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213화 (213/295)

213회

꽃단장

그 후로 며칠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아멜리아가 쓰던 감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몰래 권역을 통해서 집에 가도 상관없었겠지만, 손님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서 자리를 지킨다.

부옥이나 황자님.

새로운 소식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몸에는 예정된 변화가 찾아왔다.

도드라지게 부푼 배.

지난 음마행으로 얻은 아기가 엄마 배를 찰 만큼 성장했다.

아직 시훈이를 낳은 여파로 모유도 질질 새는데, 배까지 불러서 난처하다.

그나마 격렬하게 움직일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맘마 먹자. 시훈아."

나는 갓난아기 시훈에게 젖을 물렸다.

평소에 신경 써주지 못한 만큼 함께 있어 준다.

아직 옹알이밖에 못 하지만,

남자애답게 젖을 빠는 힘만큼은 5살짜리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엄마의 유두를 그렇게 괴롭히면 못 써."

진한 모유를 먹이면서 통통한 볼을 만진다.

엄마 노릇도 나쁘지 않네.

시훈이도 금세 자라겠지.

우리 혈족은 대가족이 될 거야.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가장 강한 세력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한다면 왕도, 황제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추잡한 섹스가 특기인 암컷이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과거의 나한테 묶여 있을 필요 없잖아.

암컷 시현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자.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처음으로 진지하게 마주 볼 마음이 들었다.

'우선은….'

두메른.

기다려달라고 말은 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줄지 모른다.

내가 황자님 곁에 가버릴 것 같으면 언제라도 수도에 쳐들어와서 나를 보쌈할 계획이겠지.

이 계획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삼장, 질풍의 카펠라가 개입하고 있다.

먼저 이쪽부터 해결해야 해.

제국 신민들이 나 때문에 보지 노예가 되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는 없으니까.

시훈이가 잠든 걸 확인한 나는 조심스레 권역의 보호 구역에 시훈이를 밀어 넣고, 아멜리아를 불렀다.

아멜리아는 초췌한 표정이다.

"무슨 일 있었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황녀님한테 좋은 잠자리는 아니지."

"잠자리보다 환경의 문제다. 어디를 둘러봐도 섹스하는 광경뿐.

나까지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이미 이상해지지 않았어?"

"최소한의 품위는 지키면서 교배섹스를 해야지.

저래서야 단순히 아기를 낳는 기계 아니냐."

품위 있는 교배섹스가 뭔지 궁금해지지만, 일부러 지적하지는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오염의 영향으로 천박한 말을 쏟아냈다는 걸 알면, 민망할 테니까.

"오염된 여자의 말로가 그렇지 뭐."

"디네스라는 여자가 오염을 막는 소모성 결계를 칠 수 있다고 들었다."

"아, 강화 처녀막?"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디네스 본인이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갑자기 왜 결계 얘기지?

"그런 결계가 있는 건 사실이야. 근데 이미 오염된 여자에게는 쓸모없잖아."

"시현. 나는 아직도 마물의 세상이 온다고 믿는다."

"…."

"네 눈에 제국의 방비는 어떤 것 같으냐?

지금이라면 잘 알겠지."

알고 있다.

최전선에서 제국의 중심부까지 모험했으니까.

지금이라면 아멜리아가 단순히 허황된 말을 늘어놓던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객관적으로 전력을 분석해 봐도 제국은 마물 무리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맞을 가능성이 커.

두메른의 공격은 시작에 불과하다.

"나는 네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아멜리아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무슨 뜻이야?"

"권역에 있는 군대.

너만을 위한 강력한 사병이라고 할 수 있지. 네가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뒤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쩌면 마물과의 공존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

"공존?"

"「강화 처녀막」이라는 것을 잘 활용한다면 말이다."

아멜리아는 강화 처녀막이라고 말할 때 살짝 민망한 듯 목소리를 낮췄다.

"…명칭부터 다시 생각해야겠네."

"…음."

"그러니까, 마물과 사람이 어울려 살 수도 있다는 거야?"

"가능성은 있다.

서로에게 증오가 쌓이지 않는다면."

"그게 네 속죄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나는 그런 거 생각할 여유가 없어."

"내가 생각하겠다."

"네가?"

"지금 이 나라는 아무도 오염된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아.

그렇다면 내가 바꿔야지."

…대단하네.

오염된 상태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개발 단계인 오염 정화 약 「일로넨」, 그리고 오염된 피해자들을 위한 공동체가 생겨난다면, 당장은 문제투성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멜리아가 제국을 향한 증오심을 어느 정도 정리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제국을 상대로 복수하는 건 그만두기로 한 거야?"

"완전히 내려놓았다면 새빨간 거짓말이지."

…그렇겠지.

아멜리아와 황제를 둘러싼 문제는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았다.

당한 걸 갚아준 것도 아니고, 응어리진 감정을 해소한 것도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너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이 일은 잠시 미루어 두자."

"알았어."

아멜리아는 제국에 교배 지옥을 선사하려고 했다.

고블린, 오크를 앞세워,

제국의 젊은 여자를 모두 섹스돌로 만들 때까지 멈추지 않았겠지.

"나는 앞으로 마물과 공존할 길을 모색하겠다."

"마물을 없애는 게 아니라?"

"네 생각도 같은지 고해봐라."

"나?"

"네 아이 중에는 마물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마물이 사냥감으로 쫓기는 세상이어도 좋으냐?"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안 된 나였다면, 사람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모든 마물을 죽이자고 했어도 아무 생각 없었을 것 같다.

오히려 사람다운 생각이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겠지.

지금은 아니다.

비르나 부욱은 사람과 어울릴 수 없는 존재였나?

나라는 반쪽짜리 엄마 밑에서 얼마나 잘해줬는데.

서큐버스 마마로서 마물은 다 죽여버리자는 생각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았어.

"네 말이 옳아.

아멜리아. 내 아이들을 그런 세상에 던져 놓을 순 없지."

"우리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아멜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지 않겠느냐. 시현."

"좋아."

우리 머리색을 따서 흑금 동맹이다.

마물을 좋아하는 황녀와 음란한 서큐버스가 힘을 합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쩌면 제국을 크게 뒤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 갈아탄 거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제국의 실권을 잡을 수 있겠느냐?"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지."

"…."

"화, 황자님들이 전부 날 좋아하거든?"

"참으로 믿음직한 계획이구나. 시현."

…아멜리아의 비아냥이 가슴을 후벼판다.

"두메른도 날 좋아하거든!"

"그래서 쳐들어오려는 거 아니냐?"

"…."

"아예 두메른과 결혼하는 건 어때?"

"농담이지?"

"농담이 아니다.

힘의 두메른이 널 위해 뭐든지 해준다고 생각하면 나쁜 교환은 아니지."

"사랑 없는 결혼은 좀…."

아멜리아가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배는 사랑이 있어서 부풀어 올랐느냐?"

"…천박한 질싸 받아서 부풀었습니다…."

"사랑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해야지."

"나도 알아. 그냥 해본 소리였어."

아멜리아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의식하기 싫어도 의식하게 만들잖아. 그 자식이!

날 보면 눈이 예쁘다느니, 사랑한다느니 계속 닭살 돋는 소리 지껄이고…."

"대단하구나. 오크와 그런 진한 연애를 하다니."

"시, 시끄러워…."

나는 창피해서 고개를 떨궜다.

…두메른 개새끼.

"두메른은 너에게 푹 빠졌으니, 방해꾼만 제거하도록 하자."

"방해꾼?"

"여차할 때 뜻대로 되지 않는 것부터 순서대로 정리해야지.

간단한 이치다. 두메른이 원하는 걸 주고 카펠라와 돌아서게 만들어라."

"좋은 생각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몰라서 묻느냐?"

"응?"

"예쁘게 치장하고 두메른 앞에 가서 사랑한다고 말해라."

"…으아악!"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절대 못 해!"

"아니면 제국에 쳐들어올 때까지 지켜보겠느냐?"

"으아앙."

"두메른이 원하는 건 너다. 시현.

가서 애교부리고, 아첨하면 되는 거 아니냐."

"너는 할 수 있어?"

"뭐, 못 할 것도 없지.

공교롭게도 두메른이 좋아하는 건 너다. 시현."

"크윽!"

맞는 말이야.

두메른 문제가 투신전보다 급해.

하지만 두메른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으면, 투신전에 방해되는 변수는 대부분 제거할 수 있어.

"질풍의 카펠라를 배신하게 만든다….

두메른도 보험은 들고 싶을 텐데, 미인계가 그렇게 잘 먹힐까?"

"메이크업을 도와주마."

"지, 진지하게 도와달란 말이야!"

"진지하게 메이크업을 도와주겠다는 거다. 네 녀석은 황녀인 내 서포트를 믿지 못하겠느냐?"

"으에엥!"

나는 침대에 누워서 바동거렸다.

"그런 거 못 해!"

"효과는 좋을 거다."

"차라리 섹스해! 섹스하란 말이야!"

"네가 그런 예쁜 얼굴로 태어난 걸 어쩌겠느냐."

"우리가 먼저 수도를 점령하는 건 어때?"

"애교부리기보다 백 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가능성 있지 않아?"

나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렸다.

먼저 도시를 점령해서 두메른을 닭 쫓던 개로 만드는 작전!

하지만 아멜리아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얼마 전, 이 도시에 마수의 습격이 있었다고 들었다."

"아, 디네스를 잡으면서 마수들이 폭주했었어."

"작은 오라버니가 경계를 강화했겠지?"

"윽…."

"두메른에게 애교 부리는 것과,

서안 오라버니와 지휘로 싸우는 것 중 뭐가 더 어려운지…."

"…애교로 가자."

나는 권속에게 사람을 해치라고 명할 수 없다.

아멜리아와 나눈 대화 속에 정답이 있었다.

완전한 악인이 될 수 없는 나에게 남은 건 눈물의 똥꼬쇼 뿐.

아멜리아는 시무룩한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예쁜 옷을 골라주마.

자, 얼른 출산하지 못하겠느냐. 배가 홀쭉해야지."

황녀님한테 출산을 강요당하고 있어….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

"머리는 계속 빗질해주고 있느냐? 앉아 봐라. 빗겨주마."

"진짜 두메른한테 시집가야 해?"

"장단만 맞춰 줘라. 혼수로 카펠라의 목을 가져오라고 해."

흑금 동맹의 첫 계획은 미인계.

일이 말처럼 쉽게 풀릴지 모르겠다.

출산은 다음 날 피의 권역에서 했다.

좀 이르지만, 거사를 앞두고 임신한 몸으로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권역의 「임신 촉진 버프」를 이용해서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귀여운 남자애야."

유피넬이 내 아기를 받아주었다.

"이름은 뭐라고 할래?"

"…시운이라고 하자."

아기를 낳았지만, 신루 황자님께 말하는 건 좀 더 미뤄두기로 했다.

…그 황자님에게 보고하러 가면, 즉시 둘째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기도 하고.

시운이한테는 태교 버프를 많이 붙여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정령도 주고, 젖도 물려주고 많이 신경 써 주었다.

내 배가 쏙 들어간 후, 아멜리아와 몰래 감방을 빠져나와 여성복 판매장으로 갔다.

창관에서 번 돈으로 가게를 하루 전세 내고 옷을 고른다.

방해 없이 옷을 고르기만 하면 족했다.

…촉괴들이 옷들의 디자인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형하는 옷이라니, 희한하구나."

"얘들도 내 자식이야."

"호오. 이 속옷으로 변해보겠느냐?"

"소용없어. 내 말만 듣거든."

촉괴들이 아멜리아가 요구한 야한 속옷으로 변태한다.

…어쭈구리.

"잘만 듣는데?"

"…."

부들부들.

이것들이, 이제 엄마 몸보다 예쁜 황녀 몸이 더 탐난다 이거지?

내 표정을 본 아멜리아는 쿡쿡 웃으며 약 올리듯이 말했다.

"내가 입어볼까? 시현."

"…입어보든가."

입이 댓 발 나와서 칭얼거린다.

네가 촉수 갑옷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멜리아는 바로 야한 속옷을 몸에 걸쳤다.

겉으로 보면 알 수 없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빨아대고 있을 거다.

아멜리아의 유두나 보지를.

"…읏."

아멜리아는 허벅지를 오므리고 어쩔 줄 몰랐다.

설마 옷을 입었을 뿐인데 진득한 보지 애무를 당할 줄은 몰랐겠지?

"벗고 싶으면 벗어. 훗.

나 아니면 감당 못 해."

"아…. 으응…. 좋을지도…."

"뭐?"

"…아…. 이 녀석들. 아주 맛있게 빨아대는구나…."

"크윽!"

아멜리아가 그렇게 좋아?

엄마도 너희 몰라!

나는 홱 돌아서서 평범한 옷을 골랐다.

"시현? 토라질 것은 없지 않으냐. 돌려주겠다."

"싫어. 나도 몸 빨아대는 옷 필요 없어."

촉괴들이 황급히 내 몸으로 돌아온다.

내 눈치를 보듯이 보지를 빨아대는 촉괴.

전신 타이즈로 애무받으면서 살살 녹는다.

…그렇게 달라붙는다고 용서할 줄 알고?

"그래도 엄마 품이 좋은 모양이구나.

난데없이 음부를 빨아 오기에 아주 놀랐다."

"…흥. 아멜리아한테 가버려. 난 몰라."

쭈읍 쭈읍.

열두 촉괴들이 사랑한다는 정신파를 계속 보내온다.

엄마 사랑하는데 허락 없이 다른 여자 보지를 빨아?

쭈읍 쭈읍.

"아이참…. 읏…. 그만 빨아. 알았으니까."

결국 추잡한 보지 빨기에 화가 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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