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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TS물-233화 (233/295)
  • 233회

    탑 꼭대기에 서큐버스

    "시현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

    최근 황궁을 드나들면서 자주 본 하녀들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황궁의 드레스 룸.

    나는 반강제로 의자에 앉혀져, 꽃단장하게 되었다.

    "설명이나 해주고…."

    "아. 입 벌리세요."

    "우읍."

    강제로 입 냄새 제거용 향초를 입에 물고, 반쯤 체념한 채 옷 입히기 인형이 된다.

    화장을 맡은 하녀는 연신 탄성을 지르며 입이 마르도록 내 피부를 칭찬했다.

    "피부가 어쩜 이렇게 고우세요? 아…. 부러워…."

    "컨실러 안 한 거 맞아요? 피부가 이렇게 맑고 깨끗할 수 있나…."

    그게 뭔데.

    분명히 이세계로 넘어오면서 고성능 자동 번역이 달렸을 텐데도, 내가 모르는 용어가 빗발친다.

    하녀들은 수줍은 소녀처럼 내 머리카락과 피부를 만지면서 부럽다는 말을 쉼 없이 쏟아냈다.

    부담되네.

    나는 향초를 오물오물 씹으면서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 못 들으셨어요?

    오늘 황자님들이 전부 소환된다고…."

    "…."

    시집갈 준비 하는 거였구나.

    "이미 아름다우시지만, 저희가 더 돋보이게 만들어 드릴게요!"

    "믿고 맡겨주세요."

    가끔 스타일을 바꾸는 것 말고 화장에는 관심이 없으니, 해보아 익숙한 하녀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거울 보기 무섭게 예뻐진다.

    원래부터 아쉬운 외모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풀려 있는 느낌이 정돈되어 아주 아름답다.

    "가만히 있어 주세요."

    "…붓?"

    화장할 때 붓도 써?

    그림이라도 그릴 줄 알았는데, 붓칠은 내 피부를 살짝 간지럽히는 게 끝이었다.

    뭘 한 거야? 알게 모르게 이목구비의 음영을 짙게 한 건가?

    비싼 예술품에 손을 대는 것 같은 세심한 손놀림.

    나는 그냥 가만히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팔 들어주실래요?"

    …겨드랑이 제모 상태를 확인당했다.

    이렇게 꾸미고 있으니 곧 남자 옆에 서서 시집간다는 실감이 든다.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이런 거 절대 안 된다고 몸부림치던 나는 어디로 갔지?

    지난 경험으로 닳아서 없어진 게 분명하다.

    살짝 볼이 붉어졌다.

    어차피 수컷들이랑 얽혀서 섹스하는 건 변하지 않아.

    그래. 이건 귀찮은 절차일 뿐이야.

    빨리 끝내고 침대로 가자.

    선녀 옷처럼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었더니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놀랍게도 내가 너무 예뻐서 반할 것 같다.

    "시현 님. 마음에 드세요?"

    "용케 나한테 맞는 옷이 있었네요…."

    "시현 님을 위한 특별 의상이에요."

    "나를 위해 만든?"

    그러고 보니, 맞춤옷처럼 딱 맞아.

    오히려 가슴을 가리지 않고 드러내면서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허벅지도 훤히 드러난 상태.

    '예쁘네.'

    이세계로 오기 전 내 얼굴이 어땠는지 생각이 안 나.

    이 예쁜 얼굴, 야릇한 몸이 나….

    수줍은 새색시처럼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서 있었더니, 어느새 나갈 시간이 되었다.

    "황자님들이 기다리고 계세요."

    "아, 응…."

    알현실로 가니 일렬로 서 있던 황자님들의 시선이 나한테 꽂혔다.

    화악하고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신하들까지 나를 보고 있다.

    하녀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선보이고 허리를 숙인 채 뒤로 물러난다.

    "어머. 너무 아름답구나."

    아세나스 황후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황후님."

    "오늘 이렇게 모인 건 다름이 아니라, 금오제 때문이다."

    금오제…?

    나는 서안 옆에 가서, 황자님들처럼 고개를 숙이고 경청했다.

    "너희도 알다시피 제국의 태양이 저물었다."

    황자들의 머리가 더욱더 내려간다.

    황후의 비통한 목소리에서, 태양이란 황제를 뜻하는 말임을 이해했다.

    아무리 돼먹지 못한 놈이라도 황제는 황제.

    "허나 슬퍼할 이유는 없다. 황제는 신들의 뜻으로 투신전의 공양물이 되었으니까.

    너희는 앞으로 제국의 새로운 태양이 되어 신민들을 이끌어야 한다."

    "받들겠나이다."

    황자님들이 한쪽 무릎을 꿇는다.

    덕담을 듣다가 나 빼고 전부 무릎을 꿇어서, 당황하며 따라 한다.

    '으. 창피해….'

    "…괜찮다."

    서안이 내 손을 잡았다.

    …이런 자리에서 손을 꼬옥 잡고 있는 건 더 창피해.

    내가 응애 하는 애기도 아니고.

    "새로운 태양, 너희들의 첫 번째 부인 시현을 잘 보살펴주렴."

    아세나스는 몸에서 힘을 빼고 다정하게 말했다.

    "제가… 새로운 태양?"

    나도 모르게 맞장구치고 말았다.

    왜 그렇게 되는 거지?

    여기서는 태자님이 새로이 황제로 즉위하는 흐름 아닌가?

    도하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첫 번째 부인의 말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제가 승계 순위에 따라 황제가 되어도, 시현 씨는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

    그랬었지.

    원래 아세나스가 오염되기 전에, 제국은 아세나스가 통치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뻣뻣한 상태로 앉아서 눈치만 보는 꼴이었다.

    '정말 그래도 돼?'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황후님이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짓궂은 미소를 짓는다.

    "…첫 번째 부인이 되려면, 우선 황자의 아기를 가져야 하죠."

    "…."

    흩어져 있던 모든 퍼즐이 내 머릿속에서 좌르륵 정렬되며 하나로 합쳐졌다.

    아하.

    그러니까…. 여기에 다 모인 이유가….

    "질문드려도 되나요…?"

    "허락합니다."

    아세나스는 방긋 웃는다.

    "모든 황자님 상대로 초야를 보내야 한다는 뜻인가요?"

    "네. 정확히는 100일 동안.

    황자님들과 시현은「금오의 탑」에서 생활해주시기 바랍니다."

    "…."

    "경쟁자가 많은 것을 고려해서 36일의 금오 기간을 100일로 늘렸습니다."

    "경쟁자…."

    나를 임신시키는 게 주제라면….

    형제끼리 경쟁한다는 뜻?

    원래 36일…. 그걸 100일….

    5명한테 100일 동안 신나게 따먹혀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

    두메른과 착 달라붙어서 온종일 섹스한 2주도 엄청나게 길다고 생각했는데, 임신섹스를 해야만 하는 밀폐 공간에서 100일을 보내라고?

    "시현은 처음 듣는 표정이네요?"

    "네, 제국의 전통에 무지해서…."

    "나머지는 뭘 하고 있었나요? 설명해주지 않고."

    태자님이 헛기침한다.

    난 여러 가지 가정이 떠오르고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연락책을 보냈으나 두메른과 섹스하느라 응대하지 못했을 가능성.

    혹은 황자님들끼리 서로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전달받지 못했을 가능성.

    …둘 다.

    둘 다 해당될 것 같아.

    "나중에 설명해주렴. 도하."

    "받들겠습니다."

    "천좌를 오랫동안 비워둘 수는 없으니,

    황자님들과 잔뜩 씨뿌리기 섹스해서, 내 뒤를 이어주길 바라요. 시현."

    측근들이 소리 없이 절규한다.

    그걸 본 아세나스는 순진한 얼굴로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어머, 씨뿌리기 섹스가 아니라…. 뭐였지?

    태양이 깃들기를 바라요."

    "받들겠…습니다."

    알현이 끝난 후, 나는 태자님의 별궁에 가서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이 놀랐습니까?"

    "놀랐어요."

    나는 솔직하게 심경을 밝혔다.

    난데없이 섹스 파티 일정이 잡혔으니, 아세나스의 못된 장난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원래 이런 추잡한 전통이 아닙니다. 신민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 두 사람이 방해 없이 오랜 기간, 사랑을 나누기 위한 금오제인데…."

    "황자는 다섯 명, 신부는 한 명.

    그래서 이렇게 된 거죠?"

    "예. 미리 알려드리지 못한 점, 미안합니다."

    "…."

    "자주 찾아갔습니다만, 그때마다 성에 없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화끈해졌다.

    "태자님 잘못이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

    태자님은 침묵했다.

    아마도 내가 맞이할 미래가 대다수 여자에게는 불행한 일이라고 넘겨짚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야.

    "5명씩이나 되니까….

    정신없이 돌림빵 당하겠죠…?"

    "…돌림, 어흠…. 순화해주시겠습니까?"

    "정신없이 5명과 사랑을 나누는 거겠죠?"

    "미안합니다. 적어도 저는 시현 씨가 원할 때까지는 다가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동생들이 나서는 것까지 막을 수는…."

    꿀꺽….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이 꽤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요컨대 황자님들의 아기를 수정하기 위한 중요한 기간.

    "궁금한 게 있어요."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답변하겠습니다."

    "금오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면 저는 한 사람의 아기를 임신하게 되잖아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명의 아기를 가질 순 없는 거니까…."

    "금오 때 임신을 못 하는 경우, 아주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

    "시현 씨를 임신시키지 못한 황자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신 것 아닙니까?"

    "네. 벌을 받거나 해요?"

    "벌까지는 아니라도….

    남자 구실을 못한다든지, 불명예스러운 말이 따라다닐 겁니다."

    "…아하."

    "이 경우 어쩔 수 없죠.

    100일이란 기간 동안, 임신하는 건 한 명의 아기뿐….

    다들 처음에 경쟁하려고 할 겁니다. 시현 씨의 허락을 받아내기 위해서 필사적인 마음으로 달라붙겠죠."

    "큰형님께서는 왜 내려놓으셨어요?"

    "서안만큼 깊이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형이 되어서 이 상황이 부끄럽긴 합니다."

    태자님이 말끝을 흐린다.

    "나는 먹고 싶은데…."

    "…예?!"

    "아, 차가 마시고 싶다는 뜻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지금 바로 준비하게 만들겠습니다."

    태자님이 쩔쩔매는 걸 보면서 속으로 킥킥 웃는다.

    재밌겠는데?

    나는 하인이 가져온 차를 홀짝거리며 목을 축였다.

    "금오제에 관한 궁금증은 풀렸어요.

    그런데, 제가 임신하고 나면 정확한 권력 서열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하하. 참 노골적인 질문이군요."

    "헷갈리잖아요."

    "대체로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황실의 남자는 첫 번째 부인에게 거스를 수 없습니다. 금오제가 끝나면 저는 승계 순위에 따라 황제가 될 것이고, 당신은 황후가 되는 겁니다."

    얼마 전까지 창녀였던 내가 귀족에 황후?

    너무나 비현실적인 출세 코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도하는 슬쩍 웃음 지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시현 씨처럼 황후가 되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겁니다."

    "…그렇겠죠."

    "저와 동생들은 모두 시현 씨가 첫 여성입니다.

    황자는 첫 번째 부인을 아주 신중하게 골라야만 하므로, 나이가 차도 대체로 미경험이거든요."

    "…."

    내가 첫 여성?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당장 신루 황자만 해도…. 아아, 평소에는 음습한 변태라는 걸 숨기고 있겠지.

    태자님이라고 해서 동생들의 모든 걸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다.

    솔직히 황자님들 중에 나와 섹스해보지 못한 건 자이로와 도하 아저씨 정도.

    나는 남자의 매력에 현혹되지는 않지만, 섹스는 해보고 싶었다.

    내 옆에 있으면 자지 발딱 세우고 덤벼드는 게 기본이지.

    이성적인 척 눈앞에서 버티고 있으면 오히려 흔들어보고 싶어진다고 해야 하나.

    건방진 암컷 마인드가 뭉게뭉게 솟아서 어쩔 수 없다.

    나는 슬쩍 다리를 꼬았다.

    도하는 본능적으로 내 허벅지 틈새를 봤다가 황급히 눈을 돌렸다.

    딱 걸렸어~.

    상대는 시선 처리에 주의하고 있지만,

    이쪽은 숨김없이 자지가 있는 곳을 봐준다.

    솔직하게 발기한 모습이 보기 좋아. 속으로 슬픈 생각 하고 있겠지만, 피가 쏠려서 딱딱해지는 자지를 막을 수 없겠지.

    "그럼 태자님도….

    제가 처음?"

    "…예."

    도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서른 살 넘게 여자를 안아본 적 없다…?

    솔직히 거짓말 아닐까?

    아무리 첫 번째 여자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해도, 신루 황자님처럼 밤놀이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아직 젊은 서안 황자님이라면 모를까….

    "제가 서안 황자님을 고른 일….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무늬만 황제.

    그런 취급을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적어도 태자님이 속으로 그린 계획과는 아주 다르다고 생각한다.

    "괜찮습니다.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이 결단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발치 물러서서 동생들을 지켜보신다는 거죠?"

    "예."

    퍽이나.

    종잇장처럼 얇은 이성을 붙잡고 버티는 수컷들이, 본성을 드러낼 때가 기대된다.

    내 아이들에게 줄 정령을 잔뜩 모아서 갈 수 있겠다.

    "잘 부탁해요. 태자님."

    "잘 부탁합니다. 시현 씨."

    "시작하기 전에 지금 저를 덮치면, 동생들이 뭐 하기도 전에 임신 확정…."

    "시, 시현 씨!"

    도하는 펄쩍 뛰었다.

    놀라기는.

    "해본 말이에요."

    놀라기는.

    지금 자궁에 븃븃하면 100% 임신할 텐데. 바보.

    동생들에게 양보해? 물러나?

    속으로는 다른 생각 하는 거 다 알아.

    내가 안 꼴리면 투신전에 아스테를 데려왔겠어?

    결국, 속을 터놓지 않았다는 뜻이다.

    '재밌네.'

    두메른이 바쁠 때에 조금 놀아볼까?

    나는 이렇게 100일간, 「금오의 탑」에서 황자님들과 동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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