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226화 (226/295)
  • 226회

    어장 관리 암컷의 최후

    "후욱…!"

    자이로가 짧게 호흡을 고르는 순간,

    서안은 바로 역습에 나섰다.

    서안 황자님의 검술도 바람을 일으킨다.

    나는 이때 두 사람의 유파가 같다는 걸 알았다.

    "하앗!"

    강한 일격을 받고 튕겨 나간 자이로는, 숨을 고르고 서안과 대치한다.

    "내 힘이 미달이면 봐주지 않겠다.

    그런 생각입니까? 형님."

    "그래."

    "바라던 바입니다!"

    두 황자의 투지가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다.

    다치면 큰일 나는 사람끼리 저러고 있으니 조마조마해서 어쩔 수 없다.

    자이로의 검술은 바람을 따르게 하는 것 같고, 서안의 검술은 바람을 타는 것 같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질.

    날카로운 칼끝이 닿을락 말락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다시 한번 자이로와 서안이 격돌한다.

    검을 맞대고, 한 치 양보 없는 격렬한 공방을 벌인다.

    거칠어지는 두 사람의 호흡으로 전투가 얼마나 살벌한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황제는 졸고 있다.

    '…취향 확실한 것 좀 봐.'

    야한 거 아니라고 졸아?

    어떻게 자기 때문에 황자들이 날붙이를 들고 싸우는 중인데 저렇게 무관심할까.

    정신이 오염된 황후도 눈을 떼지 못하는 중인데….

    "그만해라. 서안!

    더 깊숙이 들어오면 다친다."

    자이로의 묵직한 검압이 서안을 짓누르는 것 같다.

    하지만, 자이로는 서안이 다칠까 봐 힘을 아끼고 있다.

    그 경계를 깨려는 몸부림!

    "안 됩니다. 시현이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

    커흑.

    흑의인이 민망해하는 날 보며 큭큭 웃는다.

    "검은 머리 황자님은 아주 순정파야."

    "…."

    아직 시련은 없다.

    양쪽 다 초월자가 좋아할 만한 이유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서, 무보정으로 싸울 수 있다는 관점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인과율에 간섭하며 좆같은 일을 벌인 초월자들이 조용하니, 오히려 불안하다.

    여기서 이긴 사람이 반대편 그룹 승자인 아스테와 붙는다.

    누가 이겨도 초월자들이 바라는 추잡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

    결판이 나면 투신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

    마음 놓고 볼 순 없는 광경이지만, 이제 끝이 보인다.

    자이로가 서안의 검을 튕겨냈다.

    "큭!"

    그러나 자이로도 상당히 지친 듯 어깨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자이로는 날이 빠진 검을 바닥에 찍고 말했다.

    "지나가라. 서안.

    네가 이겼다."

    "형."

    "너는 실패하지 마라…. 알았지."

    "…예!"

    떨어진 검을 주운 서안이 자이로에게 달려간다.

    바람의 검을 맞은 자이로는, 뒤로 쓰러졌다.

    관중들이 환호한다.

    '….'

    서안이 스카이라운지를 올려본다.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폐쇄문이 열리고 오크가 나온다.

    서안은 검을 잡았다.

    또 황제가 설치한 방해 기믹인가?

    오크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서안에게 다가온다.

    '게이 오크는 아니겠지….'

    서안 황자님이 붙잡히면…?

    오싹했다.

    지금까지 여자들만 걱정했지, 남자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그런 취향을 가진 여성 초월자도 분명히 있을 텐데.

    "숫자가 좀 많군."

    흑의인이 말했다.

    이상하다. 폐쇄문이 닫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늘어나는 오크 수에 조금씩 당황하는 관중들.

    "…."

    나는 황제 폐하가 졸고 있는 걸 보았다.

    어?

    "저 오크들…. 어디서 나온 거지?"

    "길을 열어라."

    무리 지은 오크들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두메른이 걸어 나왔다.

    저 녀석이 왜 여기에…!

    설마 나를 직접 찾아온 거야?

    두메른은 황자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찾는 거라도 있는 것처럼.

    잠에서 깬 황제가 노발대발 소리쳤다.

    "저것들은 뭐냐.

    빨리 잡아들여라! 신성한 투신전에 끼어들다니, 천벌 받을 놈들."

    "옛!"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스카이라운지의 소란이 전해졌는지, 두메른이 고개를 이쪽으로 들더니….

    도약한다.

    순간 사라진 줄 알았다.

    말도 안 되는 높이를 점프로 뛰어넘은 두메른은, 내 앞에 착지.

    두메른의 몸이 내리꽂힌 충격으로 스카이라운지는 폭탄이 터진 것처럼 무너져 내렸다.

    "와악!"

    두메른이 놀라서 자빠지는 나를 감싸 안고,

    "넌 뭐냐! 이 괴물!"

    다가오는 흑의인을 뿌리친다.

    그대로 주먹을 내려치려는 두메른을 내가 붙잡았다.

    "죽이면 안 돼!"

    "…."

    바윗덩어리 같은 주먹이 멈춘다.

    황제는 등을 굽히고 무너진 파편들 사이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커허억."

    "야. 나는 괜찮으니까. 황후님을 데리고 가."

    흑의인이 오크한테 사로잡힌 날 보며 고뇌에 빠진다.

    날 구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오크 좆집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쓸데없이 폼 잡지 말고!

    황후님 구하라고 살려준 거야."

    "…알았다!"

    흑의인이 아세나스 황후를 부축한다.

    "황후님. 이쪽입니다."

    "저 오크는…?"

    "괜찮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정리할 테니…."

    황후님, 두메른한테 관심을 보인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겠지….

    병사들이 바닥에 엎드린 채 신음하는 황제를 부축한다.

    지금 보니 무너진 파편에 깔려서 다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뭐 하는 짓이야. 두메른!"

    "약속을 지켜라. 시현."

    "응?"

    두메른이 내 앞에 하피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흐악!"

    "놀랐나?"

    시발, 깜짝이야!

    왜 시체 머리를 눈앞에 들이대고 그래.

    "얘가 카펠라야?"

    나는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곁눈질로 보면서 말했다.

    …힘으로 목을 뽑아버렸는지, 목 부위가 아주 처참하게 찢어져 있다.

    "그래. 약속대로 배반하고, 죽였다."

    "그럼 기다리지….

    금세 네 신부하러 갔을 텐데…."

    "…."

    두메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두메른은 내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두, 두메른…?"

    그대로 목이 뽑힐 것 같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카펠라가 죽기 전에 말했다.

    내가 속고 있는 거라고 말하더군."

    "…."

    "나를 이용하고 버릴 셈이냐? 시현."

    "아, 아니야…."

    "그러면 이 웃기지도 않는 잔치는 뭐지?"

    "…윽."

    「나를 상품으로 걸고 하는 대회」라고 말하면….

    엄청나게 화나겠지?

    두메른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저…. 그러니까…."

    큰일이다….

    어장 관리해서 화난 거야.

    솔직하게 전부 터놓지 않았으니까.

    "솔직하게 대답해라. 시현."

    "…."

    두메른이 오크 무리에 턱짓한다.

    "꺄아악!"

    그러자 관중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 뭐 하는 거야!"

    "여자들을 범하겠다. 모조리 다!"

    "싫어, 싫어어엇!"

    "오크다! 살려줘!"

    "왜 관중석에 오크가…!"

    두메른이 제국 신민들을 인질로 잡았어.

    내가 망설이는 사이에 오크들이 병균처럼 관중들 사이로 퍼져 나가, 여자들을 덮친다.

    이미 모르는 남자와 뒤섞여 난교하던 여자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오크한테 붙잡혀 딱딱한 좆으로 보지를 꿰뚫린다.

    많은 여자가 따먹히고 있어.

    나 때문에….

    아…. 아앗….

    "미안해. 두메른. 그만하게 해! 다 설명할 수 있어."

    "…정지!"

    오크들이 따먹던 여자를 끌어안은 채 멈춘다.

    고요함이 찾아왔다.

    "마침 여기서 말하면 네 목소리가 모두에게 전해지겠군.

    말해라."

    "여기서 이긴 사람이 나를 가져가는….

    그런 행사를 하고 있었어."

    "…."

    "배신한 건 아니야! 약속은 지킬 생각이었고…."

    "어떻게 믿지? 또 사람의 품으로 도망가려고 했나?"

    "양다리 걸치려고 했어…!"

    두메른이 눈을 크게 떴다.

    "나, 낮에는 황자님, 밤에는 오…크."

    으아악.

    뭐라는 거야.

    음성 확대 마법이 너무 밉다.

    창피한 꼴에는 끝이 없다. 거울 안 봐도 얼굴이 빨개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만큼 볼이 홧홧거린다.

    "…."

    천하의 두메른도 내 양다리 계획에 놀란 듯했다.

    아니, 계획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그때 서안이 무너진 스카이라운지로 뛰어올랐다.

    "황자님!"

    "시현!"

    바람의 검이 두메른의 팔을 가른다!

    공격당한 두메른이 나를 놓친 틈에, 서안이 나를 안고 두메른과 대치한다.

    "괜찮나?"

    "아, 음…. 네."

    "…."

    두메른과 서안이 서로를 마주 본다.

    "오랜만이군. 두메른.

    역시나 화근이 되리라 생각했지."

    "시현을 놓아라. 그 암컷은 내 여자다."

    "놓아줄 수 없다. 절대로."

    서안 황자는 한쪽 팔로 나를 감싸고, 두메른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놓아줄 수 없다"라고….

    "저도 싸울 수 있어요. 황자님."

    "일어설 수 있겠나?"

    "네."

    포탈을 연다.

    "비르!"

    "비르릇."

    "무슨 짓이지? 시현."

    "나중에 찾아갈 테니 지금은 가주면 안 될까?

    카펠라를 죽여도 네가 사람을 해치면 똑같잖아. 나는 용납할 수 없어."

    "오크의 왕은 모욕을 당하고 참지 않는다.

    네 애매한 태도를 먼저 고쳐야 할 것이다."

    "뭐, 뭐…."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방금 다 말했잖아. 솔직하게."

    "혼수를 가져왔으니, 이제 나와 혼인하겠노라고 맹세해라."

    "아…. 읏…."

    "무슨 말이지?"

    "그게…. 두메른이랑 약속…했거든요."

    "…."

    울고 싶다.

    내 암컷질이 온 세상에 폭로 당하고 있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자지 욕심내서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어서…."

    "…하하."

    서안도 어이가 없는지 살짝 웃는다.

    "황자님…!"

    "여자를 두고 오크와 경쟁하게 될 줄이야…."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황제가 다짜고짜 감옥에 가둔 것이 안 좋았군. 그렇지?"

    "…."

    끄덕.

    하지만, 기노단의 별택에 있을 때도 두메른을 찾아갈 생각은커녕….

    음행술로 황자님을 유혹해서 열심히 보지 팡팡 받고 있었다.

    그런 내 암컷질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두메른은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다시 관중석으로 퍼져 나가는 오크들!

    저 많은 사람이 경기장을 나가려면 질서 있게 피난해야 하는데, 자기들 먼저 나가겠다고 달리는 바람에 서로 뒤엉켜서 완전히 정체된 상황.

    심지어 병사들마저 오크를 견제하러 나오지 못하고 관중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다.

    그 틈에 사로잡힌 여자들은….

    오크의 성난 섹스에 노출되어 있었다.

    "흐으윽! 읏! 흐으읏! 하지 마! 하지 마아아!"

    "으랏! 으라앗! 임신해라! 임신해!"

    "안 돼. 아아악!"

    두메른이 씩 미소 지었다.

    "제국군에 패배한 후로 칼날을 갈아왔다.

    내 부하들은 여기 있는 여자를 모두 임신시키고도 멈추지 않을 테지."

    "그렇다고 얌전히 시현을 내놓으리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수도 한가운데로 쳐들어온 이상, 전처럼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 말대로다.

    두메른이 기습으로 경기장을 장악하긴 했지만, 여기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사는 도시.

    본격적으로 맞붙게 되면 두메른이 점점 불리해지는 구조.

    그런데도 왜 이렇게….

    무언가 놓친 것 같지?

    "두메른. 부하들을 데리고 물러나.

    꼭 찾아갈게. 약속해."

    "…."

    두메른은 움직이지 않는다.

    죽기 전에 카펠라가 의심암귀를 제대로 심은 모양이다.

    너는 그 여자에게 이용당하고 있으며, 좋은 대로 쓰인 후에는 버려질 거라는 식으로 말했겠지.

    근데….

    누가 생각해도 그래.

    그래서 답답했다.

    "아, 진짜….

    정말로 가서 기특한 암컷 신부 해주려고 했다니까!"

    "…그러면 네 옆에 있는 남자는 뭐냐."

    아이참. 미치겠네.

    어떻게 하면 보지 신부 해줄 거라는 말을 믿지?

    진짜 맹세하는 수밖에 없나?

    모두 보는 앞에서….

    구석으로 피난한 황제가 두메른을 삿대질하며 노발대발 소리친다.

    "이 제국의 보물, 가장 순결한 처녀 시현을 탐내다니.

    추악한 오크 놈. 주제를 파악하거라!"

    순결한 처녀고 나발이고, 좆 됐어요. 황제 폐하.

    제발 두메른을 자극하지 마세요.

    "우우!"

    "꺼져라. 꺼져!"

    그 와중에 관중들이 두메른한테 돌을 던진다.

    미쳤나 봐!

    "두메른, 진정해…! 나는 약속 지키려고 했어. 믿어 줘…!"

    오크들이 두메른의 감정을 대신 표출하듯이 무지막지하게 여자들을 범하고 있다.

    참지 않고 보지에 처박은 후에 허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사정.

    무력행사밖에 없나?

    "지금은 물러나. 두메른. 나중에 얘기하자.

    저 오크들을 가만히 둘 순 없어!"

    "나는 너를 믿고 싶다. 시현.

    하지만 카펠라가 말한 신호가 너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고 있구나."

    "그렇게 날 못 믿겠어? 응?"

    "여기 있는 인간들을 다 죽이면 싫어도 내 곁으로 오겠지."

    "야!"

    젠장.

    삼장 중 나머지 하나만 두메른을 이용해서 처리하면, 일이 편하게 풀릴 줄 알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실제로 불리한 형세를 만들어 두메른이 말을 듣게 하는 수밖에.

    "시현. 내가 주의를 끌겠다.

    그 틈에…."

    같은 생각에 다다랐는지, 황자님이 중얼거린다.

    "알았어요. 비르!"

    "카악!"

    서안이 뛴다.

    무너진 파편 사이를 가로질러 두메른의 시선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든 후, 비르는 붉은 점이 되어 사각을 돌파한다.

    안 좋은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컥…!"

    두메른이 서안 황자를 단숨에 제압했다.

    굵은 손으로 서안의 목을 움켜잡고, 휘둘러서 비르를 물러나게 만든다.

    "비릇!"

    "서안 황자님!"

    저러다 목뼈 부러지겠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그 움직임!

    "두메른…!"

    두메른은, 초월자의 버프를 받고 있어….

    나는 오금이 저렸다.

    저, 절대 못 이겨!

    이대로 황자님이 투신전을 이길 바에는 오크의 신부가 되는 날 보겠다는 듯이, 초월자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쳤다.

    덕분에 서안 황자님은 바로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 남자부터 죽여주지."

    "하지 마!"

    나는 포탈을 열고 세이나를 부르려다가 멈칫했다.

    따먹힐 거야.

    세이나와 설아는 우리 혈족 중에 가장 강하지만, 이 상황에 꺼내면….

    초월자의 버프가 미쳐 날뛰어.

    100% 오크들한테 강간당할 거야!

    "비르. 무기를 버려!"

    "비릇…."

    비르는 벼락의 칼을 바닥에 버리고 몸을 낮췄다.

    그러자 두메른이 손에 쥔 힘을 덜어낸다.

    "알았어. 할게. 시키는 대로 할게…!"

    나는 양손을 들었다.

    "그렇게 이 남자가 중요한가?"

    "죽게 하기 싫을 뿐이야. 진짜, 말해두는데….

    내 마음을 얻겠다고 그 사람 죽이면, 너를 평생 미워할 거야."

    두메른이 서안 황자를 내려놓았다.

    "그러면 선언해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여자가 범해지기 전에, 나 두메른의 신부가 되겠다고 맹세해라."

    "읏…."

    음성 확대 마법은 끄면 안 될까….

    "옷을 전부 벗어라."

    "…."

    나는 스커트부터 벗었다.

    차례대로 옷을 벗는 나를, 흡족하게 바라보는 두메른.

    이쪽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한테 쏠린다.

    그때,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던 두메른이 뒤로 크게 뛰었다.

    두메른이 서 있던 자리에 검흔이 남는다.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엄청난 압력.

    나는 셔츠와 팬티스타킹만 남겨 놓은 채, 영문도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이 공격은….

    "시현. 물러나."

    아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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