보았지만 역시 새로 생긴 건 없었다.

게임 같이 이펙트와 함께 떨어지는 아이템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보상이 무엇인지, 짐작 정도는 가게 해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바로 그 때였다.

주헌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바지 주머니를 뒤지던 그 때.

‘어?’

작지만 뭔가가 손가락 끝에 닿았다. 너무 작아서 하마터면 모래라 생각하고 주머니를 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촉감이 좀 달랐다.

매끄럽고 둥글다.

그리고 그걸 꺼냈을 때 주헌은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손에 잡힌 알갱이는 다름 아닌.

‘은단?’

“설마 이게 보상?”

그럴 확률은 컸다. 이 시대에 자신은 은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년 후, 권 회장의 은단 심부름을 한 적은 있어도 자신이 먹은 적은 없었으니까.

곧 주헌이 은단을 빤히 바라보자, 염탐 스킬이 발동하면서 정보가 떠올랐다.

[??? (?급 / 소모성 유물)]

- 즉석식품

아무래도 유물이 맞는 모양이었다. 이런 유물정보가 뜨는 건 유물을 볼 때만 나타났으니 확실했다.

하지만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는 걸 보니, 염탐스킬의 레벨이 낮아서 그렇거나 정체불명의 유물이라는 의미일터.

‘확실한 건 먹는 종류라는 거군.’

물론 유물이니 방심은 할 수 없다.

생긴 건 은단이지만, 내용물은 농약 성분일 수도 있고, 환각을 보게 되는 마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걸 먹어, 말아?

하지만 그렇게 고민하던 주헌은 곧 답을 내렸다.

‘그래, 죽으면 그게 내 팔자다.’

이놈을 사용할 배짱도 없어서야.

다른 물건이라면 몰라도, 유물 놈 때문에 죽으면 어차피 거기까지인 인생이라는 것.

처음부터 유물 지배자로서 나설 가치도 없었다는 것이다.

곧 그렇게 생각한 주헌이 은단을 입 안에 털어 넣고 아작 씹었다. 그러자 느껴지는 것은 진한 한약재의 향.

여기까지는 평범한 은단의 맛이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윽!”

갑자기 온 몸이 뜨거워지면서 열기가 올랐다. 그리고 통증까지 올라와 주헌은 이를 갈았다.

젠장. 자신이 먹은 게 독이었나.

하지만 그 순간.

‘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헌의 팔뚝을 갉아먹고 있던 거대한 화상에서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 피부가 안쪽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듯 꿈틀거리더니, 피부가 재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글부글.

“큭!”

마침내 괴로움이 사라졌을 땐, 이미 화상자국이 사라진 상태였다.

주헌은 웃으며 자신의 팔뚝을 보았다. 유물의 저항력 때문에 입어버린 상처가 깔끔히 사라져 있었다.

일반적인 약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경이로운 회복력, 치료 범위.

‘확실하다.’

이건 의료유물이었다.

그 구하기 힘들고 객체수도 가장 적은 의료유물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효능만 보면 일단 C급(일반급) 정도다.’

하지만 보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물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난 후, 예상 밖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유물의 독기를 견디고 치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내성(면역력)>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 * *

“허.”

지하철에 올라탄 주헌은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했다.

그 귀한 의료유물도 의료유물이지만 무엇보다.

‘내성이라.’

주헌이 놀란 이유는 내성의 존재가 자신이 처음 보는 능력치이기 때문이었다.

지배력, 친화력 말고 내성이라는 게 있다고?

들어보지도 못했다. 필시 지금 자신에게만 생긴  능력치일 것이었다.

그랬기에 주헌은 입 꼬리를 올렸다.

‘만약 이게 유물의 독기에 대한 내성이라면 앞으로의 판세가 완전히 바뀌는 거다.’

그렇다.

애당초 모든 유물 지배자들이 두려워하던 것은 병이었다. 유물이 뿜어내는 독기 때문에 몸이 망가지고, 병을 얻고, 앓는 걸 무서워했다.

즉 인간들에게 있어 의료유물은 생존에 꼭 필요한 물 같은 존재였다. 그랬기에 과거, 독식자들이 의료유물을 독점했던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내성?

그딴 게 있었으면 인간들이 의료유물 따위에 얽매이지 않았지!

결국 그 생각에 미친 주헌은 하하 웃었다.

‘할 수 있다.’

만약 내성을 얻게 되면 애써서 친화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의료유물 때문에 약점을 잡히거나, 제약, 시간, 돈 낭비를 할 일도 사라진다.

쉽게 말해 게임 상에서 회복포션을 살 필요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건 굉장한 강점이었다.

모든 이들보다 유리하게 설 수 있다.

그랬기에 그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마치 누가 자신을 돕기로 작정한 것 같지 않은가.

과거로의 회귀, 도굴꾼의 능력, 그리고 이런 묘한 시스템까지.

‘전부 그 까마귀 유물 놈의 짓인가.’

자신이 죽을 때 있던 유적의 유물놈 말이다.

아무래도 그 유물이 과거로 보내면서 특별한 서비스까지 덧붙여준 모양이었다.

이유? 그거야 주헌도 몰랐다.

홀로 유적에서 썩어가느라 심심해서 그랬는지. 그것도 아니면 나중에 가서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건지.

속셈은 알 수 없다. 그 유물의 등급도, 정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놈이 기회와 보너스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주헌은 이걸 놓치고 활용 못할 바보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상대는 라스베가스 지하경매장에 가서 JK, 그러니까 권 회장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시킨 오승우 일행이었다.

전화를 받은 주헌은 딱딱하게 한마디 했다.

“무슨 일이야. 아직 경매 전일 텐데.”

[아, 받았네. 다른 게 아니라 보여줄 게 있어서 전화했지!]

오승우 일행이 물고 온 건 제법 솔깃한 이야기였다.

* * *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모리 히로유키, 모리 대령은 목에 칼이라도 들어온 것 마냥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눈앞에는 일본 자위대 장군들과 총리라는 사람이 있었다.

“도대체 일을……”

먼저 입을 연 것은 그 중 하나였다.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이번 유물 건과 관련하여 발굴단의 책임을 지고 있는 모리 대령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는 아베에게 한국의 유물발굴을 맡긴 상태였다. 그런데 연락이 끊겨서 이상하다 싶었건만, 미래기 사용자가 그의 행방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아베 키요시는 예의 그 한국인 도굴꾼에게 당했다. 심지어 유물과 무라마사도 그 한국인에게 모두 빼앗겼다고.

“알아서 잘 한다고 했잖아! 빼앗길 것이 없어서 일본의 상징을 빼앗겨?!”

“감히 무라마사를 빼앗기냐고!”

그들은 치가 떨렸다.

어떻게 일본의 유물을 한국에게 빼앗길 수가 있는가. 이건 사무라이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하는 그들에겐 엄청난 모욕과 수치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더 미치고 팔짝 뛰겠는 건 언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장군 중 하나가 모니터를 켰다.

그러자 나온 것은 세계 톱뉴스로 흘러나오는 토픽들이었다.

[정체불명의 고분, 그 안에는 귀신들린 유물이 있다?]

[일본 자위대 3등육좌 아베 키요시, 고분추정 지대에서 한국 민간인 50인들 생매장.]

[생존자들 증언들 “일본은 우리를 입막음하고 보물을 얻으려고 했다.”]

[일본은 미확인 무덤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中-러 “일본 아주 괘씸하다.” 日에 대한 경고 메시지.]

[美, “무덤사태는 세계적 논의 문제. 해결법을 숨긴 日에 큰 유감.”]

그렇다. 한국에서 특보로 기사가 뜨자, 해외 외신에서도 귀신같이 알아차려서 이를 특보로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안 그래도 정체불명의 무덤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적 이슈 사항. 외신들이 집중적으로 내보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러니 미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숨기려고 했던 무덤과 유물의 존재가 해외에 새어나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치사한 미국은 모른 척이나 하고 있고!”

“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게 다 그 미래기에 나왔던 한국인 때문입니……”

“그 한국인을 처리하겠다고 한 게 너희잖아!”

“그건!”

그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자 모리는 정말로 죽고 싶었다.

대령이라는 직위가 결코 낮은 직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에서는 할복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었다.

‘젠장 아베, 그 도움 안 되는 놈!’

하물며 전 세계가 일본에 대해 치사하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 아직 무덤과 유물에 대해 정확하게 눈치를 챈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있다고 곳곳에서 인지하기 시작했다.

“젠장! 우리 일본이 유물을 독점할 계획이 다 틀어졌어!”

그들의 짜증에 모리가 황급히 외쳤다.

“괜찮습니다! 미래기 사용자한테 이미 지시를 해두었습니다. 그 한국인을 추적하라고……!”

“믿을 만 한거야?”

“예! 그리고 TKBM 그룹에게도 도움을 받아 학자들도 미래기를 사용하게 연구하고 있으니…… 전보다 읽을 수 있는 예언기록이 많아질 겁니다.”

“TKBM 의 권태준 회장?”

“그렇습니다.”

“알았네. 미래기로 반드시 그 한국인을 잡아내. 사태를 이리 만든 것에 대해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예, 반드시!”

모리는 납작 엎드리며 이를 뿌득 갈았다.

* * *

그리고 비슷한 시각, 주헌은 오승우에게 뜻밖의 정보를 받고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경매장 명단에서 JK 라는 사람이 총 세 명이었단 거지.”

[그래. 아오! 진짜 우리가 참여자 명부 확인하느라 얼마나 개고생한 줄 아는……]

“그 딴 거 내 알바 아니고.”

[뭐야? 너 진짜!]

“어쨌든 지금 그 명부를 확인하러 갈 테니……”

바로 그 때였다.

[S급 유물에게 마킹 당했습니다.]

[당신의 미래가 읽히고 있습니다.]

갑자기 떠오르는 염탐 메시지에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메시지로 뜬 건 처음이지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도 같았다.

틀림없었다.

‘미래기로군.’

미래기의 영향력에 있던 아베와 만났기 때문일까. 미래기에게 마킹 당해 정보가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는 자신의 행동정보가 미래기에게 모두 읽히게 된다.

그럴 때 주헌이 말을 멈추자 오승우 일행이 내심 겁을 먹고 되물어왔다.

[주, 주헌아? 또 우리가 뭐 잘못했냐? 왜 말이 없냐. 명부 확인 하러 온다는 거냐. 안 온다는 거냐?]

“아니 갈게.”

그렇게 말한 주헌은 무라마사를 뽑아 들며 사납게 웃었다.

물론 가기 전에 거슬리는 예언 나부랭이 책부터 처리하고.

============================ 작품 후기 ============================

어디 한 번 칼부터 갈아볼까. 스릉 스릉.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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