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회
제국의 추잡한 밤<完>
다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욕탕에 들어가려는 찰나, 트리샤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시현, 나…."
"응?"
"플레이 룸의 샤워실에서 씻고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정액이 흐르는데 괜찮을까…."
트리샤가 꺼낸 말로 인해,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실은, 저도…."
신애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다들 긁어낼 수 없을 정도로 질내사정 받았단 얘기지?"
트리샤는 볼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저씨, 여도둑 플레이 너무 좋아해서 있지….
마지막에는 내 목도 조르더라."
"와아…."
자극적인 섹스 얘기에, 유피넬이 입을 벌리며 감탄한다.
반응이 꼭 오늘 먹은 마카롱이 맛있었다는 얘기를 듣는 여자애 같지만….
"그 얘기를 하자면, 제일 민폐는 나야."
나는 아직도 허벅지에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다.
자궁이 빵빵해지도록 질싸 받는 바람에, 긁어내는 건 포기했다.
"…시현의 섹스, 굉장히 격렬하고 야했지…."
유피넬이 회상하듯 중얼거린다.
"부끄럽게….
어쨌든, 업자가 알아서 하겠지. 황제가 쓰겠다는데 막겠어?"
그때, 클로라가 손을 들었다.
"저기…."
"응?"
"대목욕탕의 물은 정화 마법이 걸려 있어서 괜찮아요.
손님들이 쓸 때는 깨끗해질 거예요…."
오, 그런 기능이.
수영장 염소 소독 같은 건가?
"바보 같은 걱정이 끝났으면 들어가자."
"알고 있었으면 진작 알려주지! 마법사들은 이기적이야!"
"당신도 마법 도적이면서 뭘 그래?"
"앗, 처음으로 내 직업명을 알아준 사람…!"
"수질을 개선하는 마법은 기본 중의 기본이잖아. 정액이 좀 들어간다고, 물이 오염될 일은 없어."
그러면 여기서 알몸으로 서서 대화할수록 시간 낭비라는 뜻이군.
내가 먼저 온탕에 몸을 담그자, 다들 따라서 들어왔다.
으응, 기분 좋아.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걸.
"우리가 그 카지노에서 얼마나 있었지?"
"이틀은 있었어."
헤나가 말했다.
"54시간 동안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신애의 디테일한 답변.
54시간….
그 긴 시간을 섹스하면서 보냈다고 생각하니 볼이 뜨거워진다.
작은 서방님 말이 맞았어.
적당히 착정하고 끝낼 수도 있었지만, 계속해달라고 보챈 건 나였다….
"우리는 얘기 못 들었는데, 결국에는 어떻게 된 거야?"
헤나가 말했다.
"어떻게 되긴. 다들 봤잖아."
"알현실에 오라고, 그게 끝?"
"…섹스했어."
"…아하. 방에 들어가자마자 서로 눈 맞아서 침대 위를 뒹굴었다고?"
"그, 그러면 안 되냐? 눈 맞았다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어.
들어가자마자 딱딱한 발기 자지를 들이대는데, 어떡해."
"그럼 어쩔 수 없지…."
유피넬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앞으로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는 놓고 와야지. 허튼짓 못하게."
"아마도 걱정 없을 듯합니다.
카지노를 나왔을 때, 감시 병력은 어딘가로 사라진 뒤였거든요."
신애가 확인해 주었다.
티모스 후작은, 제대로 약속을 지킬 생각인 것 같다.
"섹스까지 했는데, 당연하지…."
"그냥 섹스도 아니고, 아주 추잡한 임신섹스였지."
"헤나. 고양이 연기는 끝났어?"
"~~~윽!?"
남의 부끄러운 행적을 자꾸 후벼 파다니, 복수해주마.
"클로라와 함께 사이좋게 보지펫 했잖아?
멍멍, 냥냥!"
"크읏…."
자기 얘기가 나오리라는 건 각오했는지, 헤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창피함을 견딘다.
클로라는 어쩔 줄 모르고 아예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녀석, 쉬는 중에도 계속 동물 연기하면서 애교부리게 시켜서 힘들었어."
"예를 들면?"
"자지를 혀로 할짝거리면서, 주인님 자지 맛있다. 냥♬ 같은 거…?"
고양이 손을 만들어 냥냥 펀치를 날리는 헤나.
나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마법사들은 그런 플레이를 했구나…."
"트리샤는 2층 이후의 일은 모르지?"
"응….
여도적 플레이로 보지 따먹히느라 바빴고.
아, 그런데 유피넬은 뭐 했는데?"
"저는 작두교의 교도와 만나서…. 아, 이제는 아니지만요.
빛의 여신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제 보지로 개종시켜드렸어요."
"…실화야?
작두교 신도가 잘도 마음을 돌렸네. 역시 고블린들의 여왕, 유피의 보지인가."
"나는 「도피타」지「케르무」가 아닌걸. 케르무는 역시 시현이야."
"…나는 여왕이 아니라 황제지만."
"고블린들의 여황제?"
"마왕 겸직이니까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도피타와 케르무의 차이를 물었더니,
예쁘기도 예뻐야 하지만 케르무는 냄새가 좋아야 한다고 한다.
그걸 들으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날 때부터 진짜 여자였던 유피넬보다 진한 암컷 냄새를 풍기고 다녔다는 거잖아?
"유피넬은 알겠는데, 그다음 층에는 무슨 일이 있었어?"
헤나의 질문에 아스테가 흠칫했다.
그녀를 대신해 신애가 답한다.
"마지막에는 신루 황자님이 나오셨어요.
아스테 님과 저 둘이서 맡기로 했습니다."
"졌구나?"
"그래…. 보기 좋게 졌어."
"상대가 황자님이라면 절대 시현을 양보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헤나는 아스테와 신애를 번갈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테 님과 신애 씨라면 이해가 되네."
"저, 저는 그저 아스테 님의 덤 같은 거였어요…."
아스테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사정 횟수는 거의 같았어….
신애도 루한테 사랑받았어."
"그건…. 저기, 「천박한 보지 댄스」 후에 좁혀진 차이라서…."
천박한 보지 댄스는 뭔데….
내가 가고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두 사람은 볼을 붉힌 채 말을 멈춘다.
…나중에 작은 서방님의 자지를 착정으로 쥐어짜면서 다 털어놓게 만들어야겠군.
다들 민망해하는 가운데, 유피넬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거 너무 좋아.
시현이랑, 모두랑, 이야기하고…. 서로의 활약을 무용담처럼 얘기하는 거야."
"무용담? 음담패설이 아니고?"
"으으응! 훌륭한 무용담이야. 우리 모두 암컷 황제의 지휘를 받아 싸운 용사들이야."
…질내사정 엄청나게 받은 기억만 스쳐 지나가서 창피한데.
어쨌든….
이런 모험담이 하나쯤 있어도 나쁘진 않지.
"네, 이제 황제 폐하의 치세 아래 모든 것이 하나로 뭉칠 겁니다."
"우리가 천박한 보지섹스한 것도 신성 제국의 역사 한 편에 쓰이는 거야?"
헤나의 질문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쓰일 거야.
아멜리아 황녀가 투신전에서 보지 따먹힌 것부터 쭉."
"투신전…."
모두의 시선이 아스테한테 쏠렸다.
"으, 읏…."
"듣자 하니, 아스테한테 몹쓸 짓 한 최면술사 놈.
어딘가로 추방당했다는데 사실이야?"
"…내 몸에도 손대서, 디네스가 저주까지 걸었어."
"쯧쯧. 시현이는 섹스해달라고 엎드려 빌면 섹스해 줬을 텐데."
"아니, 안 해주거든?"
"정말로? 안 해줘?"
"…."
아직 해결하지 못한,
전설적 창녀로 나아가는 메인 퀘스트….
'황제임을 밝히고 모든 제국 신민에게 보지 대주기'가 떠올랐다.
"결과적으로는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황제일 때는 아무렇게나 섹스하지 않아."
아스테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말했다.
"…최면은 개인적으로는 잊고 싶은 기억이야.
앞으로 정신 계열 마법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위해 수련할 거야."
"와이프가 되어서 보지 따먹히면 곤란하니까?"
"시, 시현."
아스테가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린다.
"어, 황제 폐하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네?"
"앗…."
당황하는 아스테의 젖가슴을 움켜잡는다.
"어딜 감히. 호위 주제에."
"아…. 으응."
"죄송합니다. 해."
"죄송합…니다."
다들 아스테의 야한 얼굴을 보고 놀란 듯했다.
"신부가 되면 언제나 이런 느낌일까?"
"놀리지 마….
결혼은 당분간 생각 안 해."
제국의 남자들이 울겠군.
그래도 작은 서방님이 가끔 군것질하겠지만,
두메른 자지와 비견될 수컷이 달리 있을지 의문이다.
"시현. 시현!
임무도 성공적으로 끝냈는데, 뭐 없어?"
트리샤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뭐 없냐고?"
"응!"
"뭐 있지. 당연히."
살려는 드릴게…가 아니라.
"그럴싸한 직함 달아서 평생 하고 싶은 거 하며 살게 해줄게."
헤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이네."
"기노단 서방님이 오염 수치를 낮추는 약을 개발하는 중이야.
그전에는 권역에서 마물들과 적극적으로 섹스하면서, 음란함을 달래길 바라."
"…네."
클로라가 귀엽게 대답했다.
"클로라. 멍멍으로 대답해야지."
"네? 네?"
클로라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자신 없이 중얼거렸다.
"멍멍…!"
"…진짜 하네."
"으, 으앙! 황제 폐하."
"아니, 정말로 버릇이 되어 있나 확인해 보려고…."
"너무하세요. 정말…."
"호출하기 전까지는 각자 숙소에서 편히 쉬고 있길 바라."
"넵!"
"일레시아 교단 건물에 질내사정할 수 있는 고해성사 공간을 건의하고 싶어."
"…나중에.
근데 그런 거 설치해도 일레시아 님은 화 안 내셔?"
"응! 자애로운 여신님인걸."
절대로 화낼 것 같은데.
[신사「최면의 신」이 난처한 표정을 짓습니다]
…왜 당신이 난처한 표정을 지어?
일레시아 본인이 나서서 말려주면 좋은데, 아마도 나타나지 않겠지.
내 치태를 구경하는 신사·숙녀 중에 빛의 여신도 있었다면 까무러칠 일이다.
자애고 나발이고 존나 암울했을 거야.
건전한 여신님도 있어야지, 암.
어쨌든, 그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일로넨」은 유피넬에게 먼저 투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궁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다음날 따로 자리를 내서 축하연을 벌였다.
내가 백작 지위를 받을 때 사용했던 별택에, 실력 좋은 공연단을 초청해서 먹고 마시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리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하던가.
황제가 모종의 수단을 써서 반란의 불씨를 제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촐한 축하연에 참가 의사를 밝히는 귀족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서방님들과 얘기해서 파티 규모를 키우고, 한 명 한 명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날이 어두워졌다.
"어우. 힘들어."
어깨를 주무르며 불평하는 날 보고, 우리 서방님, 서안이 웃는다.
"주물러줄까?"
"스윗하네요. 서안."
"아, 이런 거 싫어했었지?"
"이제 견딜 만해요. 그럼 어깨 좀 주물러 주세요."
서안의 손이 살갗에 닿기만 해도 살짝 흥분된다.
아니아니, 왜 설레고 지랄이지?
여자는 온몸이 성감대라고 하던데 이게 바로 그런 건가?
어깨에 닿아도 발정하는 건 좀 너무하잖아.
"숨결이 거친데. 괜찮아?"
"괜찮아요. 하아아. 좀 더 주물러…."
"힘들어도 견뎌라.
네게 인사하러 온 유력자들이 전부 널 위해 힘쓰는 자들이니까."
"얼굴까지 외워야 하는 건 아니죠?"
"그러면 더욱더 좋지만, 오늘은 나한테 맡겨라.
너의 곁에 다가갈 자들이 위험한 모의를 하고 있는지 어떤지, 모두 내가 알아낼 테니까."
"…."
위를 슬쩍 봤더니 서안이 나를 빤히 내려보고 있었다.
으아악.
"안 돼."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린 날 보고, 서안이 웃는다.
"아직 여기까지는 못 견디나?"
"닭살 돋아요."
"아, 다음 사람이 오는군."
티모스 후작이다.
깨 쏟아지는 광경을 보여줘 버렸네.
이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도 서안이 옆에 있었지, 그때는 서로 혐오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 같았는데….
티모스는 오늘따라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지도 않고, 정중하게 예의를 갖췄다.
"태양을 뵙습니다."
"고개를 들라."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한 것 같군요."
서안은 살짝 놀란 듯했다.
인상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일까?
내가 바꿔 놓았다고 생각하면 살짝 뿌듯하다.
추잡한 임신섹스로 보듬어 줬지.
섹스가 우울증도 완화한다고 하지 않던가.
혐오스럽게 비틀려 있던 인성도, 온종일 보지로 정액 받아주는 섹시한 여자가 있으면 나아진다는 뜻 아닐까?
'별로 좋은 비유 같지는 않지만….'
"신경 쓰지 말고 가까이 와."
나는 티모스 후작을 불렀다.
그리고 손을 맞잡고, 눈웃음을 친다.
"일 똑바로 해. 알았어?"
"황제를 따르겠나이다."
"짜식."
나는 티모스의 퉁퉁한 배를 툭툭 건드렸다.
티모스는 난처한 듯 움찔거렸다.
"가 봐.
잘하면 나중에 또 섹스해줄게."
"…헉…."
청중들의 시선이 잠깐 쏠린 것 같았다.
앗, 이런 거 즐기면 안 되는데.
오싹오싹해.
"왜?"
"…아, 아닙니다."
"싫어?"
서안의 눈치를 보는 티모스 후작.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티모스가 떠난 후, 서안이 날카로운 눈으로 물었다.
"…시현, 내 여자한테 이런 걸 물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머리에 떠오른 걸 그대로 말해도 돼요."
"티모스 후작과 잤어?"
"풋."
서방님은 심사가 뒤틀린 듯 상당히 불편한 표정이다.
"네. 잤어요. 엄청나게 섹스했어요."
"…."
"불만 있어요?"
아아, 이런 소리 할 생각 없었는데.
도발해버리고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는 게, 나는 역시 암컷이다.
서안은 바로 내 입을 덮쳤다.
"우븝."
"입을 벌려라. 시현."
"아움…. 이런 곳에서, 다들 보는데…."
"츄루룹."
"후읍."
서방님은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신의 여자라는 것을.
나는 젖가슴을 밀착하고 혀를 내밀어 키스를 받아주었다.
우리의 키스가 도화선이 되어, 파트너와 키스하는 커플이 많이 보인다.
아니면 즉석에서 파트너를 만들어 츄츄하는 여자도 있다.
'유피넬….'
대단하구나. 정말.
어쩔 줄 모르는 근처의 중년 아저씨를 붙잡아 츄츄하고 있네.
혀뿌리까지 뽑아버릴 것 같은, 딥키스다.
와, 남자들한테 둘러싸인 여자들도 있네.
얼마나 예쁘길래?
…잘 보니 세이나와 설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