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회
카지노 공략
그렇게 정해지고 나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나는 필사를 불러 말하는 대로 적게 하고 티모스 후작에게 편지를 보냈다.
요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
황제의 친서를 읽고 씹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당연히 하루 만에 답장이 왔다.
'역시 경계하고 있군.'
정중한 말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지만, 호랑이 입에 직접 들어갈 생각은 없다는 거지.
"받아 적어라."
"예."
"……그렇다면 그대가 원하는 곳에서 그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나겠다."
우리는 상대의 아가리에 직접 들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출장 섹스다.
약속까지 잡았으니, 더러운 몸 잘 닦고 기다려라.
황제 시현은 파멸한다.
더러운 돼지 귀족에게 깔려 섹스할 생각에 싫은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
그런데 제 발로 걸어가야한다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섹스하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네.
'무릎 꿇고 제발 한 번만 하게 해달라고 빌면 모를까.'
재수 없게 굴면 면상에 니킥을 갈겨 버릴지도.
티모스 후작은 생각만 해도 역겨운 놈이지만, 장사 수완은 쓸만하다.
내 물주로 만들어 버리면 제국의 탄탄한 미래는 보장돼 있어.
장소는 개집 화장실이라도 상관없으니 얼른 만나자고.
이쪽이 준비한 미녀들은 모두 추잡한 섹스라면 아주 좋아하니까.
며칠 후, 답장이 도착했다.
그런데 만나자고 한 장소가 독특하다.
이곳, 제국의 수도 파르니에.
환락가 지하 카지노 최하층에서 기다린다고 적혀 있다.
나는 그 편지를 받고 생각이 많아졌다.
'왜 하필 카지노지?'
그 변태 귀족이 낸 아이디어다.
나를 확실하게 붙잡을 추잡한 함정을 준비하리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카지노라면, 룰렛 같은 걸 놓고 돈 따먹는 곳이잖아.
여자 따먹는 곳이 아니라.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때마침 방에 찾아온 기노단이 나를 보며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기노단은 중간중간 기가 막힌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이야?
그냥 제국군을 보내라고. 어차피 그놈이 최하층에서 기다릴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릴 수도 있죠.
어차피 자기 돈을 다 끌어안고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인데."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너를 구하러 가야 할 수도 있어.
노예를 다루는 데 익숙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봐라.
여자를 속박하고 세뇌하는 솜씨는 제국에서 그놈을 뒤따라갈 자가 없다는 뜻이야."
창관에서 봤을 때는 형편 없던데.
화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두메른처럼 신체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하지만….
'추잡하기로는 최고일지도.'
그 몸으로 온갖 여자를 희롱해 왔다면, 경시할 수 없는 상대다.
"네가 평화롭게 해결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나서지 않겠지만, 정말로 자신 있어?"
"자신 있어요.
반란군들은 모조리 우리한테 넘어올 거예요."
"시간제한을 두는 걸 제의하지. 서안은 이미 반란군의 위치를 파악했고, 제거할 준비도 끝냈어."
"제거라면…."
"말 그대로야. 다 죽여버린다는 뜻이지."
대체 언제 준비한 거지?
나는 등줄기가 오싹했다.
"서안이 놀고 있는 줄 알았어?
그 녀석은 이제 제국군의 총사령관이야. 네가 모르는 사이에도 제국군을 하나로 뭉치기 위해 훈련하고 있지.
큰형님은 귀족들을 다스리고, 티모스 후작에 가세하는 놈들이 늘어나지 않게 말이야."
"나흘이 지나도 성과가 없으면 해도 좋아요."
"나흘이라. 아무리 상대가 거상이라지만, 너무 후하게 주는 것 같군."
"모든 게 원만히 끝나기 위한…. 아니."
이걸 말하지 않으면 거짓말이 돼.
"저는 이런 걸 즐겨요. 서방님."
"핫. 솔직해서 좋군."
피의 어머니께 바칠 공물이기도 해.
우리 딸, 우리 아들, 내가 터전을 잡은 제국이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당분간 잘 봐주십사 하고 말이야.
"그러면 말해주지.
그 카지노는 돈을 놓고 대결하는 곳이 아니야."
엥?
나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서방님이 바보 같은 말을 해서 그렇다.
"돈이 오가지 않으면 그게 어떻게 카지노야."
"티모스 후작이 운영하는 카지노는 ─「권리 카지노」다."
"「권리 카지노」?"
"사람의 권리를 사고파는 곳이라는 뜻이야.
그것도 노예 시장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지."
"취미 한 번…."
"그곳을 통과해 오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았겠지."
"내 몸을 칩으로 써라?"
"그래.
칩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티모스 후작은 네가 자신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놀아나는 걸 보려는 거야."
"흐음."
재밌네.
마침 이쪽에서 준비한 패와 잘 맞아떨어지는군.
환락가의 권리 카지노.
설마 황제가 되어서 카지노에 들어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카지노만큼이나 파멸과 향락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장소도 없지.
내가 놀고 갈 무대로 적합해.
"초대에 응할 생각이냐?"
"갔다 올게요."
"…누군지도 모르는 놈이 널 임신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화가 치미는데."
서방님이 날 껴안았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기노단의 자지에 몸을 문지른다.
"먼저 임신 시켜 버릴까."
"안 돼요.
모처럼의 공물이 시시해지니까."
"공물?"
"내가 황제가 된 건 신님 덕분이니까.
임신섹스는 신에게 바칠 거예요."
"으윽.
다시 투신전을 열 때도 아닌데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
속이 메스꺼워진다고."
"안 열면 큰일 나기라도 해요?"
"천벌이 내리지. 그렇다고 열면,
꼭 부조리한 일이 벌어져. 유리검이 막돼먹은 놈에게 당했던 것처럼 말이야."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지금 모시는 신님의 공물이 가장 까다로우니까.
그에 비하면 다른 신들은 쉽게 달랠 수 있어요."
"자신감이 넘치네."
지금도 보여주고 있으니까.
내 신들에게, 내가 당하는 모습을.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알지.
임신하지 않은 상태로 가는 것이 베스트라는걸.
다음날 우리는 환락가에서 모였다.
유피넬은 자신을 헌팅한 남자들의 자지를 빨아주고 있었는데, 우리가 다가가자 남자들이 기가 죽어 물러났다.
환락가의 창녀들, 지나가는 남자들이 모두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길게 빼놓고 우릴 쳐다본다.
"우웅. 자지 맛있게 빨고 있었는데."
"자지 빨기 정도라면 하고 있어도 상관없었는데…."
너무 예쁘면 부담된다는 말이 사실인가 봐.
한 번 보기도 힘든 미녀들이 우르르 몰려오니까, 말 붙일 용기도 없이 도망가버린 듯하다.
"꿀꺽. 꿀꺽."
유피넬은 맛나게 정액을 삼키고 방긋 미소 지었다.
"컨디션 최고네. 유피넬."
"응. 옷은 평소 입던 신관복이야. 몸에 잘 달라붙게 치수를 좀 줄였어."
…이날을 위해 개조했구나.
신관복을.
빛의 여신, 일레시아님이 화내지 않을까….
"나는 모험가 시절 입던 옷을 입고 왔어.
시현이, 직업 특색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코스튬으로 와 달라고 해서."
그 말대로, 트리샤는 척 봐도 던전의 함정 해체와 후방 교란을 담당하는 여자 도적의 모습이다.
몸에 달라붙는 가죽옷에 활동성이 좋은 반바지, 목이 긴 가죽 신발.
건강한 허벅지를 드러낸 것이 포인트다.
"우리는 뭐, 지겹게 봤잖아?"
이어서 헤나와 클로라는 마법사 학교 제복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났다.
기분 탓인지 스커트가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짧아진 기분.
헤나는 긴 챙모자를 쓰고 헛기침했다.
"이런 코스튬보다 남자를 유혹하는 옷을 입고 오는 게 낫지 않아?"
"아니. 이대로가 좋아."
"최근 가슴이 커져서 옷이 좀 작아졌어요…."
클로라의 풍만한 젖에 눈길이 간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군.
호위를 맡은 아스테는 아예 남장했다.
양복 같은 검은 옷에 머리카락은 묶어서 뒤로 내리고, 늠름한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남장해도 엄청난 미인이라는 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스테, 뭐 발견한 거 있어?"
"이쪽의 동태를 살피는 인원이 있습니다."
편하게 말하라고 하려다가 관뒀다.
지금 아스테는 첫 호위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
나를 황제라고 의식하는 편이 낫겠지.
나는 언제나 하녀들이 입혀주지 않으면 입을 수 없는 화려한 치장이 달린 드레스를 입고 있다.
신애는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속이 비쳐 보이는 망사 전신 타이즈.
「미인계가 메인」이라는 말에 가장 불탔던 신애는, 최소한의 무장만 갖춘 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서로 직업이 다른 미녀들이 다양하게 모인 걸 보고 있으려니… 코스프레 창녀단 같아.
[【코스프레 창녀단 단장】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으악. 이딴 업적 왜 생기는 거야?
내 머릿속에서 나가라. 음란 마귀!
"시현 님, 저는 준비됐습니다.
언제든 추잡한 섹스를 명령해 주세요."
"여기 있어 봤자 사람들 눈길만 끌 뿐이니까.
얼른 들어가자."
"네."
한때 저 카지노에 흥미를 느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를 말렸던 신애가 지금은 함께 카지노를 공략하는 동료라니.
'그러고 보니 무슨 던전 공략하러 가는 것 같네.'
무기는 야한 몸뚱아리와 야한 말 할 때만 잘 돌아가는 혀뿐이지만.
충분하다.
나는 앞장서서 권리 카지노에 들어섰다.
어슴푸레하고 퇴폐적인 공간일 줄 알았는데, 지하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잘 꾸며 놓았다.
조명은 대낮처럼 밝고 복도는 청결하게 정돈돼 있었다.
입구를 지키던 가드는 우리가 들어서자 말없이 비켜주었다.
"안에는 티모스 후작과 관련된 사람만 있다고 생각해야 해."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폐하."
"응. 부탁해."
"내가 위험한 함정이 있는지 보면서 전진할게."
트리샤도 앞으로 나와서 나를 보호했다.
"고마워. 트리샤."
"뭘 이 정도 가지고.
그 고블린 소굴을 함께 빠져나왔던 동료잖아?"
"트리샤…."
"이거 끝나면 돈도 많이 챙겨줄 거지? 헤헤."
…과연.
황제와 닿은 줄을 잘 써먹겠다?
그런 속물적인 생각도 나쁘지 않아.
나는 부드럽게 웃어넘기고, 마침내 첫 플로어에 도착했다.
"넓어…."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취미로 만든 것치고는 좀 과한데.
지하에는 상당히 널찍한 놀이 공간이 구축돼 있었다.
여차하면 방공호로 써도 될 정도로.
'과연….'
여길 숨는 장소로 정한 이유가 있었군.
이곳이야말로 티모스 후작에게는 가장 안전한 장소.
일이 수틀리면 도망칠 준비까지 완벽하게 했으리라.
가드들이 입구에서 멀뚱멀뚱 서 있는 우리들을 향해 다가온다.
"잠시 신체검사가 있겠습니다."
"위험한 무기류는 미리 꺼내주시기 바랍니다."
"앞에 계신 건 황제 폐하다. 물러서라."
아스테가 진중하게 경고하지만, 가드도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설령 폐하라고 하더라도,
규칙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규칙…."
나는 바닥을 기어 다니는 여자들을 봤다.
모두 무언가를 잃어서 목줄을 차고 개처럼 기어 다니며, 아양을 떠는 중이다.
저것도 규칙에 의해 저렇게 된 건가.
"지시에 따르자."
"예."
내가 허락하자, 신애와 아스테는 막힘 없이 자신의 장비를 내놓았다.
"잠깐. 그건 내 부적…."
가드들은 탐지기를 사용해서 마법적인 물건까지 모조리 골라냈다.
헤나의 품에서 나온, 언뜻 보면 작은 토템처럼 보이는 나무 조각도 가드의 손에 들어간다.
"이건 안 됩니다."
"마력이 깃든 물건은 반입할 수 없습니다."
"숨긴 물건이 있는지 검사하시는 거죠?"
유피넬이 방긋 미소 지었다.
섹스로 싸워야 하는 이곳이라면 가장 듬직해서 데려왔지만, 무슨 폭탄 발언이라도 할 것 같아서 겁난다.
"예. 검사하겠습니다. 팔을 들어주세요."
"앙."
"…."
유피넬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혀까지 내밀었다.
"왜 그러세요?
신체검사라면, 보지 속, 입 속까지 구석구석 하는 게 기본 아닌가요♥"
….
유피넬….
본게임에 들어가기도 전에 활약하고 있어.
가드는 서로 눈치를 보더니 곧 힐쭉 웃으며 유피넬의 젖가슴을 추잡하게 더듬었다.
"고객의 요청대로 꼼꼼하게 검사하겠습니다."
"앙…. 호옷…!"
가드는 유피넬의 혀를 손가락으로 잡고 침을 질질 흘리게 하다가, 입안에 손을 넣고 뒤진다.
유피넬은 스스로 다리까지 벌렸다.
다른 가드는 망설임 없이 유피넬의 신관복을 걷고, 팬티를 젖힌다.
"보지 속도 검사하겠습니다. 무언가 숨겼을 수 있으므로."
"네에. 보지 검사해 주세요."
찔걱찔걱찔걱찔걱.
우리는 민망해서 어쩔 줄 모르며 유피넬이 보지 검사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팔 들고, 다리도 쩍 벌리고….
두 명의 가드에게 입과 젖가슴, 보지를 일방적으로 희롱당한다.
'이거 큰일 났네.'
문턱부터 이런 야한 짓 당하면….
다들 두서없이 섹스해버릴지도.
"다음은 마법사분들."
"…하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히응…. 부끄럽지만… 힘내서 보지 검사받겠습니다."
헤나와 클로라도 다리를 벌리고 보지 검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