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회
암컷 황제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응…. 응…. 흐읏."
의심의 눈초리가 내 엉덩이를 향했다.
"뭔가 꾸몄구나. 이 암컷 황제가!"
크릭스는 신경질적으로 내 보지를 쑤셔댔다.
찌걱찌걱찌걱찌걱!
"오호옷…. 모, 몰라…. 저는 몰라여…. 흐앙…."
"저 정체 모를 안개는 뭐야. 빨리 불어!"
"몰라…. 흐으읏…!"
나는 또 보지에 질싸 받았다.
정말 모르는데….
크릭스는 몸을 뒤로 젖히고 질내사정에 힘쓰다가, 섹스가 끝난 후 겁에 질려 삽입을 풀고 뒤로 물러난다.
"무섭니?"
또다시 안개 속에서 들리는 여자의 음성.
"…누, 누구야…."
안개가 사람의 형체를 이룬다.
디네스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크릭스 앞에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서큐버스보다 서큐버스같다고 생각했다.
꿈속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색정적인 여자.
디네스는 혀로 입술을 할짝 핥았다.
"그렇구나.
듀롯을 마구 써대는 게 너였니?"
"…아. 아아…. 악마냐! 마침내 나를 심판하러 왔구나!"
"악마는 아니야. 사람도 아니지만, 하지만 악마와 비슷한 존재지."
디네스….
뭘 하려는 거지?
왜 주인님은 저렇게 겁에 질린 거지?
"자아, 마왕님. 깨어날 시간이에요."
디네스가 손뼉을 치자, 나는 몸에서 약 기운이 확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엇…."
그리고, 최면이 풀리면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숨에 깨달았다.
켁, 무슨 오나홀이야….
최면에 당해서 보지 대주고 있었구나.
나는 창피해서 후다닥 일어나 몸을 가렸다.
세, 섹스할 생각 없었는데….
마음껏 보지 대주고 말았어.
"정신 차렸어요? 마왕님?"
"디네스. 고맙긴 한데. 어떻게…."
"최면을 풀었어? 이번에야말로 완벽했을 텐데…!"
디네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리석은 널 위해 가르쳐 줄게….
얘, 모든 듀롯은 내 애액이 재료로 쓰인단다."
"너는…. 누구야…."
크릭스는 넋이 나간 듯 디네스를 바라본다.
"역병의 디네스.
날 대신해서 열심히 해줬구나. 평소라면 역병의 사도로 임명해, 듀롯을 더 베풀어 줬겠지만…."
"…."
"…아쉽게도, 지금 나는 마왕님 편이야.
그걸 이번에 확실히 증명했지."
"약의 효과를… 풀었어?"
그래서 같이 엮여있던 최면도 풀린 건가?
다른 삼장은 두메른 만큼 까다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큰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잘못해서, 제국 전체가 듀롯으로 지배당했다면….'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내 능력인데 푸는 것도 내 마음대로 아니겠니?
자, 이 상태로 최면을 걸 수 있겠어?"
크릭스의 얼굴이 마음껏 일그러졌다.
"두메른 그 녀석. 정말 마음에 안 들어.
거기서 처리해야지, 왜 여기까지 넘기는 거야?"
"두메른이 이 일을 알고 있어?"
"응. 며칠 전에 마왕님이 나한테 일을 맡겼잖아. 듀롯 제조 시설을 폐기하라고.
그때 듀롯을 엄청나게 사들인 자가 있길래, 무슨 짓을 하나 궁금해서 추적해 봤지.
아니나 다를까…. 피해자는 유리검, 두메른은 이 녀석이 내 앞에 오게 될 걸 알고 내버려 둔 거야."
"큿…."
아랫배가 큥큥했다.
마음껏 보지 따먹힌 수치와 굴욕으로 볼이 달아오른다.
아스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꼭두각시 인형처럼 의도한 대로 행동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이렇게 난리를 쳤으니 무언가 벌을 줘야겠지?"
디네스가 허공에 손을 뻗는다.
"허억. 그만둬. 그만둬어!"
"벌 받을 시간이야.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게."
크릭스의 발기 자지가 갑자기 수그러들었다.
"윽…. 흣…. 큭!"
"뭘 한 거야?"
내가 묻자, 디네스는 싱긋 웃어 보였다.
"똑바로 서봐요. 마왕님."
"…?"
등을 곧게 펴고 똑바로 서자, 내 허벅지로 크릭스가 싼 정액이 질질 흘러내렸다.
많이도 쌌네, 참….
크릭스가 날 보더니, 갑자기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헐떡였다.
"크아악!"
"왜 저래…?"
"마왕님 보고 꼴려서 그래."
"…알기 쉽게 말해봐라. 좀."
"그러니까, 발기하거나 성적으로 흥분하면 엄청난 격통으로 치환되는 저주를 걸었어."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저주였다.
"그런…."
"마왕님이 젖탱이 출렁거리는 음란 댄스라도 추면, 불알이 한 번에 으깨지는 고통을 맛보게 될걸?"
"으악. 상상되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불알도 없는데 고통스럽다.
"살려줘…. 흐아악! 아파! 아파!"
"…."
안쓰러운 새끼….
하지만 동정은 안 하겠어.
나는 병사를 불러서 크릭스를 강제 추방했다.
"다 벗겨서 수도 밖으로 쫓아내."
"예! 폐하!"
다들 내가 알몸인 점을 신경 쓰는 것 같지만,
금세 명령에 집중한다.
디네스와 단둘이 남자 약간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후후."
디네스가 방긋방긋 웃으며 날 바라본다.
'하, 젠장….'
인정할 수밖에 없다.
디네스의 활약이 좋았다는 걸.
최면 풀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해.
파렴치하고 음탕한 년이라고 꾸짖으며, 매번 심한 짓만 하고, 사실상 괴롭힌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이번만큼은….
마음을 열어줘도 될 것 같았다.
"디네스…."
"네, 마왕님."
나는 쥐어짜듯이, 말을 꺼냈다.
"고마워…."
"…잘 안 들려요. 마왕님♥"
"최면 풀어줘서 고맙다고! 너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따지고 보면 듀롯이 시장에 나돌아서 이런 사달이 난 거지만, …지금은 솔직하게 감사하기로 했다.
디네스가 나서서 나를 구해준 게 사실이니까.
"그 녀석, 이제 어떻게 살까."
"여자를 보기만 해도 괴로울 테니까.
수도원 같은 데 들어가서, 남자들끼리 생활하게 될지도."
"…아."
"마지막으로 섹스한 게 하필 꼴리기로는 최고인 마왕님이라서, 한동안 죽고 싶을 만큼 고통에 시달리겠지만."
…금욕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인가.
내 보지 맛을 보고 상상만 해도 괴로운 처지에 놓이다니, 참으로 끔찍한 형벌이다.
"아스테는 두메른과 함께 있겠네.
연락해줄 수 있어?"
"후후, 네. 이제 절 믿고 맡겨주시네요?"
"…얼른 갔다 오기나 해."
"네~."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
"신애. 괜찮아…?"
"네, 좀 전에 갑자기 편해졌습니다."
방금 디네스가 듀롯을 정화했기 때문이구나.
하지만 정액이 흐르는 신애의 보지를 보고, 나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미안."
"저는 괜찮습니다. 꽤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지 팡팡 당하는 게?"
"…꽤 자극적입니다. 역시 자지에는 이길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지…. 자지 상대로는…."
나는 신애를 꼭 껴안았다.
"그래도 미안해.
제정신이 아니었다지만…."
"황제가 되어도 여전히 시현 님은 시현 님이네요."
"권역에 들어가서 몸조리하고 있을래?"
"혹시 임신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임신 확정이다.
잠깐 휴가 내고 몰래 출산하고 올까.
출산을 위한 질싸는 누구한테 받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거기에 이 퀘스트 내용….
[황제가 되었음에도 보지를 대주는 음탕한 서큐버스에게 주어지는 서브 퀘스트.
적들에게 보지를 대주자]
내 의지가 아니었다고! 이번 만큼은 억울해!
이번에는 잘 참고 있었는데 최면 섹스로 보지 팡팡 당하는 바람에….
무효 처리 안 될까….
초월자들의 반응은 열렬하지만, 내 마음은 착잡했다.
신사·숙녀라는 것들이 내 보지가 하찮은 최면술사에게 따먹히고 임신까지 당했는데, 그게 또 좋단다.
지금까지 나 보면서 정든 거 아니었어?
초월자라는 것들이 죄다 소중한 것을 내던지는 쾌감에 몸을 불태우고 있다면, 내 미래가 참 걱정된다.
'우선 크릭스의 아기를 가진 건 숨기고, 아스테와 만나자….'
며칠 후.
아스테가 알현을 요청했다.
즉시 옥좌로 나가서 아스테를 반갑게 맞는다.
"아스테!"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고개를 들어라. 내 벗."
아스테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지?"
"신들의 앞에서 나눈 약속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왔나이다."
"내 호위가 되어주겠느냐?"
"기꺼이…."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오랜만이야. 아스테.
자궁에 오크의 정액이 남아있는 걸 보니, 두메른과 잘 맺어졌나 보네.
살짝 질투가 나지만, 웃어넘기기로 했다.
물론 말을 꺼내지 않을 수는 없지.
나는 아스테를 따로 불러서 편하게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차를 내온 하녀가 방을 뒤로하자마자, 나는 입을 열었다.
"두메른과 섹스했어?"
"폐, 폐하…."
아스테가 수줍은 듯 볼을 붉힌다.
이것 봐라?
반응을 보니 그냥 섹스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두메른한테 푹 빠진 것 같은데?
"오크 자지 좋았어?"
"…."
끄덕.
아스테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없는 자지가 서는 기분이 들었다.
두메른 품에 안겨서 허덕였구나.
그런 엄청난 걸 못 보다니….
"이제 같은 서방님을 섬기게 된 셈인가?"
"제가 어떻게 감히."
"그 말투 뭐야. 편하게 해."
"…."
"황제가 되었다고 해도, 친구처럼 대해줬으면 좋겠어. 사적인 자리에서는 말이지."
"으음. 그…. 서방님이 아니라, 조금 다르게 맺어졌어."
"다르게?"
"나는…."
아스테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어렵게 말했다.
"그를, 주인님으로 모시기로 했어…."
"푸흡!"
"시현…. 웃지 말아라. 나는 진지해…."
"아니, 주인님이라고…? 진심이야?"
"…."
진심인가 보네.
"어쨌거나 오랜만에 봐서 반가워."
"응, 나도."
"그런데…."
나는 두메른과 아스테의 관계 다음으로 궁금한 걸 물어봤다.
"갑옷이랑 유리검은 어디 갔어?"
아스테의 표정이 굳었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아스테는 지금까지 최면 섹스로 와이프 행세까지 했던 모양이다.
나는 들으면서 군침을 삼켰다.
군데군데 생략한 건 많지만, 그거….
크릭스한테 온종일 붙잡혀서 보지섹스했다는 뜻이잖아?
아스테 본인은 매우 창피한 과거라고 생각하는지, 말하는 동안 눈시울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창피함에 몸을 떠는 아스테도 사랑스럽네.
"그러다가 주인님이 구해줘서….
답례로 보지섹스하다가 왔어…."
"…."
아스테의 입에서 야한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걸 보고, 살짝 꼴렸다.
오염 수치는 34%….
굳건한 정신력을 지닌 아스테를 잘도 이렇게 털었구나. 두메른.
"전당포에 넘긴 장비는 내가 알아볼게.
유리검의 장비라고 하면 프리미엄 붙어서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 소유주를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금방이라도 와서 너를 도왔어야만 했는데…."
"친구끼리 그런 거 미안해하지 마.
…그리고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나도 크릭스한테 한 방 당해서 임신했…."
아스테가 벌떡 일어났다.
"그 자식, 어딨어?"
"지, 진정해…! 이미 다 끝난 일이야."
"역시 내가 놓친 게 잘못이야.
주인님을 설득해서 어떻게든 잡았어야 했어."
"아니…. 애 한 명 낳아서 기르는 정도, 별로 어렵지 않으니까. 괜찮아."
아스테는 내 말을 듣고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말이 사실이다.
변태섹스로 계획에도 없던 아기를 임신하는 바람에, 뭐, 크릭스는 최고로 꼴리는 섹스를 했겠지만….
이쪽은 아기라면 앞으로 백 명이고 천 명이고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
서방님이 알면 싫어하겠지. 내가 꺼리는 건 딱 그 정도일 뿐이다.
"크릭스는 어떻게 됐어?
그 범죄자를, 세상에 풀어 놓아선 안 돼."
"크릭스는 엄청난 형벌을 받았어.
앞으로 여자 앞에는 절대 나타나지 못할 거야.
다시 눈에 띄면 흑사 감옥에 갇힐 테고…."
아스테는 상당히 호되게 당했는지 그래도 불만족스러운 눈치다.
나는 그래서 크릭스의 처지를 자세히 알려줬다.
여자만 봐도 평생에 걸쳐 고통받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나자, 아스테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아스테, 혹시 그 배의 아기…."
"…."
아스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테까지 임신시켰구나. 그 녀석….
성공한 변태네.
"당분간 권역에 들어가서 몸조리할래?
신애와 네가 낳은 아기는 내가 돌볼게."
"그러면 빨리 복귀할 수 있어?"
"응. 아, 하지만 섹스해서 질내사정을 충분히 받아야 해.
내 권역에 고블린과 오크라면 많지만…."
"…그, 그러면 주인님께 질내사정해 달라고 할까…?"
"…."
방금 아스테의 목소리….
내가 들어본 적 없는 톤이었는데?
두메른,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스테를 혼자 독점하고 있었단 말이지.
지금의 아스테를 보고 있으면 질내사정 백 번도 가능할 것 같다.
"시현…?"
"두메른은 도시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어?"
"응."
"나도 잠깐 휴가가 필요하니까, 같이 나갔다 올까…."
크릭스의 아기를 뱄다는 사실을 서방님들께 들키는 것도 시간문제.
그전에 낳아버리고 싶었다.
거기다….
나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어.
"그 녀석의 자지, 자궁 깊숙이 들어오지는 않아서….
서방님 자지가 필요해."
"…."
자궁 기믹이 없는 아스테지만, 그래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듯하다.
우리는 두메른의 자지를 주제로 마음이 통하는 걸 느꼈다.
오크 자지 최고.
두께도 굵기도 단단함도 완벽해.
"…같이 할까?"
아스테의 눈빛이 흔들렸다.
"야해…."
"하기 싫어?"
"…시현이라면 괜찮아."
우리의 우정은 더욱더 굳건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