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261화 (261/295)

261회

퇴폐와 타락의 향연

* * *

부부의 침실에서 보이는 광경은 언제나 같다.

남자가 분에 넘치는 여자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광경.

방심하면 풀릴지도 모를 최면 암시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일방적으로 섹스하는 모습이다.

"읏…. 읏…."

아스테는 옆으로 누워 엉덩이를 내민 채 크릭스에게 범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침대 위에 맨살로 뒤엉킨다.

벌써 질릴 정도로 반복된 섹스지만, 크릭스는 아스테의 몸을 처음처럼 행복하게 만끽하고 있었다.

"아스테, 아스테의 보지…!"

"앗…. 아…. 앗…! 앙!"

크릭스가 빠르게 아스테의 보지를 쑤신다.

아스테는 엉덩이를 내밀고 토닥토닥 보지를 얻어맞으며 움찔거렸다.

"아스테. 싼다. 아스테의 보지에 싼닷…!"

"응…. 응…. 네, 서방님. 아스테의 보지에…. 싸주세요…!"

뷰릇. 뷰르르릇.

크릭스는 허리를 밀어붙이면서 아스테의 보지 속에 기분 좋게 좆물을 싸지른다.

이제는 정말로 와이프와 섹스하는 것처럼 뻔뻔하게 아스테의 보지를 휘젓는다.

"아스테, 기분 좋아. 아스테에…!"

크릭스는 아스테의 몸에 짐승처럼 달라붙어 젖가슴을 주무르며 소리쳤다.

서방님을 진정시키듯이 엉덩이를 문지르며 보지를 조이는 아스테.

여기까지는 익숙하다.

"하아…. 하…. 아침밥 먹을까."

"준비할게요. 서방님."

두메른과의 비밀스러운 관계 후, 두 사람의 연결은 어딘가 약해진 것처럼 보인다.

기분 좋은 섹스였지만, 속으로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양쪽 모두.

"나, 수도에 잠깐 들렀다 올게. 아스테."

"수도 말씀인가요?"

"돈 좀 빌려줘."

"장을 봐 오는 일이라면, 제가…."

"혼자 갔다 올게."

"…."

크릭스는 단호했다.

그녀도 어렴풋이 크릭스가 뭘 구하려고 이러는지 알고 있었다.

'기분 좋아지는 약'이다.

크릭스의 자신감의 근원이다.

어쩌다 아스테를 함락시킨 것도 약 덕분이었으니,

어딘지 모를 허전함의 원인은 약을 먹이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

아스테는 내심 서방님이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새색시 아스테가 원하는 건 일관된 사랑뿐이니까.

"얼마 안 걸릴 거야. 내가 돌아올 동안 집에서 기다려 줘."

"네, 서방님."

하지만, 서방님이 원하는 게 약을 맞고 과도한 쾌감에 눈을 까뒤집고 헐떡이는 자신이라면, 아스테는 원하는 대로 당해줄 생각이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서방님."

"…."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진한 입맞춤을 나눴다.

"앙…."

"아스테. 사랑해."

"저도요. 서방님."

"놓아주지 않을 거야. 절대로…."

크릭스는 팔에 힘을 넣고, 아스테를 꼭 껴안았다.

아스테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크릭스의 등을 쓰다듬어준다.

"저는 서방님 곁에서 멀어지지 않을 거예요."

"…."

크릭스는 다짐했다.

빚을 내서라도 아스테를 가지겠다고.

필요하다면, 그녀를 다시 현역으로 돌려보내서라도 시장에 나도는 듀롯을 모두 독점해서….

'최면 약물 섹스다…. 히히히.'

크릭스는 발기 자지를 아스테의 몸에 천박하게 문질렀다.

서방님의 즐거움을 위해서 몸을 내어주는 아스테.

이어서 크릭스의 외출 준비를 돕는다.

"다녀오세요. 서방님."

"금방 갔다 올게."

듀롯을 구하러 나선 크릭스를 배웅한 아스테는 집안일로 분주히 돌아다녔다.

최근 서방님과 섹스하느라 방치했던 세탁물을 빨고, 엎드려서 걸레로 바닥을 꼼꼼히 닦는다.

"검 훈련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

아스테는 즐거운 듯 콧노래까지 부르며, 서방님과 자신의 보금자리를 청소한다.

즐겁게 가사에 전념하는 모습이 훌륭한 새색시다.

밖에 나가서 빨래를 널고 잡초를 뽑는다. 성가신 일들을 모두 끝마치고 나면, 아스테는 배를 채우기 위해 요리에 전념한다.

"아, 이런…."

서방님 것까지 만들어 버렸어.

아스테는 물과 재료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는 걸 깨닫고, 살짝 볼을 붉혔다.

'남은 건 서방님이 돌아오면 끓여 먹자.

고기를 좀 더 넣어서….'

냉장고에 남은 고기가 얼마나 있었더라, 여차하면….

'사냥할까.'

사냥은 아스테의 특기.

집안일에 전념하는 새색시 아스테라도 가끔은 손이 근질거린다.

낡은 창고에서 전 집주인이 사용하던 몇 가지 공구를 챙긴 아스테는 숲으로 나섰다.

지금 잡아서 손질해 두면 내일 딱 좋을 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방님이 기뻐하겠지.'

아스테의 고향 근처에는 숲이 있다.

이 세계에는 근처에 숲이 없는 마을이 드물 지경이지만, 아스테가 사는 곳에는 꽤 위험한 마물도 자주 출현한다.

어쩌면 그런 배경이 아스테가 어렸을 때부터 강해질 수 있었던 비결일 수도 있다.

어렸을 때 이 숲에 똬리를 튼 고블린 소굴을 소탕한 적도 있었다.

숲에 들어간 아스테는 능숙하게 들짐승의 흔적을 찾아가며 안쪽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두메른과 딱 마주친다.

아스테는 한숨을 내쉬었다.

"떠나라고 했을 텐데?"

서방님에게 보여주던 사랑스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아스테의 눈빛은 무척 차갑다.

두메른은 말없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멧돼지를 그녀의 눈앞에 던졌다.

쿠웅.

"필요하다면 가져가라."

"…네가 잡은 멧돼지를?"

"어쩌다 잡은 거다."

아스테는 죽은 멧돼지를 살펴봤다.

심하게 망가뜨리지 않고 정확히 급소를 타격해서 죽였다.

내장의 피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아 누린내가 날 걱정도 없는, 최상급의 고기였다.

"선물이야?"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고마워."

아스테는 이제 두메른을 상대로 날을 세울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두메른의 목적은 마을의 습격이 아니다.

자세한 건 몰라도 두메른이 시현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제 경계심을 덜고, 아스테는 호의를 받기로 한다.

그날 있었던, 뜨겁고 격렬한 섹스는 잊어버리려고 애쓰면서.

'생각하지 말자.'

아스테는 생각과는 달리 체온이 오르는 걸 느꼈다.

근처에서 느껴지는 두메른의 수컷 냄새.

잊을 수 없는 섹스로 새겨진 냄새다.

"왜 그러지? 손질하는 법을 모르나?"

"우습게 보지 마."

아스테는 두메른의 도발을 매끄럽게 받아넘기고 칼을 들었다.

손질도 안 된 낡은 칼로 능숙하게 멧돼지의 가죽을 벗겨 나간다.

피를 보아도 아스테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두메른.

"…."

아스테는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단단한 심줄을 제거하고, 내장을 빼내고, 먹지 못할 고기는 깔끔하게 손질한다.

여러 남자가 달라붙어도 진땀 뺄 작업을 신속하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해내는 그녀.

일련의 해체 작업은 예술처럼 보일 정도였다.

"능숙하군."

"…어렸을 때 아버지를 도와 자주 했으니까."

왜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지?

아스테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녀가 몸을 숙여 정육한 고기를 가져온 주머니에 담고 있을 때, 두메른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뻔뻔하게도 아스테의 엉덩이에 손을 댄다.

조물조물.

"무슨 짓이냐."

우선 변명을 듣기로 한 아스테는 가만히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두메른은 신경 쓰지 않고 아스테의 엉덩이를 계속 주무른다.

"내 손에 칼이 들려 있어. 두메른.

전과는 다르다. 외팔 오크가 되고 싶나?"

"늑대의 눈이군. 그때는 사랑스러운 강아지 같았는데 말이야."

"…나를 어떻게 해볼 생각이라면 접어라.

오늘도 서방님을 위해 고기를 구하러 나왔을 뿐이니까."

"틀림없이 내 자지가 그리워 돌아온 줄 알았는데."

아스테의 검극이 빛을 뿜었다.

두메른은 화들짝 놀라 손을 뗀다. 하마터면 손목이 통째로 날아갔을, 예리한 참격이었다.

'유부녀가 되어도 유리검은 유리검이군.'

"나는 약속한 만큼 해줬어.

부적절한 관계를 끝내기 위해, 네 변태적인 요구도 받아들였다.

그 이상 무언가 하려고 하지 마."

"서방님을 아주 사랑하는군."

"물론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왜 결혼했…겠어?"

아스테는 살짝 두통이 오는 걸 느꼈다.

…사랑해서 결혼했어.

그러니까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다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두메른을 바라본다.

"허튼수작 부리면 용서하지 않겠어."

"손대서 미안하군. 기분 나쁘게 했다면 사과하지."

"…."

아스테는 화를 누그러뜨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기는 고마워. 잘 먹을게."

"나한테는 뭐 없나?"

"두메른, 네가 준다고 했잖아.

또 거길 빨아달라느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섭하군. 나라고 그런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는 사이에 허기져서 말이야. 인간 둘이서 먹기에는 많은 양인데, 음식을 대접해주지 않겠나?"

"으음…."

아스테는 서방님 허락 없이 두메른을 초대해도 될지 살짝 망설였다.

아무리 시현의 남편이라고 해도….

숲에서 불륜섹스한 사이.

그런 걸 떠나서 사람도 아닌 오크를 손님으로 맞을 수 있을까?

'시현. 정말 어려운 숙제를 남겨줬구나.'

시현은 마물에게 호의적이다.

조만간 오크, 고블린을 이웃하고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서방님한테 들키면 절대 안 되겠지만, 마침 외출한 서방님이 돌아오려면 최소 하루는 걸리니까….

'한 끼 대접하는 정도라면 괜찮겠지.'

아스테는 고기 주머니를 단단히 묶은 후 일어났다.

"알았다. 내가 저녁을 대접하지."

"유부녀가 된 아스테의 요리 솜씨, 제법 기대되는걸."

"…."

아스테는 볼을 붉혔다.

'마물 따위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 오다니….'

언제나 칼을 맞대고 싸웠던 사이인데, 참으로 기묘한 상황이었다.

"그러면 고기 운반을 부탁해."

"부옥. 나와라."

"부옥!"

아스테는 황급히 검을 쥐었다.

"저 오크는 뭐야?"

"안심해라. 부옥은 시현의 하인이다. 공용어도 능숙하지.

다른 야만적인 오크와 다르다."

"부옥이라고 합니다. 부옥!"

"다른 오크까지 초대한다고 한 적은 없는데…."

부옥이 재빨리 고급스러운 병에 담긴 술병을 꺼내 든다.

"부오옥.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습니다. 부옥!"

"하…?"

아스테는 기가 막힌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오크가 약삭빠르게 선물을 준비하고 굽실거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

두메른 같은 축복 받은 신체와 지능을 가진 오크도 드물지만, 부옥처럼 사람 흉내를 내는 오크도 드물기로 따지면 엄청나게 드문 오크였다.

"평소 흑발 암…. 시현에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역시 소문대로 아름다우십니다. 부옥!"

거기에, 입에 발린 아첨까지….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만, 떠들게 뒀더니 부옥을 거절할 타이밍을 잃어버렸다.

"같이 가도 되겠지?"

"나는 안 마신다."

"그럼. 술은 내게 필요할 뿐이다. 가자. 부옥!"

"예잇!"

부옥이 자연스럽게 아스테의 짐을 챙기고 걸어간다.

아스테는 피 묻은 칼을 한참을 내려보다가 헝겊으로 날을 닦고, 납검한 후에 두 오크를 따라나섰다.

전투가 아니라 오크와 사이좋게 밥을 먹게 될 줄 몰랐던 그녀였지만, 몇 번인가 서방님의 손님이 올 때를 대비해 이것저것 생각해둔 게 있었기 때문에 준비는 착착 진행됐다.

두툼한 고기에 밑간하고 재워둔 후, 곁들여 먹을 음식들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기분 탓인가.'

아스테는 오크들이 자기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빠졌다.

착각은 아니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두 오크는 요리하는 아스테의 뒤태를 보며 마음껏 욕정해, 발기한 상태였다.

허리띠 밑으로 구렁이처럼 튀어나와 테이블을 들어 올릴 것만 같다.

"인간이 사는 곳이란….

문도 작고, 의자도 작군."

두메른은 큰 덩치 때문에 입구에 들어올 때부터 애를 먹었다.

몸을 욱여넣듯이 해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테 부부의 집은 결코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두메른이 들어오자마자 굉장히 비좁은 느낌이었다.

"불평하지 말아라. 사람이 사는 집에 너희가 어울리는 것이 이상하지."

"시현과 내가 사는 성에 온 적 없나?

사람은 자기 몸에 맞지도 않는 거대한 건축물에 사는 걸 좋아해.

그런 곳이라면 위풍당당한 오크도 잘 어울리지."

"위풍당당한?"

"그렇다."

'야만스럽다는 말을 잘못한 거겠지.'

아스테는 잘난 듯 서방님 자리에 앉아서 거들먹거리는 두메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길 야한 눈으로 쳐다보는 뚱뚱한 오크도.

"다 끝났다. 얼른 먹고 가."

"훌륭하군. 잘 먹도록 하지."

"잘 먹겠습니다. 부옥."

'….'

아스테는 뜻밖에 예의 바른 오크들을 보고 당황했다.

'시현과 함께 생활한 영향인가….'

두메른과 부옥은 아스테가 만든 요리를 게 눈 감추듯이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품위라고는 조금도 없지만, 지저분하게 먹지는 않는다.

아스테는 내심 뿌듯했다.

열심히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보다 기쁜 일이 있을까.

"간이 아주 잘 배었군. 맛있다."

"훌륭합니다. 부오옥."

"술도 잘 넘어가겠어."

"제가 먼저 올리겠습니다. 두메른 님!"

"아니, 아스테가 따라줬으면 좋겠군."

"…내가 왜."

"자, 부탁한다. 어차피 보는 이도 없지 않은가?"

"…."

하기 싫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보다,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아스테는 두메른 옆에 가서 술을 따른다.

두메른은 은근슬쩍 아스테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하아. 쫓겨나고 싶어?"

"맛있군. 아스테."

"저도 부탁합니닷."

부옥은 아스테가 노려보자 움찔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메른이 호탕하게 웃는다.

"너는 아직 이르다. 부옥.

암컷도 수컷을 고르는 법이지."

"딱히 너를 고른 적은 없다."

"자. 부탁한다."

"하아…."

"너도 맛은 봐라. 부옥이 가져온 물건은 제법 구하기 힘든 희귀품이니까."

"어차피 그것도 사람이 가진 걸 훔친 거겠지."

"설마 술을 못 한다고 하지는 않겠지."

아스테는 도전을 받으면 물러나지 않는 성미였다.

"…할 수 있어."

"자,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따라주마."

"잠깐, 이렇게 많이…."

"왜, 못 하겠나?"

결국, 그날 밤 서방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방심해버린 아스테는 늦은 밤까지 두메른의 술 상대를 하다가 취해버렸다.

"한 잔 더."

"안 돼…. 흐응…."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술을 먹인 탓에, 아스테는 완전히 흐트러져 있었다.

엉덩이 주물러도 약간 앙탈만 부릴 뿐.

부옥도 아스테의 옆자리에 와서 그녀의 젖가슴을 만진다.

조물조물조물.

흐트러진 옷 틈새로 들어간 오크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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