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회
꿈속의 그녀
식당이 딸린 숙소에서 끼니를 때우기로 한 우리들은,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밥을 기다렸다.
서로 말없이 식사에 집중한다.
"음."
조용히 맛을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마치 남자들끼리 밥 먹으러 나온 것 같다.
수다는 없어도 편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식기를 내려놓은 아스테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나를 바라봤다.
…예쁘다.
고백이라도 받으면 분명히 거절할 수 없다.
나는 혼자 손주까지 볼 기세로 두근두근하고 있었다.
"시현, 오는 길에 두메른을 만났어."
"뭐…!"
식사 중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분명히 입에 있는 거 다 뱉었다.
"두메른이 살아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네."
"좀 놀랐어.
지인에게 두메른의 생존 소식을 듣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괜한 참견이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다시 만나게 되면,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두메른과 나는 사람과 마물이라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헤어졌다.
…치정 얘기 같네.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었어.
섹스도 잔뜩 했어.
내가 겪은 일은 말로 옮기면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하다.
결혼을 목표로 한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두메른이 돌아오면 나는 또 그를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잘 있었어…?"
"회복에 힘쓰는 것 같았어.
결판을 내려고 했지만, 시현에게 안부만 전하러 왔다고 하기에 내버려 두었지."
"마을을 공격하지는 않았구나?"
아스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살아남은 두메른이 인간 마을을 덮치고 있었다면, 아스테는 절대 용서하지 않았겠지.
두메른도 내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
나는 허벅지를 오므리고, 안절부절못했다.
"시현?"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
볼이 뜨거워진다.
두메른의 딱딱한 자지를 떠올린 것만으로, 체온이 올라간다.
머릿속이 온통 꽃밭이었다.
반면 아스테의 눈빛은 몹시 차가웠다.
"언젠가 결판을 내야지.
두메른이 파르니에를 공격하게 둘 순 없으니까."
"두메른이 수도를 공격할까?"
"가능성은 커."
나는 아스테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파르니에 근처에서 만났나?
"오크에게는 돌아갈 장소가 없으니까.
이판사판이겠지. 보급도 끊겼기 때문에 머지않아 마을을 약탈할 거야."
"…."
듣고 보니 그렇다.
두메른은 살아남았지만, 세력을 잃었다.
남은 건 목숨을 건 게릴라뿐.
당장 먹을 게 떨어지면 사람이 사는 마을을 덮칠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그녀가 수도로 돌아온 건 이런 큰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부끄럽지만, 나 혼자서는 어렵다는 걸 알았어.
이번에는 동료를 모아서 두메른을 토벌할 생각이야."
나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시현. 같이 하자."
나더러 두메른 토벌에 참여하라고?
"두메른을 살려준 게 나야."
"그래서 두메른이 널 각별하게 여기는 걸지도 모르지."
나는 움찔했다.
어쩌면 유리검은 나를 미끼로…?
"오해하지 마.
자비를 베푸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나 역시 시현이 내린 결정에 불만은 없어."
"…."
"그러나 두메른이 살아있는 한, 싸움은 끝나지 않아.
한 번 더 막아내야 해. 무고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알았어."
내 손으로 정리하자.
끙끙대고 있어도 별수 없으니까.
"받아주는 거야? 정말로 기뻐."
아스테가 내 손을 붙잡았다.
"힛…!"
나는 깜짝 놀랐다.
아스테의 손이 너무 부드럽고 따뜻해서.
"…놀랐어?"
"조금…."
민망하다.
여자끼리 뭘 의식하고 있는 거야?
괜히 어색해졌잖아.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앉아있는 게 아니었는데.
나는 심호흡하고, 그녀에게 해줄 이야기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디네스도 수도를 노리고 있었어."
"삼장 디네스?"
"응.
다행히 구속했지만, 디네스가 남긴 게이트가 폭주하면서 마을 곳곳에 마수가 출현하게 된 거야."
"그러면 당장은 이쪽이 급하네."
'투신전'과 아멜리아 황녀에 관해서도 말해야 할까?
지금은 관두자.
아스테한테 조리있게 말할 자신이 없다.
아멜리아의 대전사로 출전할지도 확실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수 처리부터 해내자. 시현."
"응. 아스테."
"방을 예약하겠어.
같은 방이어도 상관없지?"
"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스테의 목덜미와 손에 눈길이 간다.
한 침대에서 같이 자면 기분 좋겠지….
"같은 방으로 부탁해."
아스테가 숙소에 방을 잡았다.
꿈인가?
저런 여자가 나랑 잘 방을 예약하고 있다니.
"시현. 2층 202호실이다. 가자."
나는 아스테를 뒤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방에 침대가 둘.
'한 침대일 리 없잖아….'
두 사람이 묵을 방인데, 침대는 당연히 둘이지.
실망스럽다.
아스테는 상상도 못 하겠지.
같은 여자인 내가 함께 자고 싶어 한다는 걸.
"시현. 창가 쪽 침대를 사용해."
"문 쪽이 좋아?"
"괴한이 문으로 침입하면, 대응하기 위함이야."
아스테는 짐을 풀고 침대에 앉아 유리검을 손질했다.
섬세한 악기를 조율하는 것처럼 검을 들었다가, 옆으로 눕혔다가 하면서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먼저 씻을게."
나는 도망치듯 샤워실에 들어갔다.
아스테를 보고 있으면 남자로 돌아가고 싶다.
인기 없던 나라도, 성별이 남자였으면 기회는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여자가 된 나는 우정은 나눌 수 있어도 사랑은 못 해.
억지로 가짜 딜도를 달고 연애를 해도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레즈비언도 아니고, 남자로서 아스테를 안고 싶었으니까.
"…."
탈의하고, 내려본다.
모유를 머금은 분홍색 돌기.
부들부들한 젖탱이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부질없어….'
남자로 돌아갈 순 없다.
이런 몸으로는, 남자 비슷한 흉내도 낼 수 없다.
남자의 정액을 쥐어 짜내기 위해 발달한 타고난 골반과 젖탱이를 보라.
거울에는 아스테조차 찍어누를 수 있는 육감적인 몸매의 미소녀가 서 있다.
공교롭게도 그게 나였다.
"하아."
질싸 당한 정액이나 긁어내자.
팬티로 의태한 촉괴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나는 속옷까지 벗어서 바구니에 넣고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을 틀고 눈을 감는다.
"후우…."
진정된다.
어쩌면 지금까지 정말 잘 버텨온 걸지도 모르겠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몸에 달고 있던 자지를 잃어버렸는데 말이야.
[「음행술」숙련을 획득했습니다]
음행술?
뭐지, 이건?
나는 잠깐 눈앞이 아찔해졌다.
"시현. 나도 같이 들어가도 될까?"
아스테가 들어온다고?
그녀가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여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테의 알몸을 합법적으로 구경할 기회!
"들어와. 같이 씻자."
너무 빤히 쳐다보면 부담스러워하겠지?
나는 일부러 등을 보이고 가만히 있었다.
아스테가 샤워실로 들어온다.
"이편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좋아."
서로 몸을 부대낄 수밖에 없는 좁은 샤워실에서 함께 몸을 씻는다?
남자끼리는 불가능하다. 들어오는 순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어딘가 기억도 안 나는 책에서 여자들은 동성 간 접촉에 거부감이 적다는 문구를 읽은 적 있었다.
"가까이 갈게."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정말 여자끼리는 이러나?
"아스테…?"
갑자기 아스테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심지어 그녀가 내 젖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잡는다.
씻겨주는 거야?
여자끼리는 이게 보통인가…!?
혼란스러워하는데, 엉덩이에 딱딱한 무언가가 닿았다.
딱딱한…?
"아스테 맞아?"
"응. 나야. 시현."
"하지만…. 엉덩이에…."
아스테가 딱딱한 자지를 문지른다.
분명히 살아서 맥박치는 따뜻한 자지였다.
허벅지 틈새로 아스테의 자지가 불쑥 튀어나온다.
"아…. 앗?"
"씻는 중에는 함부로 다른 사람을 들어오게 하면 안 돼. 시현."
"이게 뭐야."
아스테, 남자였어?
그런 얼굴로, 설마….
확인하려고 등을 돌렸더니, 아스테가 나를 욕실 벽에 밀어붙였다.
모, 못 움직이겠어…!
"…후후."
아스테는 처음 보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덫에 걸린 나를 비웃는 듯한 미소….
"아…. 아아…."
"가만히 있어. 시현.
기분 좋게 해줄게."
"날 속인 거야? 나는 네가 여자인 줄…."
아스테가 몸을 바짝 붙인다.
밀착한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아스테는 내 다리를 위로 들고 보지에 삽입하려 들었다.
"앗, 잠깐만…!"
나는 아직도….
네가 남자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어.
얼굴 보고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안 남은 남자의 순정이 산산이 조각난 기분이란 말이야.
아스테의 입에서 상상도 못했던 말이 나왔다.
"너랑 섹스하고 싶어."
"…."
"넣게 해줄 거지?"
"아…."
나는 혐오감이 치밀어 올라, 허리를 비틀며 저항했다.
"저리 비켜!"
"흡!"
아스테가 강한 힘으로 날 붙잡고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는다.
"으극!"
쮸걱!
간단히 삽입 당했어.
나는 다리를 벌린 채 이리저리 허리를 비틀었지만, 아스테는 오히려 기분 좋은 듯이 한숨을 흘렸다.
"아…. 시현이 보지 좋아…."
아, 아스테가 저런 말을….
그럴 리 없어.
내 보지 좋다고 말하며, 한숨 쉴 리 없어.
고고하고 예쁜 유리검이…. 나를 강간할 리 없어.
나는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움직일 수 없었다.
아스테는 힘으로 나를 붙잡고 힘차게 보지를 찔러댔다.
찌걱찌걱찌걱찌걱!
"이런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
"읏…. 읏…. 거짓말…. 흐응…. 흐으응! 싫어, 원래대로 돌아와…. 아스테. 우린 친구잖아…!"
"시현이 보지를 따먹었으니까, 이제 친구 아냐. 섹스 파트너 정도면 어떨까?"
"그러지 마…. 호옷…! 읏…!"
"그런 소리 내는구나. 자지 좋아?"
"읏…."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여자 몸에 자지만 달려 있다니, 그런 게 가능해?
아스테의 몸은 남자라기에는 너무 가냘프다.
괴물 같은 자지만이 부자연스럽게 강조되어 있다.
어떻게 스커트 밑에 숨기고 있었는지 놀라울 정도로 굵은 자지다.
아스테는 삽입을 거부하는 내 몸을 붙잡고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찌걱찌걱찌걱찌걱.
"앗…. 앗…! 앗!"
"시현이 엉덩이 흔들면서 샤워실로 걸어가니까.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어. 미안해."
"앗…. 흐응…. 흐읏! 응…. 응…. 그만햇…."
"실은 좀 더 신사처럼 하려고 했는데…. 이해해 줄 거지?"
"앗…. 흐으읏…. 앙…. 앙…!"
자지 좋아.
아스테의 자지….
똥구멍 벌름거리면서, 황홀해하고 있어.
어쩌면 마음속으로 원했던 아스테와의 섹스.
성별은 뒤집혔지만, 내가 꿈꿔온 게 아닐까?
믿었던 아스테한테 배신당하고 있어도….
"아…. 흐읏…. 흐윽…!"
도망치지 못하게, 아스테가 나를 붙잡고 허리를 흔든다.
찌걱찌걱찌걱찌걱!
보지에 좆두덩을 치대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울려 퍼진다.
"오혹…. 옷…. 옷…! 흐응!"
그러면 안 되는데.
위험할 정도로 보지 깊숙이 들어와서, 자궁에 쪼옥하고 닿는 바람에….
나는 아스테가 하는 일을 용서해버릴 것 같았다.
"속였어. 나를…. 아…. 앙…. 앙…!"
아스테는 보란 듯이 내 보지 속에 자지를 꽂아 넣었다.
속았다고 울먹이는 내 얼굴이 그렇게 보기 좋은지, 빤히 쳐다보면서.
"이씨…. 읏… 읏…. 응…!
보지섹스… 그렇게 하고 싶었어? 날 속여서까지?"
"보지 꼭 조여…. 하아…."
"대답해…! 읏…. 읏…!"
"시현이 보지에 계속 넣을게!"
"계속 넣지 말구…! 흐읏…. 흐아앙…!"
쮸걱쮸걱쮸걱쮸걱♥
이건 뭐라고 해야 해.
애정이 어린 좆놀림…?
아스테는 신루 황자님처럼 추잡하지는 않았지만, 무척 다정하게 자궁에 츄츄해주었다.
젖가슴까지 사로잡힌 채 꼼짝 못 하고 보지를 따먹힌다.
찌걱찌걱찌걱찌걱.
"이런 건 말도 안 돼.
유리검이 남자라니…. 응…. 흐읏…."
"이런 보지를 맛보지 못했으면, 불행했을 거야.
나는 지금 정말로 행복해."
"…뭐가 행복…한뎃…!"
"시현이를 속여서 보지 팡팡한 거, 후회하지 않아♥"
"앗…. 앗…. 흐읏…!"
딱딱한 자지로 보지 속 문지르지 마…!
나도 모르게 보지를 꼬옥 꼬옥 조인다.
"시현아…. 응…. 보지 좋아! 그렇게, 계속 내 자지를 받아줘."
"싫어…. 앗…. 흐응…. 비겁해. 네가 황자보다 더 비겁해…!"
"흐읏! 읏! 시현이 보지 좋아. 좀 더 버티면서 맛보고 싶은데, 금방 싸버릴 것 같아…."
"제길…. 흐옷…!"
느끼고 싶지 않은데.
아스테가 예쁜 얼굴로 허덕이는 걸 보니 참을 수 없게 된다.